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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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81화
181화
쩌어어엉!
“흡!”
북리대성이 휘두른 도에는 생각 이상의 위력이 담겨 있었다. 이에 강무진의 몸이 옆으로 주욱 밀려나면서 더 이상 설왕을 향해 붕마도법을 펼칠 수가 없었다.
북리대성은 그렇게 강무진을 밀어내자 곧바로 설왕을 향해 도를 휘둘러갔다. 그는 이 기회에 끝을 보려는 듯 도에 모든 내공을 담아서 휘두르고 있었다. 그 기세에 설왕이 감히 맞서지를 못하고 몸을 피했다.
쉬쉬쉬쉭!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이 연이어 들리며 순식간에 10여 초식이 오갔다.
그때였다.
갑자기 사방을 빽빽이 메우며 어디에선가 수도 없이 많은 각종 암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많은 암기들이 빠르게 날아오는지 마치 폭우가 내리는 것 같았다. 강무진이 가지고 있던 모든 암기를 퍼부어서 천변결을 펼쳤던 것이다.
쏴아아아!
“제길!”
북리대성이 거친 말을 내뱉으며 설왕에게 등을 보이고 날아오는 암기들을 빠르게 쳐내기 시작했다. 피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일일이 모두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설왕은 북리대성이 그렇게 자신의 앞에서 등을 보이는데도 공격하지 않았다. 지금 북리대성을 공격하면 자신은 날아오는 암기에 고슴도치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설왕도 몸을 돌려 북리대성과 등을 맞대며 사방에서 날아드는 암기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상대의 목숨을 노리고 싸우던 두 사람이 이제는 서로의 등을 지켜주는 형상이 되었던 것이다.
강무진은 자신의 뜻대로 두 사람이 그렇게 모이자 열화마결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열화마결 최고의 초식인 열화마염풍을 쓰기 위해서였다.
화아아아악!
강무진의 몸을 따라 커다란 화룡이 일어나며 타고 돌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놀라서 눈을 몇 번이나 비볐다.
그 순간 강무진이 양손을 쭉 뻗어내며 열화마염풍을 펼쳤다. 그러자 강무진의 몸을 타고 돌던 화룡이 손을 따라 뻗어나가며 북리대성과 설왕을 삼키려는 듯 덮쳐갔다.
크오오오오!
“흐아아앗!”
“하아아압!”
그 엄청난 화기에 북리대성과 설왕은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에 힘을 합해서 강무진의 열화마염풍을 맞받아쳤다. 그러자 귀청을 때리는 엄청난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기의 폭풍이 밀려나갔다.
콰콰콰콰쾅!
강무진의 열화마염풍이 아무리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북리대성이나 설왕 모두 강무진에 버금가는 무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두 명이 힘을 합해 강무진의 열화마염풍을 맞받아치니 강무진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러나 두 사람도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강무진이 가진 내공을 모두 쏟아 부어서 펼친 열화마염풍이었다. 아무리 두 사람이라도 멀쩡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 역시 강무진만큼은 아니지만 뒤로 밀려나며 속이 진탕되는 것을 느꼈다.
북리대성은 그러면서 지금이 기회라고 여겼다. 강무진은 전력을 다해 방금의 초식을 펼쳤기 때문에 지금 치고 들어가면 강무진이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속이 진탕되어 지금 무리하면 내상을 더 깊이 입겠지만 그래도 강적을 한 명 죽일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남아 있는 내공을 모두 끌어올렸다. 그리고 강무진을 향해 달려 나가는데 옆에 있던 설왕도 인상을 쓰며 같이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설왕 역시 북리대성과 마찬가지로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두 사람의 실수였다.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만약 그대로 버티면서 싸웠다면 강무진을 쉽게 떨어뜨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강무진은 지금 암기도 남아 있지 않았고 내공도 바닥이었다. 결국 남은 것은 금강불괴신공과 아수라패왕권뿐이었다.
금강불괴신공은 젖혀두더라도 아수라패왕권은 한 번만 쓰면 잠시 동안 기력이 다해 움직이기도 힘들어진다. 그러니 시간을 끌며 아수라패왕권만 피해내면 결국 북리대성이나 설왕 중 승리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전혀 알 리가 없는 두 사람은 지금이 기회라고 여겼던 것이다. 더구나 서로 같은 생각을 하며 강무진을 향해 공격해 들어가니 이제 강무진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북리대성의 도와 설왕의 장력이 강무진을 압박해 들어갈 때였다. 그때까지도 열화마염풍의 화기가 남아 있는 데다 흙먼지 역시 높게 올랐던 것이 가라앉지 않아 시야가 정확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앞까지 다가갈 때까지도 두 사람은 강무진이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잘 보이지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두 사람도 선명하게 볼 수가 있었다.
강무진은 놀랍게도 오른쪽 주먹을 뒤로 완전히 젖힌 상태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아수라패왕진결을 돌려 아수라패왕권을 쓸 준비를 마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북리대성과 설왕의 눈이 커다래지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흐아아아앗!”
강무진이 힘차게 기합을 지르며 주먹을 뻗어 아수라패왕권을 펼쳤다.
콰아아아아앙!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태어나서 그렇게 강한 일격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 거대한 힘을 맞받아친 팔이 자연스럽게 활짝 열렸다. 그러자 전신을 쳐오는 아찔한 충격이 왔다.
수백 장이나 되는 절벽에서 떨어져 땅에 부딪친다면 이런 느낌일까?
온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집채만 한 바위에 찍혀 온몸이 납작해지는 것 같았다.
그 엄청난 충격에 신음조차 낼 수가 없었다. 숨이 막혀오고 이가 떨렸던 것이다.
콰콰콰콰콰!
마치 뒤에서 누가 힘껏 잡아당긴 것처럼 뒤로 튕겨 나간 북리대성과 설왕은 땅을 몇 바퀴나 구르면서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들 놀란 눈으로 그 결과만을 보고 있었다.
그때 그들 중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릴 정도의 정적이었다.
“후욱… 후욱…….”
강무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젠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이대로 누워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강무진은 버텼다. 힘껏 버티다가 하늘을 향해 힘껏 포효했다.
“으아아아아아아!”
승자의 외침이었다. 보통 때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다들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무진이 저렇게 소리치는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자신들도 만약 저 자리에 저렇게 승자로 남아 있게 된다면 강무진과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부두목!”
그때 유소호가 강무진을 부르며 그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하은소가 유소호를 잡아당기며 강무진에게 말했다.
“다가오지 말아요! 다가오면 이 아이를 죽일 거예요!”
사람들은 하은소의 외침에 모두들 그쪽을 바라봤다. 구혁상 역시 그 근처에 있다가 조심스럽게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나 하은소가 먼저 그것을 알아채고 유정의 목에 검을 대면서 소리쳤다.
“아무도 움직이지 말아요! 안 그러면 이 두 사람의 목숨은 없어요.”
하은소가 구혁상을 보고 소리치자 그가 멈칫했다.
“아, 안 돼요! 부탁이에요! 그 아이를 놔줘요!”
월계지였다. 월계지는 유정이 목숨을 위협받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체면조차도 잊고 유정을 살리기 위해 애원하고 있었다.
“그대로만 있는다면 이 두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는 않겠어요. 뭐 하고 있어요? 어서 소가주를 데려오세요!”
하은소가 남아 있는 북리세가의 사람들에게 소리치자 그제야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북리대성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그때까지 내상을 치유하고 있던 유양천과 그의 호위무사들이 그 앞을 막아섰다.
“무슨 짓이에요? 물러서지 않으면 이 두 사람을 죽이겠어요.”
하은소가 그렇게 소리쳤으나 유양천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오히려 더 마음이 급해진 월계지가 유양천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소리쳤다.
“비켜서요! 당신! 정이가 잡혀 있잖아요! 저대로 죽일 셈이에요?”
유양천은 그런 월계지는 쳐다보지도 않고 하은소를 보며 말했다.
“두 사람을 먼저 놓아주시오. 그럼 이 사람과 당신들이 무사히 가도록 해주겠소.”
“그 말을 어떻게 믿죠?”
“이랬든 저랬든 당신들 덕분에 그들이 무사하오. 그 점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나를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시오.”
유양천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하은소는 약간 갈등이 생겼다. 북해신궁의 궁주씩이나 되는 사람이 말을 번복하지는 않을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달랐다.
“궁주님은 믿을 수 있지만 저들은 믿을 수 없어요. 그러니 일단 그 사람을 먼저 보내주세요.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빙정이었어요.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다 틀어져 버린 셈이죠. 굳이 북해신궁과 원한을 지고 싶지는 않아요. 그 사람만 보내주면 두 사람은 곧 풀어주겠어요.”
“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유양천이 결정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믿겠소. 데려가시오.”
“어서 소가주를 데려와요.”
그제야 북리세가의 사내들이 북리대성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그리고 하은소가 있는 곳으로 왔다.
“따라오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말한 하은소가 잠시 언니인 하은연을 바라봤다. 다른 때 같았으면 도끼눈을 뜨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어야 할 하은연은 뜻밖에도 담담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니…….’
“먼저 소가주를 데리고 가세요. 곧 뒤따라가겠어요.”
하은소의 말에 북리세가의 사내들이 북리대성을 안고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자 하은소도 재빨리 경공을 펼쳐 그 자리를 벗어났다.
“정아!”
월계지가 유정을 부르며 달려갈 때였다. 구혁상이 그런 월계지를 안아 들고 달려가며 유정의 손을 잡았다.
“가자!”
유정은 그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아직 혈이 짚여 있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도 가버리자 남아 있던 북해신궁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때 유양천이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 떠나면 그때는 완전히 적이라 간주하고 죽이겠다. 하지만 남아 있는다면 그대들의 죄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
“…….”
북해신궁의 사람들은 서로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러다 한 사내가 무기를 놓고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궁주님의 관대한 처분에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그를 따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궁주님의 관대한 처분에 감사드립니다.”
일이 그렇게 일단락되자 강무진은 그제야 풀썩 주저앉았다. 그때였다.
“아버님!”
유소호가 눈물을 흘리며 유양천에게 달려갔다. 그런 유소호를 유양천이 꼭 가슴에 안았다.
“흑… 아버님…….”
“그래, 이제는 괜찮다. 이제는 괜찮아…….”
작은 유소호의 등을 다독거리는 유양천의 모습은 보통 아버지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대사형, 괜찮습니까?”
“오라버니.”
왕이후와 하은연이 강무진에게 다가가자 강무진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하아… 힘들어 죽겠어. 한 걸음도 못 움직이겠다.”
“그런 강자들을 두 사람이나 이겼으니 당연한 것 아닙니까?”
“운이 좋았어. 운이…….”
강무진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제갈용화는 강무진이 방금까지 그렇게 싸웠던 사람 같아 보이지가 않았다. 이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