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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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83화
183화
생각지도 못하게 남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남궁소희가 강무진과 관계를 만들어서 온 것이다. 자신은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지만 나여원이 보기에는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남궁소희는 세가로 돌아온 후 조금 이상해졌었다. 혼자서 멍하니 있다가 킥킥거리며 웃기도 했고, 밤에는 이유 없이 울기도 했다.
나여원은 남궁소희의 그런 모습을 보고 단번에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에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뜻밖에도 강무진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조금 더 깊이 있게 물어보니 어쩔 수 없이 남궁소희가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강무진과 함께 광인도 풍수개에게 쫓겼던 일과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몸으로 강무진의 몸을 녹여주었던 일, 그리고 패왕성에 갔던 일까지 모두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남궁소희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나여원은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여원이 판단하기에 남궁소희는 강무진에게 줄 것만 주고 하나도 받아 오지를 못했던 것이다. 역시 남자에 대해서는 순진했던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에 처했던 것이 남궁소희가 아니라 언니인 남궁혜인이었다면 벌써 강무진을 완전히 사로잡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강무진이 발을 빼지 못하게 뭔가 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남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남궁소희라 그냥 그대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남궁종상이 돌아와서 강무진의 이야기를 하자 나여원은 절대로 그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사람들을 풀어서 강무진을 찾게 하는 한편, 그를 감시하게 했다. 그러다 강무진이 안휘성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자 당장에 남궁종상과 남궁소희를 데리고 길을 나섰던 것이다.
남궁소희는 강무진을 만나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같이 많았다. 그런데 옆에 여우 같은 하은연이 딱 붙어 있으니 뭐라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은연은 그런 남궁소희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 은근히 서로 이야기를 하는 등 강무진과 자신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나여원은 웃으면서 그러한 것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드디어 나여원이 입을 열었다.
“강 소협, 괜찮다면 본가에 잠시 들렀다 가는 것이 어때요?”
“예?”
나여원의 갑작스러운 말에 강무진이 당황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실은 소희에게서 그간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어요. 그건 어미로서 자식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강 소협에게도 책임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나요?”
나여원의 말에 강무진은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나영원의 옆에 있는 남궁소희를 보자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제야 강무진은 나여원이 그때 있었던 일들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모두 보인 것도 모자라 그때 강무진과 입을 맞추지 않았던가?
만약 그때 제갈무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아! 그… 그게…….”
강무진은 갑자기 일이 뜻하지 않게 돌아가자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는 하은연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가 새침한 표정으로 강무진을 쏘아보다가 홱 고개를 돌려버렸다. 알아서 하라는 뜻이었다.
이에 강무진은 난처하기 짝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도 남궁소희보다는 하은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깊어 조심스럽게 나여원에게 말했다.
“저기… 지금은 일이 있어 절강성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러니 나중에 패왕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강무진은 일단 시간을 좀 두고 하은연에게 잘 이야기를 한 후에 대책을 세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혜낭이라 불리는 나여원이 그러한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아요. 하지만 절강성에 가는 일이 그리 급하지가 않아 보이니 잠시 본가에 들러도 괜찮을 것 같군요.”
“그… 그게…….”
강무진이 어떻게 대답을 못 하고 있자 옆에 있던 하은연이 대신 말했다.
“절강성에는 일이 급해서 가는 길이에요. 그러니 오라버니 말대로 남궁세가에는 나중에 갈게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으나 하은연은 절대로 남궁세가로 갈 생각이 없었다. 물론 강무진도 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여원은 하은연의 말에서 그것을 단번에 짐작하고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때요?”
“네, 말씀하십시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자 나여원이 남궁소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절강성의 일이 급하다고 하니 우리 소희도 데리고 가세요. 그리고 오면서 같이 본가에 들르면 되겠군요.”
“에?”
“어머니!”
나여원의 말에 강무진과 남궁소희가 동시에 놀란 얼굴을 했다.
하은연도 이것만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설마 그것도 안 된다고 하지는 않겠지요? 나는 강 소협이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라 믿어요.”
강무진은 나여원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자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무진의 대답에 남궁소희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비해 하은연은 완전히 강무진을 안 볼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여원은 남궁소희가 강무진을 따라 떠나기 전에 살짝 불러서 단단히 주의를 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사람을 잡아야 한다. 절대로 망설이지 말고, 그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해주어라. 설사 몸을 원한다고 해도 망설이면 안 된다.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
보통의 어머니가 딸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남궁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 후로 절강성에 도착할 때까지 강무진은 한시도 편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남궁소희가 하은연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했었다. 보기에는 하은연이 어려 보였으나 나이가 남궁소희보다 많은 데다 그런 만큼 여러모로 경험이 많아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하은연이 강무진을 계속 냉랭하게 대하자 이때가 기회라고 여기고는 강무진에게 살갑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은연이 남궁소희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강무진에게는 찬바람이 휭휭 불 정도로 차갑게 대했다.
그러다 보니 남궁소희도 조금씩 하은연에게 맞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더 시간이 흐르자 이제는 서로 대놓고 으르렁거렸다. 사사건건 시간만 나면 서로 싸우면서 티격태격하니 중간에 껴 있는 강무진으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강무진이 두 사람의 관계를 좋게 하려고 몇 번이나 어르고 달래보았으나 모두 소용없는 짓이었다. 두 사람은 오히려 그런 강무진을 보고 상대를 두둔한다고 하면서 나무랐다. 그러니 방법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가는 수밖에…….
그러다 보니 절강성으로 가는 길이 갈수록 늦어졌고 결국 예상보다 한 달이나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절강성에 도착하자마자 강무진은 구소단이 머무는 장원으로 찾아갔다.
장원의 긴 담장을 따라가자 예전에 황삼위와 함께 한밤중에 월담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황삼위…….’
갑자기 황삼위가 생각나자 강무진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뒤이어 막평, 강달무 등을 비롯해서 자신을 살리려고 죽어간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쳇!’
그대로 더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 강무진은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걸었다.
그런 강무진의 기분을 전혀 모르고 남궁소희와 하은연은 그때까지도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그러자 강무진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꽥 질렀다.
“조용히 좀 해!”
두 사람은 갑자기 강무진이 그렇게 소리치자 모두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하은연도 같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뭘 잘했다고 나한테 소리쳐?”
그걸 보고 남궁소희가 다시 하은연에게 소리쳤다.
“왜 오라버니한테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네가 무슨 상관이야?”
“왜 상관이 없어요?”
그렇게 두 사람의 으르렁거림이 다시 시작되자 강무진은 머리가 아파왔다.
“끙!”
강무진이 짜증을 참으며 장원의 정문에 도착했을 때였다. 수많은 무사들이 그곳을 꽉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무기를 뽑아 들고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장원의 문을 부수고 쳐들어갈 기세였다.
장원 앞에서는 겨우 네 명이서 그들을 막아서고 있었는데 모두 강무진이 아는 얼굴들이었다.
그들은 구소단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봉작과 흑마삼귀였던 것이다.
“빨리 구소단을 불러와라!”
“지금 련주님은 안 계십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당장 나오지 않으면 모두 쓸어버리겠다!”
사람들이 그렇게 소리치자 흑마삼귀가 나서며 소리쳤다.
“흥! 누가 감히 본 련에 대항하겠다는 건가?”
“우리 소마방을 무시하지 마시오!”
“맞소! 흑마련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지만 본 방을 무시할 순 없다!”
“맞소이다! 그냥 힘으로 밀고 들어갑시다!”
강무진이 잠시 있으면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봤으나 도대체 원인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형님을 만나봐야겠군.’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들은 갑자기 뒤에서 강무진이 밀면서 앞으로 나아가자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강무진을 보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자신들과 같은 일행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문 앞에 도착한 강무진은 먼저 흑마삼귀를 보며 포권을 취했다.
“오랜만입니다, 세 분.”
“응?”
“누구인가?”
흑마삼귀는 오랜만에 강무진을 보자 선뜻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때 봉작이 강무진을 단번에 알아보고 반가운 기색으로 소리쳤다.
“앗! 강 대협! 강 대협 아니십니까?”
“하하. 오랜만입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정말 오랜만이군요. 하하. 정말 제때에 오셨습니다.”
“네?”
강무진이 무슨 말인지 몰라 멈칫하고 있는데 그제야 강무진을 알아본 흑마삼귀도 반가운 듯이 말했다.
“이런! 강 대협이었구려. 오랜만에 봐서 몰라봤소이다. 하하.”
“허허. 이거 설마 그대가 올 줄은 몰랐소이다.”
“잘 왔소이다. 잘 왔어.”
봉작과 흑마삼귀가 그렇게 강무진을 반기자 앞에서 흉흉한 기세로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강무진이 자신들과 한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뭐냐?”
“어딜 함부로 들어간단 말이냐?”
“꺼져라!”
사람들이 그렇게 소리쳤으나 봉작은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리면서 강무진에게 말했다.
“자자,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련주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뭐야? 구소단이 있지 않은가?”
“당장에 구소단을 불러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쓸어버리겠다.”
사람들이 봉작이 강무진에게 하는 말을 듣고 구소단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건 말건 봉작은 흑마삼귀에게 뒤를 맡기고 자신은 앞장서서 강무진을 안으로 안내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들이 왜 저러는 겁니까?”
강무진이 그렇게 묻자 봉작이 걸음을 재촉하면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