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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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88화
188화
그 말을 끝으로 강무진은 그대로 객잔을 나갔다. 그러자 남아 있는 소마방 사람들은 모두 멍한 모습이었다.
특히 갈삼은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저 방금 강무진이 했던 말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패왕이라면… 설마 그 패왕이란 말인가?’
강무진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끝이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패왕성에 줄을 댄다고 해도 그 이상의 높은 직에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이었다.
급하긴 급했는지 소마방의 방주가 직접 허겁지겁 강무진을 찾아왔다. 아마도 그들도 나름대로 패왕이라 불리는 강무진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강무진이 확실하다는 결론이 났기에 그가 왔으리라.
소마방의 방주는 풍채가 좋은 50대의 사내였는데 웃음이 능글맞은 것이 구소단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성격인 것 같았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소마방의 방주 양 국주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강무진에게 존대를 하며 싹싹하게 굴고 있었다.
“하하. 이렇게 오신 줄도 모르고, 늦게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오. 신경 쓰지 마시오. 당신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 여기 구 련주님을 찾아온 것이니까.”
“그렇군요. 하하. 저기 그런데 대회는 3일 뒤이니 그때까지 제가 모셨으면 합니다만…….”
“흐음, 그것도 좋을 것 같군.”
“아! 그래 주시겠습니까?”
양 국주는 뜻하지 않게 강무진이 단번에 승낙을 하자 기쁜 기색을 보였다. 강무진은 소마방의 뒤를 누가 봐주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가려는 것이었는데 양 국주가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럼 지금 당장 가지.”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그렇게 강무진은 유빙화와 하은연, 그리고 남궁소희만 데리고 양 국주를 따라나섰다.
양 국주는 강무진을 항주에서 제일 좋은 객잔으로 데리고 갔는데, 가면서도 계속 굽실거리며 아부를 했다. 물론 강무진뿐만이 아니라 유빙화와 하은연, 그리고 남궁소희에게까지 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거하게 술자리가 벌어졌다.
강무진은 전과는 다르게 의연한 모습으로 술을 약간씩만 마셨다. 그것을 보고 양 국주는 역시 패왕이라 술도 스스로 자제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강무진은 유빙화가 무서워서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자신이 언제 이런 조그마한 잔으로 술을 마셔봤던가?
술을 마실 때는 사발로 마시거나 병째로 마시던 강무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깔짝깔짝 마시자니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그때와 같은 꼴을 당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그렇게 3일 동안 강무진은 대단한 절제심을 발휘하며 양 국주와 어울렸다. 그동안 소마방의 뒤를 봐주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내려고 했으나 헛일이었다.
양 국주는 갖은 아부를 다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모두 얼버무렸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대회가 열렸다.
“와아아아아!”
수많은 사람들이 빽빽이 몰려들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의 중앙에는 사각형으로 된 커다란 단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에서 시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때가 되자 양 국주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그가 손을 들어 단상 밑의 수많은 사람들을 조용히 시킨 후에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시작된 양 국주의 이야기는 약 1각 정도 계속되었다. 그걸 듣고 있던 사람들은 지루해서 하품을 하며 딴청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다 그가 갑자기 강무진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 오늘 패왕성의 최고수인 패왕 강무진 님께서 왕림을 해주셨습니다. 모시기가 쉽지 않았으나 본인은…….”
양 국주는 말을 교묘하게 꼬아서 강무진과 자신이 친분이 있어 이곳으로 초빙을 한 것으로 들리게끔 말했다.
“그럼 그분을 모시겠습니다.”
한참이나 그렇게 말을 하다가 급기야 강무진을 불러냈다. 강무진은 양 국주가 저렇게까지 말을 해놓으니 안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강무진이 단상 위로 올라가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일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강무진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으나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 당황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흠, 일단 한마디 해야겠군.’
“정정당당히 승부해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기 바랍니다.”
강무진이 내공을 실어서 크게 외치자 그 소리가 사방으로 쩌렁쩌렁하니 울렸다. 단상 아래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그 여파로 귀를 꽉 틀어막아야 했다.
바로 옆에 있던 양 국주도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인상을 찡그린 모습이었다. 하마터면 내상을 입을 뻔했던 것이다.
그렇게 강무진이 한마디 하자 주위가 조용해졌다. 이에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단상을 내려오는데 아까보다 더 커다란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우와아아아!”
“최고다!”
“패앙! 패왕!”
강무진은 멋쩍은 모습으로 자리로 와서 앉았다. 그러자 하은연이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훗! 멋있었어.”
그런 하은연을 보고 강무진도 미소를 지었다.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이제 더 이상 서로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두 사람 다 유빙화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하은연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시합 방식은 간단했다. 단상 아래로 떨어지거나 패배를 인정하면 지는 것이다. 다만 상대를 죽이면 탈락이었다.
대회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차례대로 올라와 싸웠고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그렇게 몇 번의 시합이 끝났을 때였다. 한쪽에서 느긋하게 단상 위로 올라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구소단이었다.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구소단이 올라오자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했다. 이 대회는 소마방에서 주최를 한 것으로 흑마련의 사람이 올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는 흑마련의 련주가 아니던가?
이에 사람들은 뭔가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올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구소단과 시합을 할 사람이 올라왔다. 그제야 사람들은 놀란 기색을 보이며 구소단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소단이오. 잘 부탁하오.”
구소단이 상대를 향해 포권을 취하자 상대도 마주 포권을 취했다.
그리고 시합이 시작되었다.
시합은 딱 한 수에 끝났다. 구소단의 승리였다. 구소단의 손이 검게 변하는가 싶더니 그것을 한 번 휘두르자 상대가 막았음에도 위력에 밀려 단상 아래로 떨어졌던 것이다.
여태까지 몇 번의 시합이 있었지만 이렇게 한 수에 승패가 결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구소단은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양 국주와 강무진을 향해 포권을 하고는 단상을 내려갔다.
그 뒤로도 계속 시합이 열렸고 구소단은 항상 상대를 10초식 안에 단상 아래로 밀어냈다.
결국 네 명의 강자들만이 남게 되었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준결승전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 구소단의 상대로 올라온 상대는 붕대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는 사내였다. 구소단은 상대와 마주 선 순간 이번에는 10초식 안에 이기기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가 뿜어내는 기세가 만만찮았던 것이다.
그때 강무진에게 웬 사내 한 명이 다가가더니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아앗!”
여태까지 기합 한 번 지르지 않았던 구소단이 기합을 지르며 선공을 함으로써 시합이 시작되었다. 구소단의 흑마수가 상대의 어깨를 노리고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상대는 그것을 가볍게 피해내며 주먹을 연이어 네 번이나 질렀다.
퍼퍼퍼퍽!
“흡!”
구소단이 그것을 재빨리 막아내기는 했으나 뼛속까지 충격이 오는 것 같았다. 그만큼 위력이 대단했던 것이다.
‘내 밑이 아니다!’
그랬다. 방금 나누어본 한 수로 보건대 상대의 무공은 절대로 구소단의 아래가 아니었다.
“핫!”
구소단은 손가락 세 개를 갈퀴처럼 구부려서 상대를 잡아갔다. 원래 흑마수는 장법이 아니라 조법이었던 것이다.
상대는 구소단의 흑마수를 몇 번이나 쳐냈으나 구소단의 손은 끈질기게 그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다 드디어 구소단의 손이 상대의 팔목을 잡았다. 그러나 상대 역시 금나술에 일가견이 있는 듯, 너무나 쉽게 그 손을 떨쳐버렸다.
“어딜!”
구소단이 그렇게 외치면서 또다시 손을 놀렸다. 이번에는 팔꿈치였다. 그것을 상대가 팔을 회전시키며 떨쳐버리자 다시 손을 뻗었다.
타타타타탁!
서로 잡고 쳐내기를 순식간에 대여섯 번이나 했다.
단상 아래에서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의 무공에 감탄을 했다.
그러던 순간, 드디어 구소단이 상대의 손목과 어깨를 잡아 챘다. 이에 구소단은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상대는 숨기고 있는 무공이 있었던 것이다.
‘칫! 귀찮군.’
화아아아악!
“헛!”
구소단은 갑자기 상대에게서 뜨거운 화기가 확 번져오자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상대가 바짝 붙어오며 일장을 쭉 뻗었다. 그 일장에 담긴 화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닿지도 않은 구소단의 옷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정도였다.
“저건!”
그의 무공을 보고 강무진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단상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구소단은 이미 상대의 장력을 맞고 뒤로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이에 강무진은 상대를 치기보다는 구소단을 받아 들었다.
“형님!”
강무진이 보니 구소단의 가슴에는 손바닥 하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는데 그 부분이 새까맣게 타들어가 있었다. 분명했다. 이런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무공은 강무진이 알기에 딱 하나밖에 없었다.
“네놈은 누구냐? 누구이기에 열화마결을 알고 있는 거냐?”
강무진의 외침에 상대가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크크크, 예전에도 몇 번 들어본 말이로군. 착각하지 마라. 열화마결이 패왕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뭐?”
“예기치는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네놈부터 죽여야겠군.”
사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소마방의 방주인 양 국주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들었다. 그러자 강무진과 구소단을 따라온 사람들을 소마방 사람들이 에워싸며 무기를 꺼내 들었다.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군.”
강무진의 말에 상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처음부터 이럴 계획은 아니었다. 그런데 네놈이 왔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크큭.”
“마치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말투로군. 누구냐, 넌?”
“잊었나? 하긴 편한 생활을 하느라 잊었을 수도 있겠군.”
사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날 찾나요?”
그때 어디에선가 고운 목소리가 들려오며 늘씬한 미인이 단상으로 올라섰다.
“늦었잖아.”
“미안해요, 사형. 그래도 연락받고 바로 오는 길이에요.”
여인이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을 바라봤다. 강무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다. 그러나 누구인지 선뜻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역시… 나도 모르나 보군. 후훗!”
“대사형은?”
사내의 물음에 여인은 여전히 강무진에게 시선을 떼지 않으며 대답했다.
“이리로 오고 있어요. 조금 있어야 할 거예요.”
“그래? 그럼 그동안 옛날이야기라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