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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50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50화

“도유 사형의 몸에 이상은 없었습니까?”

 

“머리카락과 이가 모두 빠지기는 했지만…… 호위무사들의 말에 의하면 새로운 이와 머리카락이 자란다고 하니 별 이상은 없는 것이겠지요. 아니 오히려 예전에 비해 힘도 좋아지고 살도 빠져서 더 보기에 좋아졌습니다.”

 

그 말에 호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머리카락과 이가 없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긴 것이다.

 

‘그런 도유 사형의 얼굴을 봤어야 하는데…….’

 

도유의 얼굴을 봤어야 하는데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호현의 들것을 방윤과 같이 온 남자들이 들어올렸다.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어서 공자님을 숙소로 모시거라.”

 

방윤의 말에 남자들이 움직이려는 순간,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는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이곳에서 머물지 못합니다.”

 

“네? 아니 그런 몸으로 어디를 가신다고…… 아! 하북상단에 가시려고 하시는 것이라면 제가 따로 기별을 넣어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아닙니다.”

 

호현은 태봉산에서 다쳤던 일과 자신을 구해준 태봉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말에 방윤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태봉산이면 북경에서 꽤 멀리 있는 곳인데…… 그럼 그곳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오신 것입니까?”

 

“그건…… 나중에 따로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다리가 낫기 전에는 그곳에 있을 생각입니다.”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방윤이 말했다.

 

“그리 정하셨다면 알겠습니다. 제가 그곳으로 공자께서 보실 책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곳에서 쉬시고 내일 출발을 하시지요?”

 

“아닙니다.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온 길이라서 제가 없어진 것을 알면 은공께서 걱정을 할 것입니다.”

 

호현의 말에 방윤이 남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은 가서 마차를 준비하거라.”

 

“괜찮습니다.”

 

“마차도 없이 어떻게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걱정스럽게 말하는 방윤에게 그저 웃어 보인 호현이 남자들이 벗겨 놓은 옷자락을 뒤져 그 안에 있던 책 두 권을 꺼내들었다.

 

바로 늘 지니고 다니던 태극음양경과 초행통지였다. 옷이 찢기고 해어지기는 했지만 다행히 두 책만은 품에서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책들을 다시 품에 집어넣은 호현이 방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는 귀신이나 신선은 아닙니다.”

 

“네?”

 

의아해하는 방윤을 보며 웃던 호현은 자연지기를 이용해 들것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우웅!

 

진동음과 함께 들것이 허공에 뜨기 시작하자 방윤과 남자 둘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헉!”

 

“이럴 수가!”

 

방윤 등의 그런 반응에 미소를 짓던 호현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그대로 하늘로 솟구치며 사라졌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방윤과 남자 둘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방금…… 자네들 보았나?”

 

“꿀꺽! 보…… 았습니다. 지금 막내 공자께서 하늘로…….”

 

“허! 공자께서 신선이라도 되신 것인가?”

 

방윤의 말에 남자 둘이 호현이 사라진 방향을 보다 합장을 해 보였다.

 

“무량수불.”

 

*

 

*

 

*

 

다음 날 아침, 호현에게 식사를 주고 다친 곳에 약물을 발라 주기 위해 온 태봉은 깜짝 놀랐다.

 

어제의 더러웠던 복장은 어디로 가고 깨끗한 학사복을 입고 있는 호현을 본 것이다.

 

“복장이 바뀌셨네요?”

 

태봉의 물음에 호현이 웃으며 말했다.

 

“어젯밤에 잠시 북경에 갔다 왔습니다.”

 

북경이라는 말에 태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을에서 북경까지는 이틀이 넘는 거리인 것이다.

 

그런 곳을 밤에 잠시 갔다 왔다고 하니…… 하지만 곧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선께 하늘을 날아다니는 법을 배운 선인이신데 북경이 아니라 더한 곳도 못 가실 이유가 없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태봉이 말했다.

 

“새로 약물을 발라 드릴게요.”

 

말과 함께 태봉이 호현의 다리를 묶고 있는 천들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조심스럽게 천들을 풀어내던 태봉이 순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태봉의 그런 모습에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에 호현이 몸을 일으키고는 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호현의 눈에는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그건 아닌데…… 부기가 거의 빠졌어요.”

 

그 말에 호현이 다시 발을 바라보았다. 칙칙한 약물 때문에 살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태봉의 말대로 팅팅 부어 있던 발의 부기가 빠져 있었다.

 

잠시 발을 보던 호현이 물었다.

 

“부기가 빠지면 좋은 것 아닙니까?”

 

“그건…… 그렇죠.”

 

“그럼 좋은 일이군요. 아무래도 어제 발라 주신 약물이 효과가 아주 좋은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감사해하는 호현을 보며 태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물이 부기와 근육을 풀어주는 데 효험이 있기는 하지만 하루 만에 이렇게 효험을 보일 정도로 약효가 뛰어나지는 않은데?’

 

잠시 호현의 발을 보던 태봉은 고개를 저었다. 나빠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좋아졌는데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태봉은 호현의 발을 물 묻은 천으로 닦아내고는 새로운 약물을 바르기 시작했다.

 

발과 팔에 난 상처에도 새롭게 약물을 바르고 붕대를 감은 태봉이 말했다.

 

“저는 사냥을 갔다가 와야 해요.”

 

“저는 걱정하지 말고 은공께서는 사냥 잘 하고 오십시오.”

 

“마을 분들에게 학사님을 부탁했으니 식사 때 음식을 가져다주실 거예요. 그럼 다녀올게요.”

 

사냥 도구를 들고 태봉이 밖으로 나가자, 그 모습을 보다가 호현은 발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슬쩍 손가락을 들어 붕대를 눌렀다. 혹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나았는지 확인을 하려는 것이다.

 

찌르르!

 

발을 통해 올라오는 통증에 호현은 신음을 흘렸다.

 

“크윽!”

 

아직은 두 발로 움직일 정도로 많이 나은 것은 아닌 것이다.

 

호현은 명상을 하고 있었다. 회시를 치르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준비를 할 수 있는 책이 없으니 자신이 익힌 학문을 머릿속으로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자신이 익힌 것을 떠올리고 있을 때 밖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님!”

 

공자라는 소리에 호현이 밖을 바라보았다.

 

‘이 소리는 방 총관님 목소리인 것 같은데?’

 

북경에 있을 방윤이 온 것에 의아한 생각이 든 호현이 문 쪽을 보고 있자 곧 문이 열렸다.

 

역시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방윤이었다. 안으로 들어온 방윤은 그 안을 보고는 슬쩍 얼굴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호현이 있는 곳은 마을에서 창고로 사용하는 집이다. 그러니 안에는 이런저런 약초들과 잡동사니들이 가득 쌓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귀한 오가장의 막내 공자인 호현이 누워 있으니…… 방윤으로서는 마음이 상한 것이다.

 

‘우리 귀한 막내 공자께서 이런 곳에서 지내고 계시다니…… 안 되겠다.’

 

속으로 중얼거린 방윤은 일단 호현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그에 호현이 웃으며 옆을 가리켰다.

 

“이리 와서 앉으십시오.”

 

호현의 말에 방윤이 그 옆자리에 앉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곳에서 지내시고 계신 겁니까?”

 

방윤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아무래도 공자님께서 머물 곳을 따로 구하는 것이…….”

 

“저는 편하니 괜찮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리 빨리 오신 겁니까?”

 

호현이 화제를 바꾸기 위해 말을 돌리자 방윤이 웃으며 말했다.

 

“공자께서 가신 후에 말을 타고 바로 달려왔습니다. 공자께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살펴 드리려고요.”

 

“그러실 필요 없는데…….”

 

“아닙니다. 큰 장주께서 불편함 없이 살피라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쉬고 계십시오. 제가 잠시 마을 사람들을 만나 공자님을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습니다.”

 

방윤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자 호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 때문에 방 총관께서 고생을 하시는구나.’

 

방윤이 나가고 잠시 후 호현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을 아낙으로 보이는 여자들이 떼로 몰려와 방을 치우고 깨끗한 이불을 새로 까는 등 번잡을 떨고 있는 것이다.

 

그 덕에 호현은 들것에 누워 방 밖에 나와 있어야 했다.

 

“이게 마을에서 가장 깨끗한 이불입니까?”

 

“그럼요. 이건 내 큰딸이 시집갈 때 주려고 장만해 놓은 거예요. 우리 마을에서 이보다 더 좋은 이불은 찾을 수 없을 거예요.”

 

한 아낙이 들고 온 이불을 방윤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바라보았다. 마을에서 제일 좋은 이불이라고는 하지만 촌사람들의 물건인지라 그의 눈에 차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내일 사람들이 오면 새로 구하든지 하고 지금은 이것을 쓰시게 할 수밖에.’

 

속으로 중얼거린 방윤이 방을 청소하고 있는 아낙들에게 청소 지시를 했다.

 

“거기 먼지 없이 깨끗하게 하십시오.”

 

“그럼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할게요.”

 

아낙들을 시켜 방 안을 깨끗하게 치운 방윤이 호현에게 다가갔다.

 

“기다리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멍하니 청소 하는 것을 보기만 했는데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하니 민망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한 호현이다.

 

“그냥 있어도 되는데…… 마을 분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이 아닙니까?”

 

호현의 말에 방윤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심려하지 마십시오. 오늘 이곳을 치워주는 대가로 돈을 좀 주기로 했습니다.”

 

돈이라는 말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도움의 대가를 돈으로 치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그 마음을 짐작했는지 방윤이 고개를 저었다.

 

‘큰 장주께서 막내 공자님이 학사로서 고지식한 면이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러시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방윤이 입을 열었다.

 

“사람들의 도움을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 공자님의 마음에 들지 않으시겠지만…… 사실 이분들에게는 공자님의 감사해하는 마음보다는 돈과 같은 물질적인 것이 더 필요합니다.”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호현을 보며 방윤이 말을 이었다.

 

“적은 돈이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가족들과 따뜻한 밥이라도 먹을 수 있고, 아이들이 필요한 물건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방윤의 말을 듣고 보니 호현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서 마당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마을 아낙들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어려 있던 것이다.

 

‘방 총관님의 말이 옳구나. 하긴 정당한 일을 하신 분에게 정당한 대가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거늘…… 내가 참으로 잘못 생각하였구나.’

 

그런 생각을 하자 호현은 지금 자신의 처지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은혜를 갚기 위해 이곳에 남았는데…… 지금 생각을 해보니 태봉에게 자신이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내가 내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었구나. 지금은 내가 은공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짐이 될 것인데.’

 

잠시 생각을 하던 호현이 슬쩍 옆에서 일을 하는 아낙 중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중년의 아낙이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지체 높아 보이는 방윤이 존대를 하는 사람이니 아낙으로서는 호현이 어느 높은 집의 귀공자로 보이는 것이다.

 

“물어보셔요.”

 

고개도 들지 못하는 아낙을 보며 호현이 웃으며 말했다.

 

“자식처럼 편하게 생각해 주십시오.”

 

“그래도 제가 어떻게…….”

 

“괜찮습니다. 그러니 제발 고개 좀 들어 주십시오.”

 

호현의 간곡한 말에 아낙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평범한 얼굴의 아낙을 안심시키기 위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준 호현이 물었다.

 

“은공께서는 어떻게 사십니까?”

 

“은공?”

 

은공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던 아낙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태봉이 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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