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풍전설 116화
무료소설 천풍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천풍전설 116화
<div class="viewer_text" style="font-size: 18px; line-height: 28px; color: rgb(0, 0, 0); font-family: Gothic;"><p> </p><p>116화</p><p> </p><p> </p><p> </p><p> </p><p> </p><p> </p><p>관추양은 두 사람이 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무공을 익힌다는 걸 알고 쓴웃음을 지었다.</p><p> </p><p>‘무공을 남 앞에서 함부로 익히다니. 저 잠풍이란 청년도 그렇고, 상관 성을 쓰는 사람도 순수하군.’</p><p> </p><p>그는 더 이상 밖의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눈을 감았다.</p><p> </p><p>하루라도 빨리 어깨를 낫게 해야 했다. 그래야 친구를 찾아가서 왜 그래야만 했는지 물을 수 있었다.</p><p> </p><p>‘종화, 부디 진실이 아니기만을 바란다. 나로 하여금 친구에게 칼을 겨누지 않게 해다오.’</p><p> </p><p>그런데 운기행공에 전념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p><p> </p><p>“진짜라니까요? 귀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단 말입니다.”</p><p> </p><p>“글쎄 이명(耳鳴)일 수도 있다니까?”</p><p> </p><p>“제가 이명과 천둥소리도 구분 못하는 사람인 줄 아세요?”</p><p> </p><p>“어허, 믿을 걸 믿으라고 해야지. 익히기 시작한지 두 시진도 안 되었는데 벌써 뇌명이 울린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믿겠는가?”</p><p> </p><p>“참나, 속고만 사셨나…….”</p><p> </p><p>“마음을 비우고 좀 더 집중하게. 집중하지 않으니 귀에서 소리만 들려도 뇌명처럼 생각되는 거네.”</p><p> </p><p>“그게 아니라 진짜라니까요?”</p><p> </p><p>“자네가 검에 대해서 나보다 잘 아나?”</p><p> </p><p>“뭐 그건 아니지만…….”</p><p> </p><p>“그럼 내 말 듣게.”</p><p> </p><p>“에이, 진짠데…….”</p><p> </p><p>그때였다. 배에 힘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아래쪽에서 우렁찬 천둥소리가 울렸다.</p><p> </p><p>부우웅.</p><p> </p><p>어둠을 뒤흔드는 방귀 소리. </p><p> </p><p>풍천은 상관경의를 힐끔거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p><p> </p><p>상관경의는 입꼬리를 비틀고 겨우 웃음을 참았다.</p><p> </p><p>“이제 보니 뱃속에서 난 천둥소리를 들었나 보군. 하여간 자네 엉뚱한 것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이 상황에서 방귀라니…….”</p><p> </p><p>이제는 풍천조차 헷갈렸다.</p><p> </p><p>“이상하네.”</p><p> </p><p>‘뱃속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울린 것 같았는데. 검에서도 울렸고.’</p><p> </p><p>산신당에서 운공을 하던 관추양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p><p> </p><p>천둥이 어쩌고 하는 걸 보니 뭔가 거창한 무공을 익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풍천이 익히려는 무공이 이름만 거창할 뿐 별 볼 일 없는 것일 거라 확신했다.</p><p> </p><p>그렇게 대단한 무공을 남 앞에서 저렇게 말다툼하면서 익히는 사람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p><p> </p><p>게다가 방귀까지 뀌면서.</p><p> </p><p>‘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자세는 괜찮군.’</p><p> </p><p>풍천과 상관경의가 어떤 사람들이란 걸 상상도 못 한 그는 언제 기회가 되면 풍천에게 한 수 가르쳐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풍천에게 치료비를 반밖에 주지 못한 것도 갚을 겸.</p><p> </p><p> </p><p> </p><p>3</p><p> </p><p> </p><p> </p><p>“출발하겠습니다, 아버님.”</p><p> </p><p>육 척에 이르는 당당한 체구, 가라앉은 눈빛에서 은은한 묵광이 쏟아지는 장한이 혁련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p><p> </p><p>혁련궁에게 아버님이라 호칭할 만한 남자는 신마성에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p><p> </p><p>신마비영 혁련후!</p><p> </p><p>그랬다. 그가 바로 혁련궁의 단 하나뿐인 아들, 혁련후였다.</p><p> </p><p>“자근자근 밟아서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라.”</p><p> </p><p>“그리 할 것입니다.”</p><p> </p><p>“수상한 놈들이 끼어들지 모른다. 경계를 철저히 해라.”</p><p> </p><p>“어쩌면 지금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상관치 않겠습니다. 강호는 힘으로 말하는 곳, 놈들이 앞을 막는다면 천하를 놓고 놈들과 한판 벌여보지요.”</p><p> </p><p>혁련후는 담담히 말하며 고개를 들었다.</p><p> </p><p>그의 두 눈 깊은 곳에서 은은한 묵광이 흘러나왔다.</p><p> </p><p>혁련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신마대전을 둘러보았다. 신마성의 주요간부들이 숨소리도 내지 않고 도열해 있었다.</p><p> </p><p>“가라, 가서 천하에 신마성이 왜 천하제일마세인지 알려줘라!”</p><p> </p><p>혁련궁의 목소리가 신마대전을 뒤흔들자 오십여 명의 간부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p><p> </p><p>“존명!”</p><p> </p><p>“신마천하를 위하여!”</p><p> </p><p> </p><p> </p><p>4</p><p> </p><p> </p><p> </p><p>날이 밝자 풍천 일행은 곧장 당하로 향했다. 풍천과 상관경의도 어차피 지나가야 할 길이었기에 당하까지 관추양과 함께 가기로 한 것이다.</p><p> </p><p>풍천은 당하까지 가면서 시도 때도 없이 뇌정천결을 떠올렸다. 어떤 때는 빠르게 걷다 멈춰 서서 생각에 잠기는 바람에 상관경의와 관추양이 한참을 앞서가다가 되돌아온 적이 있을 정도였다.</p><p> </p><p>그런데 사흘 째 되던 날이었다. 조양에서 북쪽으로 백리 쯤 올라가서 다전령(多電嶺)이라는 언덕을 넘어가는데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비가 쏟아졌다.</p><p> </p><p>갑작스럽게 비를 만난 세 사람은 비를 피할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다전령은 죽어가는 고목나무와 삐죽삐죽한 바위만 산재해 있어서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p><p> </p><p>별수 없이 세 사람은 고개를 넘어 마을이 있는 곳까지 가기로 하고 걸음을 빨리했다.</p><p> </p><p>쩌저적! 콰과광!</p><p> </p><p>하늘에서 번갯불이 번쩍이고 귀청을 찢는 광폭한 굉음이 울린 것은 그들이 고개 정상을 막 넘은 직후였다.</p><p> </p><p>“멀지 않은 곳에 번개가 떨어진 것 같네. 어서 이 자리를 피하세.”</p><p> </p><p>상관경의는 굳은 표정으로 말하며 고개를 빠르게 내려갔다. 관추양도 챙이 넓은 모자를 한 손으로 잡고 뒤를 따라갔다.</p><p> </p><p>그러나 풍천은 발바닥이 자석에 달라붙은 것처럼 정상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p><p> </p><p>십여 장을 앞서 내려가던 상관경의는 풍천이 또 따라오지 않자 뒤를 돌아다보았다.</p><p> </p><p>“자네 지금 뭐하는가?”</p><p> </p><p>풍천은 정상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p><p> </p><p>비 맞는 걸 즐기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닐 터. 아무래도 벼락을 보고 뇌정천결을 깨닫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p><p> </p><p>상관경의는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p><p> </p><p>“이보게, 잘못하면 벼락에 맞을지 모르네! 어서 가세!”</p><p> </p><p>“잠깐만요. 벼락 떨어지는 거 몇 번만 구경하고 가죠.”</p><p> </p><p>“죽을지 모른다니까! 그거 구경한다고 뇌정천결이 금방 깨달아지는 줄 아는가?”</p><p> </p><p>그때였다.</p><p> </p><p>번쩍!</p><p> </p><p>또다시 하늘이 하얗게 변하더니 벼락이 떨어지고 고막을 터트릴 것 같은 굉음이 울렸다.</p><p> </p><p>쩌저저적! 쾅!</p><p> </p><p>“우와! 진짜 멋지군요! 벼락이 저기에 떨어졌습니다!”</p><p> </p><p>풍천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좋아했다.</p><p> </p><p>하늘에서 갈지자를 그리며 내리꽂힌 벼락이 백여 장쯤 떨어진 곳의 바위를 때렸다.</p><p> </p><p>전에는 별생각 없이 봐서 벼락이 멋지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깜짝깜짝 놀라게 해서 귀찮기만 했지. 그런데 뇌정천결을 익히는 입장에서 보니 짜릿할 정도로 멋지게 보였다.</p><p> </p><p>그러나 상관경의와 관추양은 좋아할 수가 없었다.</p><p> </p><p>벼락에 눈이 없는 이상 언제 자신들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몰랐다. 맞으면 그 자리에서 끝장이었다.</p><p> </p><p>“벼락 맞고 살아났다는 사람 보지 못했네! 어서 가세!”</p><p> </p><p>“몇 번만 더 보자니까요.”</p><p> </p><p>관추양이 짜증 나는 투로 물었다.</p><p> </p><p>“이보게, 이 고개 이름이 왜 다전령인 줄 아나?”</p><p> </p><p>“벼락이 많이 떨어지나 보죠 뭐.”</p><p> </p><p>“그렇다네. 그리고 벼락 맞고 죽은 사람도 많지.”</p><p> </p><p>찰나였다. 하늘이 하얗게 변하더니 풍천의 등 뒤로 새하얀 빛줄기가 내리꽂혔다.</p><p> </p><p>상관경의와 관추양은 입을 반쯤 벌린 채 눈을 크게 떴다.</p><p> </p><p>풍천도 오싹한 충격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p><p> </p><p>짜자자자작!</p><p> </p><p>천신이 노해서 하늘을 찢어발기는가!</p><p> </p><p>괴이한 느낌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통하면서 고막이 터질 것처럼 먹먹해졌다. 머리끝이 쭈뼛쭈뼛 서고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p><p> </p><p>“어, 어떻게 된 거죠?”</p><p> </p><p>“자네 뒤쪽의 고목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네.”</p><p> </p><p>풍천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보았다. 십여 장쯤 떨어진 죽은 고목나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p><p> </p><p>그제야 스멀스멀 겁이 났다. 번개를 보고 뭔가 깨달음을 좀 얻어볼까 했더니 구경하다가 벼락 맞아 죽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p><p> </p><p>“그, 그만 가죠.”</p><p> </p><p>상관경의는 풍천이 좌우를 둘러보며 고개를 내려오자 관추양과 함께 먼저 내려갔다.</p><p> </p><p>바로 그때였다. 고개를 돌리던 풍천의 눈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이 보였다.</p><p> </p><p>하늘을 갈기갈기 찢으며 세 줄기로 떨어지던 벼락이 각기 다른 곳으로 흐르며 떨어지는데 마치 뇌정천결의 초식이 그대로 펼쳐지는 것 같았다.</p><p> </p><p>풍천은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눈으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몸속에서 우렛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p><p> </p><p>‘뇌전낙류산(雷電落流散)!’</p><p> </p><p>일명 뇌정락(雷霆落)이라 이름 붙인 두 번째 초식의 가장 중요한 요결이 목 안에서 맴돌았다.</p><p> </p><p>사실 상관경의가 워낙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니 말하지 않았지만, 천둥소리를 귀청이 터질 것처럼 들으면서 첫 번째 초식인 뇌정명(雷霆鳴)에 대한 깨달음을 눈곱만큼이나마 얻은 터였다.</p><p> </p><p>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거늘, 두 번째 초식인 뇌정락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광경을 봤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였다,</p><p> </p><p>풍천은 당장 환호를 지를 것 같은 표정으로 상관경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p><p> </p><p>하지만 부르지는 않고 혼자 몰래 웃었다.</p><p> </p><p>어차피 말해봐야 믿지도 않을 터, 어느 정도 익힌 다음 콧대를 콱 부러뜨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p><p> </p><p>‘정말로 몸속에서 천둥소리가 난다니까, 방귀 소리와 분명 달랐다니까 왜 사람 말을 못 믿는 거야?’</p><p> </p><p> </p><p> </p><p>5</p><p> </p><p> </p><p> </p><p>구화장의 장주인 구화신검 나종화는 서신을 탁자에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바라보았다.</p><p> </p><p>“추양, 모른 척할 것이지 왜 나서서 나를 나쁜 놈으로 만들려는 거냐?”</p><p> </p><p>서신에는 그의 어린 시절 친구인 관추양에 대한 행적이 적혀 있었다.</p><p> </p><p>관추양이 부상을 입은 채 수주에 들렀다가 광마방과 마찰을 빚었다는 것, 그곳에서 두 명의 일행을 만나서 함께 북상 중이라는 것까지.</p><p> </p><p>나종화는 관추양이 왜 북상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p><p> </p><p>비록 자신과 가는 길이 다르긴 하지만 관추양은 자신의 하나뿐인 어릴 적 친구가 아니던가.</p><p> </p><p>그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스스로 죽음을 향해 뛰어드는 걸 보니 곤혹하기만 했다.</p><p> </p><p>하지만 그는 인정에 휘둘려서 자신의 길을 돌아설 사람이 아니었다.</p><p> </p><p>‘그랬다면 이 자리까지 올라오지도 못했겠지.’</p><p> </p><p>그는 서신을 손 안에 움켜쥐고 비볐다. 서신이 가루가 되어서 바닥으로 흘러내렸다.</p><p> </p><p>그때 방 밖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p><p> </p><p>“장주,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p><p> </p><p>손님?</p><p> </p><p>나종화는 손을 털고 밖을 향해 말했다.</p><p> </p><p>“누구라 하시더냐?”</p><p> </p><p>“저, 하늘 밖에서 오셨다면서 그렇게만 말하면 아실 거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p><p> </p><p>순간 나종화의 표정이 굳어졌다.</p><p> </p><p>‘그들이 무슨 일로 온 거지?’</p><p> </p><p>그가 당하에 터를 잡은 지난 오 년간 그들이 직접 찾아온 적은 한 번뿐이었다. 그로 인해서 그는 보다 강해졌고 삼 년 만에 당하 제일을 넘어 하남 남서부에서 손꼽히는 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p><p> </p><p>그동안 그들은 어떤 부탁도 하지 않았고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기에 직접 찾아왔단 말인가?</p><p> </p><p>어쨌든 그들을 오랫동안 밖에 세워둘 수는 없는 일.</p><p> </p><p>“기정, 그분을 정중하게 안으로 모셔라.”</p><p> </p><p> </p><p> </p><p> </p><p> </p><p>제7장. 버마재비를 노리는 참새</p><p> </p><p> </p><p> </p><p> </p><p> </p><p>1</p><p> </p><p> </p><p> </p><p>풍천 일행이 당하에 도착한 것은 석양이 지기 직전이었다.</p><p> </p><p>“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니 친한 친구인가 보죠?”</p><p> </p><p>마을을 관통하는 대로로 들어서며 풍천이 물었다.</p><p> </p><p>관추양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떠올랐다.</p><p> </p><p>“그렇다고 봐야겠지. 일곱 살 때부터 십 년 이상 친구로 지냈으니까.”</p><p> </p><p>어째 어감이 묘했다.</p><p> </p><p>풍천은 더 묻지 않았다. 물으면 엉뚱한 일에 휘말릴 것 같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의 그런 쪽 감각은 하늘도 놀랄 만큼 정확했다.</p><p> </p><p>그런데 야속하게도 상관경의가 불쑥 물었다.</p><p> </p><p>“무슨 일로 친구를 찾아온 것인지 알면 안 되겠나?”</p><p> </p><p>관추양은 상관경의를 바라보았다. 지난 사흘간 함께 지냈으면서도 아직 상관경의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p><p> </p><p>성이 ‘상관’이라는 것, 잠풍이라는 청년이 노형이라고 부른다는 것, 내상이 심하고 왼손을 못 쓴다는 것, 검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 그게 그가 아는 전부였다.</p><p> </p><p>그럼에도 그는 상관경의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보면 볼수록 커 보여서 자꾸 보고 있으면 산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p><p> </p><p>그는 석양이 지는 하늘을 향해 시선을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p><p> </p><p>“그 친구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p><p> </p><p>관추양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겨울바람처럼 차가웠다.</p><p> </p><p>“좋은 일은 아닌 것 같군.”</p><p> </p><p>“제 귀로 직접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 친구가 그랬는지, 그랬으면 왜 그랬는지 알아볼 생각이지요.”</p><p> </p><p>풍천이 두 사람의 대화를 끊기 위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p><p> </p><p>“어디 객잔이라도 가서 배부터 채우고 봅시다.”</p><p> </p><p>하지만 이번에도 상관경의는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p><p> </p><p>“친구 사이에 의가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군.”</p><p> </p><p>“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절대 죽어선 안 될 사람이 죽었습니다.”</p><p> </p><p>“혹시, 자네 친구라는 사람이 구화장의 주인 아닌가?”</p><p> </p><p>관추양이 서늘한 눈빛으로 상관경의를 직시했다. </p></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