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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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39화
“하지만 그러다 실패를 하셨으면 어찌 하려고 하셨습니까? 일이 잘못 됐다면 두 사형들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알고 있다. 하지만 네 말대로 희생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 그리고 거는 것이 클수록 얻는 것도 더욱 큰 법이다.”
도유의 말에 오평방이 장원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이곳은 당시 죄수들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조직의 수장이었던 형부시랑의 비밀 장원이다.”
“비밀 장원?”
“형부시랑이 다른 고위 관리들과 연회를 하는 장소였다. 그래서 이렇게 화려한 조각들과 장식들이 있는 것이지.”
오평방의 말에 호현이 물었다.
“그럼 황상께서 장원을 하사하셨다는 말은……?”
“목숨을 걸고 형부의 조직을 일망타진한 공을 치하하신 것이다.”
“모든 것을 말입니까?”
“이 장원에 속해 있는 모든 것을 하사하셨다.”
“아, 그렇군요.”
부정한 방법으로 장원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호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정읍이 보였던 표정을 떠올리고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북경 백성들은 사형들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듯하던데…….”
“후후, 그런 것까지 보였더냐? 백성들의 마음을 읽는 법을 좀 아나 보구나.”
호현의 말에 도유가 웃으며 말을 하고는 오평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건 사형이 이야기 하십시오. 북경 사람들이 저희를 싫어하는 데에는 사형의 공이 가장 크니 말입니다.”
도유의 말에 호현이 오평서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입니까?”
“대명률을 아느냐?”
명나라의 법전인 대명률에 대해 묻는 오평서를 보며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성들을 살피고 그들의 삶을 지키려는 호현에게 대명률은 눈을 감아도 외울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것이다.
“물론입니다.”
“법은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때로는 백성들을 억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어찌 법이 백성들을 억압하는 수단이 된다는 말씀입니까?”
“하루 한 끼 먹고 살기도 힘든 백성이 있다. 그 백성은 너무 먹고살기 힘들어 땅에 곡식을 심었다. 그리고 추수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그 땅이 알고 보니 주인이 있는 땅이었다. 그렇다면 그 땅에서 난 곡식은 누구의 것이더냐?”
오평서의 말에 호현은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던 오평서가 입을 열었다.
“땅의 주인이 좋은 사람이라면 곡식은 그 백성의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땅의 주인이 나쁜 사람이라면 자신의 땅에 함부로 곡식을 심고 땅을 훼손한 죄로 그 백성을 관아에 고발할 수도 있다.”
“고작 곡식인데 어찌 땅을 훼손했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고작 곡식이라 해도 남의 땅에 심고 키웠으니 그것은 남의 재산에 손을 댄 것과 같다. 대명률에 따른다면 그 백성은 죄인이다.”
오평서의 냉정한 말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럼 그 백성을 죄인으로 만든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도유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예를 들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그런 사건이 생겼다는 것은 아니다.”
“아, 그럼 북경 백성들이 사형들을 싫어한다는 것은…….”
“세상일에는 융통성이라는 것이 있다. 법이 아닌 사람들의 정에 따라 약간의 사정을 두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 사정을 둔다면 기준이 모호해진다. 이만큼은 괜찮겠지, 저만큼은 봐줄 거야.”
잠시 말을 멈춘 도유는 슬쩍 오평서를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대사형은 모든 일을 법의 원칙 안에서 처리했다. 그러니 육부(六部)의 관리들도 법의 원칙대로 백성들을 대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평소 봐주던 융통성이 사라지게 되어 백성들이 우리 사형제들을 원망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런 우리들이 이런 고래 등처럼 넓은 장원에서 호의호식하는 것처럼 보이니 더욱 미운게지. 소문에는 우리가 육부(六部)의 관리들에게서 받은 뇌물이 산을 쌓을 정도라고 돌고 있는 모양이던데…… 허허, 나도 그 산 한 번 구경 좀 했으면 좋겠구나.”
도유의 말에 호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역시 사형들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시구나.’
호현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어리는 것을 본 도유가 웃으며 말했다.
“후후, 녀석. 우리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나 보구나.”
“아닙니다. 저는 사형들을 믿었습니다.”
“믿었다는 녀석 표정이 그 모양이더냐? 자! 이제 네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듣자하니 무당학사라고 불린다면서?”
무당학사라는 말에 호현이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어찌……?”
“우리가 누구더냐. 천하를 감찰하는 도찰원의 관리들이다. 중원에서 나오는 소문의 반이 우리에게 들어오는데, 우리가 우리 귀여운 꼬마 학사 소식을 듣지 못했을까? 어디 그 이야기나 한 번 들어보자.”
정말 듣고 싶어 하는 표정들을 짓는 사형들을 보며 호현은 무당에서 있었던 일과 이곳 북경까지 오면서 겪었던 일들을 천천히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물론 그 중 무공과 관련된 내용은 빼내었다. 혹여 사형들이 자신이 학문을 소홀히 하고 무공을 익혔다고 혼을 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제6-12장 환골탈태
그 날 호현과 사형제 간에는 밤이 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들 모두 서로에게 할 이야기가 많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형들은 호현이 팽가와 엮인 이야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네가 팽문을 도왔다는 말이냐?”
오평서의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팽문을 아십니까?”
“알다마다. 하북일대에서 하북팽가와 팽문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네가 알지 모르지만 조정에도 팽가의 무인들이 많이 입관을 해있다.”
그 말에 호현이 주작대로에서 봤던 팽주를 떠올렸다. 그 사람 역시 팽가의 방계무인으로 관병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군요.”
“하여튼 대단하구나. 하북팽가라면 의와 협을 중시하는 곳이니 네가 팽문을 도왔다면 너를 모른 척하지 않을 것이다.”
오평서의 말에 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최소한 군부 내에 있는 팽가의 장군들은 막내 사제에게 호의적일 것입니다.”
“금의위의 무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형들의 말을 듣던 호현이 문득 대청 밖을 바라보았다. 대청 밖에는 총관 방윤이 대기한 채 가끔 안에서 음식이 떨어지면 채워주거나 차를 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편에는 무인들이 주위를 감시하며 번을 서고 있었다.
그들을 보던 호현이 물었다.
“그런데 장원에 웬 무인들입니까?”
“호위 무사들이다.”
“치안이 좋은 북경에서 왜 호위무사들을……?”
호현의 말에 셋째 사형인 도궁이 고개를 저었다.
“감찰일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원망과 미움을 많이 사게 되더구나. 그리고 가끔은 미워만 하기에는 가진 돈들이 많은 사람들은 그 미움의 원인을 없애고자 한단다.”
“그 말은……?”
“자객이 몇 번 담을 넘어 들어 온 적이 있다.”
자객이라는 말에 호현이 놀라 헛바람을 삼켰다. 자신이 본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지독한 자객들이 사형들을 죽이려 했다니 놀란 것이다.
“헉! 자객이요?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
“어찌 되기는,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을 보면 모르겠느냐?”
도궁이 자신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호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대로 사형들이 이렇게 멀쩡한 것을 보면 결과적으로는 자객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니 말이다.
“휴우, 다행입니다.”
익히 자객들의 무서움을 알고 있던 호현은 무공을 모르는 학사인 사형들이 그 위기를 어떻게 모면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어떻게 무사하신 것입니까?”
“녀석, 우리가 무사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아는 자객들은 목숨까지 스스로 끊는 자들입니다. 그런 자들에게서 사형들이 어떻게 몸을 보전하셨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호현의 말에 오평서가 입을 열었다.
“우리들 스스로야 그럴 능력이 있었겠느냐. 우리도 몰랐는데 유 대인께서 만약을 대비해 호위 무사 몇을 장원에 숨겨 두셨더구나.”
“숨겨요?”
“우리들도 모르게 우리들을 보호하고 계셨던 것이다.”
오평서의 말에 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살던 우리들도 모르는 호위가 있었으니, 자객들이 그에 대해서 알 턱이 없지. 자객들은 담을 넘는 순간 호위 무사들에 의해 목이 달아났다. 그리고 그 후 유 대인께서 우리들을 보호하기 위해 저 호위 무사들을 우리들에게 붙여 주신 것이다.”
“그렇군요.”
도유의 말에 호현이 감사함을 담아 호위 무사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사형들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그로서도 그들은 은인인 것이다.
이야기를 더 나누던 오평서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너는 어찌 할 생각이더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도 알다시피 앞으로 두 달 후면 북경에서 회시가 있다. 너는 향시에 합격한 거인이니 회시를 치를 자격이 된다. 시험을 치를 것이더냐?”
오평서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께서 허락하지 않은 일이십니다.”
호현의 말에 오평서가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네가 우리들 곁에 있으면 큰 힘이 될 것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자신이 남기를 바라는 듯한 사형들의 말에 호현이 입을 열었다.
“저까지 이곳에 남는다면 스승님 혼자 방헌에 남게 되십니다.”
호현의 말에 사형들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호현이 남기를 바라는 마음과 호현이 죽대선생 옆에 남아 스승님을 보필하기를 바라는 마음, 두 마음에서 갈등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곧 오평서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못난 사형들 대신 네가 수고를 하는구나.”
“스승님을 모시는 일이 어찌 수고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구나. 그럼 북경에는 언제까지 있을 것이냐?”
오평서의 말에 호현이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사실 스승님께서 저에게 천하를 돌아보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호현의 말에 오평서와 다른 사형들의 얼굴에 뜻밖이라는 표정이 어렸다.
“스승님께서 말이더냐?”
“천하를 돌며 백성들의 삶을 살피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위정자의 길을 깨달으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천하를 돌아 볼 생각이더냐?”
“스승님의 뜻이시니 그리 해야지요.”
“그럼 북경은 언제 떠날 것이더냐?”
오평서의 물음에 호현이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사형들을 뵈었으니 내일 떠나려 합니다.”
내일 가겠다는 말에 사형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어렸다. 몇 년 만에 만난 막내 사제인데 만나자마자 간다고 하니 아쉬운 것이다.
그런 사형들의 모습에 호현이 웃으며 말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이 있으면 만남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 마십시오. 훗날 스승님의 마음이 풀리시면, 그 때는 제가 스승님과 함께 사형들을 뵈러 찾아오겠습니다.”
호현의 말에 도유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구나.”
“빨리 올 것입니다.”
화르륵! 화르륵!
대청의 한쪽에는 방윤이 가져온 숯불이 푸른 기운을 내며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옹기종기 모인 죽대선생의 제자들이 모여 잠이 들어 있었다. 호현과 만나 오랜 이야기를 하다 자기들도 모르게 잠이 든 것이다.
태극호신공을 익히고 난 후 어지간해서는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 호현은 그런 사형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형들의 얼굴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구나.’
아니, 자세히 보면 얼굴에 잔주름들이 하나둘씩 생겨 있었다. 사형들의 얼굴을 하나둘씩 살펴보던 호현은 둘째 사형인 오평방과 다섯째 사형인 도유를 보고는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두 사람이 잠을 자는 모습이 어쩐지 불편해 보였던 것이다. 그것도 많이 말이다.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호현이 정신을 집중하자 문곡성이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