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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34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34화

“무당의 태극권은 부드러움입니다. 막는 것이 아닌 흩어내고 당기고 밀어내 상대의 중심을 흩어놓아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말과 함께 팽문의 다리가 번개처럼 호현의 하체를 향해 나아갔다.

 

부웅!

 

호현이 회전을 하며 그 공격을 피해 물러나자 팽문이 소리쳤다.

 

“물러남이 있으면 나아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 말에 호현이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와 함께 팽문의 주먹이 호현의 가슴을 향해 쏘아졌다.

 

타타타탓!

 

그에 호현이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그 공격들을 밀어내고 잡아당기며 팽문의 중심을 흩어놓았다.

 

그에 팽문이 미소를 지었다. 상대의 중심을 흩어 놓으라는 자신의 말을 바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말을 한 것인데 바로 흡수를 하시는구나.’

 

그런 생각을 한 팽문이 더욱 빠르게 움직이며 호현의 권법을 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호현에 대한 감사함을 보답하는 것이라 여기며 말이다.

 

제6-8장 호현, 북경에 들어서다

 

어수선한 팽가에 계속 머무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 호현은 아침 일찍 팽가를 나서고 있었다.

 

그런 호현을 팽문과 팽극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하북팽가의 주인이 직접 마중을 나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팽극의 입장으로는 팽문에게 큰 도움을 준 호현에게 이렇게라도 인사를 하고 싶은 것이다.

 

“호현 학사, 다음에 또 놀러 오시게. 이번에는 가문 내 우환이 많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다음에 왔을 때에는 나와 같이 하북 일대 명소들이나 구경을 하세.”

 

팽극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숙였다.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하하하! 말만이 아니네. 진짜로 다음에 다시 한 번 오게나.”

 

“알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팽극이 조심히 가라는 말을 하고는 팽가 안으로 사라지자 팽문이 웃으며 호현을 향해 말했다.

 

“아버님 말씀은 농으로 한 것이 아니니 다음에 꼭 한 번 더 찾아 주십시오.”

 

“하북에 올 일이 있으면 꼭 찾아뵙겠습니다.”

 

“안 그러시면 정말 서운합니다.”

 

“반드시 꼭! 찾아오겠습니다.”

 

“꼭! 그래 주십시오.”

 

팽문을 웃으며 보던 호현이 문득 팽가 쪽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일이 많아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팽가에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아! 청경진인과 명오도장께 인사도 드리지 못했구나.’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팽가에 있는데 인사도 드리지 못했다는 것에 호현이 팽문을 향해 말했다.

 

“무당파의 청경진인과 명오도장께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머무시는 곳에 들러도 되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팽문의 머리에도 그들이 왔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저도 그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잊고 있었군요.”

 

말과 함께 팽문이 근처에 있던 외당 무사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당파 청경진인의 숙소가 어디인가?”

 

팽문의 물음에 서로를 바라보던 외당 무사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소가주님의 물음에 답하겠습니다. 무당파 청경진인과 명오도장께서는 소가주 취임식이 열리는 아침 떠나셨습니다.”

 

“떠나? 그것도 취임식도 보지 않으시고? 떠난 이유를 아는가?”

 

팽문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무사가 입을 열었다.

 

“청경진인께서 가실 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잔칫날 술 좀 얻어먹을까 했는데 술에 피 맛이 나는 것 같아서 못 있겠다.’ 하셨습니다.”

 

무사의 말에 팽문의 얼굴에 낭패함이 어렸다.

 

‘나 때문에 청경진인과 명오도장께 무례를 저질렀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팽문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분께서는 떠나신 듯합니다.”

 

두 사람이 떠나갔다는 말에 아쉬움을 드러냈던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황도관에 계신다고 하였으니 북경에 가서 인사드리면 되겠지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포권을 해 보였다.

 

“다음에 다시 뵙기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팽문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호현이 팽가를 떠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명나라의 수도 북경.

 

북진 정책을 추진하던 영락제에 의해 명의 수도가 된 곳이자 세상 모든 만물이 모이고 흩어지는 천하의 중심지.

 

이곳이 바로 북경이었다.

 

웅성웅성!

 

“쌉니다! 싸요!”

 

“질 좋은 비단을 싸게 팝니다!”

 

“전병 있습니다!”

 

“맛있는 호빵 있습니다!”

 

북경을 감싸고 있는 남문을 통해 한 명의 거한과 학사 한 명이 들어서고 있었다.

 

바로 팽가에서 출발한 호현과 그를 안내하기 위해 따라 온 팽가의 무인이었다.

 

추운 겨울이지만 며칠 앞으로 다가온 원단 대목을 준비하는 상인들과 사람들로 북경은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그런 북경 사람들의 모습에 호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렸다. 어렸을 적 간혹 사형들과 같이 놀러 나왔을 때 봤던 그 풍경이 떠오르는 것이다.

 

“북경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활기가 넘치는군요.”

 

호현의 말에 그를 안내를 해 온 무인이 공손히 입을 열었다.

 

“북경에서 머무실 곳은 계십니까?”

 

무인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북경을 떠난 지 오래이니 이곳에 연고지가 있을 까닭이 없는 것이다.

 

아니 있기는 했다. 바로 사형들 말이다.

 

‘하지만 사형들에게 신세를 졌다는 것을 스승님께서 아시면…… 난리가 날 것이니…….’

 

사형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젓는 호현을 보고 무인이 입을 열었다.

 

“머무실 곳이 없으시다면 본가에서 운영하는 상단이 있으니 그곳에서 지내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어찌 그런 폐를 끼치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무인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소가주께서 저에게 호 대협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시라 하였습니다. 게다가 호 대협께서는 소가주의 무공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신 분이시니, 본가에는 큰 은인이십니다. 그러니 폐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말과 함께 무인이 앞장서서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팽 소협의 마음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받도록 해야겠구나.’

 

남의 배려를 거절하는 것도 무례라 생각한 호현은 무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

 

*

 

무인의 뒤를 따른 호현은 북경 남문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장원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북상단>

 

웅후한 필체로 적힌 하북상단의 현판을 호현이 보고 있을 때, 무인이 비단 옷을 입은 중년인을 데리고 나왔다.

 

호현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들었는지 무인을 따라 나온 중년인이 급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하북상단 대총관을 맡고 있는 팽화입니다.”

 

“호북 방헌학관 죽대선생 밑에서 수학하고 있는 호현입니다.”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팽화의 말에 호현이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그를 데리고 온 무인이 급히 말했다.

 

“호 대협.”

 

무인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돌리자 그가 포권을 했다.

 

“저는 이만 본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벌써요?”

 

“제 임무는 호 대협을 북경까지 안내를 하는 것이었으니 이만 돌아가야지요.”

 

말과 함께 무인이 품에서 붉은색의 작은 패를 꺼내 내밀었다.

 

“이것은 소가주께서 호 대협에게 전하는 작은 선물입니다.”

 

선물이라는 말에 호현이 그 패를 받아들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붉은 패였는데, 그 안에는 호랑이 다섯 마리가 울부짖는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적호패입니다. 본가의 은인들에게 선물로 주는 물건인데 혹 팽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시면 관청 주위에 돌아다니는 거지들에게 이 패를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저희 쪽 사람이 호 대협을 찾아갈 것입니다.”

 

“거지들이요?”

 

“관청 주위에 있는 거지들은 개방과 관련이 있는 자들이니 그들이 개방에 연락을 해줄 것입니다.”

 

‘개방?’

 

개방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무인이 호현에게 다시 포권을 해 보이고는 등을 돌리며 사라졌다.

 

“호 대협,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자신을 안으로 청하는 팽화를 따라 들어간 호현은 곧 분주하게 움직이는 일꾼들을 볼 수 있었다.

 

“빨리 빨리 움직여!”

 

“이봐, 장 씨! 나삼들은 여기가 아니라 사번 창고로 보내야 하는데 왜 이리로 가지고 와!”

 

이리저리 고함을 지르며 일꾼들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보던 호현이 팽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혹시 편지 배달도 하십니까?”

 

편지 배달이라는 말에 팽화가 당황스러운 눈으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하북상단은 팽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하북 제일의 상단으로, 다루는 물품만 수십 가지가 넘었다. 그리고 대부분 고가의 물품을 취급했는데, 그러다 보니 편지와 같은 자잘한 물품은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팽가의 은인이다. 게다가 자기 눈으로 직접 팽가의 무인이 그에게 적호패까지 건네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보내실 편지가 있으시면 저에게 주십시오.”

 

“편지 배달도 취급하시는군요. 제가 지금 적어서 드리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화가 작은 탁자에 앉아 장부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오 서기, 지필묵을 주게.”

 

팽화의 지시에 오 서기가 지필묵을 내밀자 호현이 고개를 숙이고는 붓을 집어 들었다.

 

‘어디 보자…….’

 

잠시 생각을 하던 호현이 편지를 적어 내려갔다.

 

스승님께.

 

지금 호현은 북경에 도착했습니다. 스승님의 명대로 조충 노사를 뵈었습니다.

 

조충 노사께서 스승님께서 저에게 바라는 마음을 전해 주신 바, 스승님의 뜻대로 민초들의 삶과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는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잠시 자신이 적은 글을 보던 호현이 다시 글을 적어 내려갔다.

 

제가 우연히 남궁세가의 사람을 만났는데 그에게서 학관에 강도가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행히 학관에 피해는 없다 들었지만 스승님에 대한 걱정에 마음이 불안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방헌으로 돌아가고 싶으나 스승님께서 저를 세상에 내보내신 연유를 알기에 마음을 다잡을 뿐입니다.

 

부디 제가 돌아가는 그날까지 식사 거르지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꼭 운동을 하십시오. 그리고 음식은 너무 기름진 것은 많이 드시지 마십시오.

 

또 식사 후에는 꼭 차를 드셔야 하며, 너무 책들을 사 모으지 마십시오.

 

그리고……(중략)……그럼 다음에 또 서신 보내겠습니다. 그동안 마음 편히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스승님의 제자 호현 올림.

 

서신을 모두 적은 호현은 그 내용을 다시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호현이 피식 웃었다.

 

‘스승님에게 당부하는 내용만 한 장이 넘는구나. 스승님께서 이걸 보시면 자신을 애 취급한다고 역정을 내시겠구나.’

 

죽대선생을 걱정해서 적은 내용들을 보며 웃던 호현은 서신을 잘 접어서는 팽화에게 내밀었다.

 

“호북 방헌현의 방헌학관 죽대선생 앞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팽화가 탁자 한쪽에 있는 봉투를 집어 그 안에 서신을 넣었다.

 

<호북 방헌현 방헌학관 죽대선생>

 

봉투에 수신지와 수신자의 이름을 적은 팽화가 호현을 바라보았다.

 

“머무실 곳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팽화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상단의 후원 쪽으로 가자 낮은 담에 둘러싸인 작은 장원이 보였다.

 

<동심원(同心園)>

 

장원이라고는 해도 작은 전각 하나와 정자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 안에 들어선 팽화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이곳 동심원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장원 하나를 통째로 쓰라고 할 줄은 몰랐던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너무 좋은 곳인 듯한데…… 제가 지내도 되는 것입니까?”

 

“본 상단에 오신 귀인들이 머무시는 곳입니다. 저희 팽가에 호 대협은 은인 중에 은인이시니 이곳에 머무실 자격이 충분하십니다. 부디 편히 지내시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게 무엇이라도 말씀을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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