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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제 60화

무료소설 암천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암천제 60화

 

60화

 

 

 

 

 

 

중년인에게 다가간 그는 꼬꾸라져 있는 중년인의 등을 향해서 발을 내질렀다.

 

퍽! 퍽!

 

우두둑! 와직!

 

뼈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중년인이 입을 쩍 벌렸다.

 

찢어질 것처럼 벌어진 입에서 선홍빛 핏물이 흘러나왔다.

 

독고무령은 분노의 불길이 이는 눈빛으로,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중년인을 노려보았다.

 

아마 갈비뼈와 등뼈가 모조리 나가고 내장마저 파열되었을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세상에서 가장 심한 고통을 주며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간악한 놈에게 고통을 주는 것보다 소설향을 살피는 것이 천배, 만배는 더 중요했다.

 

독고무령은 널브러진 중년인에게서 시선을 떼고 침상으로 다가갔다. 

 

떨어진 소설향의 옷을 주워든 그는 행여나 소설향이 깨어날까 봐 조심스럽게 입혀주었다.

 

그 후에야 소설향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소설향의 몸은 큰 이상이 없었다. 마혈과 수혈이 제압당했을 뿐.

 

그는 물끄러미 소설향을 바라본 후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소설향이 오늘의 일을 알아서는 안 되었다. 알게 되면 소설향에게 크나큰 아픔이 될 것이었다. 그것은 절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당신은 평생을 행복 속에서 사셔야 할 자격이 있는 분입니다. 어머니로서…….’

 

 

 

독고무령은 방을 옮겨 소설향의 마혈과 수혈을 풀어주었다.

 

“으음…….”

 

소설향이 옅은 신음을 흘리며 눈꺼풀을 파르르 떤다.

 

독고무령은 소설향이 놀라기 전에 먼저 자신을 밝혔다.

 

“놀라지 마십시오. 오래 전에 장을 떠났던 무령입니다.”

 

눈꺼풀을 떨던 소설향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독고무령을 보고는, 그의 얼굴이 기억난 듯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왠지 힘이 없고 처연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는 듯.

 

독고무령은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소설향을 안심시킬 수만 있다면 대소를 터트리라 해도 할 수 있었다.

 

“제가 제때에 도착해서 별일 없었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고맙…… 다.”

 

“장주님도 좀 다치긴 하셨지만 무사하시고, 유유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소설향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독고무령은 그녀의 표정이 밝아진 것만으로도 안도했다.

 

“일어나실 수 있겠습니까?”

 

소설향은 손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켰다.

 

“그래야지…….”

 

그때 문득, 그녀의 눈에 치마를 묶은 매듭이 눈에 들어왔다. 항상 자신이 하던 방식이 아닌 거꾸로 된 매듭이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마저 몸을 세웠다.

 

 

 

 

 

 

 

제3장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장원 안은 막 싸움이 끝난 터라, 앞마당 쪽은 온통 핏물과 시신으로 뒤덮여 있는 상태일 것이었다.

 

독고무령은 소설향과 함께 앞마당을 피해 안채가 있는 곳으로 바로 갔다.

 

두 사람이 안채로 통하는 월동문을 통과하자 장유유가 뛰어나왔다.

 

“엄마!”

 

“너무 소리 지르지 마라. 엄마는 괜찮으니까.”

 

“정말이야?”

 

“그러엄. 무령이가 제때 나를 찾아서 아무 곳도 다치지 않았단다.”

 

소설향은 조용히 웃으며 장유유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아버지는 좀 어떠시냐?”

 

“무령 오빠의 친구라는 분이 방 안으로 모셨어요.”

 

독고무령은 장이생의 상처가 얼마나 심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그는 소설향과 장유유가 대답하기도 전에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장유유의 말대로 진사혁이 안에 있었다. 그런데 표정이 어두웠다.

 

독고무령은 침상으로 다가가며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전음으로 물었다.

 

<어떠하신가?>

 

<좋지 않네. 무공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아.>

 

그 정도만이 아니다. 진사혁도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는 듯했다.

 

독고무령이 바로 옆으로 다가오자 진사혁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장이생의 어깨와 허벅지는 대충 천으로 묶여진 상태였다.

 

하지만 장이생의 상처는 외상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독고무령은 죽은 듯이 누워있는 장이생의 맥문을 잡아보았다. 맥이 가늘고 불규칙적으로 뛰었다. 거기다 내공을 익힌 자 특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생각대로군.’

 

그때 소설향과 장유유가 방으로 들어왔다.

 

“유유, 금창약을 좀 찾아봐라.”

 

“금창약? 알았어, 오빠.”

 

장유유가 뛰듯이 밖으로 나갔다.

 

소설향은 장유유가 나가자 이를 악문 채 침상으로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어떠시냐?”

 

감정을 억누른 그녀의 질문에 독고무령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속일 수는 없는 일.

 

“많이 안 좋긴 합니다만, 그래도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는 그렇게만 말하고 장이생의 어깨를 두른 천을 풀었다.

 

 

 

어깨와 허벅지의 상처를 손보고, 장유유가 가져온 금창약을 뿌린 후 천을 다시 매는데 이 각 가량이 흘렀다.

 

허벅지의 상처가 크긴 해도 살만 붙으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어깨는 근육과 신경이 반 이상 잘려나간 상태였다. 아마 낫는다 해도 왼쪽 팔을 쓸 수 없을 듯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내상이었다.

 

단순히 무공을 잃은 것만이 아니었다. 내장이 강력한 충격과 지나친 출혈로 많이 상해 있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독고무령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장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연이은 충격은 소설향과 장유유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상처를 손봤으니 안정하시면 곧 정신을 차리실 겁니다. 저는 이제 밖을 좀 정리해야겠습니다.”

 

소설향은 장이생의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 많았다, 무령아…….”

 

나직한 말이었다.

 

독고무령의 가슴이 그녀의 목소리에 축축이 젖어버렸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럼…….”

 

 

 

방을 나온 독고무령은 멀뚱히 서 있는 진사혁을 바라보았다.

 

“사혁, 혹시 장주님이 적에 대한 말을 하던가?”

 

진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먼저 했는데, 그분은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걸 바라지 않더군.”

 

독고무령은 잠시 생각하고 장이생의 마음을 이해했다.

 

‘장원의 사람들이 걱정된 것이겠지. 때로는 안다는 것이 죽음을 부를 수도 있으니까.’

 

“그분의 말대로 해주게. 그리고 자네가 앞마당 쪽에 가서 사람들을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군.”

 

“앞마당? 알았네.”

 

진사혁은 가기 싫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진사혁이 돌아서자 독고무령은 곧장 비밀통로가 있었던 방으로 가보았다.

 

초비경이 그를 보더니 담담히 웃음을 지었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마음은 편한 듯 보였다.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후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몸은 좀 어떻습니까?”

 

“그럭저럭 견딜만하네. 나보다는 장주님이 걱정이지.”

 

운기를 하며 몸을 다스린 듯 창백하던 안색에 조금은 핏기가 돌았다. 상처도 대충 옷을 찢어 싸맨 상태였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그렇게 말한 독고무령은 초비경의 손을 먼저 살펴보았다.

 

뼈가 으스러져 몇 조각으로 갈라진 것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독고무령은 일단 초비경의 손뼈를 맞추고, 손바닥에 부서진 나뭇조각을 댄 후 천으로 감쌌다.

 

“당분간 손을 써서는 안 됩니다.”

 

초비경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뼈를 맞춘 것만도 다행이었다. 몇 조각으로 부러져서 자신은 엄두도 나지 않던 터였다. 게다가 고통도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고맙네.”

 

독고무령은 초비경의 인사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등 뒤로 돌아가 몇 군데 혈을 짚었다. 그러고는 명문을 통해 진기를 흘려 넣고 급한 대로 두어 군데 막힌 혈을 뚫어주었다.

 

“우욱!”

 

초비경이 입에서 한 움큼의 선혈을 토해냈다. 시커멓게 죽은 피였다.

 

그걸 토해내자 한결 편해진 듯 초비경의 얼굴이 밝아졌다.

 

몸을 일으킨 독고무령은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소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엽은 그때까지도 정신을 잃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독고무령과 눈이 마주치자 몸이 저절로 떨렸다.

 

독고무령은 떨고 있는 그를 한 점 흔들림 없는 눈으로 응시했다.

 

“위사장님, 잠시 비밀통로를 써야겠습니다.”

 

단지 그 말을 들었을 뿐인데도, 초비경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 문득 독고무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참혹하게 죽을 것이다.

 

 

 

그는 벌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어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독고무령은 소엽을 향해 걸어가며 대답했다.

 

“저자에게 몇 가지 알아볼 게 있습니다.”

 

초비경이 차갑게 굳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하게.”

 

 

 

독고무령은 한 손에 대황초를, 한 손에는 소엽을 끼고 비밀통로로 들어갔다.

 

그는 장유유가 공격했던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털썩.

 

소엽을 내려놓은 그는 대황초를 벽에 꽂고 돌아섰다.

 

“지금부터 몇 가지 물을 것이다. 대답을 하고 안 하고는 그대 자유다.”

 

독고무령은 그 말만 하고는, 소엽의 턱 근육을 몇 군데 손본 후 아혈을 풀어주었다.

 

이제는 혀를 깨물고 자진하고 싶어도, 턱 근육에 힘이 없어 깨물어봐야 약간 아픈 정도로 그칠 것이었다.

 

소엽은 아혈이 풀리자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비록 몸은 제압당했지만 정신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흐흐흐. 내가 뭔가를 말해줄 거라 생각하나? 네놈은 세상을 아직 더 살아야 할 것 같구나, 어리석은 놈.”

 

“누가 어리석은지 곧 알게 될 거야.”

 

독고무령은 간단하게 대답하고 소엽의 부러진 손목을 지그시 밟았다.

 

“오늘 일, 남조경이 시켰겠지?”

 

이를 악다문 소엽의 눈이 고통과 경악으로 파르르 떨렸다.

 

뇌리까지 솟구친 고통에 악다문 이가 부서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비명이 흐르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독고무령의 질문이었다.

 

남조경은 어지간히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제왕성을 나서지 않았다. 더구나 그는 제왕성주를 대신해 극비의 일을 처리하는 비화당주. 그러다 보니 강호에서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자는 어떻게 남조경을 안단 말인가?

 

그보다 더 큰 의문은, 왜 자신과 남조경을 연관시키느냐 하는 것이었다.

 

소엽은 일단 시치미를 뗐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독고무령은 여전히 소엽의 손목을 밟은 채 품에서 가죽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가죽주머니의 매듭을 풀며 나직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그렇게 말하더군.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자신들 가족사까지 다 털어놓았지.”

 

“훗, 네놈이 무슨 고문기술자라도 되는 듯이 말하는구나.”

 

독고무령은 매듭을 푼 가죽주머니에서 돌돌 말려 있는 기다란 쇠줄을 하나 꺼냈다. 그 쇠줄은 길이가 두 자 정도 되었는데, 낭창낭창한 쇠줄에는 아주 작은 미늘이 이십여 개 달려 있었다.

 

쇠줄을 든 독고무령의 눈빛이 무저갱의 동굴처럼 깊어졌다.

 

“기대해도 좋아, 남조경의 개.”

 

확신에 가까운 말투다.

 

소엽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떨려나왔다.

 

“무, 무슨……?”

 

“남조경의 좌우비향주 중 하나라면, 최소한 남조경에 대한 것은 많이 알고 있겠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위지천백의 최측근이 된 남조경에 대한 것, 그게 내가 알고 싶은 첫 번째 이야기야.”

 

소엽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남조경의 이름을 아는 것은 그럴 수 있다 쳐도 어떻게 자신의 정체를 안단 말인가!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독고무령의 목소리가 더욱 나직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 남조경이 왜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할까? 위지천백은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것 역시 대답해줘야겠어.”

 

소엽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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