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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62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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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62화

162화

 

마치 몸 안에서 벽력탄이 터진 것처럼 몸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져 버리는 그 끔찍한 위력에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다만 강무진의 아수라패왕권을 한 번 본 적이 있는 제갈무용만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강무진을 보며 이제야 왜 그가 패왕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진정한 고수를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자책을 했다. 특히 제갈산은 더욱이 그랬다.

‘헛살았구나. 헛살았어. 이 나이가 되도록 사람 하나 알아보지 못하다니……. 쯧쯧. 아무리 늙으면 의심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제갈산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그렇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던 왕이후가 왜 따라오지 않았는지도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강무진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따라올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경이로움을 한껏 담고 강무진을 보고 있을 때 강무진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실 강무진은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하은연이 납치되었을 때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안했다.

초연처럼 하은연도 죽을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경공이 느려 광마를 따라잡지 못하는 자신이 한스러웠다. 초연을 그렇게 보내야 했었는데, 또다시 하은연까지 그렇게 보내면 강무진은 더 이상 살아가지 못할 것만 같았다. 만약 제갈무용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도 끔찍했다.

강무진은 하은연을 안고 있는 제갈무용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에게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고맙소, 제갈 형. 그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하하. 아니오, 강 형. 내가 뭐 한 것이 있다고…….”

그렇게 말하던 제갈무용은 강무진이 포권을 풀지 않고 고개를 숙인 모습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강무진의 어깨가 떨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은연도 그런 강무진의 모습을 보고는 강무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이 많은 사람이야. 내게는 너무도 과분한…….’

“강 오라버니, 이제 다 끝났잖아요. 저는 이렇게 무사한걸요.”

하은연이 강무진을 달래듯이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이 그녀를 꼭 안으면서 말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좋아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 수없이 겪어왔던 강무진이었다. 그는 또다시 그런 고통을 당하기 싫었다. 두려웠다. 너무나 두려웠다.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하은연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계속 다행이라고 말하는 강무진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크게 감동을 했다. 아까 봤던 그 수라(修羅)와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흐느끼는 그의 모습에 깊은 연민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은 잠시 강무진이 좀 진정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좀 진정한 것 같아지자 제갈산이 강무진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고맙구려. 덕분에 본가의 원수를 처리할 수 있었소.”

제갈산은 강무진에게 반존대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를 그만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니오. 아마 그대가 없었다면 오늘 우리는 큰 낭패를 당했을 것이오.”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저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겠습니까?”

“허허. 그렇게 이야기가 되나.”

제갈산이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이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면 본가에 잠시 들르는 것이 어떻소? 가주에게 이 일을 보고하고 대접을 하고 싶소.”

“죄송합니다. 지금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흐음, 북해신궁의 아이 때문에 소림사로 가고 있다는 것을 내 이미 무용이에게 들어 알고 있소. 허나 여기에서 본가까지는 그리 멀지 않소. 게다가 어차피 소림사로 가려면 본가 근처를 지나가야 하오. 그러니 잠깐 들렀다 가도 될 것 아니오. 도움을 받았는데도 이대로 사람을 보낸다면 세인들이 나는 물론이고 본가까지 비웃을 것이오. 안 그러느냐?”

제갈산이 말을 하다가 마지막에 제갈무용을 향해 묻자 제갈무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숙부님. 강 형, 나도 아버님에게 꼭 강 형을 소개하고 싶소. 그동안 나보고 못났다고만 하셨는데 이렇게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을 꼭 아버님에게 인정받고 싶소. 나도 부탁하오.”

제갈산은 물론이고 제갈무용까지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은 더 이상 사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잠깐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잘 결정했습니다, 강 형.”

“그럼 이 사실을 어서 본가에 알려야겠군.”

제갈산이 그렇게 말하자 제갈무한이 나서며 말했다.

“제가 먼저 본가로 돌아가서 알리고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그러려무나.”

“네.”

제갈무한이 대답하고 먼저 자리를 뜨자 나머지 사람들이 천천히 객잔으로 향했다.

 

 

<제갈세가로 가다>

 

제갈세가(諸葛世家).

호북성 융중산 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대대로 머리가 뛰어나고 총명한 이들이 많아 기문진법(奇門陣法)과 역리(易理), 토목기관(土木機關)에 관해서는 따라올 사람들이 없었다. 의술(醫術) 또한 아주 대단해 사천성에 있는 세력가인 당문(唐門)과도 견줄 정도이다. 다만 무공에 대해서는 자질이 평범해 그쪽으로는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어쨌든 호북성에서는 무당파와 함께 크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었다.

기나긴 담벼락을 따라 계속 가자 드디어 문이 보였다. 문 앞에는 이미 먼저 출발했던 제갈무한이 한 여인과 함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숙부님.”

제갈무한이 일행들의 앞에서 오고 있던 제갈산을 보고 그를 불렀다.

“그래. 가주께서는 안에 계시냐?”

“네. 미리 다 말씀을 드려놓았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모두들.”

제갈무한이 모두를 반기며 말하자 옆에 있는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 와요. 본가에 온 것을 환영해요.”

“어머니!”

그때 제갈무용이 여인을 보고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불렀다.

“어머니?”

사람들은 뜻밖에 이렇게나 젊은 여인을 제갈무용이 어머니라 부르자 조금 놀란 기색을 보였다. 실제로 여인의 나이는 많이 잡아봐야 40대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호호호. 그래, 너도 왔구나. 너는 나중에 따로 이 어미를 찾아오너라.”

그렇게 말하는 여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제갈무용을 쏘아보고 있었다. 사람들도 그것을 느끼고는 제갈무용에게 결코 좋은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나는 송요요라고 해요. 자,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송요요가 그렇게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가 그 뒤를 따랐다.

안으로 들어가자 몇 개의 건물들과 전각들이 보였다. 한 곳에는 연무장으로 보이는 곳도 보였고, 곳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어느 한 곳도 관리가 소홀하지 않은 듯, 굉장히 잘 가꾸어져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잘 꾸며져 있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은 대청이 나왔다.

그곳의 정면에 놓인 태사의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는데, 비쩍 마른 몸에 키가 크고 뾰족한 수염을 기른 노년의 사내였다. 그가 바로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웅이었다.

제갈웅은 그렇게 태사의에 앉아 있다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가며 미소를 지었다.

“허허. 어서들 오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강무진이라고 합니다.”

강무진이 먼저 인사를 하자 제갈웅의 눈빛이 살짝 빛이 났다. 이미 제갈무한에게 그가 인간백정이라는 광도를 어떻게 죽였는지 모두 전해들은 터였다.

‘생각보다 젊군.’

제갈웅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했다.

“그대가 그 소문이 자자했던 패왕이구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소. 그렇잖아도 무한이에게 이야기를 듣고 그대가 온다는 생각에 날짜를 꼽아 기다리고 있었소. 하하하.”

“대단한 것 없는 저를 이리 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순수하군. 게다가 당당해. 무공도 들은 대로 그리 뛰어나다면……. 쯧, 어찌 본가에는 이런 녀석이 한 명도 없는지…….’

제갈웅이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강무진의 뒤쪽에 쭈뼛쭈뼛 거리며 서 있는 제갈무용을 바라봤다.

‘저놈이 머리만 좀 좋았어도…….’

“이놈! 이제야 왔느냐?”

“네.”

제갈무용은 제갈웅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그래 실컷 놀았느냐?”

“아니요.”

“흥! 못난 놈.”

제갈무용은 저 못난 놈이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었다. 하지만 제갈웅은 항상 입버릇처럼 제갈무용을 향해 못난 놈이란 말을 했다. 그때 뜻밖에도 강무진이 나서며 말했다.

“가주님, 제갈 형은 절대로 못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갈 형을 보고 여러 가지 면에서 감탄을 했었습니다. 또한 평생 동안에 갚지 못할 도움도 많이 받았었습니다. 그런 제갈 형을 못나다고 하시면 저는 훨씬 못난 놈 아니겠습니까?”

강무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하듯이 그렇게 말하자 제갈웅이 강무진을 바라봤다. 설마 강무진이 제갈무용을 감싸며 그리 말할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놈. 사람 하나는 제대로 사귀어 왔구나.’

그런 생각에 속으로는 흐뭇했으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말했다.

“허허. 못난 자식을 그리 말해 주니 내가 다 부끄럽소.”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를 말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한테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제갈 형의 아버님이시면 저한테도 아버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제갈 형?”

강무진이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에는 제갈무용을 보며 묻자 제갈무용이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소. 당연하오. 암!”

‘쯧, 이놈이 아주 기가 살았구먼. 크크.’

그럴 만도 했다. 제갈세가 내에서는 물론이고 무림의 후기지수들 중에서 무공만큼은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실력이 있는 제갈무용이었다. 그러나 머리가 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가 내에서는 놀림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제갈무용이 저런 친구를 두었으니 누구나 부러워할 일이었다.

실제로 지금 강무진이 싸우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본 제갈강이나 심지어 제갈무용의 형인 제갈무한조차도 약간 부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 내 그리하마.”

“네.”

“그럼 이제 옆에 있는 분들도 소개를 해주었으면 하는군.”

“아! 여기는 왕이후라고 제 사제입니다. 패왕폭풍대의 대주로 있습니다.”

“오오. 광인도 풍수개를 잡았다던 그 젊은이로군. 허허. 패왕성에는 참 인재들이 많군.”

“처음 뵙겠습니다. 왕이후라고 합니다. 풍수개를 잡을 수 있었던 건 그저 운이 좋아서였습니다.”

왕이후가 포권을 취하면서 말하자 제갈용화가 슬쩍 끼어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걸요. 운으로 그런 살인마를 잡을 수 있다면 누군들 못 할까요? 왕 소협이니까 가능했던 겁니다.”

‘응? 호오, 저 아이가 웬일로 저리 나서지? 혹시 저자에게 마음이 있나?’

평소에 저리 나서지 않던 제갈용화가 왕이후를 치켜세워 주며 나서자 눈치 빠른 제갈웅은 단번에 그녀가 왕이후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과찬이오.”

왕이후가 약간 쑥스러운 듯 제갈용화를 향해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제갈웅이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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