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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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82화
182화
“훗!”
그때 유소호와 유양천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부두목!”
유소호가 먼저 강무진을 부르며 그의 품에 안겼다. 그러자 강무진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뒤로 벌렁 넘어가 버렸다.
“아야! 이 녀석 그동안 힘이 많이 세졌는걸.”
“보고 싶었어요.”
“하하, 그래. 나도 보고 싶었어.”
강무진이 유소호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그것을 보고 유양천은 강무진과 유소호 사이가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유소호가 저렇게 행동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강무진이 왜 그렇게 유소호와 유무화의 일에 대해 자신에게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면서 열을 올렸는지 이해가 되었다.
‘허허, 그랬었군. 그랬었어.’
“강 소협, 뭐라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때까지만 해도 유양천은 강무진에게 하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말투가 온화하게 바뀌어 있었다.
“아! 아닙니다. 하하. 유소호는 제 부하인걸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지, 유소호?”
“응!”
“어쨌든 덕분에 위기도 모면하고 일이 잘 해결되었군. 고맙네.”
“아닙니다. 휴… 이제 소림사로 돌아가죠. 난 힘들어서 못 움직이겠으니 왕 사제가 좀 업어.”
“네? 제가요?”
“그래. 그럼 너 말고 누가 있어?”
“쩝! 까짓것 알겠습니다. 천하제일의 고수를 지금 업어보지 언제 또 업어보겠습니까? 업히십시오.”
왕이후가 그렇게 말하며 쭈그리고 앉아 강무진에게 등을 보이자 모두가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모두가 헤어지다>
“두목! 두목!”
한쪽에서 들려오는 유소호의 목소리에 한가하게 햇볕을 쬐고 있던 강무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유소호가 유무화와 함께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유소호는 이제 여자 옷을 입지 않고 사내아이들이 입는 옷을 입고 있었다.
모든 게 밝혀지고 정리가 된 이상 굳이 여장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무슨 일이야?”
“아버님이 찾아요.”
“나를?”
“그래요. 빨리 가요.”
“그래. 가보자.”
강무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었다. 그리고 유소호의 재촉을 받으며 유양천이 묵고 있는 그 암자로 갔다.
유양천은 암자 앞에 있는 평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가 강무진이 오는 것을 보고는 자리를 권했다.
“이쪽으로 앉으시게나.”
“네.”
강무진이 자리에 앉자 유소호와 유무화가 그 옆에 착 달라붙어 앉았다.
유양천이 그 모습을 보고 훈훈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미 유소호로부터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들은 유양천이었다.
“이제 우리는 다시 궁으로 돌아갈까 하네.”
“아! 그렇군요.”
유양천의 말에 강무진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이렇게 가면 당분간 유소호와 유무화를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궁을 너무 오래 비워두었지. 해서 말인데…….”
유양천이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뭔가를 꺼내 강무진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작은 상자였는데 그 작은 상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작은 상자를 잡고 있는 유양천의 손 바로 아래 있던 찻잔 속의 물이 순식간에 얼어버렸던 것이다.
“혹시 이건…….”
“그러네. 빙정일세.”
유양천의 말에 강무진이 놀란 기색을 보이며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이 귀한 것을 제가 받을 수는 없습니다.”
“허허, 그게 무슨 말인가? 다른 사람들은 이걸 못 가져가서 안달인데……. 그동안 소호와 무화를 보살펴주고 저번에 날 도와준 대가라고 생각하게나.”
“그… 그래도…….”
“너무 사양하면 내 체면이 좀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어서 받게나.”
유양천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자 강무진이 어쩔 수 없이 빙정을 받았다. 빙정을 받아 들자 손이 굉장히 시렸다. 그 한기가 뼛속까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에 강무진이 내공을 운용하려고 하자 유양천이 말렸다.
“내공을 돌리지 말게나.”
“예?”
강무진이 의아해하며 유양천을 보자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빙정이 뿜어내는 한기에 내공으로 대항을 하면 빙정의 힘이 약해진다네. 더구나 자네는 빙정이 가진 기운과 상극인 화(火)의 기운이 아니던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냥 계속 이대로 들고 다녀야 합니까?”
“그렇지는 않네. 자네가 나처럼 극음의 한기를 지녔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니 그럴 수가 없지. 자 여기에 그것을 넣으면 되네.”
유양천이 그렇게 말하면서 빙정이 담긴 작은 상자가 딱 들어갈 만한 나무로 된 나무상자를 건넸다.
강무진이 그것을 받아서 빙정을 거기에 넣자 신기하게도 빙정의 냉기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하군요.”
“그건 빙정의 기운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 특수하게 제작된 걸세.”
“그렇군요. 그럼 진작에 이걸 주시지는…….”
“하하하하. 빙정의 냉기를 조금이나마 겪어보라고 그런 걸세.”
“아, 예…….”
강무진은 빙정을 일단 받게 되자 이걸 어디다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적영령이 생각났다.
‘그렇지. 영령이의 다리가 아직 안 나았지? 빙정을 가져가서 먹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유양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든 북해에 한번 들르게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언제 출발하십니까?”
“내일 아침에 갈 생각이네.”
“네.”
그때 유소호가 침울한 얼굴로 강무진을 불렀다.
“부두목…….”
“그래. 가거든 강해져야 해. 나보다 더 강해져서 무화도 잘 보살피고.”
“응.”
“나중에 강해져서 중원에 오게 되면 꼭 날 찾아와야 돼. 알았지?”
“응.”
“그래, 그러면 되는 거야.”
고개를 숙이고 대답만 하던 유소호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나게 될지 기약이 없었다.
유소호가 울먹이는 얼굴을 들어 강무진을 보며 소리쳤다.
“부두목, 나 꼭 강해져서 돌아올게.”
강무진은 그 모습을 보고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유양천은 두 아이를 데리고 소림사를 떠나 북해로 향했다. 그것을 강무진 일행과 소림사의 고승들 몇 명이 같이 배웅했다.
그들이 그렇게 떠나자 강무진이 왕이후를 보고 말했다.
“왕 사제도 이제 가봐야지.”
“예, 대사형.”
제갈용화도 이제 세가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왕이후가 같이 가기로 한 것이었다.
“그럼 갔다가 패왕성으로 바로 가겠습니다. 성주님에게는 그리 전해주십시오.”
“그래.”
왕이후가 그렇게 인사를 하자 제갈용화도 강무진과 하은연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강 소협. 그리고 하 소저.”
“나중에 다시 만나는 날이 있을 겁니다.”
“호호. 왕 소협하고 잘되기를 바랄게요.”
하은연이 대놓고 그렇게 말하자 제갈용화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무안해진 왕이후는 먼 산을 보며 괜히 헛기침을 했다.
“험! 험!”
“하하하. 우리도 두 사람의 인연이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겠네.”
공문 대사가 웃으면서 그리 말하자 왕이후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대사님도 참…….”
“어서 출발해.”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대사형도 몸조심하십시오.”
그렇게 왕이후와 제갈용화도 떠나자 강무진이 공문 대사에게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나중에 또 들르겠습니다.”
“아미타불. 언제든 오게나.”
“호호, 저도 또 들를게요.”
하은연도 같이 예를 취하며 인사를 하자 공문 대사가 합장을 하면서 말했다.
“가는 길이 평안하기를…….”
“그럼 이만…….”
그렇게 작별인사를 나눈 강무진과 하은연은 함께 절강성으로 향했다.
강무진은 오랜만에 절강성(浙江省)의 항주(杭州)에 들를 생각이었다. 그곳에 가서 의형제를 맺었던 구소단도 보고 보타문으로 가서 유빙화도 만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급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움직이며 주위의 유명한 곳을 모두 둘러보며 즐겼다.
가는 동안 강무진은 유빙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은연에게 했다. 당연히 화를 낼 줄 알았으나 하은연은 뜻밖에도 미소를 지으며 순순히 유빙화의 존재에 대해 인정을 했다.
“오라버니 같은 남자에게 여자 한 명 없었다면 그게 이상한 거죠. 괜찮아요. 절 버리겠다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던 것이다. 이에 강무진은 하은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절강성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안휘성을 지날 때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두 달이 넘게 걸려 안휘성의 성도인 합비(合肥)에 도착한 강무진과 하은연은 밤이 늦어 객잔 하나를 잡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낯익은 얼굴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남궁세가의 소가주인 남궁종상과 그의 어머니인 나여원, 그리고 여동생인 남궁소희였다.
남궁소희는 강무진을 보자 당장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아! 강 형! 하하. 이런 곳에서 또 보게 되는군요. 반갑습니다.”
“그렇군요. 오랜만입니다.”
강무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하자 남궁종상도 같이 예를 취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강무진이 이번에는 나여원을 보고 예를 취하면서 말하자 나여원이 힐끗 하은연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강 소협이 크게 활약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과찬입니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남궁소희를 바라봤다. 그때까지도 남궁소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니 맺힌 채 강무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오랜만이오, 남궁 소저.”
강무진의 말에 남궁소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조금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자신에게 말을 놓았던 강무진이 이제는 다시 존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강무진의 옆에 있는 하은연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고 남궁소희가 뭐라고 말을 꺼내려는데 눈치 빠른 나여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옆에 계신 소저도 누구인지 소개를 시켜주시겠어요, 강 소협?”
“아! 이쪽은 하 누이… 하 소저입니다. 저하고 같이 절강성으로 가는 길입니다.”
강무진이 자신을 소개하자 하은연이 그들에게 예를 취하며 말했다.
“하은연이에요.”
나여원이 여우라면 하은연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여우였다. 하은연은 벌써 그들이 나타났을 때부터 남궁소희가 강무진과 뭔가 관계가 있다고 짐작을 했다. 강무진의 눈치로 봐서 그것이 그리 대단하지는 않은 것 같았으나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특히 남궁소희가 더욱이 그래 보였다.
“우리도 식사 전인데 괜찮다면 같이 먹는 것이 어떨까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사실 나악태와 남궁종상은 강무진이 설왕은 물론이고 북리대성까지 꺾는 것을 숨어서 모두 지켜봤었다. 그때의 충격이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북리대성은 그렇다 쳐도 설왕은 괴성 나악태까지 이긴 고수였다. 그런데 두 명이 동시에 덤비고도 강무진에게 패했던 것이다.
나악태 역시 그것이 충격이었는지 그 후로 남궁종상을 세가로 보내고 자신은 어딘가로 가버렸다.
남궁종상은 세가로 돌아오자 곧바로 어머니인 나여원에게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걸 끝까지 들은 나여원은 그때 강무진을 놓친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러나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