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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2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20화

그 생각에 팽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호현이 순간 고개를 돌렸다.

 

팽가의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린 호현의 얼굴에 순간 반가움이 나타났다.

 

팽가의 입구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기운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무당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다.

 

‘무당의 기운이다.’

 

휘익!

 

그리고 입구에서 빠르게 달려온 백의 도복을 입은 두 인영이 땅을 박차며 날아오르더니 팽극과 남궁무진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무량수불!”

 

“무량수불!”

 

도호를 외치며 나타나는 인물의 모습에 팽극과 남궁무진이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에 정확히 내려선 두 사람은 도복을 입은 도사들이었다.

 

그 중 한 도인은 환갑은 훨씬 전에 지냈을 것 같은 노도사로 머리카락이 없는 대머리였는데 이상한 것은 누가 코를 때리기라도 했는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도사는 청수한 외모와 가슴까지 내려오는 짙은 흑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런 두 도사의 얼굴을 본 호현의 얼굴에 반가움이 어렸다. 두 도사의 얼굴은 호현에게 아주 반가운 얼굴인 것이다.

 

죽대선생의 지인이자 몸이 아프면 먹으라고 태청단을 줬던 도사, 바로 황도관의 전 관주인 청경진인과 그 제자인 명오도장이었다.

 

제6-1장 생사지약(生死之約)

 

팽가로 향하는 길을 두 도사가 걷고 있었다.

 

한 노도사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대머리 도사였고, 한 명은 청수한 외모를 가진 중년의 도사였다.

 

바로 이 둘이 황도관의 전 관주인 청경진인과 그 제자인 명오도장이었다.

 

팽가로 가는 길을 걸으며 청경진인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어려 있었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겠구나.”

 

청경진인의 말에 명오도장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팽가에서 내놓을 술들을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허허, 하북에서 황궁을 제외하고는 가장 세력이 크다는 하북팽가의 잔치다. 그런 곳에서 평범한 술을 내놓겠느냐. 게다가 내가 누구더냐. 무당파의 장로이자 태자 전하의 황사인 청경진인이다. 그런 나를 대접하려고 불렀다면, 내가 좋아하는 술 정도는 준비를 해 놓았겠지. 하하하!”

 

기분 좋다는 듯 웃는 청경진인의 모습을 명오도장이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무당파 장로 신분과 태자 전하의 황사 신분을 고작 술 몇 잔 얻어먹는데 사용하는 사람은 세상을 통틀어 사부님 한 명뿐일 것입니다.’

 

속으로 중얼거리던 명오도장의 눈썹이 굳어졌다.

 

‘이건?’

 

“투기(鬪氣)로구나.”

 

청경진인의 음성에 명오도장이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잔칫집에 어째서……?”

 

“흠…… 잔칫집에 파리가 날아든 것일 수도 있지. 가자.”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청경진인의 몸이 번개처럼 쏘아져나갔다. 그 뒤를 명오도장이 따라 몸을 날렸다.

 

빠르게 몸을 날리던 청경진인은 놀란 눈으로 서 있는 팽가 무인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팽가 무인들은 빠르게 달려오는 청경진인을 보고는 그를 막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것보다 청경진인이 팽가의 문을 넘으며 사라지는 것이 더 빨랐다.

 

“침…….”

 

소리를 지르려던 팽가 무인을 외당 당주 팽만이 급히 제지했다.

 

팽립을 치료하기 위해 팽궁과 함께 팽가를 나서려다 아무래도 팽문이 걱정이 되어 남은 것이다.

 

“당주님?”

 

자신을 바라보는 무인들을 보며 팽만이 고개를 저었다.

 

“무당파 청경진인이시다. 너희는 일을 보거라.”

 

팽만의 말에 무인들의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서둘러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주위를 경계하는 것보다는 팽가 안쪽을 연신 힐끗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무인들의 모습에 팽만도 슬쩍 팽가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안에서 느껴지는 투기에 긴장과 함께 우려가 드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팽만의 임무는 팽가의 외부를 지키는 것이다.

 

‘가주를 믿으면 되는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팽만이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꽈악!

 

팽가 사람은…… 팽가의 가주를 믿고 또 따르면 되는 것이다.

 

“무량수불!”

 

팽가 쪽에서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는 도호의 외침이 들려왔다.

 

팽가 안으로 들어온 청경진인은 험악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는 팽극과 남궁무진을 알아보았다.

 

‘남궁세가의 전대 가주가 아닌가? 사돈 간으로 알고 있는데 대체 이게 무슨……?’

 

자고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고, 이대로 두면 사돈 간에 손을 쓸 것 같은 생각에 청경진인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무량수불!”

 

도호를 외우며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모은 청경진인이 팽극과 남궁무진 사이에 내려섰다.

 

청경진인과 명오도장의 출현에 청수는 반가움을 느꼈다.

 

‘청경진인과 명오도장이다.’

 

둘에게 인사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앞으로 나서려던 청수의 귀에 팽극의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팽가 내의 일을 이야기하는 중이니…… 청경진인께서는 잠시 뒤로 물러나 주시지요.”

 

팽극의 말에 남궁무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팽 가주의 말이 옳네. 청경 자네는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물러나게.”

 

두 사람의 말에 청경진인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야 없지요. 팽가에서 잔치에 축하를 해달라고 해서 왔는데…… 잔치에 초를 치는 일이 생기게 생겼는데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남궁 대협께서 이만 물러나시지요.”

 

청경진인의 말을 거들기라도 하는 듯 그 뒤를 이어 명오도장이 말했다.

 

“사돈 간에 이리 얼굴을 붉히신다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두 사람의 중재에 팽극과 남궁무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팽가의 무인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그 한편에는 팽가에 온 손님들이 무슨 일인가 하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남궁무진이 뿜어내고 있던 기세를 천천히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세.”

 

남궁무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팽극이 고개를 저었다.

 

“팽가는 남의 눈이 무서워서 해야 할 일을 미루지는 않습니다.”

 

꿈틀!

 

“그 말은…… 끝을 보자는 이야기인가.”

 

다시 분위기가 심각해지는 것에 청경진인이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팽극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팽가는 남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강하게 말을 뱉으며 청경진인의 말을 끊은 팽극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팽가의 무인들을 훑어보았다.

 

“팽가는 의와 협이 아닌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호한 팽극의 고성에 팽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쿵!

 

땅이 강하게 울릴 정도로 무릎을 꿇은 무인들이 일제히 도를 뽑아들었다.

 

채채채챙!

 

“팽가일세(彭家一世)! 의기천추(義氣千秋)!”

 

“팽가일세(彭家一世)! 협심골조(俠心骨彫)!”

 

무인들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오는 함성을 들으며 팽극이 남궁무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고자 하는 말씀, 이 자리에서 하십시오.”

 

팽극의 말에 남궁무진이 그를 노려보았다.

 

“하! 천하의 팽가가 이리도 대단할 줄은 내 몰랐구나. 좋다! 오늘 끝을 보자.”

 

말과 함께 주위에 있는 팽가의 무인들을 훑어보던 남궁무진이 입을 열었다.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팽문에게 공격을 당했다. 이는 팽가가…….”

 

잠시 말을 멈춘 남궁무진이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팽극을 바라보았다.

 

“본 가에 싸움을 거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남궁무진의 말에 팽극이 고개를 저었다.

 

“본 가는 의와 협이 없는 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호! 그럼…… 팽문이 우리 유아를 공격한 것은 의가 있고 협이 있다는 것인가.”

 

그 말에 팽극이 입을 열었다.

 

“하북팽가 이십일대 제자 팽문은 앞으로 나서라.”

 

팽문이 앞으로 나서며 포권을 했다.

 

“하북팽가 이십일대 제자 팽문, 가주의 명을 받습니다.”

 

팽문이 나서자 팽극이 등에 메고 있던 도를 꺼내 들었다.

 

챙!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뽑힌 도를 앞으로 내밀며 팽극이 입을 열었다.

 

“묻겠다. 남궁유를 공격한 이유가 무엇이냐?”

 

“팽문이 가주님의 물음에 답하겠습니다. 남궁세가에서 저에게 자객을 보냈다는 심증이 있습니다.”

 

“심증만으로 그런 큰일을 저질렀다는 말이냐!”

 

팽극의 고성에 팽문이 힐끗 남궁무진과 그 옆에 있는 남궁유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물증을 찾겠습니다.”

 

“찾지 못한다면 어찌 할 것이냐.”

 

“팽가일언 중태산입니다.”

 

팽가인의 말은 태산만큼 무겁다는 말을 뱉는 팽문을 보며 팽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의 기한을 주겠다. 그 안에…….”

 

팽극이 남궁무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남궁세가에서 너에게 자객을 보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의(義) 없이 무기를 들고 협(俠) 없이 싸움을 한 죄를 물어 네 목을 칠 것이다.”

 

“존명!”

 

말과 함께 팽문이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호현에게 걸음을 옮겼다.

 

성큼! 성큼!

 

“호현 학사,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와 도와달라 청하는 팽문의 모습에 그를 보던 호현이 웃으며 포권을 해 보였다.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팽문이 손을 내밀자 호현이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호현이 자연지기를 빨아들이며 팽문의 몸 안에 넣어주었다.

 

화아악!

 

텅 비어 있던 단전이 충만해지는 기운을 느끼며 팽문이 그대로 몸을 솟구쳤다.

 

파앗!

 

일학충천의 수법으로 삼 장을 솟구친 팽문이 내공을 가득 담아 소리쳤다.

 

“이틀 후 돌아오겠습니다!”

 

말과 함께 팽문이 호현을 끌어안고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펑!

 

대기가 터져나가는 폭음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지는 팽문의 모습에 남궁무진이 침음성을 흘렸다.

 

‘강기성화 고수가 되었다더니…… 대단하구나.’

 

경공이 그리 뛰어나지 않는 팽가 무인이 저 정도 경공을 보인다면, 다른 무위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남궁무진이 힐끗 팽정을 바라보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지금 본 팽문과 팽정을 비교해보니 아무래도…….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구나. 하긴…… 팽문이야 후기지수 중 최고라 칭해지는 아이이니.’

 

팽정을 보던 남궁무진이 주위에 있는 팽가 무인들을 훑어보았다.

 

그들은 팽문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에는 팽문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하나 가득 자리해 있었다.

 

“이틀 후 결정이 날 것입니다.”

 

팽극의 목소리에 남궁무진이 그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가 있지도 않은 물증을 찾아올 것이라 보는가?”

 

“있지도 않은 물증을 찾아오겠다고 할 아이가 아닙니다.”

 

팽문에 대한 확신을 담은 팽극의 말에 남궁무진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어렸다.

 

“후후, 아들을 믿는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 이만 돌아가자.”

 

남궁무진이 걸음을 옮기자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팽가의 무인들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남궁무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북일세 하북팽가라더니…… 과연 하북에서는 나 창천검제 남궁무진도 너희의 눈에는 우습게 보이나 보군.”

 

무인들을 보던 남궁무진이 팽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팽 가주, 내가 손을 쓰게 할 셈인가?”

 

남궁무진의 말에 팽극이 손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팽가의 무인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런 무인들이 터준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남궁무진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

 

마음 같다면 당장 자신의 앞을 막은 무인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팽가와 남궁세가의 골만 깊어질 뿐이었다. 그것은 앞으로 팽가를 이끌어야 할 팽정에게는 독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베어버릴 무인들은 앞으로 팽정의 도가 되어야 할 자들이니 말이다.

 

걸음을 옮기던 남궁무진이 힐끗 뒤에 남아 있는 팽극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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