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천제 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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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암천제 76화
76화
동수양은 자신의 비기 폭풍권을 펼치며 진사혁의 곤과 맞섰다.
그는 권을 익힌 만큼 큰 덩치에 비해 동작이 빨랐다.
물러섰다 전진하며 휘두르는 그의 쌍권에서 진짜 폭풍이 이는 것처럼 권풍이 일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오 초가 지났다.
진사혁도 더 이상 상대를 무시하지 못하고, 신중하게 관천뇌곤 중의 전구식인 구전격을 펼쳤다.
일순간 맞바람이 일며 두 사람의 기운이 휘돌았다.
그러나 동수양이 맞받기에는 관천뇌곤의 위력이 너무 강했다.
진사혁이 본격적으로 구전격을 펼치자 조금씩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차앗!”
그러다 진사혁이 관천뇌곤을 쭉 뻗으며 관풍망일(貫風網日)의 일 초를 펼치자 동수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쾅!
태양을 그물에 가두고 일격에 뚫어버린다는 관풍망일이다.
좌우 모든 곳이 곤의 그림자로 뒤덮이자 동수양은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뒤이어 펼쳐진 낙성일격(落星一擊)에 바닥을 굴러야만 했다.
퍽!
진사혁의 곤이 바닥을 때리며 비무대를 흔들었다.
동시에 전곡상이 다급히 달려 나오며 외쳤다.
“멈춰라!”
그는 진사혁이 때린 바닥을 힐끔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별 이상은 없었다. 그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며 진사혁의 승리를 알렸다.
“진사혁 승!”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진사혁은 씨익 웃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군웅들이 함성을 지르며 젊은 곰의 승리를 축하했다.
“와아아! 철검보 진짜 대단한데?”
“일개 조원이 당주를 이기다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그만큼 강한 사람이 많이 나오면 좋지 뭐.”
“그건 그렇군. 철검보의 곰, 잘했다! 제왕성과 싸울 때도 그렇게 해라!”
* * *
태양이 서산으로 곤두박질 칠 때 이차전이 끝났다.
이차전에서 삼차전으로 올라간 사람은 모두 열둘.
거기에 심사만으로 올라간 사람 여덟까지 합하자, 삼차전을 치를 사람은 모두 스무 명으로 확정되었다.
이차전이 끝난 지 일각 후. 삼차전이 시작되었다.
삼차전에선 전곡상이 물러나고 산서 무림의 명숙 중 하나인 풍호검(風呼劍) 백기원이 진행자로 나섰다.
“철검보의 진사혁, 일원궁의 배위당 나오시오!”
칠혼검(七魂劍) 배위당은 일원궁 현풍대의 대주였다.
나이는 마흔두 살. 강호에 많이 알려진 자는 아니지만, 무공은 이미 절정경지에 오른 고수였다.
그는 비무대 위로 올라가서 눈에 힘을 주고 진사혁을 바라보았다.
“나는 칠 초의 검을 익혔네. 사람들이 나를 칠혼검이라 부르는 것도 그것 때문이지. 어떤가? 칠 초로 승부를 내는 게?”
진사혁으로서도 마다할 것이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진사혁은 힘차게 대답하고 곤을 뽑았다.
배위당도 검을 뽑고 오른발을 앞으로 반보쯤 내밀었다.
순간 진사혁이 괴상한 기합성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아자!”
허공으로 일 장가량 떠오른 진사혁은 있는 힘껏 곤을 내리쳤다.
강맹한 공격에 배위당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설마 자신을 상대로 하수들에게나 사용할 법한 공격을 하다니!
평소라면 뒤로 물러나 반격하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배위당은 정면대결을 하기로 작정했다.
잘만 하면 굳이 칠 초까지 갈 것도 없을 듯했다.
쾅!
비무대가 들썩이며 두 사람의 곤과 검이 맞부딪쳤다.
진사혁은 허공으로 붕 떠서 이 장 밖으로 날아갔다.
배위당은 주르륵 다섯 걸음을 물러나서 몸을 세웠다.
누가 우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배위당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 것을 보고 독고무령은 조용히 웃었다.
거대한 체구가 일 장 허공에서 곤으로 내려쳤다. 공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한 배위당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듯했다.
“또 갑니다!”
진사혁은 한 번의 공격으로 멈추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육 초. 그는 관천뇌곤의 구전격을 펼치며 배위당을 압박했다.
일격에서 가슴이 답답해진 배위당은 하는 수 없이 뒤로 물러나며 진사혁의 곤을 상대했다.
칠성귀혼(七晟鬼魂)이 펼쳐지며 일곱 줄기 곤영이 배위당을 향해 쏘아졌다.
배위당은 검을 빙글 휘둘러 일곱 줄기 곤영을 막아내고 곧바로 반격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진사혁은 물러서지 않고 곤을 좌우로 후려치며 우렛소리를 일으켰다. 관풍뇌동(關風雷動)이었다.
강맹한 곤세에 배위당의 검이 전진을 못하고, 면면부절해야 할 검세가 끊어졌다.
진사혁은 배위당의 검세가 끊어진 틈을 타 깊게 한 발을 내딛었다.
순간 그의 곤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번개가 달을 가른다는 전운단월(電雲斷月)이었다.
배위당도 이를 악물고 절혼검으로 맞섰다.
쩌저정!
곤과 검이 얽히며 귀청을 울리는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단지 사오 초 지났을 뿐인데도 숨 막히는 접전을 벌이는 두 사람이다.
사람들은 침 삼키는 것도 잊고서 두 사람의 접전을 지켜보았다.
배위당의 검에서 흘러나오던 시퍼런 검기가 그물처럼 펼쳐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진사혁도 눈을 부릅뜨고 곤에 모든 공력을 쏟아 부었다.
두 사람은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듯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배위당은 만혼검(卍魂劍)을 펼쳐서 진사혁을 압박하고, 진사혁은 관천뇌곤의 중육식 중 뇌일제마(雷一制魔)를 펼치며 단숨에 배위당의 검세를 무너뜨리려 했다.
떠더더덩!
검영과 곤영이 부딪치며 기운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두 사람도 갈라서서 각자의 무기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곧 마지막이라는 듯 두 사람이 다시 서로를 향해 검과 곤을 뻗어갔다.
쾅!
단말마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이 주르륵 물러났다.
비무대 위에 갑자기 고요가 찾아왔다.
진사혁과 배위당은 서로를 노려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욱, 후욱…….”
“헉, 헉…….”
단 칠 초의 대결. 두 사람은 그 칠초에 모든 정력을 쏟아 넣은 터였다.
뒤늦게 군웅들의 환호가 터졌다.
“와아아아!”
“젊은 곰이 이겼다!”
“무슨 소리! 배위당이 이겼지!”
“보면 모르냐? 배위당의 옆구리 옷이 찢어졌잖아!”
“흥! 저 곰의 어깨가 찢어진 것은 안 보이냐?”
서로가 우길 만도 했다.
그야말로 막상막하의 접전이었다.
오죽하면 두이정이 바로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고민할 정도였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내가 졌수!”
진사혁이 갑자기 패배를 자인한 것이다.
떠들던 군웅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배위당이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냐? 너는 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졌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럼 비겼다는 말?
사람들이 눈알을 굴리며 쳐다볼 때다. 진사혁이 어깨를 으쓱 추켜올리며 말했다.
“처음에 갑작스런 공격으로 배 장로님의 내력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요.”
그건 사실이었다. 배위당도 그에 대해선 뚜렷이 말하지 못했다.
그때 두이정이 승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비무는 정말 비등한 접전이었소! 하나 철검보의 진사혁이 스스로 패배를 시인했으니 배 장로의 승으로 발표하겠소!”
군웅들이 아쉬움을 접고 함성을 질러댔다.
“멋지다! 철검보의 젊은 곰!”
“둘 다 멋진 대결이었소!”
“둘 다 이겼다! 안 그래?”
“맞다, 맞아!”
“와아아아아!”
진사혁은 환호하는 군웅들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씩 웃었다.
그러고는 어깨를 펴고 비무대에서 내려왔다. 그가 다 내려오는 동안 환호는 그치지 않았다.
독고무령은 조용히 웃으며 진사혁을 반겼다.
“잘했네. 아쉽지는 않나?”
“자네 말대로 하지 않았으면 졌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아쉬울 것도 없어. 더구나 자네가 무천단주가 안 되면 다른 사람 밑으로 들어가야 하잖아. 그건 더 싫다네.”
진사혁은 호쾌하게 입을 열고 조원들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환한 표정으로 주먹을 쥐어 보였다.
심지어 말도 잘 하지 않는 용설마저 짤막하게 한마디 했다.
“다시 봐야겠군.”
진사혁은 짐짓 턱에 힘을 주고 그에 답했다.
“사실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확실히 이길 수 있었는데, 나이든 양반 이겨봐야 뭐하겠나. 하, 하, 하.”
사람들은 ‘제 버릇 남 주랴’하는 표정으로 진사혁을 흘겨보았다.
“하여간 추켜 주면 안 된다니까.”
“도대체 저 똥배짱은 어디서 나온 거야?”
“어디긴? 저 배가 안 보여?”
“하하하하.”
“낄낄낄…….”
그래도 누구 하나 그에게 핀잔을 주지 않고 밝게 웃었다.
철검보 구조 최고의 날이었다.
그리고 태풍의 눈이 태동한 날이기도 했다.
독고무령은 진사혁의 비무가 끝난 후로도 나머지 비무를 지켜보았다.
네 사람 때문이었다.
관초악, 관조운, 전유곤, 그리고 사공화정.
그중 관초악만이 자동으로 삼차전에 진출했고, 나머지 세 사람은 일이차전을 치르고 삼차전에 진출한 상태였다.
조금 의외라면 사공화정이라는 자였다.
이십 대 중반의 나이인 그는 중소 십이문파 중 하나인 포원산장의 사람이었다.
삼차전에 올라온 고수들은 대부분 오대세력의 간부들이거나 강호에 이름이 많이 알려진 고수들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 의외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가 중소 문파의 사람이어서 관심이 가는 게 아니었다. 독고무령이 봤을 때, 그는 관조운이나 전유곤에게 뒤지지 않는 고수였다.
‘의외로 쓸 만한 사람들이 많이 나왔어. 비무대회가 헛되이 열린 것은 아닌 것 같군.’
독고무령이 비무장을 떠나지 않자, 철풍검대의 대원들도 모두 남아 비무를 구경했다.
세 번째 비무에 나온 관초악은 가볍게 상대를 이기고 비무대를 내려갔다.
뒤이어 관조운이 나섰다. 그는 삭주의 명숙 호영검객 우종탁과 비무를 벌였는데, 이십 초 만에 반초 차이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관조운이 우종탁을 꺾자 군웅들의 열기가 다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전유곤이 열두 발의 화살로 화천문 당주인 기정도를 꺾으면서 열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사공화정이 나온 것은 아홉 번째였다.
사람들은 그가 당연히 질 걸로 생각했다. 상대가 일원궁의 장로인 반궁장(半穹掌) 조비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결은 석양이 뉘엿뉘엿 넘어갈 때까지 오십 초나 이어졌다. 그리고 오십오 초에서 사공화정의 검이 조비정의 심장을 겨누며 승부가 갈렸다.
“졌…… 네.”
조비정이 패배를 시인하자 군웅들이 술렁였다. 그리고 곧 함성이 터져 나왔다.
또 하나의 새로운 별이 대회합 비무대회에서 탄생한 순간이었다.
제9장 무천단(武天團)의 탄생(誕生)
석양이 지자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서 날씨도 더욱 싸늘해졌다.
결국 열 명이 벌일 사차전 비무는 다음날로 미뤄졌다.
사차전 비무가 다음날로 연기되었다는 소식에 비무장을 가득 메운 군웅들이 각자 거처로 돌아갔다.
독고무령도 조원들과 함께 거처인 별원으로 돌아갔다.
구양은이 독고무령을 부른 것은 저녁식사를 마친 직후였다.
“정말 수고했네. 고맙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구양은은 담담히 대답하는 독고무령을 바라보며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그런 실력으로 본보에 들어온 목적이 뭔가?”
독고무령은 잠시 시간을 두고 입을 열었다.
“제왕성과 싸우기 위해섭니다.”
“원한이 많은가 보군. 그런데 왜 하필 우리 철검보인가? 일원궁이나 화천문만 해도 우리보다 더 강한 곳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