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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3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33화

“그만 가자. 아무래도 본가는 하북에서 불청객인 듯하니.”

 

남궁무진의 말에 남궁유가 팽정을 데리고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정아!”

 

남궁무진의 뒤를 따르던 팽정은 뒤에서 들린 고함에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에 팽문이 자신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가지 말거라. 너는 팽가이다.”

 

팽문의 외침에 팽정은 입술을 깨물고는 몸을 홱 돌려버렸다.

 

뚜벅! 뚜벅!

 

천천히 연무장 밖으로 사라지는 팽정의 뒷모습을 보던 팽문이 입술을 깨물었다.

 

팽정의 눈에 어린 원망과 미움, 그리고 서러움 등에 가슴이 아픈 것이다.

 

‘정아를 이리 보내면 안 되는 것인데…….’

 

속으로 중얼거리는 팽문의 어깨에 팽극의 손이 닿았다.

 

“아버님…….”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붉게 물든 팽극을 본 팽문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

 

“못난 소자를 죽여주십시오!”

 

“너를 지키지 못한 이 아비가 잘못을 한 것이지, 네 잘못이 아니다.”

 

“크윽!”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내 팔을 버려 너를 살렸으니 이 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말과 함께 팽극이 몸을 돌렸다.

 

“문이에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니 모두 자리를 비워주거라.”

 

“존명!”

 

“존명!”

 

팽극의 말에 무인들이 포권을 해 보이고는 연무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팽극과 사람들이 사라지고 연무장에는 호현과 팽문, 그리고 팽승만이 남았다.

 

우두커니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팽문을 보던 호현이 슬며시 다가왔다.

 

“날이 차갑습니다. 그만 일어나시지요.”

 

호현의 말에 팽문이 멍하니 그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호현이 한숨을 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효에 근본은 자신의 몸을 아끼는 것입니다. 아버님께서 팔을 잘라 팽 소협을 구했거늘 그 몸을 상하게 한다면…… 그만한 불효가 어디에 있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멍하니 있던 팽문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자신을 보고 있는 팽승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할아버님께 못난 꼴을 보였습니다.”

 

팽문의 말에 팽승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팽극이 팔을 잘랐으나 그 대신 팽가의 미래를 얻었으니,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참으로 오묘하구나. 몸 상하지 않도록 그만 들어가서 쉬거라.”

 

말과 함께 팽승이 호가전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팽극에 대한 걱정이 되는 것이다.

 

팽승도 가고 이제 장내에는 팽문과 호현만이 남아 있었다. 멍하니 앉아 있던 팽문의 눈에 팽극의 잘려진 팔이 보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팔을 안아든 팽문이 입술을 깨물었다.

 

‘반드시……. 반드시…….’

 

속으로 중얼거리던 팽문이 손을 내밀었다.

 

화악!

 

순간 팽문의 손에서 뿜어진 기운에 적호가 빨려 들어왔다. 자신의 손에 빨려온 적호를 쥔 팽문이 입술을 깨물었다.

 

“나 팽문! 오늘 하늘과 땅에 두고 맹세를 하오니!”

 

웅후한 내력이 담긴 사자후에 순간 팽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연무장으로 향했다.

 

“오늘 이후! 그 누구도 팽가의 성을 단 사람의 몸에서 피가 솟지 않게 할 것이며! 그 누구도 팽가의 이름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할 것이며! 그 누구도! 팽가를 우습게 여기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와 함께 팽가에 있던 모든 무인들이 무릎을 꿇었다.

 

“팽가일세(彭家一世)! 의기천추(義氣千秋)!”

 

“팽가일세(彭家一世)! 협심골조(俠心骨彫)!”

 

*

 

*

 

*

 

하북팽가의 호가전에는 팽극이 팽가 무인들과 좌정해 있었다.

 

팔을 자르고 난 후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렸던 팽극이 몸이 낫자 바로 팽가의 중요인물들을 모두 불러 모은 것이다.

 

사람들을 주욱 훑어보던 팽극이 입을 열었다.

 

“자네들 보기가 미안하군.”

 

팽극의 말에 무인들이 모두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가솔들의 모습에 팽극이 입을 열었다.

 

“자네들도 알다시피…… 나는 팔을 잘랐네.”

 

“끄응!”

 

팽극의 말에 사람들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무인이 팔을 잃었다는 것, 그것은 패와 강을 중심으로 무공을 익히는 팽가의 무인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내가 팽가의 가주가 아니라면, 내가 생각한 뜻에 따라 팔을 자른 것은 죄가 아닐 것이나…… 팽가를 이끌어야 할 가주로서 팔을 자른 것은 그 죄가 크다 할 수 있다.”

 

잠시 말을 멈춘 팽극이 사람들을 둘러보다 입을 열었다.

 

“해서 나는 가주의 직위를 포기하려 한다.”

 

쿵!

 

팽극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형님! 가주의 지위를 포기하신다니, 어찌 그런 말을!”

 

“맞습니다. 저희가 형님을 잘 보필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생각을 돌려주십시오.”

 

“가주! 봉공들의 말이 맞습니다! 가주께서 물러나시면 누가 이 팽가를 이끈다는 말입니까!”

 

사람들의 만류에 팽극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은 세상의 이치……. 언제까지 내가 팽가를 이끌 수는 없는 노릇이네.”

 

팽극의 말에 이때까지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던 팽승이 입을 열었다.

 

“가주께서는 마음을 정한 모양이시군.”

 

“그렇습니다.”

 

팽극이 고개를 숙이자 팽승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좌중을 날카롭게 훑어보았다.

 

“언제부터 팽가의 가솔들이 가주의 결정에 토를 달게 되었더냐?”

 

팽승의 말에 목위청이 포권을 해 보이며 몸을 일으켰다.

 

“목위청이 아버님에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의형의 아버지는 그에게도 아버지가 되기에 목위청과 다른 의제들은 팽승에게 아버님이라고 불렀다.

 

“안 돼.”

 

입을 열지 말라고 할 줄은 몰랐던 목위청이 당황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네?”

 

“입 열지 말라고.”

 

‘허! 내 아버님과 형님이 고집불통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목위청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팽승이 입을 열었다.

 

“팽가는 가주가 가자고 하면 가고, 서자고 하면 서면 되는 것이다. 이미 팽극이 결심을 했다면 그것은 팽가 전원의 결심이 되는 것이다. 내 말이 틀렸더냐?”

 

“맞습니다.”

 

“그럼 결정되었구나.”

 

털썩!

 

팽승이 자리에 주저앉자 목위청이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휴우, 알겠습니다. 그럼 가주 취임식은 언제 하실 생각이십니까?”

 

“날이 풀리는 봄에 하려 하네.”

 

“봄이라……. 너무 촉박하지 않겠습니까?”

 

천하 오대세가 중 하나인 하북팽가의 주인이 바뀌는 행사이다. 그 격에 맞는 손님들을 초대하려면 최소한 반년은 필요한 것이다.

 

“지금 전서구로 중원 각지 명가에 연락을 넣는다 해도 그들이 오는 데 최소한 넉 달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 넉 달 후로 하세.”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목위청이 자리에 앉자 팽극이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가주 자리가 바뀌는 것에 대해 가솔들이 불안해할 수 있으니 자네들이 문내 기강을 잘 잡아주게.”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자 팽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호현과 팽문은 소호각의 지하 연무실에 있었다. 정좌를 한 채 운기조식을 하는 팽문을 호현이 보고 있었다.

 

우우웅!

 

팽문의 주위에서 움직이는 기의 흐름을 보고 있을 때 눈을 감고 있던 팽문이 천천히 눈을 떴다.

 

번쩍!

 

팽문의 눈에서 붉은 번개가 솟구쳤다 은은하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휴우!”

 

깊은 숨을 토해낸 팽문이 주먹을 쥐어보였다.

 

우우웅!

 

작은 진동음과 함께 주먹에서 붉은 강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팽문의 눈에 물이 고였다.

 

‘호현 학사의 도움이 없어도 이제…… 무공을 쓸 수 있다.’

 

자신의 의지대로 내공이 움직이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감정이 격앙이 된 팽문은 잠시 눈을 감았다.

 

내공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며칠 전 팽극이 팔을 자르고 난 후부터였다.

 

팽극의 상처를 점혈할 때 내공이 움직인 것이다. 내공을 움직일 수 있게 된 후 팽문은 그 기분을 떠올리며 기운을 움직이는 것에 열중했다.

 

처음이 힘들었지 한 번 움직인 기운은 팽문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웅!

 

붉은빛을 띠는 강기를 보던 팽문이 눈을 감았다.

 

‘자연에서 얻고 받으려고만 하면 안 된다. 받는 것이 있으면 내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었다.’

 

호현이 태극호신공을 알려줄 때 해준 말을 떠올리며 팽문이 미소를 지었다. 그 때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기운이 몸 밖으로 흘러나가는 순간 그 기운의 몇 배가 되는 기운이 자신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다.

 

“쥐고만 있으니 놓을 수도, 더 잡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주먹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은 팽문이 몸을 일으켰다. 그런 팽문을 보던 호현이 웃으며 포권을 해 보였다.

 

“대공을 감축드립니다.”

 

호현의 말에 팽문이 고개를 젓고는 그에게 깊이 포권을 해 보였다.

 

“훗날 이 팽모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머리카락을 잘라 신발을 엮으라 하면 엮을 것이고, 제 목…….”

 

목이라는 말을 하던 팽문이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내뱉은 생사지약 때문에 아버지인 팽극의 팔이 잘린 것이다.

 

그런 팽문의 모습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송구합니다.”

 

팽문을 보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저는 내일 아침 일찍 떠나려 합니다.”

 

떠난다는 호현의 말에 팽문의 얼굴에 아쉬움이 어렸다.

 

“며칠 더 머무시지요.”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큰 은혜를 입었는데 제가 아무것도 해드린 것이 없으니…… 아! 제가 무공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무공이라는 말에 호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제가 지닌 무공도 학사에게는 과한 수준입니다. 과하면 화가 되고 화가 되면 몸을 상하게 하는 법이지요.

 

호현의 말에 팽문이 그를 보다가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권법의 기초는 상대와 내 몸의 거리 조절에 있습니다. 내 공격은 상대의 몸에 가깝게 하고 상대의 공격은 내 몸과 멀게 한다면, 내 공격은 상대의 몸을 칠 수 있으나 상대의 공격은 내 몸을 칠 수 없습니다.”

 

부웅!

 

팽문의 주먹이 움직일 때마다 주위 기운이 요동을 쳤고 발을 차올릴 때마다 공기가 터져나갔다.

 

펑! 펑!

 

권각을 휘두르며 팽문의 말은 이어졌다.

 

“권을 움직일 때에는 찌르는 것이 아닌 자르는 것이니, 상대의 몸을 때리는 것이 아닌 상대의 몸 바로 한 치 앞에서 멈추는 기분으로 권을 움직여야 합니다. 각은 때리는 것과 미는 것을 적절히 사용해야 하니 찰 때에는 번개처럼 치고 빠져야 할 것이고, 밀 때에는 태산을 민다는 느낌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파파팟!

 

일정한 형을 가진 권법을 펼치는 것은 아니지만 팽문이 펼치는 것은 권법의 요체였다.

 

“권을 움직일 때는 바위처럼 단단하고 무겁게 사용하고 각은 바람처럼 움직이게 합니다. 상체는 태산처럼 무겁게, 하체는 바람 한 점에도 움직이는 갈대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움직여야 합니다.”

 

팽문의 말에 호현의 머리에는 태극권 비급에서 본 요체가 떠올랐다.

 

<가볍되 뜨지 않고

 

가라앉되 굳지 않으며

 

빠르되 흘려버리지 않고

 

느리되 흩어지지 않는다.>

 

태극권의 요체와 팽문이 알려주는 권법의 요결이 비슷했던 것이다.

 

‘상허하실(上虛下實)이라…….’

 

태극권의 내용을 떠올리던 호현이 천천히 양팔을 벌리고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익! 휘익!

 

부드러운 움직임을 따라 호현이 태극권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런 호현의 움직임에 팽문의 얼굴에 순간 놀람이 어렸다.

 

‘태극권?’

 

호현이 태극권을 펼치는 것을 보던 팽문이 그대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웅!

 

갑자기 날아오는 팽문의 주먹에 호현의 팔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그의 팔을 막아갔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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