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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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6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84화
184화
“련주님께서 자세히 이야기해 줄 겁니다. 그런데 정말 강 대협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련주님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
강무진은 일단 구소단을 만나면 의문이 모두 풀릴 것이라 여기며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남궁소희와 하은연은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이 싸울 때가 아니라 여겼는지 조용히 강무진의 뒤를 따랐다.
봉작은 강무진 일행을 장원의 중앙에 있는 커다란 건물의 대청으로 안내했다.
그곳으로 들어가 보니 구소단이 한 여인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인은 구소단보다 조금 어려 보였는데 굉장히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련주님, 강 대협이 오셨습니다.”
“뭐?”
구소단은 강무진을 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가며 강무진을 반겼다.
“하하하하. 아우!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인가 그래? 하하하하.”
“죄송합니다, 형님.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아닐세. 아니야. 하하하. 자, 이리로 앉게나. 응? 그런데 저 두 분의 소저는 누구인가?”
“네. 이쪽은 하 소저고 저기는 남궁 소저입니다. 같은 일행입니다.”
강무진이 하은연과 남궁소희를 소개시키자 그녀들이 동시에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어요. 하은연이라고 해요.”
“저는 남궁소희라고 해요.”
그 순간, 서로 살짝 째려보며 불이 튀었다. 그러나 곧 두 사람 다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것을 보고 구소단이 조금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강무진을 바라봤다. 강무진은 아주 난처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오호… 그런 거로군. 큭큭!’
세 사람의 행동에서 구소단은 단번에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
“자자, 두 분 소저도 이쪽으로 앉으시오. 아우도 이쪽으로 오게나.”
구소단이 그렇게 자리를 권하다가 그제야 이야기를 나누던 여인이 생각났는지 강무진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여기는 금검문(金劒門)의 악 소저일세.”
금검문은 이곳 항주에 있는 군소문파 중의 하나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무진입니다.”
강무진이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하자 그녀도 무릎을 살짝 굽히며 예를 취했다.
“악상정이라고 해요.”
그렇게 서로 인사가 오가고 모두가 자리에 앉자 강무진이 먼저 구소단에게 물었다.
“형님, 오다가 보니 문 앞에서 사람들이 난리를 치던데 왜 그러는 겁니까?”
“후후, 그렇잖아도 그 이야기를 할 참이었다네. 전에 갑자기 자네가 사라졌다고 어찌나 난리들을 치는지……. 나는 자네가 이렇게 무사할 줄 알고 있었네. 요즘 무림에 자네에 대한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오더군. 하하하. 그나저나 패왕성에서 설마 아우를 보낼 줄은 몰랐구먼.”
“예?”
아까 봉작도 구소단과 같은 말을 했었다. 하지만 강무진은 자의로 온 것이지 패왕성에서 보내서 온 것이 아니었다. 이에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뭔가 오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소림사에 갔다가 형님이 생각나서 온 것입니다.”
“응? 그럼 패왕성에서 연락을 받고 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
“예.”
“하하, 그랬군. 어쨌든 잘 왔네. 잘 왔어.”
구소단이 그렇게 말하면서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뜸을 들이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에 말일세. 이곳 항주에 소마방이라는 문파가 하나 생겼다네. 처음에는 그 세력이 미비하기 때문에 크게 상관을 하지 않았지. 그런데 날이 갈수록 세력을 늘려가더니 급기야 본 련에 시비를 걸기 시작하더군. 그러나 나는 쓸데없는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네. 그래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는데 갑자기 이들의 세력이 확 불어난 걸세.”
“누가 뒤를 봐주고 있는 모양이군요.”
하은연이 구소단의 말을 듣다가 단번에 상황을 짚어냈다. 그러자 구소단이 웃으면서 말했다.
“맞소.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요.”
구소단은 목이 타는지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아주 어이가 없는 일이 하나 생긴 걸세.”
구소단이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이며 말하다가 나중에는 악상정을 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소마방은 떠돌이 세력 말고도 항주에 있는 군소방파들이 모두 모인 하나의 연합체이네. 그들이 모여서 친목을 다지기 위해 대회를 열기로 했다는군. 그런데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사람에게 여기 악 소저를 선물로 준다지 않는가?”
“에?”
강무진이나 하은연, 그리고 남궁소희는 구소단이 하는 뜻밖의 말에 놀라서 악상정을 바라봤다.
악상정은 자신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마치 남의 일 인 양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악 소저는 아까 금검문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금검문에서 그 일을 알고 가만히 있었습니까?”
“흐음……. 금검문의 대부분 세력들은 모두 소마방에 흡수 되어버린 지 오래네. 믿을 만한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지.”
“그렇군요.”
“흥! 내가 몰랐다면 모를까, 알면서도 어떻게 그런 일을 그냥 보고 있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을 풀어 악 소저를 여기로 데려온 걸세. 그랬더니 소마방에서 악 소저를 내놓으라고 저리 난리를 치는 걸세. 하지만 우리와 정면대결을 벌일 수 없어 저리하고만 있는 거지. 겁쟁이 같은 놈들!”
구소단이 자신감 있게 크게 소리쳤다.
강무진은 그런 구소단을 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분명 자신이 아는 구소단은 저런 성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굳이 구소단의 성품을 말하자면 능구렁이나 왕너구리 정도가 딱이었다.
절대로 여자 하나를 보호하고자 저리 소리치고 무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강무진은 악상정을 유심히 바라봤다.
아름다웠다.
적영령이나 주소예와는 다른 그런 아름다움이 있었다. 요염함이 가득한데도 천해 보이지 않았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쳐다보게 만드는 그런 여인이었다.
‘흐음, 그렇군. 하긴, 형님도 이제 가정을 이룰 때가 되었지. 아니, 조금은 늦은 건가? 훗!’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구소단을 향해 물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대로 그냥 버티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흐음, 그것이 문제일세. 사실 저들이 우리와의 전면전을 바라지 않듯이 우리 역시 마찬가지일세. 그래서 패왕성에 도움을 청한 것일세. 패왕성에서 중재를 해줬으면 해서였지. 그런데 뜻하지 않게 자네가 왔으니 이제 일이 다 해결된 거나 다름없네. 하하하.”
“끙. 오랜만에 형님하고 진탕 술타령이나 하려고 했더니 잠시 미루어야겠군요.”
“응? 하하하하! 그게 무슨 말인가?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그간 못 나눈 이야기로 밤을 새워야 하지 않겠나? 여기 이렇게 아름다운 소저들도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야 그렇지요. 하하.”
강무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하은연과 남궁소희를 바라봤다. 그녀들은 크게 드러내지는 않고 있었지만 여전히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저런 상태에서 술자리가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그냥 편하게 생각해 버리는 강무진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초저녁부터 시작된 술자리는 밤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서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얌전하게 술잔이 오갔다. 그때까지는 하은연과 남궁소희도 별일이 없었다. 그저 가끔씩 술잔을 받으며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구소단과 강무진이 누구인가?
술 먹고 취하면 설사 황제라도 못 알아보는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먹은 술의 양이 늘어나자 구소단과 강무진의 본색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밤이 깊었을 때는 완전히 개가 되어 있었다.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그런 강무진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특히나 하은연은 더했다. 자신은 그동안 강무진에 대한 것을 거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술 취하면 이렇게 되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신기한 것은 악상정의 반응이었다. 그녀는 취해서 날뛰는 구소단과 강무진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몰아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강무진은 심한 갈증에 뜨기 싫은 눈을 억지로 떴다. 그러자 양쪽 팔에 묵직하니 뭔가 얹어져 있었다. 한쪽은 하은연이었고 다른 쪽은 남궁소희였다. 두 사람이 강무진에게 꼭 붙어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
강무진은 언젠간 한 번 이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사실 예전에 황보세가의 황보란, 황보린 자매와 이랬던 적이 있었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너무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강무진이 팔을 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으음…….”
하은연이 신음을 내다가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놀랍게도 남궁소희도 같이 눈을 떴다.
두 사람은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서로를 바라봤다. 그때까지도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러다 중간에서 멍한 얼굴로 상의는 다 벗고 바지만 헐렁하니 입은 채 손을 바지춤에 넣어 어딘가를 벅벅 긁는 강무진을 보고 남궁소희가 먼저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악!”
“응?”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남궁소희가 얼결에 일장을 후려치자 강무진의 얼굴이 휙 돌아가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러자 하은연이 놀라서 강무진에게 달려갔다.
“오라버니! 괜찮아요? 오라버니!”
강무진은 그렇잖아도 숙취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남궁소희가 한 방 날리자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상태였다.
하은연은 강무진을 아무리 흔들어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자 남궁소희를 홱 째려보며 소리쳤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무… 무슨…….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죠?”
“뭐야? 지금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흥! 또 괜한 트집 잡지 말아요?”
“뭐? 더 이상 못 참아!”
하은연이 그렇게 외치면서 남궁소희의 어깨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남궁소희가 재빨리 피하면서 하은연이 내민 팔을 잡았다.
하은연이 그것을 쳐내고 다시 손을 뻗어 이번에는 남궁소희의 머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남궁소희도 만만치 않았다. 그 손을 잡아서 오히려 꺾으려고 했던 것이다.
타타타타탁!
하은연은 남궁소희를 잡아서 무릎 꿇릴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금나술만 펼치니 남궁소희도 그에 맞서 금나술을 펼쳤다.
이에 서로 잡고 잡기 위해 손이 수도 없이 엉키며 오고 갔다.
원래 무공은 하은연보다 남궁소희가 더 나았다. 하지만 경험은 하은연이 더 풍부했기 때문에 둘은 호각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은연이 뒤로 물러나다가 엎어져 정신을 잃고 있는 강무진에게 발이 걸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남궁소희가 달려들었다.
“흥! 어딜!”
하은연이 그렇게 외치면서 자신의 발밑에 있는 강무진을 힘껏 밀어 찼다. 그러자 강무진이 주르륵 밀려가면서 남궁소희의 발에 걸렸다.
“어마!”
남궁소희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하는 사이에 하은연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때 남궁소희가 앞으로 구르면서 강무진을 잡아 일으켜 하은연에게 밀어버렸다.
그러자 하은연은 망설이지 않고 강무진을 한주먹에 쳐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