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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5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53화

“여기 앉아 계십시오. 출발 준비를 마치고 다시 오겠습니다.”

 

혼자 있을 호현을 세심하게 배려한 방윤은 서둘러 연무장을 벗어났다.

 

방윤으로서는 이곳 팽가에서 신년을 보내기보다는 자신의 집이 있는 북경에서 신년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방윤이 준비를 하기 위해 연무장을 나서자 호현이 팽극 등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프면 자기 몸만 손해라는 것을 다들 잘 알 것이다. 올해에도 모두 아픈 사람 없이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잠시 말을 멈췄던 팽극이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새해 복 많이 받기를 바란다.”

 

팽극의 말에 팽가의 일원들이 일제히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런 팽가 사람들을 팽극이 죽 훑어보았다.

 

“오늘 하루는 모두 즐거운 시간 보내기 바란다.”

 

팽극의 신년 인사가 끝나자 팽가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술과 음식들을 먹으며 새해를 즐기기 시작했다.

 

호현이 있는 탁자에도 팽가 사람들이 모이더니 빠르게 술과 음식들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팽가 사람들은 체격이 워낙 크고 좋다 보니 그들이 먹어 대는 통에 음식들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 팽가 사람들의 모습을 호현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팽가에서 머문 시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식사는 따로 하였기에 팽가 사람들이 밥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대단하구나. 마치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마시는 것 같지 않은가?’

 

음식들을 흡입하고 있는 무인들을 호현이 경이로운 눈으로 보고 있을 때 팽문이 팽극과 함께 다가왔다.

 

“음식은 입에 맞는가?”

 

팽극의 말에 호현이 목발을 움직여 몸을 일으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호현 학사도 새해 복 많이 받게. 그리고 우리 문이를 도와준 것,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을 하고 싶네.”

 

무뚝뚝한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느낀 호현은 미소를 지었다.

 

“저야말로 팽 소협을 만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호현이 자신의 다리를 가리키며 웃었다.

 

“팽가의 도움도 받았구요.”

 

호현의 다리를 본 팽극의 얼굴이 굳어졌다. 팽문에게서 호현을 공격한 자들이 남궁세가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 말은…… 호현이 다친 이유가 자신들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니 그로서는 마음이 좋지 않은 것이다.

 

“호현 학사를 공격한 자들은 우리가 확실히 밝혀 낼 것이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팽가를 떠나 북경으로 가려 합니다.”

 

“북경으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호현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팽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해야 할 일을 미루면 안 되겠지.”

 

‘게다가 북경이라면 우리 팽가의 힘이 미치는 곳이니 호현 학사에게도 별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팽극이 팽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호현 학사와 이야기를 나누거라.”

 

팽극이 팽가 무인들에게로 가자 팽문이 호현에게 말했다.

 

“오늘 가실 것입니까?”

 

“그러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호현 학사를 노리는 자들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다시 습격을 해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팽가에서 평생 살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도울 것이 있겠습니까?”

 

“저를 치료해 주시고 제 은공을 받아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호현이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던 팽문도 마주 고개를 숙여 보였다.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하십시오. 그곳이 어디라도 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호현을 보던 팽문은 신년을 즐기는 팽가 무인들에게 걸어갔다.

 

*

 

*

 

*

 

북경 오가장의 조용한 대청에는 화롯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화르륵! 타타탓!

 

불에 타들어가는 나무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호현은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었다.

 

휙! 휙!

 

‘하체는 굳건하고 상체는 부드럽고 유연하게…….’

 

태극권의 요결을 읊으며 몸을 움직이던 호현은 잠시 후 가만히 몸을 멈췄다.

 

“후우!”

 

어깨를 들썩이며 심호흡을 한 호현이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쿵쿵!

 

몇 번 땅을 찍어본 호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다리를 보던 호현이 이번에는 팔에 난 상처를 바라보았다. 화살이 관통했던 상처는 이제 붉은 자국만을 남기고 모두 아물어 있었다.

 

‘자연지기가 정말 신통하구나.’

 

찢어진 상처와 부러진 뼈가 며칠 만에 나은 것에 신기함을 느끼고 있을 때 방윤이 웃으며 찻잔을 내밀었다.

 

“몸이 많이 좋아지신 듯합니다.”

 

“방 총관님께서 잘 살펴 주신 덕입니다.”

 

“허허, 그리고…… 표국을 통해 무당파로 서신을 보냈습니다.”

 

오가장에 도착하고 난 후 호현은 무당파에 보내는 서찰을 썼다.

 

그동안 무당파를 떠나 있었던 일과 팽가에서의 일,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공격했던 일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방헌학관을 살펴봐 주기를 부탁하는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무당파에서 학관을 살펴 준다면 스승님에게 별일은 없을 것이다.’

 

학관에 대한 걱정을 던 호현이 찻잔을 방윤에게 건네주었다.

 

“제가 다닐 학관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천유학관(天儒學館)이 어떻겠습니까?”

 

“천유학관이요?”

 

“전 한림원 대학사를 역임하신 풍소경 노사께서 만든 곳입니다.”

 

풍소경 노사라는 말에 호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풍소경은 그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죽대 선생과는 경쟁자이자 무당파에서 만난 동진 학사의 스승인 것이다.

 

“풍소경 노사께서 관직은 어떻게 하시고……?”

 

“얼마 전에 관직을 내놓으셨습니다. 그리고 학관을 개관하셨습니다.”

 

그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풍 노사께서 왜 관직을……?”

 

“환관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이라는 상소를 하셨다가 태후의 노여움을 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호현이 눈살을 찡그렸다.

 

“한림원 대학사가 정오품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지위는 황상을 보좌하는 자리이고, 천하에 있는 모든 학사들에게 존경을 받는 자리입니다. 그런 자리에 있는 대학자를 어찌 태후께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장주들께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황상께서는 천고에 보기 드물 정도로 효심이 깊어 태후께서 원하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들어주신다 합니다. 태후께서 풍소경 노사를 싫어하시니 황상께서도 어쩔 수 없이 퇴궁을 명하신 것이겠지요.”

 

“아무리 효심이 깊다고 하셔도 그렇지, 어떻게 대학사를……. 다른 관료들이 그것을 그냥 보고만 있었단 말입니까?”

 

“대학사까지 버리는 마당에 다른 관료들이라고 어쩔 수 있겠습니까?”

 

“허! 어찌 그런 일이…….”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리던 호현이 문득 방윤을 바라보았다.

 

“사형들은…….”

 

“무슨……?”

 

“그런 잘못된 일을 사형들이 그냥 보고만 있었냐는 겁니다.”

 

화가 난 듯한 호현의 말에 방윤이 입맛을 다셨다.

 

“장주들께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으셨…….”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다는 말이군요.”

 

그 말에 방윤이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방윤이 입을 열었다.

 

“장주들께서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국정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계십니다.”

 

“허나! 사형들은 대의를 모른 척하였습니다. 충신이라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황상의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 하지만 가까운 의마저 모른 척한다면 그것이 어찌 바른 위정자의 자세라 할 수 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방윤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의는 잘 모르겠지만 장주들이 하시는 일로 많은 백성들이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황상을 바르게 보좌하는 것이 백성들을 위한 것입니다. 사형들은 황상을 바르게 인도하셨어야 합니다. 파직을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잔뜩 굳은 호현의 단호한 음성을 가만히 듣고 있던 방윤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저는 이미 죽어 땅에서 썩어 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저는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처지였습니다.”

 

“누명요?”

 

“아들과 며느리를 죽인 천인공노할 놈의 죄를 뒤집어쓰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저를 구해주고 원한을 갚을 수 있게 해 주신 분들이 바로 장주님들입니다. 공자님 말씀대로 장주들께서 충언을 하고 파직이 되셨다면…… 저는 이미 땅속에서 썩어가고 있겠지요.”

 

그 말에 호현은 할 말이 없었다.

 

‘대의를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이고 스승님에게 배운 가르침이다. 하지만…… 하아! 모르겠구나.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관에 남는 것과 충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 이 둘 중 무엇이 옳은 일인지…….’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자신의 소신을 꺾는 것과 충을 위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 이 둘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말이다.

 

고민에 잠겨 있는 호현을 보며 방윤이 입을 열었다.

 

“장주들께서는 장주들만의 방법으로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시는 것입니다.”

 

방윤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고민이 어렸다. 그런 호현을 보던 방윤이 걸음을 옮겼다.

 

“따르시지요. 천유학관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더 이상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싫은 듯한 방윤의 모습에 호현은 한숨을 쉬고는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백성들을 위한 정치라……. 대체 무엇이 백성들을 위한 정치란 말인가?’

 

*

 

*

 

*

 

방윤을 따라 걸으며 호현은 내내 정치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다.

 

‘황상을 바르게 인도해 명정한 정치를 하는 것과 사형들처럼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 어느 것이 진정 백성들을 위한 정치인가.’

 

그것이 호현의 고민이었다.

 

마음속으로는 황상을 올바르게 인도해 명정(明正)을 이루는 것이 대의라고 생각을 하지만, 사형들의 정치로 인해 구원을 받은 백성들이 있다.

 

그러니 사형들의 정치도 틀렸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호현이 올바른 정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방윤이 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입니다.”

 

방윤의 말에 정신을 차린 호현은 거대한 장원 하나와 그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학사들을 볼 수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줄을 서 있는 학사들의 모습에 방윤이 아차 싶은 얼굴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이런……. 제가 미처 줄서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줄……?”

 

낭패한 얼굴로 학사들을 보던 방윤이 말했다.

 

“회시가 치러지는 시기에는 전국에 있는 학사들이 북경으로 모입니다.”

 

“회시가 북경에서 치러지니 그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회시를 치르기 위해 오는 그 많은 학사들은 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공부를 할 곳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시를 치르는 이 시기가 되면 북경에 있는 거의 모든 학관들은 입관을 하기 위해 온 학사들로 분주합니다.”

 

“그럼 이 앞에 있는 학사들이 모두 회시를 치르기 위해 온 사람들이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학사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던 방윤이 호현을 향해 말했다.

 

“제가 안에 들어가서 말을 하고 오겠습니다.”

 

방윤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학사들도 입관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제가 뭐라고 줄을 무시하겠습니까. 저도 줄을 설 것입니다.”

 

“하지만 공자님, 저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끝은 언제나 있는 법입니다.”

 

호현이 학관 앞에 있는 학사들의 줄에 서는 것을 보며 방윤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저 정도 줄이면 오래 걸릴 것인데.’

 

하지만 호현이 줄을 서겠다는데 방윤이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도 줄의 가장 끝에 가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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