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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제 8화

무료소설 암천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5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암천제 8화

 

8화

 

 

 

 

 

 

제3장 세상을 향한 각오(覺悟), 나는 강해질 것이다!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여름.

 

그날따라 천공에 뜬 태양은 유난히도 세상천지를 불태울 듯이 타올랐다.

 

아마 올해 들어 가장 뜨거운 태양일 듯했다.

 

그 때문인가?

 

커다란 나무 밑에 마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던 장이생은 조금 더 쉬어가기로 했다.

 

‘태양이 서쪽으로 조금 더 기울면 낫겠지.’

 

사실 그보다는 호숫가에서 뛰어놀고 있는 딸과 아들이 조금만 더 놀다 가자고 한 이유가 더 컸다.

 

“그놈들,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좋은가 보군.”

 

마흔두 살의 장이생은 태원에서 남쪽으로 칠십 리가량 떨어진 진중(晋中) 장가장의 주인이었다.

 

일행은 두 자녀와 다섯 명의 호위무사들이 전부였다.

 

그는 관제산 북쪽 지방인 남현에 사는 숙부의 회갑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본래는 분하(汾河)를 타고 고교(古交) 쪽으로 남행해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아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다.

 

“아버지, 멀리서라도 관제산의 제왕성을 보고 싶어요. 우리 최대한 관제산 쪽으로 해서 내려가요.”

 

이제 열여섯 살. 한창 호기심에 젖을 나이가 아닌가. 

 

더구나 무가에서 자란 아이였다. 아직 나이가 어리긴 해도 강호고수들을 동경하는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제왕성을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아들의 말을 듣다 보니 자신도 보고 싶었다.

 

그가 제왕성에 마지막으로 간 것은 팔 년 전의 대회합 때였다.

 

비록 말석에 앉아 산서의 유명 인사들을 구경했지만, 그 광경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 그였다.

 

그렇게 하루를 달려 관제산에 들렀거늘, 그들은 제왕성을 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무엇 때문인지 제왕성 주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혹시 태행산의 무천련이 도발이라도 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발길을 돌린 장이생은 불만이 쌓인 자녀들을 데리고 고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반나절, 장이생은 승룡호라는 호수가 보이자 식사도 할 겸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것이 벌써 한 시진째였다.

 

일만 평 정도의 넓이인 승룡호의 물은 차갑고 맑기로 유명했는데, 아이들은 좀처럼 물가에서 벗어날 생각을 않고 있었다.

 

하긴 이제 열세 살, 열여섯 살인 아이들이 아니던가.

 

남아 나이 열여섯이면 혼사를 이루어도 되는 나이라지만, 자신의 눈에는 여전히 아이일 뿐이었다.

 

더구나 그동안 장원에서 문무를 공부하느라 놀 시간도 없었다. 

 

나왔을 때만큼은 실컷 놀고 싶겠지.

 

장이생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쪽에 앉아 있는 삼십 대 장한에게 물었다.

 

“비경, 제왕성의 분위기에 대해서 아는 것 있는가?”

 

비경이라 불린 장한은 미간을 좁히고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장주. 다만…… 제왕성에서 나온 무사들이 모두 내성의 정예들인 것으로 봐서, 단순한 일은 아닌 듯했습니다.”

 

“흐음, 솔직히 나도 그게 의문이네. 대체 무슨 일인데 내성의 정예들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지 모르겠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공자님과 아가씨를 불러들이시지요. 이곳에 오래 머물러 봐야 좋을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장이생에게 있어 초비경은 자신의 목숨을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초비경이 호위무사들을 이끄는 조장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초비경은 가끔 장이생이 탄복할 정도로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지난 삼 년, 초비경의 뛰어난 판단 덕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기에 장이생은 그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다.

 

“음, 자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장이생은 두 자녀를 부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때, 장유유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악! 아버지!”

 

왠지 겁에 질린 목소리!

 

“무슨 일이냐!”

 

장이생은 다급히 몸을 일으켜 장유유를 향해 달려갔다.

 

아들의 경악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버님! 물속에서 괴, 괴물이 나왔습니다!”

 

스릉!

 

장이생은 검을 빼들고 호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어디서 감히 내 자식을 노리는 것이냐, 이놈!”

 

 

 

* * *

 

 

 

‘어이구, 우리 아들 잘한다.’

 

자신이 동작을 제대로 펼칠 때마다 아버지가 환호한다.

 

알려준 구결을 한 자도 잊지 않고 외우는 걸 보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남들은 왜 저런 아버지를 보고 악마라고 부르는 걸까.

 

왜 나에게 소악귀라고 부르는 걸까?

 

다섯 살 독고무령은 아버지가 알려준 것을 열심히 외웠다. 행여나 잊으면 큰일 날 것처럼 곱씹고 곱씹으며 외웠다.

 

그러다 갑자기 몸이 커졌다.

 

독고무령은 몸이 커졌는데도 아버지 품을 파고들었다.

 

아버지가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대부분이 아버지에게 고문당하고 죽은 자들이 남긴 말들이다. 개중에는 무공구결도 있고, 강호의 비사에 대한 것도 있다.

 

어떤 말은 하도 반복해서 귀에 딱지가 내려앉을 정도다.

 

왜 아버지는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자신의 몸이 점점 커지고 아버지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그날처럼.

 

깜짝 놀란 독고무령은 아버지를 붙잡았다.

 

-아버지, 하면 안 돼! 알아내지 못했다고 해!

 

목소리가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알아들었는지, 아버지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독고무령은 벌벌 떨며 소리쳤다.

 

-안 돼! 안 돼! 하지 마! 죽는단 말이야!

 

고문이 끝나면 다음 날 자결을 할 것이다. 그걸 알기에 미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엉뚱한 소리만 한다.

 

‘무령이는 내 아들 맞지?’

 

-맞아! 그럼, 내가 아버지 아들이지 누구 아들이야!

 

‘항상 잊지 않을 거지?’

 

-당연하지! 그러니까 하지 마!

 

‘누가 뭐래도 너는 내 아들인 거다. 알았지?’

 

빙그레 웃은 아버지가 돌아선다.

 

-알았어! 알았다고! 아버지! 가지 말고 나하고 살아!

 

울며 매달려 봤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아버지의 영상이 흐릿해졌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까마득히 사라졌다.

 

그제야 목청이 터졌다.

 

‘아버지! 가지 마요! 아버지이이이이!’

 

 

 

“아버지! 이 사람이 움직였어요!”

 

갑자기 이명처럼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가냘픈 목소리였다.

 

“오, 그래?”

 

이번에는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처럼 따뜻한 목소리였다.

 

내가 꿈을 꾸는 걸까? 아니, 죽은 것일까? 

 

죽었다면 여기는 어딜까? 지옥일까? 천당일까? 

 

그도 아니면 천자무서를 하도 읊조려서 선계에 온 것일까?

 

확실한 것은, 왠지 모르게 편안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 상황이 계속되었으면…….

 

그러나 언제까지나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온몸이 늘어져서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독고무령은 사력을 다해서 슬쩍 몸을 비틀어 보았다.

 

순간, 살이 찢어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통증이 전신을 치달렸다. 몸이 덜덜 떨리고 비명이 목구멍에서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끄으으으…….’

 

아무래도 지옥에 온 것 같았다. 아니라면 이런 고통이 전해질 리 없었다.

 

그때 다시 굵은 목소리와 가냘픈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함부로 움직이지 말거라. 뼈와 근육이 상해서 고통이 심할 거다.”

 

“어머, 어째…… 많이 아픈가 봐요,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귓속에서 그 단어만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러나 곧 그 단어마저 뇌리 저 깊은 곳으로 사라지고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독고무령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느껴진 것은 등을 통한 흔들림이었다.

 

덜컹.

 

등 아래가 거칠게 요동쳤다.

 

그로 인해서 이가 절로 악물릴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다.

 

그래도 이미 한번 느껴봤기 때문인지 전보다는 덜한 것 같았다.

 

독고무령은 전보다 더 냉정해진 마음으로 상황을 판단해 보고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통이 느껴졌다는 것!

 

그 자체가 살아 있음의 증거가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자신이 있는 곳은 어딜까? 제왕성에 잡혀가는 것은 아닐까?

 

아직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독고무령은 상황을 알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가끔 흔들림으로 인해 처절한 고통이 전신을 갉아댔지만, 그조차 살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통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살 수만 있다면, 그보다 열 배의 고통이 있다 해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그였다.

 

‘제발, 제왕성으로 잡혀가는 것이 아니기를…….’

 

 

 

잠시 후.

 

흔들림이 멎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쉬어가도록 하세.”

 

그리고 곧 시원한 바람이 그의 몸을 쓸고 지나가는가 싶더니, 감고 있는 눈꺼풀이 붉은빛으로 환해졌다.

 

독고무령이 아는 한 그 정도의 밝음은 햇빛뿐이었다.

 

갑자기 눈을 뜨고 싶어졌다.

 

제왕성의 하늘이라 해도 좋았다. 단 한 번만이라도 세상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눈을 뜨기가 쉽지 않았다.

 

눈꺼풀이 만근무게라도 되는 듯 조금도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독고무령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눈에 힘을 주었다.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아버지, 저 사람이 눈을 뜨려나 봐요!” 

 

“오, 그렇구나.”

 

독고무령은 두 사람의 목소리에 힘을 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마침내 두 눈이 실처럼 뜨였다.

 

눈을 뜨자 안개라도 낀 듯 모든 게 뿌옇게 보였다.

 

하지만 곧, 아침 햇살에 사라지는 안개처럼 뿌옇던 허공이 파랗게 변해갔다.

 

쪽빛 하늘이다.

 

십 수 년 간 항상 바라보았던 네모난 하늘이 아니었다.

 

창살로 가려진 하늘도 아니었다.

 

넓었다. 너무도 넓어서 그 끝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가늠할 수가 없었다.

 

독고무령은 숨을 두어 번 쉬고는 조금씩, 조금씩 고개를 돌렸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으로 물든 숲이 펼쳐져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춤을 추는 각양각색의 풀, 물결치며 흐르는 강, 그 위를 날아다니는 물새…….

 

모두가 태어나 처음 보는 것들이다.

 

이게 세상인가? 정말 내가 태어난 세상이 이런 곳이었나?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넘쳐흘러 귓바퀴에 고였다.

 

독고무령은 소리를 내어 울고 싶었다.

 

난생처음 고함을 질러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소리 내어 우는 것을 잊은 듯 그저 눈물만 흘렸다.

 

세상이란 곳은 그동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그려봤던 것과 비교가 안 되게 아름다웠다.

 

참으로 빌어먹을 일이었다.

 

왜 이 좋은 것을 나 혼자만 봐야 하는 걸까?

 

‘아버지…….’

 

그때 걱정이 가득 담긴 가냘픈 목소리가 그의 상념을 깨웠다.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

 

독고무령은 눈을 돌려서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순간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사람의 눈과도 다른 눈이.

 

어디 그뿐인가? 발갛게 달아오른 통통한 볼은 언젠가 먹어보았던 복숭아 같았다.

 

‘여자 아이?’

 

독고무령이 아무런 대답을 못하는 사이, 장유유가 장이생을 불렀다.

 

“아버지! 이 사람, 눈 떴어요!” 

 

곧 검은 수염이 턱밑에 가득한 중년인과 자기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정신이 드느냐?”

 

눈이 마주치자 장이생이 물었다.

 

독고무령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였다. 

 

저 중년인이 굵은 목소리의 주인이었나 보다.

 

‘여기는 어디……?’

 

묻고 싶었다.

 

주위의 풍경으로 봐서 제왕성은 아닌 듯했다. 그래도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입술만 움찔거릴 뿐 목소리가 바로 나오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장이생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여기저기 다친 곳이 너무 많아서 움직이면 많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사실이 그랬다.

 

하지만 고통보다는 알고자하는 욕구가 더 강했다.

 

“여, 여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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