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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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87화
187화
콰아아앙!
“크에에엑!”
아무리 강무진이 금강불괴신공에 의해 몸이 보호되고 있다지만 충격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 한 방에 강무진은 벽을 뚫고 날아가 밖에 있는 정원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설마 유빙화가 저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때 유빙화가 여전히 무표정하게 남궁소희와 하은연을 슬쩍 쳐다봤다.
“히익!”
“……!”
이에 두 사람이 찔끔하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다행히 유빙화는 곧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강무진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뒤이어 아까와 같은 폭음이 들렸다.
콰아아아앙!
예전에는 참뢰항마를 겨우 한 번밖에 펼칠 수 없었던 유빙화였다. 그러나 그동안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는 세 번까지도 펼쳐낼 수가 있었다.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찌해야 할지를 망설였다. 저러다 정말 강무진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에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유빙화를 말리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유빙화가 다시 한 번 참뢰항마를 펼쳐 강무진을 후려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콰아아아앙!
“케에에엑!”
그렇게 참뢰항마를 세 번이나 얻어맞자 강무진도 술기운이 확 달아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달려오던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강무진이 정신 차리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제 강무진이 정신을 차렸으니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녀들의 착각이었다.
강무진은 정신을 차리기는 했으나 몸에 술기운이 아직도 남아 있어 뜻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몸이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이 아닌가?
유빙화가 강무진의 머리를 잡고 앞에 있는 작은 연못으로 끌고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이 마치 시체를 질질 끌고 가는 것 같았다.
유빙화는 강무진을 그리로 끌고 가서 망설임 없이 강무진의 머리를 연못에 처박았다.
첨벙!
“끄륵끄륵…….”
아무리 금강불괴신공을 익혔어도 이렇게 되면 방법이 없었다.
강무진은 숨을 쉬지 못해 손발을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유빙화가 내리누르는 힘은 생각 외로 대단해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 그만둬요!”
보다 못한 하은연과 남궁소희가 달려오며 유빙화를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유빙화가 그 무심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 두 사람은 제자리에 멈칫했다.
‘헉! 위험해.’
아까 펼친 유빙화의 참마항뢰는 하은연이나 남궁소희가 당해낼 수 있는 그런 초식이 아니었다. 격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게다가 저 무표정에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눈은 두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을 주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유빙화가 입을 열었다.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맑은 목소리였다.
“당신들이 내 동생이 될 사람들이군. 이이한테 들었어.”
“도…동생?”
하은연이 되묻자 유빙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동생.”
“…….”
그 순간에 유빙화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녀들의 서열이 결정되어 버렸다. 그러나 사실 유빙화가 강무진은 물론이고 구소단까지 패버릴 때 이미 승패가 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까지도 강무진은 뒷목을 유빙화한테 잡힌 상태로 물에 처박혀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 끝내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유빙화는 강무진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축 늘어지자 그제야 건져내서 옆에다 휙 던져버렸다. 그리고 강무진은 쳐다보지도 않고 하은연과 남궁소희를 보고 말했다.
“챙겨.”
“네, 네.”
두 사람은 얼결에 유빙화가 시키는 대로 강무진을 안아 들었다.
한때 사부조차도 무서워하지 않고 천방지축이던 용보아도 그녀만큼은 두려워했었다. 마치 고양이 앞의 쥐와 같았던 것이다.
그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남궁소희와 하은연이 딱 그 꼴이었다.
항주의 중심가에 단향점(檀香店).
주인이 왜 이런 이름을 내걸었는지는 모르나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 중심가에서 가장 잘나가는 객잔 중 하나였다. 그러하면 당연히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야 하건만, 오늘은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소마방과 흑마련의 중요 인물들이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단향점 제일 높은 층에 수십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중심에는 탁자가 하나 놓여 있고 거기에는 세 사람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쪽에서도 참가를 하시겠다 이 말이오?”
인상이 날카롭고 얼굴에 칼자국이 나 있어 인상이 험악한 사내가 구소단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이자는 소마방의 부방주인 갈삼이라는 사내였다.
그러자 구소단이 앞에 있는 차를 한 모금 홀짝이고는 말했다.
“그렇소.”
“흐음, 그 조건으로 악상정을 돌려주겠다 이 말이오?”
“그렇소.”
구소단이 그렇게 대답하자마자 갈삼이 갑자기 탁자를 내려치며 소리쳤다.
쾅!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오?”
갈삼의 그런 험악한 기세에 양쪽 사람들이 모두 긴장을 했다. 여차하면 서로 검을 뽑아 맞대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구소단은 느긋했다.
갈삼은 그런 구소단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강무진을 바라봤다.
갈삼으로서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흑마련이 패왕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지금 흑마련과 맞설 만한 세력이 있음에도 그들과 전면전을 못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세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패왕성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던 것이다. 그래서 상황을 살피는 한편, 소마방에서도 패왕성과 끈을 대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때까지 소마방에서 정한 정책은 공존(共存)이었다.
흑마련에서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들을 공격해 오지 않으니 그렇게 한 것이 어느 정도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흑마련이 움직였다. 웃긴 것은 그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던 흑마련이 움직인 이유가 겨우 악상정이라는 여인 한 명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마방에서는 흑마련이 그 일로 트집을 잡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패왕성에서 서찰이 왔다. 패왕성의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와 있으니 만나자는 것이었다. 이에 와보니 뜻밖에도 구소단도 와 있었던 것이다. 패왕성에서 왔다는 저 어벙해 보이는 놈과 함께 말이다.
그랬다. 갈삼이 보기에 강무진은 애송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이도 젊고 풍기는 기세도 없다. 전혀 고수 같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갈삼은 그가 패왕성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나 구소단이 꼼수를 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여겼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 쓸어버리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걸리는 것이 있었다.
첫째가 강무진의 뒤에 서 있는 여인들 중에 냉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유빙화였다. 그녀에 대해서는 자신도 들은 것이 있었다. 그녀는 절강성 최고의 고수인 구해신니의 제자로 무공이 상당했던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구소단과 패왕성에서 왔다는 애송이의 반응이었다. 자신이 자꾸 화를 내고 신경을 건드려도 두 사람은 이상하리만치 너무나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한번 해보려면 해봐라 하는 것 같아 갈삼은 갈등이 되었던 것이다.
“패왕성에서도 이 일에 동조를 하는 것이오?”
갈삼이 강무진을 향해 그렇게 묻자 강무진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들려왔다.
“아니오. 패왕성에서는 이런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오. 나는 그냥 모두 쓸어버릴 생각이었소. 그런데 여기 계신 련주님이 굳이 피를 보기를 원하지 않아서 이러고 있는 거요.”
강무진의 말이 끝나자 갈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금방이라도 그에게 덤벼들듯이 소리쳤다.
“이,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
갈삼의 그 같은 행동에 양쪽의 호위를 위해 왔던 무사들이 다시 바짝 긴장을 했다.
그때 강무진이 손 하나를 가만히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그 손이 천천히 탁자를 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치이이이익!
나무가 타들어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을 보고 있던 갈삼의 눈빛이 바뀌었다. 애송이인 줄만 알았는데 뜻밖에도 고수였던 것이다.
“너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강무진이 갈삼을 향해 낮고 조용하게 물었다.
사실 저렇게 탁자에 손도장을 찍는 것은 갈삼도 충분히 할 수가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강무진처럼 말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강무진의 무공이 자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잠시나마 느껴지는 저 뜨거운 기운에 대해서는 갈삼도 들은 것이 있었다.
열화마결!
패왕성의 사대비기 중 하나로 패왕성 내에서도 상층에 있는 사람만이 익힐 수 있는 것이었다.
“소마방이라고 했나?”
강무진의 말투는 이제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것은 갈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그렇소.”
“요즘 세력을 좀 불렸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군. 나 혼자 왔기에 이러고 있지 안 그랬으면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을 것이다. 소마방 따위는 1각이면 충분하지.”
오만한 말이었으나 당연한 말이기도 했다. 이에 갈삼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자꾸 떠들지 말고 결정만 해. 할래? 말래?”
강무진의 말에 갈삼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우선 시, 시간을 좀… 방주님에게…….”
그러나 갈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무진이 뒤쪽에 있는 하은연을 보며 말했다.
“협상결렬이다. 패왕성에 연락해. 날랜 놈들로 만 명만 보내라고 해.”
“네.”
강무진의 말에 하은연이 짧게 대답을 하고 객잔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갈삼이 놀라서 급하게 소리쳤다.
“자, 잠깐 기다리시오, 소저!”
“뭐죠?”
하은연이 멈춰 서서 갈삼을 바라보자 그가 강무진을 보면서 말했다.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주시오. 방주님의 의향을 들을…….”
“웃기는군. 네가 이곳에 나왔다는 것은 이미 너한테 결정권이 주어졌다는 것 아닌가? 아니면 패왕성에서 정식으로 연락을 했는데도 그것을 무시한 것인가? 그렇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패왕성에서는 눈에 거슬리는 것은 일단 치워두는 주의야. 더 크기 전에 미리 밟아버리는 거지. 그랬기에 지금의 패왕성이 있는 거다. 어쨌든 좋아. 그럼 저녁때까지 답을 가지고 와.”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고는 할 말 다 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소마방의 무사들이 길을 열지 않았다. 이에 강무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화아아아악!
“으아아앗!”
“헉!”
강무진이 열화마결을 끌어올리자 그의 몸에서 뜨거운 화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러자 일순간 객잔 내의 공기가 후끈해졌다. 강무진의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그 같은 뜨거운 기운에 기겁을 하며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그것을 보고 갈삼이 재빨리 소리쳤다.
“뭣 하는 짓이냐? 어서 길을 열어 드려?”
그러나 이미 강무진의 기운을 피해 모두들 물러난 상태였다.
“잊지 마라. 저녁때까지다.”
“자, 잠시만…….”
“아직도 할 말이 있나?”
“저기… 누구신지 이름이라도…….”
“패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