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38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38화
오평서의 말에 사제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형님, 남쪽이라면 어디를 말하는 것입니까?”
다섯 중 둘째이자 자신의 친동생인 오평방의 물음에 오평서가 남쪽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남경 쪽이 이상하구나.”
남경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북경으로 옮기기 이전의 수도였던 남경은 현 왕조에 대한 반심이 가장 큰 곳이었다.
“설마 반역이라도 일어난다는 것입니까?”
“그것은 모른다. 다만 남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 허니 너희들이 직접 남경으로 가 그 실태를 살피고 오거라.”
오평서의 말에 도궁과 넷째인 채연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경에 반역의 기운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는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곳에 반역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면 그들이 직접 가서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위험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사형제들이 국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걸음을 옮길 때 방윤이 나타나 포권을 해 보였다.
“오늘 하루도 무탈 하시었습니까.”
방윤의 말에 도유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 총관도 무탈한 듯하오.”
“손님이 와 계십니다.”
손님이라는 말에 오평서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기로 한 손님이 없는데 손님이 왔다는 것은 그리 반갑지 않은 목적을 가지고 온 자일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디의 누구요?”
“가서 만나 보시면 아시게 될 것입니다.”
방윤의 말에 오평서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말을 할 방 총관이 아닌데…….’
잠시 방윤을 보던 오평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누구든 만나보면 알게 될 일인 것이다.
“너희들은 들어가서 쉬고 있거라. 나는 손님을 만나고 난 후 들어가겠다.”
“알겠습니다.”
오평서의 말에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방윤이 급히 그들을 제지했다.
“다른 장주님들도 같이 만나 보셔야 할 손님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방윤의 말에 도유가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누군데 우리 다섯 사형제가 모두 나가서 맞이…….”
순간 말을 하던 도유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무언가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런 도유의 표정에 다른 사형제들이 그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서, 설마…….”
더듬거리며 중얼거리던 도유가 방윤을 향해 말했다.
“어디에…… 계신가?”
“대청에 계십니다.”
그 말에 도유가 빠르게 대청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런 도유를 보던 다른 사형제들도 그의 뒤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도유의 행동에서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있는 것이다.
“서, 설마?”
“설마…… 아니겠죠?”
“모르지.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그래도…… 그럴 분이 아닌데…….”
서로를 보며 중얼거리던 네 사람의 얼굴에 은은하게 흥분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곧 대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한 청년이 자신들을 보며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청년의 모습에 그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어렸다. 그들이 생각했던 사람이 아닌 것이다.
‘스승님이 아니구나.’
혹 죽대선생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며 한숨을 쉬던 오평서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눈 앞에 있는 청년…… 왠지 낯이 익은 것이다. 오평서가 청년의 얼굴을 훑어보고 있을 때, 청년이 입을 열었다.
“호현이 사형들께 인사드립니다.”
쿵!
호현의 인사에 다섯 사형제들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그들의 기억 속에 있는 막내 사제 호현은 허리밖에 오지 않는 꼬마였던 것이다.
멍하니 호현을 보던 오평서가 그에게 다가갔다.
“잘 왔구나.”
와락!
호현을 끌어안은 오평서는 가볍게 그의 등을 두드렸다.
툭툭툭!
“정말…… 잘 왔구나.”
자신을 껴안은 오평서의 체온을 느끼며 호현은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느꼈던 평온함이 다시 느껴지는 것이다.
“사형…… 보고 싶었습니다.”
호현의 중얼거림에 오평서와 다른 사형제들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있던 사형제들이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제6-11장 사형들의 사정
오가장의 대청에는 간단한 다과와 차가 펼쳐져 있었다. 학사인 그들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히 흥을 돋울 수 있는 연회 음식이 되는 것이다.
“스승님은 잘 지내시느냐?”
“학관을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학도들은 많이 있느냐?”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방헌에 그렇게 대나무가 많다며?”
“우리 호현이, 꼬추는 얼마나 컸나 한 번 볼까?”
다섯 사형제들의 질문 공세에 호현은 하나씩 답을 하다가 막내 사형인 도유가 갑자기 바지를 벗기려 하는 것에 놀라 급히 물러났다.
“제가 아직도 여덟 살 꼬마인 줄 아십니까? 이래 보여도 호북에서는 최연소로 향시에 합격한 거인(擧人)입니다.”
호현의 말에 도유가 웃으며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이 녀석! 우리도 다 네 나이 때 향시에 합격을 했다. 어디서 자랑질을 하는 것이냐!”
도유의 말에 호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을 때 오평서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회시는 왜 치르지 않은 것이냐? 네가 향시에 합격했다 해서 우리가 회시장에서 하루 종일 너를 기다렸거늘.”
오평서의 말에 호현이 슬며시 그를 바라보았다.
“스승님께서 회시는 치를 필요가 없다 하셨습니다.”
“스승님께서?”
호현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오평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와 마주칠까 염려 하셨나 보구나. 아직도 우리를 미워하시느냐?”
오평서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굳어진 사형들의 얼굴에 호현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스승님도 많이 늙고 기력도 쇠하셨습니다. 겉으로는 아직도 정정하신 듯하시지만 속으로는 사형들을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말과 함께 호현이 품에서 오평서가 자신에게 보낸 오죽선을 꺼내들었다.
“그건…….”
쫘르륵!
호현이 부채를 펼치자 그 안에 적힌 그림과 글자가 나타났다.
<회(回)>
“스승님도 다시 이 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호현의 말에 사형제들이 모두 오평서를 바라보았다. 결정은 대사형인 오평서가 내리는 것이다.
사형제들의 시선을 받으며 오평서가 한숨을 쉬었다.
“지금 스승님께 내려간다면 분명 다시는 출사를 하지 못하게 막으실 것이다.”
“끄응!”
오평서의 말에 사형제들이 모두 침음성을 흘렸다. 그 말대로 지금 조정에는 죽대선생과 의견을 달리하는 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관에 그들 사형제를 출사시킬 죽대선생이 아닌 것이다.
사형제들을 보며 오평서가 입을 열었다.
“내가 스승님께 배운 학문과 지식은, 그리고 모든 배움들은 백성들을 위한 치국의 가르침이었다. 스승님처럼 재야로 낙향해 그 지식들로 후대의 나라를 이끌 동량을 가르치고 키우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다. 허나…… 나는 내가 배운 학문과 지식 그리고 가르침으로 후대의 백성들이 아닌 당대의 백성들의 안녕을 도모하고자 한다.”
오평서의 말에 호현을 제외한 다른 사형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죽대선생을 떠나 조정에 남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자신들이 배우고 익힌 학문과 지식으로 백성들을 위해 일을 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백성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힘과 자리를 얻었다.”
오평서의 말에 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그 동안 힘이 들었습니다. 뭐든지 하나 하려고 일을 추진하면 능력도 없이 높은 자리에 앉은 것들이 방해를 해대고…….”
“참 힘들었지. 지금의 도찰원 도어사 유표 대인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한직에서 빌빌대고 있었을 것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사형제들이 입을 모아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던 호현이 물었다.
“유표 대인이라면…….”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승님과 함께 예전 대명삼현(大明三賢)이라 불리셨던 대석학이시다.”
대명삼현이라는 말에 호현의 머리에 한 노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항상 인자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다니던 한 노학사가 말이다.
‘유표라면…… 스승님이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한 그 분 아니신가?’
유표를 생각하니 죽대선생이 그를 두고 평가한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유표 저 늙은이는 마음에 들지 않아.”
“네?”
“희로애락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 사람인데, 저 늙은이는 얼굴에 늘 웃는 표정만 있어. 그라고 늘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야. 게다가 가끔씩 눈에서 살기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소름이 다 끼친다니까. 하여튼 내가 보기에 저 늙은이는 겉과 속이 전혀 다른 미친 놈이 확실해. 호현이 너는 혹시라도 저 늙은이가 당과 사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말거라.”
“네.”
죽대선생이 사람을 그렇게 나쁘게 평가한 것은 유표가 처음이기에 호현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유표를 생각하던 호현이 오평서를 바라보았다.
“유 대인이 사형들을 끌어 주신 것입니까?”
“끌어 준 것은 아니다.”
“그럼……?”
“유 대인은 우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잡은 것이다.”
오평서의 답에 호현이 그를 보다가 슬며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 집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사형제들이 집을 둘러보다 피식 웃었다.
“집이 이상하더냐?”
“그것이 아니라 너무 화려한 것 아닙니까? 조각과 장식품들도 비싼 것들 같던데요. 받으시는 녹봉으로…….”
잠시 말하기를 주저하던 호현이 말을 이었다.
“어떻게 장만하신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오평서와 사형제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우리보고 뇌물을 받았느냐 묻는 것이냐?”
그런 사형제들의 모습에 호현이 그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희생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얻는 것만 있다 보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주위에 있는 귀물들이 땅에서 솟거나 하늘에서 떨어졌다 해도 그에 대한 인과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주위에 있는 이 귀물들의 대가가 무언인지 궁금할 뿐입니다.”
호현의 말에 오평서가 그를 보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꼬마 학사의 말재간이 많이 늘었구나. 하긴 우리 학사들이야 말재간이라도 있어야 밥을 먹고 살 수 있으니. 우리 꼬마 학사는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웃으며 말을 하던 오평서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사형제들을 믿지 못하고 뇌물이나 받아먹는 탐관오리라 의심한 것은 괘심하구나”
오평서의 말에 호현의 얼굴에 민망함이 어렸다. 하지만 오평서와 사형들을 보는 눈에는 답을 말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런 호현의 모습에 도유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다른 사형들은 말재간이 없으니 내가 이야기를 해주마. 일단 이 장원은 황상께서 우리에게 하사하신 것이다.”
“황상께서요?”
“유 대인께서 우리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이야기는 아까 들었을 것이다. 그 기회가 오 년 전에 북경을 떠들썩하게 했던 형부(刑部) 감찰 사건이었다.”
“형부(刑部) 감찰 사건?”
“그렇지. 당시 형부(刑部)에서 죄인들에게 뇌물을 받고 죄목을 없앤 후에 이미 죽은 죄수에게 죄를 덮어씌우고 있다는 밀고가 있었다. 유 대인은 그것을 감찰해 물증을 찾으라는 명을 내리셨고……. 이를 위해 나와 둘째 사형이 죄수로 위장을 해 감옥 안으로 들어갔었지.”
“그래서 결국 물증을 찾으셨습니까?”
“찾았지. 당시 우리 둘의 죄목은 도어사 유 대인의 암살 미수였다.”
쿵!
“유 대인의 암살 미수?”
“도어사는 정이품의 고위 관직이다. 그런 도어사인 유 대인을 암살하려 하다 실패를 했으니 우리들은 오체가 잘려 죽을 대죄였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형부 고위 관리에게 수만 냥의 어음을 주고 구명을 하였다. 그리고 그 어음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그래서 결국 돈을 받고 죄인들을 풀어주는 형부의 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