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풍전설 1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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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천풍전설 146화
146화
오 장의 거리가 찰나 간에 이 장으로 줄어들었다.
등원명은 두 손을 교차시키며 풍천을 향해 휘둘렀다.
일순간 만 근의 힘이 실린 장력이 풍천을 향해 밀려갔다.
풍천은 상대의 공세가 코앞에 다가온 후에야 두 손을 쳐들고 천라신수를 펼쳤다.
공손승 등이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본 것은 바로 그 후였다.
풍천은 천라신수 중 천라산류(天羅散流)로 등원명의 장력을 가닥가닥 풀어헤치고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손을 쑥 뻗었다.
등원명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자신의 장력이 갑자기 힘을 잃는가 싶더니 전면에 커다란 손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헉!’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대와 정면으로 부딪친 것도 아닌데 장력이 갑자기 힘을 잃다니.
하지만 지금은 놀라고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급히 몸을 튼 그는 오른발을 축으로 삼아서 몸을 빙글 돌리고는 뒤이어 바닥을 차며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번개처럼 칠 장을 쏟아내 풍천을 공격했다.
풍천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장력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면서 천라신수를 펼쳤다.
풍천의 수영이 그림자처럼 따라오자 등원명의 안색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조심하게!”
공손승이 자신도 모르게 대경해서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천라신수가 등원명의 공세를 집어삼켰다.
그때였다.
챙!
등원명이 위기에 몰리자 용조완이 급히 검을 빼 들고 신형을 날렸다.
“등 형!”
떠더덩!
“크흡!”
신음을 삼킨 등원명은 삼 장을 날아가 겨우 땅에 내려서서는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았다. 그나마 나뒹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풍천은 등원명을 떨쳐내고 그 힘을 이용해서 허공으로 이 장가량 더 떠올라 용조완의 검세를 피했다.
간단한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임기응변.
그러나 상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허공으로 떠오른 풍천이 몸을 뒤집으며 검을 빼 들고 떨어지면서 내지른 것이다.
공손승은 대경해서 소리쳤다.
“용 아우, 뒤로 물러나게!”
하지만 풍천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용조완은 물러날 시간이 없었다. 또한 마음 한쪽에서는 다른 사람이 나서기 전에 상황을 끝내고 싶은 욕심이 꿈틀댔다.
“차아앗!”
기합성을 내지른 그는 전력을 다해서 풍천의 검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의 검 끝에서 수십 개의 검영이 피어오르며 그물처럼 펼쳐졌다.
풍천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떨어지는 별이 암봉을 꿰뚫는다는 낙성관암을 펼쳤다.
후우웅!
강력한 힘이 담긴 검세가 벼락처럼 떨어지며 찰나의 순간에 검영의 그물막에 내리꽂혔다.
두 사람의 검세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순간 용조완의 검영이 폭죽처럼 터져나갔다.
쩌저저정!
뒤이어 용조완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입에서는 나직하고 무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으으으윽.”
주르륵, 뒤로 다섯 걸음을 물러선 용조완은 격렬하게 떨리는 눈을 들어 정면을 응시하며 상대의 공세에 대비했다.
그때 머리 위에서 공손승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나에게 맡기게!”
용조완의 머리를 타넘은 공손승이 두 사람 사이로 내려서고, 용조성과 공손막도 풍천의 좌우를 막아섰다.
풍천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흔들린 진기를 가라앉혔다.
역시 삼대가문의 후손들답게 강력한 내공을 지니고 있다.
‘부모들이 좋은 영약을 많이 먹였겠지.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공부를 시켰을 것이고.’
어릴 때부터 사부님의 지시에 따라 사선을 넘나든 자신에 비하면 천국에서 살아온 자들이다.
은근히 부럽고 질투가 났다. 그래선지 말투가 삐딱하게 나왔다.
“이제 생각이 바뀌었수? 어차피 이럴 것을 자존심 세운다고 빼기는…….”
이를 악문 공손승은 풍천을 직시한 채 천천히 검을 뺐다.
“그에 대해선 할 말이 없소. 어쨌든 두 아우가 먼저 그대를 공격한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결을 다음으로 미루고 싶은 생각은 없소.”
풍천은 공손승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지금까지와 다르게 냉소를 베어 물었다.
“내 손이 조금 매울지 모르니 조심하쇼.”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그럼 시작하겠소.”
공격은 공손승이 먼저 했다.
스윽, 걸음을 내딛은 그는 검을 들어 풍천을 가리켰다.
검첨에서 백색 검기가 회오리쳤다. 그가 익힌 검 중 가장 강한 백환무영검이 펼쳐진 것이다.
풍천은 십여 개의 검영이 백색 검기의 회오리와 함께 밀려들자 낙성천류검의 방어초식인 낙성벽망(落星壁網)을 펼쳤다.
그의 검에서 푸른 별빛이 쏟아지며 그물처럼 백색 검기를 뒤덮었다.
떠더더덩!
맑은 쇳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이 울렸다.
백색 검기와 푸른 별빛이 폭발한 폭죽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찰나 간에 십여 번의 격돌이 이어지고 강력한 반탄력을 이기지 못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뒤로 주르륵 물러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숨 쉴 틈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공손승은 백환무영검을, 풍천은 낙성천류검과 비월신검을 펼치며 순식간에 칠 초의 격돌이 이루어졌다.
막상막하의 접전!
두 사람의 검에서 휘몰아친 검기가 폭풍처럼 주위를 휩쓸었다.
쩌저정! 콰광! 떠더덩!
오기인가, 자존심 싸움인가. 멀리 떨어지지도 않고 근접거리에서 서로를 향해 검을 펼치는 두 사람이다
그 광경이 어찌나 살벌한지, 본인들보다 옆에서 구경하던 네 사람이 더 긴장해서 눈 한 번 깜박이지 못했다.
그런데 격돌이 막 이십 초식을 넘어갈 때였다.
두 사람은 더 이상 길게 가져갈 생각이 없는 듯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전력을 다해서 검을 뻗었다.
두 사람의 검에서 백광과 청광이 쭉 뻗어 나가는가 싶더니 일 장의 거리를 두고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광!
굉음과 동시에 두 사람의 신형이 뒤로 튕겨지며 거리가 오 장으로 벌어졌다.
그제야 숨을 돌린 풍천은 이를 악물고 공손승을 쏘아보았다.
‘제기랄, 검으로만 상대해보려고 했더니 힘들군.’
진호량과 비슷한 실력. 아니 조금 강한 듯했다.
상관경의에 비하면 뒤지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상당한 실력이었다.
사실 자신이 그런 자를 검으로만 상대해서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신법을 제외한 일반무공이 일류고수 수준에 머물렀던 게 얼마 전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거짓말로 여겨질 만큼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아마 오기를 부리지 않고 천라신수를 함께 펼쳤다면, 아니 신법의 유리함을 더했다면 벌써 승부가 났을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풍천은 만족할 수가 없었다.
‘광양검이라도 빨리 익혀야겠어.’
반면 공손승은 곤혹한 마음이었다.
처음 몇 번의 격돌은 자신이 확실한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십 초식을 지나면서부터 그 차이가 미세해지더니 이십 초가 흐를 무렵에는 미세한 우세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그가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러한 것 때문이었다.
‘낙성천류검과 비월신검이 갈수록 완벽해지고 있다.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자군.’
그런데 그때 풍천이 턱을 쳐들고 말했다.
“몸을 풀었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해보죠.”
공손승도 조금 찜찜한 마음이긴 해도 물러서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는 여태껏 남에게 드러내지 않았던 무공을 펼치기로 작정하고 검을 든 손에 공력을 집중했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칠성의 경지에 이른 현재의 상태만으로도 앞에 있는 자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이제부터는 쉽지 않을 것이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야.’
풍천은 천풍심법을 운기하며 씩 웃었다.
일순간 공손승의 옷자락이 바람도 없는데 펄럭이고 사선으로 들린 그의 검에서 백색 검기가 휘몰아쳤다
직후 대지를 박찬 공손승이 곧장 풍천을 향해 날아들면서 검을 내뻗었다.
검첨이 잘게 떨린 순간 광폭한 검기가 검첨에서 쏟아지며 풍천을 뒤덮었다.
공손막이 그 검을 알아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아! 독천검(獨天劍)!”
금방이라도 풍천의 몸이 백색 검기의 폭풍에 휘말려 터져나갈 것 같았다.
하지만 풍천의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가 싶더니 공손승의 공세가 덮쳤을 때 풍천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콰과광.
검기의 폭풍은 애꿎은 바닥만 한 자 깊이로 파헤치고 먼지구름을 일으켰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거늘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등골이 섬뜩한 느낌!
공손승은 땅에 내려섬과 동시에 홱 몸을 돌리면서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풍천은 그럴 거라 예상했다는 듯 두 번에 걸쳐서 방향을 바꾸고 검을 뻗었다.
기척도 없고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검세, 보다 완벽해진 비월광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찌이익!
공손승의 어깨 옷자락이 길게 갈라졌다. 그나마 재빨리 피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어깨에 큰 상처가 났을 것이었다.
얼굴이 창백해진 공손승은 이를 악물고 재차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풍천의 모습은 간 데 없고 한 줄기 장력이 머리를 짓눌렀다.
대경한 공손승은 장력이 밀려드는 허공을 향해 검을 뻗었다.
검기의 폭풍이 대기를 찢어발기며 솟구쳤다.
하지만 장력은 조금 약화되기만 했을 뿐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그의 가슴을 두들겼다.
퍼버벅!
“크흡!”
가슴이 턱 막힌 그는 답답한 신음을 삼키고 급히 뒤로 물러났다.
찰나였다. 느닷없이 그의 앞에 나타난 풍천이 무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검을 뻗었다.
특별히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검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단순해서 의아할 지경이었다.
단순하기에 그만큼 무섭게 느껴지는 검.
공손승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을 가득 메우고 다가오는 검은 한 줄기 빛 없는 벼락이었다. 어디로 피하든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벼락!
그렇다고 가만히 서서 당할 수는 없는 일.
가까스로 몸을 튼 공손승은 안간힘을 다해서 검을 들어올렸다.
쩡!
아슬아슬한 순간에 풍천의 검이 옆으로 밀리고, 검첨이 귀밑을 스치고 지나가며 머리카락이 잘려 허공에 흩날렸다.
공손승은 풍천의 기이한 검을 피하기 위해서 몸을 뒤로 눕히고 허공에서 빙글빙글 세 바퀴를 굴렀다.
풍천은 멈추지 않고 구르듯이 물러서는 공손승을 따라가며 천라신수를 펼쳤다.
그런데 공손승이 풍천의 공격을 받고 위기에 처하자 용조성과 공손막이 풍천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형님!”
“조심하십시오!”
풍천의 신형이 다시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그들 앞에서 사라졌다.
공손승은 번개처럼 몸을 돌리며 뒤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하지만 풍천은 그의 뒤에도 있지 않았다.
공손승은 일순간에 몸을 빙글빙글 세 바퀴 돌리며 본능적인 감각대로 검을 내뻗었다.
그의 검이 일곱 번째로 뻗어 나간 순간 쩡!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풍천의 검이 그의 검을 밀어내며 틈 사이로 스며들었다.
공손승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눕히고 빙글 몸을 돌려 검세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풍천의 움직임이 그보다 배 이상 빨랐다.
퍼벅!
어깨와 가슴을 두들기는 둔탁한 충격!
공손승은 채 다섯 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뒤로 나뒹굴었다.
검을 피하느라 손을 신경 쓰지 못한 대가로 천라신수에 격타당한 것이다.
그 사이 용조성과 공손막의 공세가 풍천을 덮쳤다.
풍천은 공손승을 나뒹굴게 만들고 두 사람의 공세 사이를 유령처럼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눈을 부릅뜨고서 풍천의 그림자를 쫓았다.
그때였다.
“모두…… 물러……서!”
공손승이 쥐어짜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입술에서 가느다란 핏물이 점점이 튀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풍천과 두 사람이 얽혀든 이후였다.
천풍무영류를 펼친 풍천은 두 사람의 공세를 유유히 빠져나가면서 낙성천류검과 천라신수로 두 사람을 압박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검과 수영은 그야말로 섬뜩함, 그 자체였다.
두 사람은 그제야 공손승이 왜 그렇게 맥없이 당했는지 이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