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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제 188화

무료소설 암천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88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암천제 188화

 

188화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이 혼돈이 극에 달한 제왕성과 은룡산장의 무사들 위로 쏟아졌다.

 

어떤 화살은 일직선으로, 어떤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니 앞과 위를 모두 신경 써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누가 뭐래도 제왕성과 은룡산장의 최고 정예들이었다.

 

초절정고수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화살을 막아내자 혼란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뒤이어 수십 명이 화살을 쳐내며 전진하자, 화살도 더 이상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지닌 화살의 양이 한정된 이상 갈수록 날아가는 화살의 수가 줄어들었다.

 

“놈들의 화살이 떨어져 간다! 놈들을 쳐라!”

 

“찢어죽일 놈들!”

 

하지만 전궁산장의 공격에 죽거나 부상을 입은 자만 오십여 명에 이르렀다.

 

짧은 시간의 전과치고는 엄청난 결과였다.

 

암천단과 무천단은 용기백배해서 앞으로 내달렸다.

 

“너희들은 우리가 맡아주마!”

 

전궁산장의 무사들도 궁을 내던지고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었다.

 

 

 

한편, 독고무령은 전장에 끼어들기 전 제왕성과 은룡산장의 주요고수들을 빠르게 파악했다. 

 

오늘 싸움의 향방은 결국 고수들이 쥐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위지성과 적수천이 수장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그저 이름과 지위만 내세운 수장이었다.

 

자신을 죽이려 계획했다면 분명 진정한 고수가 저들 속에 끼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천룡방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쯤 동쪽 산자락에서 쏟아져 나와야 하거늘, 왜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그때 동쪽 산자락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장만익과 천룡방의 무사들이었다.

 

이상한 점은, 백팔십여 명이 아닌 십여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독고무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북리사웅은?’

 

그는 보이지 않았다. 범여종이 이끄는 비룡단도. 

 

보이는 사람은 장만익이 처음에 데려온 사람들뿐.

 

‘설마……?’

 

어렴풋이 어떤 예상을 한 독고무령의 두 눈에서 한광이 쏟아졌다.

 

‘북리사웅이 도망쳤다면, 승산이 없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천룡방 무사들이 있고 없음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러잖아도 안개 속에 가려진 승부다. 하거늘 한쪽에 구멍이 뚫렸다면 결과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독고무령은 즉시 신형을 날렸다.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가 신형을 날리자, 삼괴를 비롯해 호위무사대와 암천단의 무사들이 뒤따랐다.

 

독고무령은 한무종에게 그들의 지휘를 맡겼다.

 

“천룡방 쪽에 구멍이 뚫렸소! 사정을 알아볼 것이니 한 형이 이들을 지휘하되, 적들에게 포위되지 않게 적절히 대응하고 있으시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말이오!”

 

한무종도 천룡방 쪽에 구멍이 뚫렸다는 말을 듣고 사태를 짐작했다.

 

“빌어먹을 놈! 그렇게 오만하게 굴더니! 알겠습니다, 회주!”

 

“삼공께선 이 사람들을 도와주십시오!”

 

삼괴는 독고무령을 따라가려다 무턱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흥! 걱정 마라! 이놈들은 우리가 죽이기 전에는 안 죽을 것이다.”

 

“킁, 그러지 뭐.”

 

“걱정 말고 빨리 다녀와라.”

 

삼괴가 도와준다면 당장 무너지지는 않을 터.

 

독고무령은 곧바로 장만익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장내는 그야말로 혼란이 극에 달해 있었다.

 

양쪽 합쳐 구백이 넘는 무사가 계곡 안에 뒤엉켜 있다. 검광 도광이 난무하고 각종 무기가 상대의 피를 보기 위해 허공을 가른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조차 판단하기 힘들 지경.

 

그나마 다행이라면, 암천회는 서로를 아는 반면, 제왕성과 은룡산장은 잘못해서 자신들끼리 검을 들이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

 

독고무령은 앞을 막는 자를 갈대처럼 베어내며 장만익을 향해 다가갔다.

 

장만익은 은룡산장의 무사 셋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은 침통함으로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적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부상을 입어서도 아니었다. 뭔가 심적인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장만익 곁에 도착한 독고무령은 추호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근처 이 장 이내에 있는 적들을 베어버렸다.

 

검광이 번쩍이며 허공을 쓸어갈 때마다 은룡산장의 무사들이 바싹 마른 수숫대처럼 무너졌다.

 

“크억!”

 

“피, 피해!”

 

피하려 해도 쭉 뻗어나간 검기가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검으로 막으면 검을, 도로 막으면 도가 부러지고, 결국은 공포에 질린 채 죽어갔다.

 

은룡산장의 진정한 고수들은 북쪽과 서쪽에 치우쳐 있던 상황. 주위를 정리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은룡산장의 무사들도 동료들이 제대로 된 대항조차 못해보고 죽어가자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단숨에 칠팔 명을 베어버린 독고무령은,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장만익에게 빠르게 물었다.

 

“어찌된 겁니까?”

 

“미안하네! 지금은 할 말이 그것밖에 없군.”

 

독고무령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북리사웅은 도주했습니까?”

 

대답하는 장만익의 얼굴이 한순간에 십 년은 늙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방에서 전부터 철수명령이 떨어졌었네. 소방주가 말렸어도 내 진즉 말했어야 하거늘…….”

 

무사의 마지막 자존심이 그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대로 떠난다면 검을 영원히 놓아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말은 지금 이 자리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씹으며 눈을 떨구었다.

 

“회주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

 

더 들을 것도 없었다.

 

독고무령은 그제야 상황의 전모를 깨닫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고, 그는 자신이 오늘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북리사웅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철수명령을 내린 천룡방. 그들 역시 이제부터는 친구가 아니었다.

 

다만 죽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도 되돌아온 장만익 등을 생각해서 그 말만은 하지 않았다.

 

“남은 이야기는 살아남아서 하지요.”

 

독고무령은 그 말만 하고 고개를 돌려 한무종을 바라보았다.

 

<한 형, 내 명이 떨어지면 호위무사대와 삼공을 데리고 무조건 이곳을 떠나시오! 그래야 나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 반드시 내 말대로 해야 하오!>

 

독고무령의 전음에 한무종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졌다.

 

<알겠습니다, 회주.>

 

당장은 눈앞의 일을 먼저 해결해야 할 상황.

 

독고무령은 그 말만 남긴 채 검을 움켜쥐고 북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접전이 급격하게 기울고 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이곳을 빠져나갈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 적과 함께 죽는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패주(敗走)하더라도 암천회의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 그래야 나중을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

 

독고무령은 암천유성류를 펼쳐 최대한 빨리 북쪽 전장으로 접근했다.

 

굳이 땅을 디딜 것도 없었다. 아래쪽에 적이 있으면 머리를 밟고 몸을 날렸다.

 

그에게 머리를 밟힌 자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죽어갔다.

 

세 번의 도약으로 사십여 장을 날아간 그는 육풍원에게서 삼 장 정도 떨어진 곳에 내려섰다.

 

그곳에선 제왕성 신무전의 고수 세 사람이 암천단원들을 압박하고 있었는데, 이미 십여 명이 그들 손에 죽은 상태였다.

 

독고무령은 땅으로 내려서면서 검을 쭉 뻗었다.

 

순간, 그의 검첨에서 검강이 벼락처럼 뻗어나갔다.

 

고오오오!

 

신무전의 고수들은 해쓱하게 질린 표정으로 독고무령의 검세를 막았다.

 

콰르릉! 쩌정!

 

단 일 검에 신무전의 고수 세 사람이 동시에 뒤로 튕겨졌다.

 

그중 한 사람은 심장이 갈라지고, 한 사람은 칼을 쥐고 있는 손이 어깨에서 떨어져 나갔다.

 

“크억!”

 

“흐어억!”

 

그때 누군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 암천사신! 저자가 바로 암천사신이다!”

 

독고무령은 그들의 외침에 상관하지 않고 육풍원을 바라보았다.

 

육풍원은 추양양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십여 초가 지나도록 우세를 잡지 못한 게 한인 듯 육풍원은 이를 갈며 추양양을 공격했다.

 

콰광! 떠더덩!

 

어찌나 살벌하게 싸우는지, 두 사람이 싸우는 삼 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공세에 잘못 휘말리면 애꿎은 목숨만 잃을 뿐이었다.

 

하지만 독고무령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시간이 없었다.

 

검을 들어 올린 그는 추양양을 향해 천뢰광혼을 펼쳤다.

 

승천만화의 단계에 이른 천뢰광혼은 이전과 판이한 위력을 보였다.

 

쾅!

 

일성 굉음과 함께 추양양의 신형이 주르륵 밀려났다.

 

안색이 창백한 걸 보니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단 일 검에 추양양을 밀어낸 독고무령은 육풍원에게 다급히 전음을 보냈다.

 

<북리사웅이 비룡단을 데리고 도망쳤습니다. 상황을 봐서 빠져나갈 것이니, 제가 신호를 보내면 사람들을 데리고 무조건 떠나십시오!>

 

육풍원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개자식!”

 

육풍원은 자신의 분노를 한마디로 표현하고는, 추양양을 향해 넉 자 장검을 휘둘렀다.

 

숨도 쉬기 어려운 충격을 받은 추양양으로선 육풍원의 검을 맞받을 자신이 없었다.

 

그는 일단 훌쩍 몸을 날려 육풍원의 검을 피했다.

 

“이리와라, 혈혼신마! 어딜 도망가는 거냐!”

 

육풍원은 추양양이 북리사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뒤를 쫓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독고무령은 그사이 적의 시선을 돌릴 겸, 설자웅과 나호민, 관조운, 사공화정 등이 분투하고 있는 서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암천사신! 어딜 가느냐!”

 

제왕성의 무사 두 사람이 독고무령 앞을 막아섰다.

 

나름 절정의 고수로 보이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독고무령의 분노에 찬 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 앞을 막으려면 죽음을 각오하라!”

 

일갈을 내지른 독고무령의 검이 허공을 내리쳤다.

 

한줄기 빛이 번쩍인 순간!

 

앞을 가로막은 무사 하나의 몸이 반으로 쩍 갈라졌다.

 

가히 공포라 아니할 수 없는 광경!

 

나머지 하나는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 틈에 독고무령은 서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한 줄기 거대한 힘이 전음과 함께 그에게 밀려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암천사신 독고무령. 아우에게 듣던 것보다 더 대단하구나. 하지만 그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이곳을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독고무령은 허공에 뜬 채로 몸을 틀며 검을 그었다.

 

태천일심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검신을 통해 흘러나가며, 밀려드는 거대한 힘을 쪼개버렸다.

 

콰르르릉!

 

천둥소리가 하늘에서 울리며 가공할 기운의 여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아래쪽에 있던 사람들 중 내공이 약한 자는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어지간한 고수들도 하얗게 질린 채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끄억!”

 

“흐으윽.”

 

독고무령은 오 장을 그대로 날아간 후 땅에 내려섰다.

 

저만치, 자신에게 공격을 가한 자가 내려서는 게 보였다.

 

오십 대 초반의 나이. 키만 조금 클 뿐, 일견 평범해 보이는 자였다.

 

그러나 독고무령은 그를 절대 평범하게 보지 않았다.

 

도왕 영호진광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자였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강할지도 몰랐다.

 

독고무령은 일단 관조운에게 전음을 보냈다. 육풍원에게 한 말에 살을 조금 더 붙여서.

 

관조운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독고무령은 그제야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초로인을 응시했다.

 

“위지천백이 나를 죽이라고 보낸 사람이 어딘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

 

초로인은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싸움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독고무령만을 향해 다가왔다.

 

마치 그가 억지로 밀친 것처럼 사람들이 옆으로 밀려났다.

 

그는 삼 장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선 후에야 입을 열었다.

 

“들어봤는지 모르겠군. 나는 등후양이라 하네.”

 

밀려난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몇 걸음씩 더 물러섰다. 등후양, 그의 이름이 뒤통수를 때리기라도 한 것처럼.

 

독고무령도 그의 이름을 모르지 않았다.

 

등후양의 이름을 모르는 강호인이 얼마나 될 것인가.

 

사대천왕 중의 한 사람인 검왕(劍王) 천궁신검(天窮神劍)!

 

중원천하를 통틀어도 적수를 몇 찾을 수 없는 절대고수가 바로 그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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