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3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36화
정란이 호현에게 차를 따라주자 호현도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그렇게 차를 마시며 기다리자 회의를 입은 중년인이 다가왔다.
“하오문에서 나왔습니다.”
중년인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의뢰 내용을 말씀해 주십시오.”
“첨도어사 오평서 대인이 사는 곳을 알고 싶습니다.”
첨도어사라는 말에 중년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슬며시 주위를 훑어본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첨도어사는 고위 관리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오문의 수칙상 고위관리에 대한 정보를 의뢰한 사람은 그 신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의뢰를 받지 않습니다.”
중년인의 말에 호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왜입니까?”
“고위관리의 신병에 문제가 생기면 그 의뢰를 받은 저희 하오문에 화가 미치기 때문입니다.”
‘자객 때문인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입을 열었다.
“저는 첨도어사인 오평서 대인의 사제입니다.”
“사제? 사제라면…….”
잠시 호현을 훑어보던 중년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 호북 방헌학관 죽대선생의 제자이십니까?”
‘하오문이 정보를 취급한다고 하더니, 우리 사문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 보구나.’
“맞습니다.”
그 말에 중년인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그러다 급하게 다시 물었다.
“그럼 혹여…… 무당학사이신 호현 학사님이 아니십니까?”
“그것 역시 맞습니다.”
“아!”
무당학사라는 말에 놀란 표정을 짓던 중년인이 급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하오문 북경 지부의 조삼입니다. 이렇게 대명 높으신 무당학사 호 대협을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제가 하오문 지부장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말과 함께 다급히 식당을 나서는 중년인의 모습에 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보만 얻으면 되는데 왜 지부장을 데려온다는 거지?’
식당을 나온 조삼은 황급히 어느 뒷골목 안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막다른 골목이 나오자 조삼이 벽을 두드렸다.
툭! 투툭! 툭!
그러자 벽의 한쪽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무당학사가 나타났습니다.”
우당탕탕!
무당학사라는 말에 순간 벽 너머에서 무언가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쳇! 또 책상에 발 올려놓고 있었나 보군.’
그 소리의 정체가 의자가 넘어지면서 생긴 소리라는 것을 안 조삼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벽 너머에서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
“무당학사가 확실하더냐?”
“본인이 직접 무당학사라는 말을 하였고, 일반인들은 모르는 무당학사와 첨도어사 오평서 간의 사형제 관계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 하긴 무당학사가 오평서의 사제라는 것은 무림인들은 모르니까.”
“그리고 하북상단의 시비와 같이 있는 것을 보면 확실한 듯합니다.”
“하북상단의 시비와 같이 있어? 흠! 그럼 진짜 무당학사가 맞군. 어디에 있더냐?”
“지금 향식에 있습니다.”
“향식? 거기서 밥을 먹고 있더냐?”
“그런 것은 아니고 저희에게 의뢰를 하기 위해 온 것 같습니다.”
“의뢰? 그럼 지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냐?”
“그렇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벽 한쪽에 구멍이 생기더니 그 안에서 주먹이 튀어나왔다.
퍽!
“아이쿠!”
신음을 흘리며 물러나는 조삼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면 기다린다고 빨리 이야기를 해야지! 특급 조사 대상을 기다리게 한다는 말이냐!”
그 말을 끝으로 벽 너머에서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덜컥! 덜컥!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에 조삼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질문은 지가 다 해놓고…… 시발!”
*
*
*
조삼이 사라지고 다과를 다 먹을 때까지 하오문에서 연락이 없자 호현은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 오는군요.”
호현의 말에 꿀이 발라진 전병을 천천히 먹고 있던 정란이 고개를 저었다.
“하오문에 비록 이런저런 사람들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약속을 어기는 곳은 아니에요.”
“하오문에 대해 잘 아십니까?”
“잘 아는 것은 아니고…… 제 동무가 하오문에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들었어요.”
정란의 말에 호현이 그러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당탕탕!
두 사람이 차를 더 시켜서 먹고 있을 때 식당 계단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며 사람이 올라왔다.
식당을 빠르게 훑어본 사람이 급히 호현에게 다가왔다.
“혹 하오문에 의뢰를 하신 분이십니까?”
“맞습니다. 하오문 지부장이십니까?”
호현의 말에 중년인이 깜짝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을 어떻게……?”
“아까 오신 분이 지부장을 모셔 온다고 하시고 가셨으니…… 지부장이 아니십니까?”
“아, 맞습니다. 제가 하오문 북경 지부장인 천리이목 위조입니다.”
“호북 방헌학관 죽대선생께 수학하고 있는 호현입니다.”
호현의 예에 위조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일견해 보이기에는 천상 학사인데……. 하긴 외형만 보고 결정이 날 세상이면 누가 자객을 하고 도둑을 하겠는가.’
호현의 외형에 대한 판단을 미룬 위조가 그에 대해 들은 정보들만을 떠올렸다.
무당학사 호현
출신지 : 호북 방헌현 방헌학관.
사부 : 전 한림원 대학사 죽대선생.
무당쌍선.
특이상항 : 무당파 고수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으로 유명해 졌음.
학사로 유명해졌으나 그 지닌 무공 역시 절대고수로 확인이 됨.
최소 무위는 강기성화 이상으로 추정.
확인된 무위로는 허공답보를 시전함.
‘전설의 무공…… 허공답보라.’
호현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린 위조가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렇게 명성 높은 호 대협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명성이라는 말에 어색하게 웃은 호현이 말했다.
“저기 제가 한 의뢰는…….”
“의뢰? 아!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의뢰 내용을 인계 받지를 못했습니다. 의뢰 내용을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첨도어사 오평서 대인이 사는 곳을 알고 싶습니다.”
“아! 사형을 찾아뵈려 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알겠…… 아! 제가 직접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아까 전에 그 분이 고관들의 정보를 알려주려면 신분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신분 확인은 안 하셔도 됩니까?”
호현의 말에 위조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당학사라는 이름에 신분 확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형을 만나러 가는 것인데 문제될 것이 있겠습니까. 따르시지요.”
위조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호현이 품에서 돈을 꺼냈다. 그러자 정란이 일어서며 말했다.
“돈은 제가 지불하겠어요. 대총관께서 호 대인을 모시라고 돈을 주셨거든요.”
“제가 먹은 것이니 제가 내야지요.”
“아니에요. 대총관께서 호 대인의 편의를 최대한 살피라고 했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그럼 기다리세요.”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정란이 계산을 하러 가 버렸다. 그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쉰 호현은 그녀가 계산을 하고 오기를 기다렸다.
“다 됐어요.”
생긋거리며 웃는 정란을 보던 호현이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
“다시는 이러지 마십시오.”
“네?”
“공 없이 먹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네?”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란을 보며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앞으로 제가 먹은 것은 제가 계산을 할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대총관께서 뭐라고 말씀을 하신다면 저에게 직접 말씀하라 하십시오.”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호현이 자신이 계산한 것 때문에 화가 났다는 것을 안 정란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앞으로 그러지 않을게요.”
자신을 격하시키는 정란의 말에 호현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제 말이 과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아니에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잔뜩 풀이 죽은 정란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호현이 위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안내해 주십시오.”
호현의 말에 위조가 앞장서서 식당을 나왔다.
*
*
*
위조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던 호현은 고관대작들이 사는 주작대로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작대로에 사시는 건가? 이곳은 집값이 무척 비싼 곳인데…… 어떻게 된 거지?’
첨도어사라는 직분이 고관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리들의 녹봉은 적었다.
관리들이 부자인 것은 부자들이 관리를 해서이지, 관리가 되어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탐관오리라면 관리가 되어 부자가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설마…… 사형이 탐관오리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사형께서 뇌물을 받을 일은 없을 거야.’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슬며시 위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오문이니…… 대사형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을까?’
위조에게 대사형에 대한 이야기를 물을까 하던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괜한 소리를 듣게 되면 사형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 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앞에서 일단의 관병들이 다가왔다.
“멈춰라!”
관병들의 외침에 위조가 급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나리들, 안녕들 하십니까?”
위조의 말에 관병 중 하나가 앞으로 나오더니 그와 호현들을 훑어보았다.
주작대로는 고위 관리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에 이렇게 관병들이 순시를 돌며 수상한 자들을 감시하는 것이다.
“주작대로에는 무슨 일이더냐?”
관병의 말에 위조가 슬며시 호현을 가리켰다.
“저 학사께서 첨도어사이신 오평서 대인 댁을 찾으시기에 제가 안내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첨도어사라는 말에 흠칫 놀란 얼굴을 짓던 관병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일반 양민들은 입을 수 없는 질 좋은 비단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지체 높은 집안의 자식인 듯싶었다.
호현을 보던 관병이 포권을 하며 입을 열었다.
“주작대로 순찰을 맡고 있는 수위 팽주입니다. 첨도어사 댁에는 왜 가시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첨도어사 오평서 대인이 제 사형이 되십니다.”
호현의 말에 팽주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신분을 증명할 패가 있으십니까?”
팽주의 말에 뒤에 있던 정란이 앞으로 나섰다.
“혹 하북팽가의 방계이신가요?”
정란의 말에 팽주가 아미를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딱 봐도 신분이 낮은 시비로 보이는데 앞에 나서니 못마땅한 것이다.
“고얀! 어디 시비 년이 함부로 팽가의 이름을 입에 담는단 말이냐!”
팽주의 일갈에 호현이 눈가를 찡그렸다.
“직업에 귀천이 없거늘 어찌 시비라 하여 이리 함부로 말을 한다는 말이오!”
“대 하북팽가의 명성과 관련이 있는 일입니다.”
당돌하게 자신을 가르치려는 호현을 마음 같아서는 크게 경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첨도어사의 사제라고 하니 확인되기 전까지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팽주가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정란이 입을 열었다.
“저는 하북상단 대총관이신 팽화 대인의 개인 시비인 정란이라 합니다.”
정란의 말에 팽주의 입이 쩍 벌어졌다.
“하북상단의 팽화 대총관?”
“그렇습니다. 시비 년이 함부로 나서서 정말 송구합니다.”
정란의 말에 팽주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씀의 의미 확실히!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분을 확인해 달라 하셨죠?”
“아, 소저가 하북상단 사람이라면 굳이…….”
“아니요. 공은 공이고 사는 사지요. 호 대인, 혹 소가주께서 주신 물건 없으십니까?”
“네?”
호현의 반문에 정란이 손을 내밀었다. 소가주께 큰 은혜를 입혔다면 소가주 성격에 그냥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