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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풍전설 48화

무료소설 천풍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천풍전설 48화

 

48화

 

 

 

 

 

 

화청백이 그들을 말리려 했을 때는 이미 그들의 공세가 들어선 자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 초로인은 세 사람의 공세가 밀려드는데도 나직이 웃으며 옆구리에 매달린 도를 엄지로 밀어 올렸다.

 

“후후후후…….”

 

그 모습을 본 화청백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강한 자다.’

 

화청백의 표정이 굳어진 순간, 세 사람의 공세가 초로인을 덮쳤다. 

 

탁조원이 우측을, 부양이 좌측을 공격하고 구양종이 그들과 약간의 차이를 두고서 정면을 공격해 들어갔다.

 

찰나였다. 초로인의 옆구리에서 뻗어 나온 뇌전이 허공을 가르며 세 사람의 공격을 거의 동시에 튕겨냈다.

 

쩌정! 땅!

 

“크흑!”

 

“흡!”

 

탁조원과 부양이 신음을 토하며 뒤로 튕겨지고, 구양종도 와락 일그러진 얼굴로 정신없이 물러났다. 

 

단 일도로 세 사람을 격퇴시킨 초로인은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후후후,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이곳을 나갈 수 없다.”

 

그가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구양종도 한 걸음 물러났다.

 

화청백이 그를 돕기 위해 나서려는데, 뒤에서 나한조의 목소리가 비명처럼 울렸다.

 

“탈혼도……. 탈혼신마(奪魂神魔) 등청이다!”

 

멈칫한 화청백은 파르르 눈을 떨며 초로인을 바라보았다.

 

저자가 신마성의 팔대신마 중 한 사람이란 말인가?

 

흑운신마 운조평에 이어 팔대신마 중 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대체 팔대신마 중 몇 사람이 이곳에 있단 말인가.

 

사람들이 등청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느끼고 경악한 표정을 지을 때 화청백이 바닥을 차고 등청을 향해 쇄도했다.

 

구성의 공력을 검에 쏟아 부은 그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등청을 공격했다.

 

따다당! 쩌정!

 

찰나 간에 도검이 대여섯 번 엇갈리며 귀청을 찢을 것 같은 굉음이 통로에 울려 퍼지고,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물러섰다.

 

화청백을 노려보는 등청의 두 눈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자신이 한 걸음 밀려났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제법이구나! 네가 화청백이라는 놈이더냐?” 

 

가슴이 먹먹해진 채 두 걸음을 물러선 화청백은 이를 악물었다. 간발의 차이긴 하나 자신이 밀린 것은 분명했다.

 

‘과연 팔대신마다. 전력을 다한다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겠어.’ 

 

바로 그때였다. 한 줄기 바람이 통로의 천장을 타고 흘렀다. 뒤쪽을 막고 있던 풍천이 기회를 틈타서 앞으로 날아간 것이다.

 

조소를 짓고 있던 등청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감히 내 앞에서 수작을 부리겠다는 거냐!” 

 

단숨에 사람들의 머리를 타고 넘은 풍천은 곧장 등청을 향해 검을 뻗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검이 불쑥 튀어나오자 등청도 무시하지 못하고 칼을 휘둘렀다.

 

허공이 갈기갈기 찢기며 그물 같은 도막이 풍천의 공세를 차단했다.

 

떠더덩!

 

찰나 간에 네다섯 번의 격돌이 이루어졌다.

 

허공에서 튕겨져 바닥에 내려선 풍천은 화청백 등이 멍청하니 바라만 보고 있자 대뜸 소리쳤다.

 

“뭐하쇼! 내가 막을 때 빠져나가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화청백이 명령을 내렸다.

 

“전력을 다해서 빠져나간다! 관악, 초령이를 보호하면서 내 뒤를 따라와라! 용 형, 갑시다!”

 

등청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분노가 솟구쳤다.

 

자신이 막고 있거늘, 감히 빠져나갈 생각을 하다니!

 

“죽고 싶어 하는 놈은 모두 죽여주마!”

 

하지만 풍천이 그를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는 흐릿한 그림자만 남긴 채 좌우로 오가면서 등청이 약점만 보이면 검을 내질렀다.

 

등청은 이를 갈며 풍천을 노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두 조각을 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어찌나 신출귀몰한지 잡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검은 그조차 섬뜩할 정도로 빈틈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이 박쥐같은 놈! 네놈부터 죽여주마!” 

 

등청은 욕을 퍼부으며 탈혼도를 휘둘렀다. 시퍼런 도기가 풍천을 난도질할 것처럼 허공을 갈랐다. 

 

풍천도 물러서지 않고 받아쳤다.

 

“내가 박쥐면, 당신은 생쥐다, 늙은이!” 

 

“네 이노오옴!”

 

그사이 화청백 등은 통로의 벽에 바짝 붙어서 전진했다.

 

하지만 안에 들어온 자는 등청만이 아니었다.

 

등청과 함께 들어온 네 사람이 냉랭한 코웃음을 치며 그들의 앞을 막았다.

 

“흥! 어림없다!”

 

거기다 등청의 명에 의해 뒤로 물러섰던 자들이 다시 달려들고, 뒤에서는 위태곤과 시마청이 공세에 가담했다.

 

또다시 앞이 틀어막힌 상태. 풍천이 신출귀몰한 신법으로 등청을 막고 있다지만 상황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뒤쪽에서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크윽!”

 

위태곤의 검에 당한 나한조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린다. 

 

“나 형!”

 

대경한 궁이정이 나한조를 돕기 위해 급히 비도를 날렸다.

 

위태곤은 급히 몸을 틀어 비도를 피하고, 시마청이 번개처럼 날아들며 궁이정을 공격했다. 

 

“켈켈켈, 그까짓 비도로 감히 누굴 공격하는 것이냐!” 

 

“여기도 있다!”

 

석초산이 시마청에게 달려들었다.

 

바로 그때, 위태곤이 눈을 반짝이며 빈틈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전면의 싸움이 복잡해지면서 백초령 곁에 화청백 한 사람밖에 없었다. 몰래 접근해서 백초령을 수중에 넣을 수 있다면 화청백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풍천이 얼핏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초령아, 뒤를 조심해!” 

 

급히 고개를 돌린 화청백이 위태곤을 막았다.

 

“어림없다, 위태곤!”

 

위태곤은 다 된 밥에 재를 퍼부은 풍천을 입안에서 씹었다.

 

‘개자식, 등 장로와 싸우면서도 귀신처럼 봤네.’ 

 

대신 그 대가로 풍천은 등청의 무지막지한 공세를 감당해야 했다.

 

등청은 자신을 무시한 풍천을 향해 찰나의 순간 십삼도를 폭풍처럼 퍼부었다.

 

쉬쉬쉬쉭!

 

건방진 놈! 감히 자신과 싸우면서 다른 곳에 신경 쓰다니!

 

풍천은 풍천대로 불만이었다.

 

‘제기랄!’

 

장소가 좁은 것이 한이었다. 조금만 넓었어도 천풍무영류를 펼칠 수 있을 텐데. 그럼 등청의 뒤통수에 구멍을 내줄 수 있을 것이거늘.

 

그러나 지금은 불만이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백초령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화청백은 조금도 전진을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네 가지 신법 중 근거리 싸움에 가장 적합한 귀환신법(鬼幻身法)과 팔방만취보(八方漫醉步)를 펼치며 등청의 공세 사이를 정신없이 누볐다. 그러면서도 등청의 도세에서 눈을 떼지 않고 기회가 생기기만을 기다렸다.

 

‘한 방만 걸려라, 늙은이!’

 

그때 입구 쪽에서 광소가 터져 나왔다.

 

“우하하하! 정말 대단한 놈들이구나! 하지만 네놈들의 재롱도 거기까지다! 등가야, 그만 나와라!” 

 

석초산이 입구에 나타난 자를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열화신마(熱火神魔) 동광후!”

 

그가 비명처럼 동광후의 이름을 부른 순간, 등청과 신마성의 무사들이 썰물처럼 뒤로 물러났다.

 

직후, 덜컹! 문 열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발밑이 푹 꺼졌다. 

 

“헉! 함정……!”

 

“조심해!”

 

급작스런 상황.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처할 새도 없이 밑으로 떨어졌다.

 

풍천은 바닥이 꺼짐과 동시에 허공으로 떠올랐다. 

 

‘흥! 이 따위 함정으로 고금제일의 신법을 지닌 나를 가두겠다고?’

 

그때였다. 백초령의 날카로운 비명이 다른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크게 울렸다.

 

“아악!”

 

제기랄!

 

풍천은 벽을 차고 비스듬히 날아가 백초령의 팔을 낚아챘다. 그러고는 빙글 몸을 돌려 백초령을 등에 업었다.

 

“꽉 잡아!”

 

느닷없는 상황에 정신이 없던 백초령은 풍천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케, 케켁! 너, 너무 세…….” 

 

백초령까지 업고 허공을 유영해서 다시 상승한다는 것은 천풍의 후예인 그조차도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백초령이 목을 어찌나 세게 끌어안았는지 숨도 쉴 수가 없었다.

 

겨우겨우 중심을 잡은 그는 장력으로 벽을 두어 번 쳐서 떨어지는 속도를 낮추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바닥에 내려선 상태였다. 내려섰다기보다 나뒹굴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이었지만. 

 

깊이를 미리 알았다면 기운을 조절해서 안전하게 내려섰을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떨어진데다 깊이를 모르니 그들이 아무리 고수라 해도 바닥에 내려선 순간 꼬꾸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함정의 깊이를 생각하면 이 정도로 끝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백초령을 내려놓은 풍천은 함정을 둘러보았다. 위에서 희미한 빛이 비쳤다. 그 덕에 안을 살펴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함정의 깊이는 칠팔 장 정도. 넓이는 사방이 삼 장가량 되었다. 

 

‘빌어먹을! 이게 무슨 생고생이야?’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았다. 자신이야 한 번에 날아오를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두어 번 벽에 검을 박아가며 올라가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위에 신마성 무사들만 없다면 말이다.

 

‘지미, 혼자 나갈 수도 없고…….’

 

속으로 투덜거린 그는 떨어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탁조원과 부양만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과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함정에 빠지지 않은 듯했다.

 

‘그들은 괜찮은지 모르겠군.’

 

풍천이 밖에 남은 사람을 걱정하는데 화청백이 다가왔다.

 

“초령아, 괜찮으냐?”

 

“저는 괜찮아요.”

 

‘너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는 목이 아파 죽겠다.’

 

풍천은 불만이 많은 표정으로 백초령을 흘겨보았다. 

 

백초령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풍천을 살짝 추켜세웠다.

 

“풍천이 제때 잡아주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저를 업고도 무사히 내려온 걸 보면 정말 대단해요.” 

 

풍천의 불만 가득한 표정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험, 뭐 그 정도야…….”

 

백초령은 풍천을 슬쩍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애가 따로 없다니까.’

 

그때 구양종이 다가오더니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백 소저가 무사해서 다행이오.”

 

“많이 다쳤어요?”

 

“아무래도 내려설 때 발을 삔 것 같소. 견딜 만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풍천의 눈에는 그 모습이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엄살은…….’

 

그래도 구양종은 나았다. 그러잖아도 부상을 입었던 나한조는 아직 일어나지도 못했고, 궁이정과 기종탁과 구자암도 적잖은 부상을 입은 듯했다.

 

무사한 사람들이 부상자들의 몸을 살펴보고 있는데, 동광후가 돌아와서 함정을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우하하하! 영락없이 독 안에 든 생쥐로구나! 이놈들아, 이 어르신이 허락할 때까지 나올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라! 나오는 놈은 족족 목을 쳐서 죽일 테니까!”

 

풍천이 위를 쳐다보며 욕을 퍼부었다.

 

“팔대신마라는 이름이 아깝다, 이 늙은이들아! 탈혼신마? 열화신마? 이제 보니 똥개들하고 싸우며 얻은 이름인가 보구나!” 

 

곧바로 반응이 왔다. 등청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노성을 내질렀다.

 

“흥! 유령적의 진위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려라! 유령적이 진짜라면 살려주지! 단, 네놈만큼은 반드시 주둥이를 찢어서 죽일 것이다!”

 

“쥐새끼 같은 영감탱이야! 뭐가 겁나서 우리를 못 나가게 하는 거냐! 우리 둘이 정식으로 붙어보자! 질까 봐 겁나냐?”

 

“저 찢어 죽일 놈이……!”

 

이를 으드득 간 등청이 살기를 번뜩이며 말했다.

 

“네놈이 헛소리를 지껄일 때마다 네놈 동료들의 목을 하나씩 잘라서 던져주마!”

 

동광후는 한술 더 떴다.

 

“이봐! 너희들 중 오줌 마려운 사람 없어? 있으면 여기다 싸라!”

 

함정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벽 쪽으로 붙었다.

 

그들은 상대의 화를 돋운 풍천을 책망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풍천도 더 이상 소리치지 못하고 위만 노려보았다.

 

‘비겁한 늙은이!’

 

등청과 동광후, 시마청, 위태곤은 키득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그들이 안 보일 즈음, 벽에 바짝 붙어 있던 용수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먹으로 벽을 두들겼다.

 

텅, 텅.

 

벽에서 공명음이 났다. 안이 비어 있다는 말. 

 

모두의 눈이 용수명 쪽으로 향했다. 

 

용수명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화 형, 안이 비어 있는 것 같소.”

 

“비켜봐.”

 

풍천이 먼저 나서며 손을 저었다. 

 

용수명은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물러섰다.

 

풍천은 벽에 귀를 대고서 주먹으로 두들겼다.

 

또다시 공명음이 울렸다.

 

‘한 자 두께. 안쪽에 제법 깊고 넓은 통로가 있다.’

 

대여섯 번 벽을 두들긴 것만으로 안쪽의 상황을 귀신처럼 짐작한 풍천은 귀를 떼고 벽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선처럼 그어진 미세한 틈을 발견한 것은 천천히 열을 셀 시간이 흐른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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