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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제 137화

무료소설 암천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0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암천제 137화

 

137화

 

 

 

 

 

 

하지만 그들이 주춤거리는 와중에도 독고무령의 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회오리 같은 검풍이 일 때마다 무사들이 철벽에 부딪친 것처럼 튕겨지고, 서늘한 청광이 앞으로 뻗어나갈 때마다 무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가히 무인지경, 만부막적의 기세였다.

 

바로 그때, 중년무사 두 사람이 날아들며 독고무령의 앞을 막았다.

 

“더는 못 간다!”

 

“간덩이가 부었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공격해오는 도검에서 시퍼런 검기가 뿜어진다.

 

독고무령은 그들이 절정의 무공을 지녔음을 직감하고 태천일심의 기운을 칠성까지 끌어올렸다.

 

단순한 대결이라면 굳이 그 정도의 힘도 필요 없었다.

 

그러나 촌각을 다투는 만큼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했다.

 

후우웅!

 

그의 검에서 검명이 이는가 싶더니, 청광이 쭉 뻗었다.

 

달려들던 두 명의 중년무사는 대경하며 몸을 틀었다.

 

순간이었다.

 

쉬이익!

 

독고무령의 손에서 뇌정일섬이 펼쳐지며 두 줄기 벼락이 뻗어나갔다.

 

“헛!”

 

“컥!”

 

단말마가 두 사람의 목에서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독고무령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그들을 지나쳐 대풍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가 대풍전의 문 앞에 날아 내렸을 때였다.

 

뒤에서 용설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창, 조심해!”

 

고개를 돌리자 나인창이 가슴에 검을 꽂은 채 주저앉는 게 보였다.

 

일순간, 독고무령의 마음이 흔들렸다. 공노명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료의 죽음을 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를 돌아서게 놔두지 않았다.

 

대풍전의 문이 활짝 열리며 십여 명이 쏟아져 나오고, 이 층에서도 백의를 입은 무사들이 그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놈을 죽여라!”

 

유경원이 옆구리에서 도를 빼들며 냉랭히 소리쳤다.

 

백의 무사들이 독고무령을 향해 광풍폭우처럼 밀려들었다.

 

돌아서기에는 늦은 상황.

 

독고무령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그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불나방이 아니었다. 오히려 천지를 불태우는 불길을 날갯짓 한 번으로 제압하는 붕새였다.

 

고오오오!

 

검명이 울며 휘황한 청광이 독고무령의 검에서 번쩍였다.

 

떠더더덩!

 

달려들던 네 명의 백의무사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뒤로 튕겨졌다.

 

독고무령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좌수를 들어 흔들었다.

 

좌수에서 아지랑이와 같은 수영이 피어오른 순간!

 

콰과광!

 

다시 세 명의 백의무사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가공할 위세!

 

달려들던 백의무사들이 본능적인 공포에 휩싸여 멈칫거렸다.

 

그 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독고무령의 검은 그 찰나의 순간을 비집고 벼락을 뿜어냈다.

 

쩌저적!

 

“커억!”

 

“허어억!”

 

목이 반쯤 잘리고, 심장이 뚫린 두 명의 무사가 그 자리에서 무너진다.

 

허공으로 솟구치는 피분수!

 

붉은 안개가 허공에 뿌려졌다.

 

“모두 함께 덤벼!”

 

유경원이 버럭 소리치며 독고무령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독고무령은 단숨에 두 사람을 더 제거하고는, 유경원의 도를 정면으로 맞이했다.

 

상대의 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도기와 도강.

 

고수다. 어쩌면 이들 무리 중 가장 강한 자일지 모른다.

 

그는 자신의 검에 팔성의 내력을 쏟아 넣었다.

 

일순간, 맑은 청광이 검첨에서 휘돌며 쭉 뻗었다.

 

쾅!

 

단발의 굉음!

 

얼굴이 해쓱해진 유경원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렸다.

 

독고무령은 땅을 박차고, 물러서는 유경원을 향해 쇄도했다.

 

유경원은 자신의 형편없는 패퇴를 믿을 수가 없었다.

 

단 한 번의 격돌로 속이 울렁거렸다. 가슴이 턱 막혀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감각마저 사라진 손아귀는 도를 놓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다.

 

대체 저놈이 누구기에! 믿을 수 없어!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닥친 일이 현실이라는 것을 외면할 정도로 우매하지는 않았다.

 

그는 거대한 붕새처럼 달려드는 독고무령을 보고 악쓰듯이 소리쳤다.

 

“저놈을 막아!”

 

순간 좌우에서 백의무사들이 독고무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였다. 삼괴가 십 장을 날아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흥! 비겁하게 떼로 덤비다니!”

 

“킁! 네놈들은 자존심도 없냐!”

 

“너희들은 우리와 놀자!”

 

독고무령은 좌우의 공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경원을 향해 검을 뻗었다.

 

유경원은 독고무령이 수하들의 공격에 반격을 가할 거라 생각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면 흔들린 내력을 어느 정도 찾을 터. 안으로 들어가 공노명을 피신시켜서 일단 위기를 모면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악마 같은 놈이 수하들의 공격에도 아랑곳없이 덮쳐드는 게 아닌가!

 

그는 이를 악물고 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수하들 중 두 사람의 검이 악마 같은 놈의 등을 덮치는 게 보였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각도!

 

“죽어라, 이놈!”

 

기회라 생각한 유경원은 끓어오르는 내력을 억지로 누르고 독고무령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찰나였다.

 

떠덩!

 

독고무령의 등을 노리고 떨어지던 두 자루의 검이, 독고무령의 등 한 치 위에서 튕겨지고, 한 줄기 강대한 검광이 유경원을 향해 벼락처럼 뿜어졌다.

 

콰앙!

 

“커억!”

 

피를 토하며 뒤로 주욱 밀려나는 유경원을 향해 독고무령의 검이 쭉 뻗었다.

 

번쩍!

 

유경원은 눈앞이 환해졌다 싶은 순간, 목구멍이 콱 막혔다.

 

‘이, 이건……!’

 

뇌리에서 얼마 전에 들었던 말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한 줄기 광채가 번쩍이면 한 사람이 쓰러진다는 악마의 검에 대한 소문이었다.

 

‘이놈이…… 암천…… 사신…….’

 

그는 안에서 총군사를 지키고 있는 호위대 일조로 하여금 총군사를 모시고 도주하라는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목 잘린 짐승의 울음소리뿐이었다.

 

“그르르…….”

 

독고무령은 옆으로 비스듬히 쓰러지는 유경원을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는 대전의 중앙에 길게 놓인 탁자 위를 스치듯 미끄러지며 단숨에 가로지르고는, 마지막 탁자의 끝을 차고 이 층으로 신형을 날렸다.

 

쉬쉬쉬쉭!

 

순간 입을 꾹 다문 백의무사 셋이 좌우에서 말없이 달려들었다.

 

독고무령은 그들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뇌정진천세로 우측을 침과 동시, 좌수를 들어 일장을 내갈겼다.

 

떠덩! 쾅!

 

백의무사들이 참담한 표정으로 튕겨졌다.

 

찰나, 독고무령의 검이 전면을 향해 열십자로 그어졌다.

 

쩌저적!

 

방문이 산산이 부서지며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검풍을 쏟아내 문을 부순 독고무령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곱 명의 무사가 한 사람을 가로막은 채 서 있는 게 보였다.

 

말 한마디 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독고무령은 입을 꾹 다문 채 그들을 향해 쇄도했다.

 

처음서 끝까지, 독고무령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광풍의 질주였다.

 

일곱 명의 호위대가 그를 막아보지만, 당랑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 격이었다.

 

쩌저저적!

 

천뢰광혼의 검광이 허공을 찢어발기는 순간, 부러진 검날이 허공으로 날고, 찢겨진 손을 벗어난 도가 천장에 박혔다.

 

따당! 퍽!

 

“크억!”

 

“으헛!”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진 호위대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서자, 독고무령은 호접무를 펼치며 단호하게 손을 썼다.

 

귀월인, 단월인으로 목을 꺾고, 뇌정일섬으로 심장과 목을 뚫었다.

 

피이익!

 

심장과 목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나며 피분수가 솟구친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냉정한 일수!

 

절대사신의 검!

 

대풍전 내실이 뿌연 피안개에 휩싸이고 혈향이 흘렀다.

 

공노명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 광경을 노려보았다.

 

숨을 서너 번 쉬는 사이, 그토록 믿었던 호위대가 피분수를 뿌리며 쓰러진다.

 

그것도 단 한 사람에 의해서!

 

그는 이를 악문 채 최대한 숨을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일조 조장이 목숨을 걸고 독고무령을 막는 사이 창문을 뚫고 몸을 날렸다.

 

독고무령은 공노명이 밖으로 탈출하자, 자신을 가로막은 자의 가슴을 향해 일장을 내쳤다.

 

쾅!

 

“크어억!”

 

마지막까지 버티던 호위대 일조 조장의 몸뚱이가 사정없이 튕겨져 벽에 처박혔다.

 

독고무령은 그를 보지도 않고 부서진 창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밖으로 나간 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땅에 내려섰다. 북천삼괴가 공노명을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다.

 

“흥! 어딜 도망가려고!”

 

“클클, 왜 도둑놈처럼 창문에서 왜 뛰어내려?”

 

“허허허, 무령아, 우리가 한 놈 잡았다. 잘했지?”

 

바닥에 내려선 독고무령은 공노명에게 다가갔다.

 

공노명은 자신을 둘러싼 세 노인과 독고무령을 보고 주름진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북천삼괴? 어떻게 이들이……. 그럼 저놈이 북천삼괴의 제자란 말인가?’

 

독고무령은 검을 늘어뜨린 채, 고뇌에 빠진 공노명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공노명, 제왕성의 총군사, 맞나?”

 

공노명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되물었다.

 

“너는 누구냐?”

 

“독고무령.”

 

공노명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대가 암천사신?”

 

“긴 말 할 시간이 없으니 그만 나와 함께 가야겠다.”

 

그때 공노명의 입가에 가느다란 조소가 떠올랐다.

 

“너는…… 나를 데려갈 수 없다.”

 

독고무령은 번개처럼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가 공노명의 마혈을 제압했을 때는, 이미 공노명의 입가에서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설마 제왕성의 총군사라는 자가 촌각의 틈도 주지 않고 자결을 행할 줄이야.

 

“지독하구나, 공노명.”

 

공노명이 시뻘건 입을 벌리며 툴툴 웃었다.

 

“후후후후……. 너는 내가 왜 망설이지 않고 죽음을 택했는지 아느냐?”

 

독고무령은 무심한 눈으로 그를 보며 되물었다.

 

“남조경이 스스로 자결하더군.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과 같은 이유인가?”

 

순간 공노명의 흐려지던 눈빛이 경악으로 파르르 떨렸다.

 

독고무령은 그 사이 공노명의 가슴 대혈 세 군데를 격공지로 세차게 두들겼다.

 

울컥!

 

검붉어진 피를 토해낸 공노명은 앞으로 꼬꾸라지며 눈을 부릅떴다.

 

“너…… 였더냐?”

 

독고무령은 쓰러진 공노명에게서 눈을 떼고 북천삼괴를 바라보았다.

 

“아주 잘했습니다. 이제 이자는 제게 맡기고, 세 분은 앞쪽 일을 도와주십시오.”

 

북천삼괴는 독고무령의 칭찬에 입을 함지박만 하게 벌리며 좋아했다.

 

“흥! 걱정 마라! 앞에 있는 놈들도 우리가 다 처리할 테니까!”

 

“킁! 깨끗이 청소해주마!”

 

“허허허, 아픈 놈이 많을 테니, 가서 빨리 약을 먹여야겠군.”

 

세 사람이 앞 다투어 사라지자, 독고무령은 공노명을 향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두 번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아마 일각 정도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것이다, 공노명.”

 

공노명은 충혈된 눈을 들어 독고무령을 바라보았다.

 

대항해봐야 소용없음을 알고 내력을 끌어올려 가슴의 심맥을 몰래 끊었다. 열을 셀 시간이면 전신 심맥이 파열돼 숨이 끊어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가슴의 혈이 막히자, 답답하긴 해도 심맥의 파열에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

 

“이, 이…… 어떻게……?”

 

“내가 누군지 안다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대라면 내가 남조경을 죽였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을 텐데?”

 

“너…… 독고…….”

 

순간이었다. 공노명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독고…… 독고헌……. 남조경……. 그럼…… 네가……?”

 

독고무령은 공노명을 무저갱보다 더 깊은 눈빛으로 응시했다.

 

“어차피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창백해진 공노명의 수염이 바람도 없는데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나, 나는…….”

 

순간, 독고무령의 검이 공노명의 등을 긁고 내려갔다.

 

“끄어어어어!”

 

홉떠진 눈이 참담한 고통으로 물든 공노명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오는 데도, 독고무령은 고저 없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첫째, 위지천백이 천벽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둘째, 위지천백에게 숨겨진 힘이 얼마나 되는지, 우선 그것부터 말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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