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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풍전설 25화

무료소설 천풍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천풍전설 25화

 

25화

 

 

 

 

 

 

“처음에는 워낙 비밀을 철저히 지켜서 아무도 몰랐습죠. 심지어 가까이 있던 신마성조차 몰라서 그들의 조사를 그냥 놔두었다고 합니다요. 그런데 그 일이 길어지자 신마성이 알게 되고,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고 합니다요. 듣기로는 구룡회에서 투입한 인원 중 반 이상이 죽었다던데······. 좌우간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죠.”

 

“반 이상이 죽었다? 혹시 그 일에 신검문도 참가하지 않았수?”

 

“그야 신검문도 구룡회에 속해 있으니 참가했겠죠.”

 

“그럼 신검문의 사마공유가 거기 가서 죽은 거요?” 

 

“신검문의 단월신검 사마공유 말씀입니까요? 당시 죽은 사람 중 사마공유의 이름은 없던 것 같던데······.”

 

‘맞아, 바로 죽지는 않았다고 했지?’ 

 

독 때문에 나중에 죽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사마공유가 유령총의 일에 개입되었다는 것이었다.

 

‘비밀 임무라는 것이 유령총과 관계된 일이었단 말이지?’

 

풍천의 흐릿하던 눈빛이 깊어졌다. 

 

이제야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하나가 풀렸으니 곧 다른 것도 풀리겠지. 

 

그는 사마공유에 대한 의문은 일단 뒤로하고 다른 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혹시 유령적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본 적 있수?”

 

모도형은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퍼부었다. 

 

“어떻게 생긴 겁니까? 비싼 겁니까? 유령총에서 발견한 기보인가 보죠?”

 

“알면 내가 미쳤다고 당신에게 와서 돈 주고 물어봅니까?”

 

“그래도 뭔가 조금은 단서가 있어야…….”

 

뭐든 알아내기 위해서 달려든다. 슬쩍슬쩍 유도질문을 해가며.

 

하기에 풍천은 모도형이 모른다는 사실을 믿었다.

 

하긴 설추교도 자세히는 모른다고 했다. 어쩌면 이번 납치범도 자세한 것에 대해선 모를지 몰랐다.

 

‘결국 그게 문제군. 유령적!’

 

풍천은 더 이상 자세한 것을 묻지 않았다. 

 

더 물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몰랐다. 자신의 목적을 눈치 챌지도 모르고. 

 

하오문은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다. 

 

‘직접 부딪쳐보면 알겠지. 형의 일에 대해서도.’

 

 

 

풍천은 반시진이 지나서야 주루를 나왔다.

 

“안녕히 가십쇼! 다음에 또 오십쇼!”

 

모도형은 풍천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다시는 오지 마!’ 그런 표정으로.

 

솔직히 소금이라도 뿌리고 싶었다. 하지만 소금 값이 비싸서 그마저도 참아야 했다.

 

‘나쁜 놈의 새끼! 이 년 전의 일을 가지고 정보료를 반으로 깎다니.’

 

정말 독한 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유령총의 일은 왜 물어보지? 요즘 이상한 바람이 불던데, 그것 때문인가?’

 

모도형은 동그란 눈을 깜박이며, 멀어지는 풍천을 노려보았다. 뭔가 엄청난 돈 냄새가 맡아졌다. 

 

‘아무래도 총타에 알려야 할 것 같군.’

 

 

 

만풍루를 나온 풍천은 객잔을 향해 털레털레 걸어가며 모도형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구룡회가 유령총을 조사했다. 그러던 중에 신마성이 눈치 챘다. 그리고 두 세력이 싸웠다. 

 

형은 그 와중에 독상을 입었고, 결국 죽고 말았다.

 

‘제길, 보물찾기 놀이를 하다가 죽었단 말이지?’

 

반은 살았다고 했다. 형도 그 반에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갑자기 짜증이 났다. 

 

‘그런 일이 있으면 나를 부르지. 내가 그런 일에는 형보다 낫잖아!’

 

풍천은 하늘을 보며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형은 정말 바보 같았다. 안 되겠으면 빨리 도망치지, 왜 독에 당해서 죽는단 말인가.

 

‘개자식들, 형을 죽게 한 놈들은 모두 가만 안 둘 거야.’

 

당장 달려가서 천혈궁이고 신마성이고 확! 뒤집어엎어 버리고 싶었다. 

 

그럴만한 힘이 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의욕만 앞세워서는 될 일도 안 되었다. 

 

‘두고 봐! 나 아직 젊거든? 차근차근, 질리도록 괴롭혀 줄 테니까. 어디 너희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고!’ 

 

장부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고 했다. 청산이 푸른 한 땔감을 걱정할 것은 없다고 했다.

 

‘또 뭐가 있더라? 좌우간 절대 용서치 않을 거야!’

 

풍천은 이를 박박 갈고는, 일단 형의 일에 대한 것은 뒤로 미루었다. 

 

당장 시급한 일은 백초령을 구하는 일이었다.

 

‘회빈에서 모습을 드러냈단 말이지? 그럼 놈들이 회빈까지 갔단 말이군.’

 

그리고 회빈에서 또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얼마나 멀리 갔을까?

 

그리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놈들은 유령적을 하루라도 빨리 얻기 원하고 있으니까.

 

‘유령총에 대체 뭐가 있는 거지? 놈들이 왜 유령적을 얻기 위해서 이 난리를 피우는 거지?’

 

어쩌면 그걸 알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을 다 알게 될지도 몰랐다. 

 

 

 

 

 

 

신시 초, 선가장으로 갔던 은초당이 돌아왔다.

 

풍천은 자신의 방에서 은초당을 만났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뭐라 합디까?”

 

“조 장로님께선 즉시 천궁산으로 전서구를 띄웠습니다. 아마 지금쯤 본문의 지부 곳곳으로 명령이 내려지고 있을 겁니다.”

 

“흠, 그래도 멍청한 양반은 아니군.”

 

“그리고 저…… 이것은 조 장로님께서 조장님께 보내는 겁니다.”

 

은초당이 서신을 내밀었다.

 

풍천은 서신을 건네받고는 넌지시 물었다.

 

“다른 것은 안 줍디까?”

 

깜박 잊었다는 듯 은초당이 품속에서 주머니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아, 이걸 전하라 하셨습니다.”

 

풍천은 ‘뭐 이런 걸 다······.’ 하면서 주머니의 무게를 대충 가늠해 보았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반 정도?

 

‘쳇, 노랑이 같은 양반, 오십 냥밖에 안 준 것 같군.’

 

그래도 그게 어딘가. 잘하면 스무 냥은 남길 수 있을 텐데.

 

풍천은 주머니를 풀고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순간, 입이 반쯤 벌어지다 멈췄다. 

 

‘헉!’

 

아마 앞에 은초당이 없었다면 턱이 빠졌을지도 몰랐다.

 

열 냥짜리 두 개는 하얀색이 아니라, 노란색이었다. 

 

황금 이십 냥과 은자 삼십 냥!

 

‘오오오! 이, 이게 얼마야!’

 

풍천은 손이 달달 떨리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그러고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으음, 모자라지는 않겠군.”

 

은초당은 안에 금자가 들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입을 다물고 풍천의 기분을 깨지 않았다. 

 

벌 받을 각오를 하고 조원을 위해서 소환단을 내준 조장 아닌가.

 

그런 마음 때문인지 목소리도 사근사근했다. 

 

“금은 선가장에서 따로 준 겁니다, 조장님. 그나마 놈들의 행적을 알아낸 사람은 조장님뿐이거든요.”

 

그럼 그렇지. 조일산이나 임철이 주었을 리가 없지.

 

“정말 마음이 넉넉하신 분들이군요. 하, 하, 하. 이제 여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언제는 걱정했나? 전에 받은 것도 많이 남아 있는데.

 

크게 들어가는 돈은 구양종이 다 썼으니까. 

 

은초당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웃음만 지었다. 

 

그저 ‘우리 조장님은 돈을 꽤나 밝히는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풍천은 한껏 좋아진 기분으로 서신을 봉투에서 꺼냈다.

 

한 줄 한 줄 읽어가는 풍천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두 눈에서 서리가 내리기라도 한 것처럼 한기가 흘러나왔다. 

 

은초당은 몸을 가볍게 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리 춥지?’

 

 

 

[비검당 사조 조장 풍천에게.

 

문주님의 명령이다. 최소한의 인원만 데리고 회빈의 정가장으로 가라. 본문에서 뽑은 무사 열 명이 그곳에서 그대를 기다릴 터, 그들을 이끌고 백초령을 구하도록 하라. 자세한 것은 회빈에 도착하면 알게 될 것이다.] 

 

 

 

‘역시 회빈인가?’

 

풍천은 서신을 접어서 탁자 위에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자세한 상황은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백초령을 납치한 놈들이 신검문에 연락을 했다. 그리고 신검문에서는 회빈으로 사람을 보냈다. 

 

회빈에서 교환이 이루어지던가, 아니면 적과 조우하게 될 거라는 말이었다.

 

유령총의 비밀 중 하나인 유령적과 관계된 일을 자신이 지휘한다는 것. 

 

그에게 그 일은 단순히 백초령을 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유령총은 형의 죽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잘하면 형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한 꺼풀 벗겨낼 수 있을지도······.’ 

 

그런데 왜 조 장로가 아닌 자신에게 지휘권을 맡긴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음, 문주가 내 능력을 알아보았나 보군.”

 

풍천의 중얼거림에 은초당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는 조일산과 임철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었다. 

 

‘조장, 그게 아닙니다. 놈들에게 경각심을 주지 않기 위해서 조장을 선택한 것이죠.’

 

하지만 이번에도 입을 다물고 풍천의 기분을 깨뜨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풍천은 좀 더 깊은 착각 속에 빠졌다.

 

‘실력을 너무 드러냈나? 그럼 앞으로 영업하기 힘든데······. 후우, 어쩔 수 없지. 문주가 진정으로 고개 숙여 부탁하는데, 일단 초령이를 구하고 보자.’

 

풍천은 백무천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 형, 사람을 모아주시오.”

 

 

 

곧 구양종과 화영쌍검, 사조원들이 방으로 모였다.

 

사람들이 모이자, 풍천이 구양종을 보며 말했다. 

 

“구양 형, 문주께서 저에게 이번 일의 지휘를 맡아달라고 하는군요.” 

 

구양종은 믿기지가 않았다. 어떻게 풍천에게 구출 임무의 지휘를 맡길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문주님의 명령이 확실한가?”

 

풍천은 대답 대신 서신을 들이밀었다.

 

“글은 읽을 줄 알죠?”

 

당연하지! 글자도 너보다는 잘 써, 인마!

 

구양종은 서신을 보지 않고 풍천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풍천은 책임자로서 위엄을 지키며 담담히 물었다.

 

“본문의 사적인 일이긴 하지만 구양 형 하나 정도는 더해져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 거요? 돌아가실 거요, 아니면 함께 가실 거요? 만약 함께 가실 거라면 내 명령을 들어야 할 텐데…… 자, 출발하면 회빈까지 달려갈 것이니 여기서 결정을 합시다.”

 

풍천의 명령은 죽어도 듣기 싫었다. 

 

하지만 풍천이 정말 백초령을 구하기라도 하면, 자신은 더 이상 백초령에게 얼굴을 내밀 수 없다. 또한 여기서 물러나면 속 좁은 놈이라는 욕을 들을 듯했다.

 

자존심이냐, 사랑이냐!

 

구양종은 심각하게 갈등했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역시 위대했다.

 

‘구출하는 일에 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 그녀도 마음의 문을 열겠지.’

 

자존심은 잠깐이고, 사랑은 영원한 것. 

 

구양종은 이를 악물고 자존심을 잠깐만 접어놓기로 했다.

 

“네 명령을 듣는다기보다, 너의 일에 방해를 하지 않는 선에서 움직이겠다.”

 

“평소 때야 뭐 상관없죠. 단, 중요한 일이 닥쳤을 때는 내 명령을 들어야 합니다.”

 

“으으음, 조, 좋다, 그렇게 하지.”

 

구양종이 어쩔 수 없이 응낙하자, 풍천의 입 가장자리가 가느다랗게 찢어졌다.

 

‘흐흐흐, 봉을 날려 보낼 수는 없지.’

 

 

 

 

 

 

회빈은 하남 남동부와 안휘의 경계지역이어서 천혈궁이나 안휘의 세력들이 자주 넘나드는 곳이었다.

 

해서 신검문에서는 천혈궁은 물론 안휘성 강호 문파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 회빈에 지부를 설립했는데, 그곳이 바로 정가장이었다.

 

회하강변이 바라다 보이는 정가장에 풍천 일행이 도착한 것은 그날 저녁 해시 경이었다.

 

풍천 일행이 정문으로 다가가자, 쪽문이 열리고 눈빛이 도끼날처럼 번뜩이는 장한이 나왔다.

 

“어느 분이 풍 조장님이십니까?”

 

“제가 풍천입니다.”

 

장한은 풍천 일행을 쓱 둘러보더니 쪽문을 완전히 열었다.

 

“들어가시죠. 먼저 오신 분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가장의 총인원은 백 명 정도. 그중 무사는 칠십 명이 조금 넘었다.

 

삼천여 평의 대지에 지어진 건물은 모두 일곱 채였는데, 장한은 풍천 일행을 건물들 중 유일한 이 층 전각으로 안내했다.

 

전각 안으로는 풍천과 구양종만 들어갔다. 조원들은 장한을 따라 객당으로 가고. 

 

안으로 들어가자 탁자를 둘러서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열한 명이었다.

 

그들을 둘러보던 풍천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비검당의 부당주인 석초산, 조장인 나한조, 궁이정이 있었던 것이다.

 

“어? 부당주님과 조장님들도 오셨네요?”

 

석초산이 쓴웃음을 지으며 반문했다.

 

“왜 우리가 오면 안 되나?”

 

“아뇨, 그게 아니라······. 그런데 진 조장님은 안 오셨나 보죠?”

 

“비검당을 지휘할 사람이 하나는 있어야 할 거 아닌가?”

 

풍천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의아해했다.

 

자신에게 지휘하라고 해놓고 더 높은 사람들을 보내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가 의아해하는데 앉아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일찍 도착했군. 이쪽으로 오게.”

 

서른 전후의 나이, 강인하게 보이는 각진 얼굴, 은연중 위엄이 배어 있는 말투. 처음 보는 자인데도 반말이 어색하지 않게 들렸다.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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