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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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9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61화
161화
왕이후가 그렇게 말하며 놀란 눈을 하고 있는 화화에게서 유무화를 받아 들었다.
제갈산은 경공을 펼쳐 광마를 쫓으면서 모두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놈은 무공이 굉장히 뛰어나다. 맞설 생각을 하지 말고 진을 칠 동안 버틸 생각을 해라. 그리고 진 안으로 유인하면 된다. 잊지 말아라. 신호탄을 쏘아 올렸으니 인근에 있는 세가의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네!”
제갈산의 당부에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대답을 할 때였다. 제갈무용의 눈에 앞에서 죽어라고 달리고 있는 강무진의 모습이 보였다.
‘기억을 잃어서 경공이 느린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거였군.’
그런 생각을 한 제갈무용이 강무진을 부르며 속력을 높였다.
“강 형!”
제갈산이나 제갈강 등은 선두에서 비슷하게 달리다가 제갈무용이 갑자기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가자 모두 흠칫 놀랐다. 특히나 제갈강은 더욱 놀라움이 가득했다.
‘저놈. 아직까지 저렇게까지 여유가 있었단 말인가?’
제갈강은 지금 이곳에서 제갈산을 제외하고는 무공이 가장 강했다. 그런데도 전력을 다해 경공을 펼쳐야 겨우 숙부인 제갈산의 뒤를 따라갈 정도였는데, 제갈무용은 그런 자신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제갈산의 앞을 거침없이 치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강 형! 내가 돕겠소.”
강무진은 제갈무용이 바짝 다가오며 그렇게 말하자 곧 그의 등 뒤로 올라타며 말했다.
“부탁하겠소.”
그렇게 강무진이 제갈무용에게 업히자 뒤에서 그걸 보고 있는 제갈산은 기가 막혔다. 패왕이라는 작자가 어떻게 남의 등에 업혀서 간단 말인가? 저렇게 경공이 형편없는데 과연 그가 정말 그 소문의 패왕이란 말인가?
저러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나았다. 가도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제갈산만이 아니었다. 제갈산의 뒤에서 달리고 있는 제갈무한이나 제갈용화 등 대부분의 제갈세가 사람들이 그 같은 생각을 했다.
“크하하하하!”
다 쓰러져 가는 사당이었다. 너무 깜깜한 밤에 그런 사당에 있자니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곳에서 광마는 하은연을 휙 던졌다. 그곳에는 짚이 조금 쌓여 있었다.
“크크크. 너를 맛보려고 내가 미리 준비를 해놓았지.”
광마가 하은연의 몸을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런 광마의 눈을 피하지 않고 하은연은 눈으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광마가 잠시 그런 하은연을 유심히 보다가 말했다.
“응? 오오……. 그렇지. 말하고 싶구나. 비명을 지르고 싶지? 그래. 크크크. 나도 네 작은 입에서 나오는 그 앙증맞은 소리가 듣고 싶다. 크헤헤헤.”
광마가 보기 싫은 웃음을 지으며 하은연의 아혈을 풀었다. 그러자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목소리가 나왔다.
“야, 이 미친 뚱돼지야!”
하은연의 첫마디는 그것이었다. 광마는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거친 말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하은연은 귀한 집에서 예의 바르게 자라온 여인이 아니었다. 뒷골목에서 온갖 거친 일을 하는 하오문 출신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저 정도 욕은 당연했다.
“당장에 날 풀어줘! 네놈을 몽둥이질해서 돼지 멱따는 소리를 들어야겠다.”
그때였다. 갑자기 광마가 미친 듯이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
그렇게 웃던 광마가 옷을 벗으면서 말했다.
“그래. 더 욕해라, 더. 크크크. 너 같은 아이는 처음이구나. 어서 더 날 욕해라. 응? 어서…….”
하은연은 광기에 물들어서 변태 같은 눈을 하고 옷을 벗는 광마를 보면서 전신에 소름이 싹 돋는 것을 느꼈다.
“이, 이… 이 개자식아!”
그렇게 하은연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을 때, 강무진은 여전히 제갈무용의 등에 업혀서 가고 있었다.
“왼쪽! 그대로 쭉 가면 되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자 제갈무용이 급히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제갈산은 속으로 약간 놀라고 있었다. 그것은 강무진 때문이 아니라 제갈무용 때문이었다. 제갈무용은 강무진을 업고 달리면서도 그 속도가 전혀 줄지 않았다. 여전히 제갈산보다 앞에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놈. 그사이에 또 무공이 몰라보게 진보를 했구나.’
제갈산은 속으로 뿌듯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저리 무공이 뛰어나면 뭐 하나?
머리가 떨어지는 것을…….
이에 한숨을 쉬며 자신의 뒤를 간신히 따라오고 있는 제갈무한이나 제갈강 등을 바라봤다.
‘쯧쯧, 무용이 놈의 반만이라도 되면 좋으련만……. 그나저나 이렇게 간다 해도 과연 피해 없이 광마를 잡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군.’
아까 잠시 손을 나눠본 제갈산은 광마가 얼마나 강한지 실감할 수가 있었다. 솔직히 여기 있는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모두 덤벼도 그의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광마를 보고 못 본 척할 수도 없었다.
이에 일단 따라나서기는 했지만, 피해 없이 그를 잡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는 했지만 과연 인근에 세가의 사람들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왕이후라고 했던가? 그는 안 오는가?’
제갈산은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도움은커녕 지금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강무진보다는 왕이후가 훨씬 도움이 되리라 여겼던 것이다. 풍수개를 잡을 정도면 분명 뭔가 도움이 되도 될 일이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따라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앞에서 제갈무용의 등에 업혀 있던 강무진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저 사당이오!”
“알았소!”
제갈무용이 그렇게 말하면서 속력을 더 높이자 놀랍게도 뒤쫓아 가던 제갈산을 비롯한 제갈세가의 사람들을 완전히 따돌리며 나아갔다.
‘헛! 뭐야? 무용이의 경공이 저 정도였단 말인가?’
제갈산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제갈무용이 공중으로 높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강무진의 손을 잡고 몸을 한 바퀴 돌리며 그 힘을 이용해 강무진을 힘껏 던지며 외쳤다.
“가시오!”
“흐아아앗!”
콰콰콰쾅!
강무진이 힘찬 기합을 지르며 사당의 지붕을 부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하은연이 발가벗은 채로 누워 있고 그녀에게 옷을 벗고 다가가는 광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강무진은 그런 광마에게 떨어져 내리며 양손을 깍지 껴서 잡고 힘껏 내려쳤다.
광마는 뒤따라오던 자들과 충분히 거리를 벌려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 여유는 없지만 하은연을 잠깐 살짝 맛볼 시간은 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설마 이렇게 빨리 따라잡힐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하은연이 여태까지 자신에게 당한 소녀들과는 다르게 생각지도 않게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욕을 하자 그 재미에 흥분이 더해져서 강무진이나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기척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광마가 뒤늦게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강무진이 지붕을 부수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퍼억!
“크악!”
강무진에게 제대로 얻어맞은 광마가 땅을 몇 바퀴나 구르면서 나가떨어졌다.
“아! 강 오라버니!”
하은연은 강무진이 나타나자 기쁨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강무진은 그런 하은연을 보고 재빨리 상의를 벗어 그녀의 몸을 가리며 안아 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강무진의 가슴을 때리면서 말했다.
“왜 이제야 왔어. 얼마나 무서웠다고……. 흑…….”
아무리 강한 척하며 광마에게 욕을 퍼붓고 했어도 결국 그녀도 여자였다. 그런 변태 같은 인간한테 당하려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못 느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강무진은 울먹이고 있는 하은연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늦어서 미안해. 이제 괜찮아. 이제는 내가 있잖아.”
그렇게 강무진이 하은연을 달래며 사당 밖으로 나오자 제갈무용을 비롯한 제갈산 등이 사당 앞에서 잔뜩 긴장한 채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강무진은 그들 중 제갈무용에게 다가가 말했다.
“제갈 형, 하 누이를 부탁하오.”
강무진이 제갈무용에게 하은연을 건네자 제갈무용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들었다.
“걱정 마시오.”
옆에서 그걸 보고 있던 제갈산은 정말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 한 명이라도 더 힘을 보태서 같이 싸워야 할 상황에 제갈무용 같은 고수에게 여자를 맡기면 어쩌자는 말인가?
그건 제갈무용의 발을 묶어놓고 뒤로 빠지게 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제갈산이 그렇게 답답해하며 나서서 한마디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강무진은 불안해하는 하은연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 후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이 무섭게 변하면서 온몸에서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뭐라도 태워버릴 것 같은 화기가 일렁거리기 시작하자 가까이서 그것을 느낀 제갈산은 놀라움에 아무 말도 못 했던 것이다.
그때 사당에서 광마가 검을 쥐고 뛰쳐나와 표효를 했다.
“크아아아악! 이 자식들, 모두 껍질을 벗겨버리겠다!”
광마는 상당히 뚱뚱한 체형이었다. 그런데 상의를 벗은 상태에서 얇은 검을 들고 그렇게 외치니 그 꼴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웃지 못했다. 상대가 광마였고, 그가 뿜어내는 광기와 살의(殺意)가 무시무시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강무진만은 그렇지 않았다.
광마가 그렇게 외치자 강무진이 무서운 얼굴로 그에게 소리쳤다.
“닥쳐!”
웅후한 내공이 실린 외침이 사방을 쩌렁쩌렁하니 울렸다. 그 여파에 제갈세가의 몇몇 사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귀를 막을 정도였다.
“이 자식! 내 즐거움을 방해한 너부터 당장에 죽여주마!”
광마가 그렇게 외치면서 강무진을 향해 한걸음에 다가가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건 말건 강무진은 손을 옆구리에 대고 힘을 모으며 다가오는 광마를 기다렸다. 그리고 광마의 검이 자신의 가슴을 찌르자 그때서야 힘껏 장을 뻗어냈다.
화아아악!
강무진이 뻗어내는 장을 따라 화룡이 타고 나가 광마의 몸을 삼키려 들었다.
광마는 자신의 공격은 무시한 채 강무진이 그런 공격을 해오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강무진이 틈을 주지 않고 따라붙으며 양손을 쫙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100여 개의 암기가 광마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단순히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중 일부는 큰 원을 그리며 광마의 뒤로 날아가 그의 퇴로(退路)를 막고 있었다.
“크아아앗!”
까까까깡!
뒤로 피할 수가 없게 된 광마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사방에서 날아드는 암기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그때 앞에서 뜨거운 기운이 확 몰려오자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콰콰콰쾅!
“크아악!”
광마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런 광마를 강무진의 몸에서 뿜어진 화룡이 쫓고 있었다. 광마는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며 검을 휘둘러 그런 화룡의 기운을 간신히 상쇄시켰다.
그때였다.
그 뜨거운 화룡의 기운 사이에서 강무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한껏 주먹을 뒤로 젖힌 상태였다. 그리고 강무진이 주먹을 뻗는 순간!
광마는 의식이 끊겼다. 그의 몸이 산산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콰아아앙!
“으아아아악!”
순식간이었다. 불과 10초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대단하다던, 무림에서 절대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꼽히는 인간백정 광마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랬다. 흔적도 없었다. 도대체 어떤 무공이기에 사람을 저렇게 만들 수가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