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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제 174화

무료소설 암천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4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암천제 174화

 

174화

 

 

 

 

 

 

순간, 그토록 흩어지지 않던 먹구름이 천적이라도 만난 듯 밀려나기 시작했다.

 

물러나는 먹구름 속에서 환청처럼 울리는 악귀의 비명!

 

기회라 생각한 독고무령은 구성의 내력으로 두 번째 춤마저 검으로 펼쳐 보았다.

 

쏴아아아!

 

모래가 파도에 휩쓸리는 소리와 함께 먹구름이 뒤로 죽 밀려났다.

 

동시에 경악과 공포로 물든 묵귀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독고무령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땅을 박차고 삼 장 허공에 떠오르더니, 무심한 표정을 지은 채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마치 세 번째 춤을 추듯이!

 

일시지간, 검첨에서 쭉 뻗은 강기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꽂혔다. 

 

고오오오!

 

거짓말처럼 먹구름이 쪼개졌다.

 

동시에 어둠도 쪼개지고 묵귀자의 얼굴도 쪼개졌다.

 

‘으음…….’

 

땅에 내려선 독고무령은 비틀거리는 신형을 바로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세 개의 춤을 연이어 펼친 것은 현재로썬 무리였다.

 

그도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 몸이 절로 움직여서 멈출 수가 없었다.

 

덕분에 묵귀자를 진짜 귀신으로 만들었지만, 자신 역시 적잖은 내상을 입은 듯했다.

 

‘역시…… 공력이 문젠가?’

 

 

 

한편, 상황을 지켜보던 헌원조는 말을 잊었다.

 

귀천사사 중 두 사람이 한 사람에게 죽었다는 게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사령귀안이나 백골마존에 비해 약하다 해도, 홍백과 묵귀자는 자신보다 한 단계 위의 고수가 아니던가.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벌떡거렸다.

 

군호광은 암천사신이 노태군에 비해서 약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솔직히 자신은 믿지 않았다.

 

군호광이 처음으로 패하다 보니 그런 마음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

 

그런데 아무래도 그의 말이 옳은 듯했다.

 

과연 노태군이라면 홍백과 묵귀자를 저리 쉽게 죽일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 늙은이의 무위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 그럴 수 있을지도…….’

 

그때였다. 땅에 내려선 독고무령이 비틀거리는 게 보였다.

 

이를 악문 헌원조의 눈빛이 반짝였다.

 

기회!

 

홍백과 묵귀자를 죽이며 부상을 입은 듯 보인다. 저 정도의 고수가 비틀거릴 정도면 단순한 부상은 아닐 게 분명했다.

 

그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

 

“놈이 심한 부상을 입었다! 모두 달려들어서 저놈을 죽여라!”

 

그러고는 자신이 먼저 신형을 날렸다.

 

뒤따라 구여청이 소리치고, 은룡산장의 무사들이 늑대 떼처럼 달려갔다.

 

“암천사신을 죽여라!”

 

독고무령은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은룡산장의 무사들을 보며 검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훌쩍 몸을 날려 뒤로 날아갔다.

 

어차피 그가 노린 사람은 홍백과 묵귀자였다. 그들이 죽은 이상 심각한 부상을 각오하고 무리하게 싸울 이유가 없었다.

 

남은 자들은 제왕성과 아귀다툼을 벌이며 서로의 심장에 검을 꽂아야 하는 것이다.

 

독고무령은 두어 번의 도약으로 절벽 밑에 다다른 후, 그대로 솟구쳐서 절벽 위로 올라갔다.

 

그때였다.

 

그가 절벽 위에 막 내려선 순간. 갑자기 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가 싶더니, 가공할 기운이 그의 머리 위를 덮쳤다.

 

‘웃!’

 

독고무령은 처음으로 겪는 엄청난 위력의 기운에 황급히 쌍장을 휘둘렀다.

 

쿠구궁!

 

두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절벽이 뒤흔들렸다.

 

옆으로 튕겨지듯이 이 장을 밀려난 독고무령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온몸에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밀려드는 저릿한 충격!

 

핏덩이가 목구멍을 틀어막은 것처럼 뭉클한 느낌이 가슴을 짓누른다. 

 

‘빌어먹을.’

 

홍백과 묵귀자를 죽이며 입은 내상이 단 일 장의 격돌에 배는 더 심각하게 도진 것 같다.

 

아마 금강불사공이 아니었다면 당장 피를 토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을 지도 몰랐다.

 

독고무령은 전면을 노려보았다.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자가 누군지 궁금했다.

 

전면 오 장가량 떨어진 곳에 눈처럼 하얀 백의를 입은 자가 서 있었다.

 

자신보다 작지 않은 키, 넓은 어깨, 기다란 팔. 어둠속에서도 확연히 보이는 백색 기운이 그의 전신을 감싼 채 휘돌고 있었다.

 

그가 서 있음으로 해서 넓은 절벽의 한쪽이 철벽처럼 느껴졌다.

 

그를 보는 독고무령의 눈빛이 무저갱처럼 깊어졌다.

 

대체 저자는 누구란 말인가?

 

저자도 귀천사사 중 하나일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노인 같지는 않다. 잘해야 쉰 정도의 나이. 게다가 사악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가 귀천사사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한 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독고무령은 상대의 강함을 느끼고 검을 빼들었다.

 

그때 백의인이 무릎도 구부리지 않은 채 훌쩍 날아들었다.

 

동시에 조금 전과 다름없는 엄청난 기운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독고무령은 한 발 앞으로 내딛으며 전력을 다해서 천뢰광혼과 천뢰만영을 연이어 펼쳤다.

 

콰르르릉! 쩌저적!

 

순간 백의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백색 기운이 암초에 부딪친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구겁무를 검으로 펼치면 충분히 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현재의 몸으로 그 무공을 펼쳤다가는 더욱 심각한 내상을 입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독고무령은 하는 수 없이 구겁무를 포기하고 천뢰무적파천검 중 마지막 검세인 천뢰무적세를 펼쳤다.

 

검첨에서 거대한 검강이 쭉 뻗어나가며 둔중한 벽력음이 절벽을 뒤흔들었다.

 

콰르릉!

 

백의인도 손으로 허리를 쓸어 백색도를 빼들고 어둠을 향해 내리쳤다. 

 

백색도강이 눈보라처럼 쏟아지며 독고무령의 전신을 뒤덮었다.

 

찰나, 천뢰무적세와 백의인의 백색도강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얽혀들었다.

 

콰과광!

 

바위로 된 바닥이 강기의 여파에 부서지며 튀어 오르고, 대기가 진저리치며 터져 나갔다.

 

숨이 콱 막히는 거센 충격!

 

독고무령은 이를 악문 채 대여섯 걸음을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백의인 역시 몸을 감싸고 있던 백색 기운이 흐트러지며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막상막하의 접전.

 

바로 그때, 은룡산장의 무사들이 속속 절벽 위로 올라오고, 절벽 위를 한 줄기 강풍이 휩쓸었다.

 

휘이이잉!

 

독고무령은 검을 중단으로 들어 올린 채 오연한 시선으로 백의인을 바라보았다.

 

백의인 역시 의외라 생각했는지 도신이 눈처럼 하얀 도를 아래로 늘어뜨린 채 독고무령을 마주보았다.

 

마치 절벽 위에 단 둘만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수십 명에 달하는 은룡산장의 무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절벽 위를 휩쓸고 지나가던 바람이 두 사람 사이에서 회오리를 일으키며 암공으로 말려 올라갔다.

 

휘이이잉!

 

콰아아아!

 

순간 독고무령과 백의인이 절벽을 박차고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콰광! 쩌저저적!

 

검세와 도세가 맞부딪치며 강기의 폭풍이 두 사람을 휘어 감았다.

 

하지만 그것도 일순간뿐.

 

쾅! 하는 일성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뒤쪽으로 튕겨졌다.

 

독고무령은 뒤로 튕겨지며 순간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연이은 강적과의 격돌로 혈맥이 격렬하게 들끓고 있다.

 

백의인만 해도 벅차거늘, 은룡산장의 무사들까지 모두 올라왔다. 

 

포위당하면 빠져나가기가 그만큼 힘들어질 터.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백의인과의 승부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곳을 빠져나가는 수밖에.

 

결정을 내린 독고무령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뒤로 미끄러졌다.

 

그때 절벽에서 올라온 패령군 넷이 엉겁결에 그의 뒤를 가로막았다.

 

홱 몸을 돌린 독고무령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뇌정일섬을 펼쳤다.

 

어둠속에서 펼쳐지는 뇌정일섬.

 

그것은 패령군의 일개무사에게는 지옥으로의 초대장이었다.

 

찰나 간에 뇌정일섬이 두 명의 목을 꿰뚫고, 귀혼낙의 일수가 주춤거리는 자의 심장을 부쉈다.

 

“컥!”

 

“흐억!”

 

공포에 질린 신음과 함께 세 명의 무사가 무너지자, 살아남은 자는 급급히 뒤로 물러나며 길을 터주었다.

 

그 사이 대여섯 명이 독고무령의 후위를 향해 달려들었다.

 

독고무령은 그들을 더 상대하지 않고 신형을 날렸다.

 

다행히 암천유성류를 펼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단 세 번의 도약으로 사십여 장을 벗어난 그는 곧장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괴이하게도 백의인은 독고무령을 뒤쫓지 않았다.

 

대신 묘한 표정을 지으며, 절벽 위로 올라오는 은룡산장의 무사들을 향해 돌아섰다.

 

은룡산장의 무사들은 부상자를 제외한 육십 명 정도가 절벽으로 올라온 상태.

 

선두에 선 헌원조는 백의인의 눈과 마주치자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암천사신이 누군가와 엄청난 격전을 벌이는 것은 올라오면서 알았다.

 

그런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온 것은, 암천사신과 적이라면 자신들의 적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를 본 순간, 아무래도 뭔가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빛에 온기가 없다. 아군의 눈빛이 아니다.

 

헌원조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백의인을 향해 물었다.

 

“귀하는 뉘시오?”

 

백의인은 은룡산장의 무사들을 둘러보며 차갑게 되물었다.

 

“은룡산장의 무사들인가?”

 

“그렇소만, 그리 묻는 귀하는 뉘신데 암천사신과 싸운 것이오?”

 

헌원조는 상대의 강함을 알고 말을 조심했다.

 

하지만 백의인은 헌원조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역시 그가 암천사신이었던가? 훗, 사람들이 그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군.”

 

일순간, 백의인의 몸에서 기이한 백무가 다시 일렁거렸다.

 

솜털을 올올이 서게 만드는 숨 막히는 살기!

 

헌원조가 다급히 물었다.

 

“우리와 싸우겠다는 것이오?”

 

백의인이 도를 사선으로 늘어뜨린 채 하얗게 웃었다.

 

“조금 늦게 갔더니 이미 떠났더군. 그래서 쫓아왔는데, 아주 잘 온 것 같아. 비록 짧은 초수였지만 오랜만에 멋진 대결을 벌였거든. 후후후후.”

 

늘어뜨린 백의인의 도에서 실낱같은 도기가 흘러나왔다. 마치 거미의 엉덩이에서 거미줄이 풀려나오는 듯했다.

 

‘맙소사! 저 자는 절대경지에 오른 자야!’

 

헌원조는 뒷걸음질로 백의인과의 거리를 더 벌렸다.

 

그는 아는 것이다. 절대지경의 고수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라는 걸.

 

자신들의 숫자가 육십 명이 되고, 그중에 절정고수가 다섯 이상 된다 해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가 아니던가.

 

그는 신중한 표정으로 백의인을 노려보며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조심해라! 절대 함부로 덤비지 마라!”

 

백의인은 자신을 포위하는 은룡산장의 무사들은 아랑곳없이 헌원조만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떠오른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후후후, 참 재미있는 세상이야. 암천사신만 아니었으면 너희들을 모조리 지옥으로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암천사신은 자신의 의형과 적이다. 하기에 절벽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그를 막았다.

 

그런데 암천사신과의 대결에서 이성가량의 공력을 소실했다. 거기다 작은 내상마저 입었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육십에 이르는 은룡산장의 무사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적의 적 때문에 정작 목적했던 자들을 모두 잡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 웃기는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보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살아나려면 최선을 다해야 할 거다. 나는 자비를 모르는 사람이니까.”

 

백의인이 한 발을 내딛으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의 나직한 목소리에 어둠이 흔들렸다.

 

동시, 수십 가닥의 백색도광이 은룡산장의 무사들을 덮쳤다.

 

어둠을 찢어발기며 밀려가는 백색도강의 회오리!

 

고오오오! 쏴아아아!

 

대기가 진저리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헌원조는 백의인의 도세를 직접 대하고 나서야 얼굴이 해쓱하게 변했다.

 

동시에 소문으로만 들었던 어떤 자의 무공이 갑자기 떠올랐다. 

 

“서, 설마…… 백령천도? 그, 그럼 저자가…… 도왕(刀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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