패왕전설 164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64화
164화
그렇게 총 다섯 명이 제갈세가를 떠나 소림사로 향했다.
제갈세가가 있는 융중산(隆中山)은 호북성 북쪽 끝자락이라 며칠 움직이자 금방 소림사가 있는 하남성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하남성에서 관도를 타고 소림사로 이동하던 그들이 남양현(南陽縣)에 도착했을 때였다. 현에 있는 객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대여섯 명의 승려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딱 보기에 소림사의 승려들이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은 머리에 찍힌 계인이 많은 것으로 봐서 소림사에서 직위가 상당히 높은 것 같았다.
강무진 일행은 2층의 난간 쪽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서자 한눈에 보였다.
“소림사의 스님들이에요.”
제갈용화가 단번에 그들을 알아보고 말하자 왕이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군. 뭔가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
“그러게요.”
실제로 그 승려들은 뭔가 굉장히 급한 모습이었다. 잠시 객잔 안을 둘러보던 그들은 곧 2층으로 올라왔다. 그러다 식사를 하고 있던 왕이후, 제갈용화와 서로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들 중에 한 승려가 그녀를 알아본 듯, 반가운 눈짓을 하며 잠시 합장을 했다. 그러자 제갈용화도 자리에서 일어나 같이 합장을 했다.
그것을 보고 신분이 높아 보이는 나이 든 승려가 합장을 한 젊은 승려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이더냐?”
“네, 사숙님. 그녀가 제갈세가에서 가장 총기가 뛰어나다는 제갈용화 소저입니다.”
“음.”
젊은 승려의 말에 나이 든 승려가 잠시 제갈용화를 바라봤다. 그녀에 대한 것은 자신도 들어본 적이 있었으나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미모가 굉장히 뛰어난 것이 사내들의 마음을 많이 흔들어놓을 것 같았다. 그런데 총기까지 그렇게 가득하다고 하니 수많은 명문가에서 그녀를 탐낼 만도 했다.
제갈용화는 나이 든 승려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합장을 하면서 인사를 했다. 그러자 나이 든 승려가 같이 합장을 했다.
“가자.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바로 가야 한다.”
“네.”
나이 든 승려의 말에 그를 따르는 젊은 승려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저… 사숙님. 그녀에게 이야기를 하면 뭔가 알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제갈용화와 맨 처음 인사를 했던 젊은 승려가 그렇게 말하자 나이 든 승려가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젊은 승려가 다시 말을 꺼냈다.
“그녀는 제갈세가의 가주와 비견될 정도로 지혜롭다고 들었습니다.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흠…….”
젊은 승려의 말에 나이 든 승려가 다시 제갈용화를 바라봤다. 나이가 많아봐야 20대 초반일 것 같았다. 그렇게 어리니 아무리 지혜롭다고 해도 거기서 거기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문이란 늘 과장되는 법이었다.
더구나 자신은 소림사에서 제법 신분이 높았다. 그런 자신이 저렇게 어린 여인에게 자문을 구했다면 자칫 세인들의 웃음을 살수도 있는 일이었다.
젊은 승려는 나이 든 승려가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이유를 단번에 짐작하고는 말했다.
“사숙님하고 사형제들이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있는 동안 제가 가서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흠. 그래. 그럼 그렇게 하여라.”
결국에는 승낙을 얻어낸 젊은 승려가 강무진이 식사를 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와 합장을 했다.
“잠시 실례를 하겠습니다. 빈승은 무장이라고 합니다.”
“네, 무장 스님. 오랜만에 뵈어요.”
제갈용화가 먼저 그렇게 말을 꺼내자 무장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역시 기억을 하고 계셨군요.”
“호호. 물론이죠.”
사실 두 사람은 제갈용화가 예전에 소림사를 방문했을 때 딱 한 번 봤었다. 그런데 서로 기억을 하는 이유는 그때 사소한 이유로 서로 무공을 겨루었기 때문이다. 물론 공식적인 대결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대결이었다.
“못 본 사이에 불력이 많이 깊어지신 것 같아요.”
“하하. 놀리지 마십시오. 그런데 이분들은…….”
“아! 이분들은 패왕성에서 오셨어요. 여기는 왕 소협과 강 소협, 그리고 저쪽은 하 소저예요.”
“반갑습니다, 여러 시주님들.”
무장이 인사를 하자 모두가 같이 인사를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단순히 인사를 하러 오신 것 같지는 않군요.”
“네. 사실 제갈 시주의 혜안을 좀 빌려야 할 것 같아서 왔습니다.”
“호호호. 혜안이랄 것까지야 있나요. 제가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돕겠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제갈용화가 자리를 내주자 무장이 사양하지 않고 앉아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실은 얼마 전에 본사에서 관리하는 작은 암자에 손님이 한 분 찾아왔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암자에 있던 물건이 하나 없어졌습니다.”
“그가 훔쳐갔군.”
왕이후가 그렇게 말하자 무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저희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물건이 없어진 날 밖에서 누가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내부의 소행이라는 이야기인데 그곳에 있는 사형제들이 그런 일을 할리는 없거든요. 그래서 그곳에 있는 손님이 의심되는데 문제는 물증이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손님의 신분이 높아 함부로 할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그래서요?”
제갈용화가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래서 일단 우회적으로 물어보면서 뭔가를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찾아냈나요?”
“아닙니다. 뜻밖에도 손님이 먼저 슬쩍 언질을 주었습니다. 역시 그 손님이 범인이었던 겁니다.”
“아!”
“그래서 어떻게 됐죠?”
이제는 하은연도 관심이 가는지 그녀가 물었다. 그러자 무장 스님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휴……. 손님이 범인이기는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다고 확신이 없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습니다.”
“…….”
‘누군지는 몰라도 소림사에서 저리 말할 정도면 그의 신분이 굉장히 뛰어나겠군.’
제갈용화가 그런 생각을 하며 물었다.
“그 손님이 어떤 언질을 줬죠?”
“그 손님이 갑자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그 요구가 이루어지면 없어진 그 물건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농을 하듯이 이야기하더군요.”
“음……. 그럼 확실히 그 손님이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거군요.”
“네. 그렇지요.”
“그 요구가 어려운 거였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리 어려운 요구는 아니지만 단시일 내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물건은 관리를 잠깐 잘못하면 버려야 되는 물건입니다. 그러니 문제죠.”
“그럼 지금 무장 스님이 저분들과 같이 저렇게 가는 이유도 그것 때문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시일이 급한 일이라 이렇게 무작정 나서게 된 겁니다.”
“그렇군요.”
무장 스님의 이야기가 끝나자 잠시 서로 말이 없었다. 무장 스님은 제갈용화가 뭔가 좋은 방법을 이야기해 주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었고, 제갈용화는 깊이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태까지 별 관심 없이 듣던 강무진이 젓가락을 식탁에 소리 나게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탁!
“간단하네. 뭐.”
“네?”
강무진의 말에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혹시 시주께 뭔가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참나……. 그런 쉬운 문제를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갑시다. 우리도 어차피 소림사로 가는 길이었으니 가서 일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아! 정말입니까?”
강무진이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자 무장 스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쁜 얼굴을 했다.
“훗!”
강무진이 여유 있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자 무장 스님이 일어나서 합장을 하며 말했다.
“아미타불. 역시 도움을 청하기를 잘했군요. 가서 사숙님에게 이야기를 하고 오겠습니다.”
무장 스님이 그렇게 말하고는 한쪽 구석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일행에게 다가가 뭔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방금 여기에서 나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과연, 나이 든 승려가 놀란 얼굴을 하더니 곧바로 강무진이 있는 곳으로 왔다.
“아미타불. 처음 뵙겠소. 빈승은 공문이라고 하오.”
“아!”
공문 대사가 그렇게 인사를 하자 제갈용화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서 예를 갖추었다. 공자 돌림이면 소림사의 방장인 공지 대사와 같은 배분이라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소림사에서는 굉장히 높은 직위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저는 제갈용화라고 해요. 그리고 이쪽 분들은 패왕성에서 오신 분들이세요.”
“패왕성?”
공문 대사는 약간 뜻밖이었던지 놀란 기색을 보였다. 패왕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들이 이렇게 하남성까지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강무진이라고 합니다. 여기는 제 사제인 왕이후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일행인 하 소저입니다.”
강무진이 그렇게 일행을 소개하자 모두가 일어나서 포권을 취했다.
“반갑소. 패왕성의 무용담은 귀가 따갑게 듣고 있소이다.”
“별말씀을…….”
“헌데, 무장의 말을 들어보니 해결책이 있다고 하던데 그것이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그것을 들려줄 수 있겠소?”
“안 됩니다.”
“……!”
강무진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공문 대사는 말문이 막혔다.
‘혹시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공문 대사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제가 말해도 대사님이나 저기 스님들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가서 해결을 해드리겠습니다.”
“허허. 빈승이 우매하여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구려.”
“어차피 우리도 소림사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니 같이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곳에 도착하면 제가 해결을 해 드리겠습니다.”
“음…….”
강무진의 말에 잠시 공문 대사가 생각에 잠겼다.
지금 공문 대사는 방장인 공지 대사의 명을 받고 나와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뭔가 해보기도 전에 강무진만 믿고 돌아갔다가 만약 일이 잘 안 된다면 자신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강무진이 일을 잘 해결하면 일이 쉽게 풀리는 것이다.
공문 대사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무장 스님이 옆에 와서 그에게 말했다.
“사숙님, 어차피 저희 힘으로 그 손님이 이야기한 것을 해낼 수도 없지 않습니까? 해낸다 해도 시일이 많이 걸릴 겁니다. 그러니 한번 믿고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그래. 네가 그리 말하니 한번 그리 해보자꾸나.”
공문 대사가 그렇게 말하며 강무진을 바라봤다.
“부탁을 드려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강무진 일행은 강무진이 무슨 해결책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자자, 그럼 식사하던 것 마저 하고 같이 소림사로 갑시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미소를 짓자 사람들이 모두 그를 바라봤다.
일행들은 식사를 모두 끝내자 강무진의 말대로 다 같이 소림사로 향했다.
가는 동안 강무진 일행들은 소림사의 스님들과 많이 친해졌다. 공문 대사는 불법이 깊어 마치 옆 동네 사는 할아버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런 그가 소림사에서 그런 높은 직급에 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일행은 꾸준히 움직여 소림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남소현(南召縣)에 도착했다. 그리고 밤이 늦어 그곳의 객잔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