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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49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49화

속으로 중얼거린 일신사자가 흑의인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흑의인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유령처럼 사라졌다.

 

그러자 일신사자가 품에서 작은 병을 꺼내들었다. 밀실 안이 그리 춥지 않은데도 작은 병에는 하얀 서리가 서려 있었다.

 

뽕! 화아악!

 

뚜껑을 열자 그 안에서 차가운 한기가 흘러나왔다. 그 안에는 북해에서 채취한 빙정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음공(陰功)을 익힌 무인에게는 영약으로 취급이 되는 빙정이 말이다.

 

액체 형태이기는 하지만 그 한기가 얼음보다 더 차가운 빙정을 흔들어 그 상태를 확인한 일신사자는 소환단을 조심스럽게 으깨 그 안에 집어넣었다.

 

순간 소환단과 빙정이 섞이며 그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부글부글!

 

그런 병을 조심스럽게 들고 일신사자가 유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일신사자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는지 유표의 주위에서 감돌던 기운들이 그의 몸으로 빠르게 흡수되었다.

 

그리고 유표가 눈을 떴다.

 

번쩍!

 

뇌전과 같은 빛을 띤 안광을 흘리며 유표가 손을 들자 일신사자가 들고 온 병이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꿀꺽! 꿀꺽!”

 

그것을 단숨에 마셔버린 유표는 순간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다시 운기조식에 들어가려던 유표가 일신사자를 바라보았다.

 

“무당학사는 찾았느냐?”

 

“태봉산에서 자취를 찾았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멀리 갔군.”

 

의아해하는 유표에게 설명을 하듯 일신사자가 입을 열었다.

 

“십영(十影) 중 경공이 가장 뛰어난 육영이 유인을 했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유표가 입을 열었다.

 

“태봉산 수색은 누가 하고 있지?”

 

“무공을 익힌 교도들이 나서면 무당학사가 눈치를 챌 것 같아 일반 교도들이 태봉산을 뒤지고 있습니다.”

 

“잘했군. 무당학사 성격이라면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 양민에게 해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월신사자에게서 물건을 찾았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쿵!

 

그 말에 유표가 놀란 얼굴로 일신사자를 바라보았다.

 

“물건을 찾았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현재 물건을 이쪽으로 가지고 오는 중이라는 전언입니다. 헌데…….”

 

말에 꼬리를 다는 일신사자를 유표가 노려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냐?”

 

“제갈세가에서 호북 일대를 뒤지고 있습니다. 또한 화산파에서 매화검수들과 속가 문파의 무인들이 호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말에 유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화산과 제갈세가에서 눈치를 챘다는 것이냐?”

 

“물건이 있던 학관에 화산과 제갈세가의 고수들이 있었으니…….”

 

일신사자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유표가 말했다.

 

“월신사자에게 지원을 보내거라.”

 

“이미 사람들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성녀 쪽 사람들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성녀라는 말에 유표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신사자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본교에 큰 힘을 실어 줄 물건이다. 성녀 쪽 사람들과 적대하지 말고 물건 회수에 전념하거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유표는 다시 눈을 감고는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그런 유표를 보던 일신사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는 사라졌다.

 

제7-5장 방윤, 호현을 살피다

 

우우웅!

 

북경의 하늘에 떠 있던 호현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 밑을 내려다보았다.

 

어두운 밤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북경의 모습은 화려했다. 게다가 신년이 며칠 후로 다가와 있어서인지 그에 대한 준비로 더욱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북경이었다.

 

‘아…… 벌써 신년이구나.’

 

그동안 팽가의 일로 정신이 없어 신년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북경을 내려다보고 있자 예전에 사형들과 함께 지냈던 신년이 떠올랐다.

 

갖가지 화려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상가 거리를 돌며 죽대선생에게 드릴 선물을 사고 호현이 좋아하던 당과도 사 먹으며 지냈던 신년…….

 

‘그때는 좋았는데…….’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은 타고 있는 들것을 움직여 주작대로로 향했다.

 

화아악!

 

하늘에서 움직이니 주작대로에 도착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주작대로 한쪽에 위치해 있는 사형들의 장원, 오가장 하늘 위에 뜬 호현은 장원 내의 기운을 살피기 시작했다.

 

괜히 다친 자신을 보면 사형들이 걱정을 할 것이니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서신만을 남기고 나오려는 것이다.

 

사형들의 기운을 떠올리며 장원을 훑어보던 호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장원 내에서 사형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호현이 장원을 살피다 총관 방윤의 기운을 발견하고는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장원 한쪽 구석에 있는 유교 성현들을 모신 사당에서 절을 하고 있는 방윤을 본 호현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방윤의 뒤에 소리 없이 다가간 호현은 그가 놀랄 것을 염려해 천천히 들것을 땅에 내렸다.

 

“어르신.”

 

호현의 부름에 절을 하던 방윤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깜짝 놀란 얼굴로 호현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자신의 뒤에 나타난 호현과 그 부상을 당한 낭패한 모습에 놀란 것이다.

 

“공자님!”

 

황급히 다가온 방윤이 호현의 다리와 팔에 감싸인 붕대들을 이리저리 보며 급히 말했다.

 

“아니, 어쩌다 이런 꼴이…… 치료는 하신 것입니까?”

 

자신의 상세를 묻는 방윤을 보며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다친 것이니 그리 염려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두 다리와 팔에 붕대까지 하고 어찌 조금이라고 하십니까! 제가 가서 의원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당장 의원을 데리고 오겠다는 방윤을 만류한 호현이 사형들의 행방을 물었다.

 

“그런데 사형들은 아직 출궁하지 않으신 것입니까?”

 

“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방윤이 급히 밖으로 나가고 잠시 후, 그가 한 손에 보따리와 건장한 남자 둘을 데리고 돌아왔다.

 

남자 둘의 손에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항아리가 들려 있었다.

 

“어서 공자님의 의복을 갈아입혀라.”

 

방윤의 명에 남자들이 호현의 넝마와 같은 옷자락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에 호현이 난감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거절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동안 산야에 버려져 있어 몸을 닦지 않아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불편했던 것이다.

 

남자들은 호현의 옷을 벗기고는 하얀 천에 물을 묻혀서는 그 몸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민망하구나.’

 

남의 손길에 민망함을 느끼며 호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몸을 다 닦은 남자들이 깨끗한 백의 학사복을 입혀주기 시작했다.

 

단정한 학사복으로 갈아입은 호현에게 방윤이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첫째 장주께서 공자님이 오시면 주라고 남기신 서찰입니다.”

 

오평서가 서찰을 남겼다는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다들 어디 가신 것입니까?”

 

“보십시오.”

 

방윤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호현이 서찰을 받아 펼쳤다.

 

〈막내 보거라.

 

말도 없이 사라지다니 어찌 된 일이더냐? 고지식한 네가 사형들에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갈 정도의 일이라면 분명 급한 일인 듯한데…….

 

그래도 다행히 네가 이 서신을 보고 있다면 일신상에는 별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겠다.

 

또한 네가 이 서신을 보고 있다면 우리들이 아직 장원에 돌아가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네가 어떻게 된 것인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나와 네 사형들은 나라의 녹을 받는 자들이니 어찌 네 걱정으로 나라의 일을 미룰 수 있겠느냐.

 

나와 사제들은 나라의 명을 받아 북경을 비웠으니 우리가 없는 동안 네가 장원을 잘 살펴주기 바란다.

 

방 총관에게는 내 따로 일러두었으니 네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최대한 편의를 봐줄 것이다.〉

 

오평서가 남긴 서신을 읽은 호현의 얼굴에 난감함이 어렸다.

 

‘나보고 장원을 살피라니…….’

 

사형들을 만난 것을 죽대선생이 알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사형들이 사는 장원을 자신보고 살피고 있으라니…….

 

그런 호현을 보며 방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큰 장주께서는 공자께서 이곳에 머무르시며 회시를 준비하시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회시라는 말에 호현이 방윤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직시하며 방윤이 말을 이었다.

 

“장주들께서는 공자께서 저번에 회시를 치르지 않은 것을 무척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공자께서 회시 시험을 치르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방윤의 말에 호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기를 볼 때 다음 회시까지는 두 달 정도 기간이 남아 있으니…… 시기만을 두고 볼 때 회시를 보기에 이처럼 좋은 날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승님께 허락도 받지 않고 시험을 보려니 난감하구나.’

 

고민을 하는 호현을 보며 방윤이 입을 열었다.

 

“죽대선생께서 공자님의 출사를 막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방윤의 말에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직 미숙해서 그런 것이지 스승님께서 제 출사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회시를 치러 공자님의 능력을 입증하시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호현이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자 방윤이 웃으며 말했다.

 

“회시에는 중원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북경에 모입니다. 아니 이미 많은 수재들이 이곳 북경에 자리를 잡고 회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친분을 맺고 학문을 논하는 것도 공자님께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방윤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호기심과 흥미로움이 어렸다.

 

호북에서는 나름 인정받는 학사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넓은 중원에는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그런 학사들과 대화를 하며 학문을 논하는 것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고 학문적 성취도 있을 것이다.

 

‘학문적 성취가 아니더라도 중원 각지에서 온 학사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각 지역의 민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승님께서도 내가 중원의 뛰어난 학사들과 친분을 쌓게 되면 좋아하실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든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시를 치르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내일 공자님의 학문을 도와주실 한림원 조빙 학사께 연락을 하겠습니다.”

 

한림원 학사에게 연락을 하겠다는 말에 호현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무슨 황족도 아닌데 어찌 한림원 학사께 수학을 할 수 있겠습니까.”

 

“괜찮습니다. 큰 장주님께서 조빙 학사께 이미 이야기를 다 해놓으셨으니 공자님께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배움을 청하시면 됩니다.”

 

‘대사형께서 괜한 일을 하셨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 지금 기간이면 회시를 준비하는 학사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는 학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학관들 중 한 곳을 잡아 회시를 준비할 것입니다.”

 

호현의 말에 방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오평서가 길을 떠나기 전, 만약 호현이 조빙에게 배우지 않겠다고 하면 그냥 두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럼 공자님께서 배울 만한 학관을 알아보겠습니다.”

 

“그것 역시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하지만…….”

 

“괜찮습니다.”

 

고개를 저으며 웃던 호현이 문득 방윤을 향해 말했다.

 

“그런데 사형들은 어디에 가신 것입니까?”

 

“장주들께서 하시는 일이 관리들의 감찰 일이시기에 행선지는 비밀입니다.”

 

“그렇군요. 아! 그런데 도유 사형은 괜찮으십니까?”

 

도유에 대해 호현이 묻자 방윤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공자님께서 사라지고 난 다음 날 다섯째 장주의 몸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방윤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안도감이 어렸다.

 

‘휴우, 다행이구나. 만약 다섯째 사형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상상도 하기 싫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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