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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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70화
“방헌학관으로 돌려보내세요.”
“위험합니다. 이곳에서 끝을 보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입니다.”
오륜법왕의 말에 성녀가 그를 노려보았다.
“제 명을 거역하시려는 겁니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만…… 방헌학관 일대에 퍼진 무림의 눈을 뚫고 죽대선생을 데리고 가려면 교도들의 희생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오륜법왕이 성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런 것을 원하시지는 않겠지요?”
“그건…… 그래요. 하지만 이런 살생은 원치 않습니다.”
살생이라는 말에 오륜법왕이 머리가 부서진 채 죽어 있는 유기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성녀가 얼굴을 붉힌 채 소리쳤다.
“이자는 죽어 마땅한 자였어요. 이런 자와 죽대 선생을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성녀의 말에 오륜법왕이 한숨을 쉬었다.
“죽대 선생을 풀어 주는 것은 저희에게 위험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무정현에 죽대 선생을 풀어주세요. 그곳에 무당파 속가 문파인 섬검문이 있으니 죽대 선생을 보호해 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오륜법왕이 부하들 중 한 명을 향해 무언가 지시를 내리자 그가 고개를 숙이고는 죽대 선생을 업고 사라졌다.
“모시겠습니다.”
오륜법왕의 말에 성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철갑법왕과 철갑호교단은 어떻게 되었죠?”
“지금 집행법왕과 호교법왕이 그들을 돕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말을 하던 오륜법왕은 성녀의 얼굴에 어린 근심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살아남은 교도들은 무사할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달라 해 주세요.”
“철갑법왕과 철갑호교단도 저희와 같은 교도들입니다.”
오륜법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성녀가 몸을 솟구쳤다. 그러자 오륜법왕과 그 부하들이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
*
*
상가들과 객잔들이 늘어서 있는 무정현 대로를 호현이 걷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땅을 응시하며 걷는 호현의 눈은 쉴 사이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땅속에서 느껴지는 사람의 기운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무정현의 땅을 훑으며 걷던 호현의 눈에 무언가 보였다.
‘응?’
한 객잔의 밑에서 사람의 기운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그 모습에 걸음을 멈춘 호현이 유심히 객잔 쪽을 바라보았다. 객잔 밑에는 두 사람의 기운이 보였다.
무언가를 하는 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기운을 보며 호현이 천천히 객잔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돈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기운들이 움직이는 방향과 흔적을 보면 객잔 밑의 공간은 그리 큰 공간이 아니었다.
아마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곳은 객잔에서 술들을 보관하는 창고인 듯했다.
‘이번에도 아닌…… 응?’
객잔의 지하 쪽을 보던 호현의 얼굴에 문득 이상한 표정이 어렸다.
지하 쪽에서 움직이던 사람의 기운이 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본 것이다.
어느새 길의 중심까지 이동을 한 기운들에 호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일반 객잔에서 길로 이어지는 지하통로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찾던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확신이 든 호현이 객잔을 바라보았다.
<천월객잔>
‘천월객잔이라…….’
객잔의 이름을 외운 호현이 힐끗 길 쪽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오가는 땅속에는 호현이 본 사람의 기운이 어딘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을 본 호현이 그 기운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제8-4장 호현, 비밀지부를 찾다
어두컴컴한 늦은 시각 호현은 한 평범한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다른 특이한 점이 보이지 않는 일반적인 집은 평범한 담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작은 마당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집을 둘러싸고 있는 담은 사람의 허리 정도 높이밖에 되지 않아 그 안의 모습이 훤히 보이고 있었다.
그런 집을 보던 호현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집 아래 땅속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기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수는 대략 서른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호현의 머리에는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무인들이 아닌 것 같은데…….’
호현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집의 지하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너무나 평범했던 것이다.
‘양민들인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찾아온 건가?’
무인들의 지부라면 무공을 익힌 자들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그 눈에는 무공을 익힌 것 같은 기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럼 저들은 뭐지? 도적들인가?”
호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그의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저기 누구시죠?”
뒤에서 들리는 가녀린 목소리에 호현이 고개를 돌렸다. 뒤에는 평범하게 생긴 소녀 한 명이 그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 눈이?”
소녀의 말에 호현이 급히 눈을 가렸다. 문곡성의 기운 때문에 눈에서 빛이 나고 있는 것이다.
문곡성의 기운을 급히 없앤 호현이 다시 소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에서 나온 빛 때문에 놀란 소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나 때문에 놀랐나 보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무언가 변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굴리다 입을 열었다.
“달빛이 제 눈에 반사된 모양입니다.”
호현의 말에 소녀가 멍하니 그를 보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피식 웃으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호화공자(好花公子)시군요.”
“호화공자?”
여자를 밝히는 남자를 칭하는 호화공자라는 말을 왜 자신에게 하나, 하는 의문에 호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달콤한 말은 미인들에게나 사용하세요. 저는 그런 달콤한 말을 들을 정도로 미인이 아니니까요.”
웃으며 말을 한 소녀가 힐끗 고개를 돌려 호현이 보던 집을 바라보았다.
“저희 집에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신가요?”
자신이 감시하던 집을 저희 집이라고 말하는 소녀의 모습에 호현의 몸에 긴장이 어렸다.
‘아무에게도 걸리면 안 된다고 하였는데…….’
제갈인이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하였는데 걸린 것이다. 아무 말 없이 당황스러워하는 호현의 모습에 소녀가 살며시 말했다.
“저희 집을 계속 보고 계시던데…….”
“그건…… 집을 좀 사고 싶습니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에 호현이 속으로 혀를 찼다.
‘내가 지금 집을 사고 싶다고 한 거야? 이런 바보 같은!’
하지만 소녀는 그 말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 듯 말했다.
“잘못 알고 오신 것 같은데 저희 집은 팔지 않아요.”
“아! 이런 바보 같은…… 무정현이 처음이라서 제가 길을 잘못 든 모양입니다.”
“괜찮아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호현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빠르게 길을 따라 사라지는 호현을 보며 미소를 짓던 소녀의 미소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호현이 보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평범한 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노부부 둘이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소녀가 들어오자 웃으며 옆 자리를 가리켰다.
“이리 앉거라.”
노부부의 말에 소녀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평범하게 오늘 있었던 하루 일과를 이야기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 일하는 곳에서 이상한 사람들을 봤어요. 글쎄 앉은 자리에서 술을 석 말을 먹는 거예요.”
이야기를 하는 소녀가 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그 위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글쎄…….”
글을 적은 소녀가 말을 멈추지 않은 채 방구석으로 움직였다. 방구석에 있는 상자를 밀어낸 소녀가 그 밑에 난 작은 구멍에 종이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구멍이 뚫린 바닥이 밑으로 꺼지더니 그 안에서 소녀와 비슷하게 생긴 소녀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구멍에서 소녀가 나오자 다른 소녀가 그 구멍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사람 하나 간신히 움직일 정도의 구멍을 통해 지하 밀실로 들어온 소녀는 곧 바닥에 엎드려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는 소녀에게 한 노인이 다가왔다. 금의에 은실로 일월이 수놓아진 옷을 입은 노인이 다가오자 소녀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교사(敎司)를 뵙습니다.”
“무슨 일이더냐?”
“밖에서 수상한 머저리를 보았습니다.”
“수상한 머저리?”
교사의 물음에 소녀가 조금 전에 본 호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교사가 턱을 쓰다듬었다.
“집을 사러 왔다라…… 변명이라고 하기에는 확실히 바보 같은 느낌이군.”
교사의 말에 소녀가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소녀를 보던 교사가 입을 열었다.
“그 혼자더냐?”
“제가 본 사람은 그가 유일했습니다.”
소녀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교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무인 같더냐?”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주위에 있는 아이들을 모두 해산시키거라. 관의 끄나풀일 수도 있으니 얼마간 법회 모임은 멈춰야겠구나.”
“알겠습니다.”
소녀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던 교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불쌍한 사람들…….’
엎드려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몸을 일으키고는 밀실 사방에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믿는 종교의 법회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땅굴까지 파는 사람들이다. 남에게 나쁜 일도 하지 않는 선량한 사람들이 그들이 믿는 종교가 사람들이 사교라고 생각한다는 것 하나 때문에 말이다.
‘우리 일월교도 언젠가는 밝은 태양 아래에서 당당하게 집회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오.’
속으로 그들에게, 아니 자신에게 말을 한 교사가 밀실의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사람들처럼 교사 역시 구멍 하나에 몸을 들이밀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디작은 구멍이었지만 교사는 결코 이 구멍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구멍을 파기 위해 교도들이 한 노력을 알고, 이 구멍들을 뚫다가 땅이 무너져 죽은 교도들의 희생을 생각한다면 결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기어가던 교사는 손에 만져지는 돌벽을 느끼고는 그것을 손으로 두들겼다.
톡톡! 톡! 톡톡톡!
그러자 돌벽이 열리고 손이 들어오더니 교사를 잡고는 잡아당겼다.
주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을 맡으며 교사가 입고 있던 법의를 벗었다.
그러자 그를 밖으로 빼낸 중년인이 그에게 깨끗한 옷을 건네주었다.
“일찍 오셨습니다.”
“일이 좀 있었지.”
교사의 말에 중년인이 눈을 찡그렸다.
“심각한 일입니까? 교에 보고할까요?”
중년인의 말에 교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심각한 일인지, 아니면 진짜 멍청한 머저리인지 모르겠군.”
교사의 말에 중년인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입니까?”
중년인의 말에 교사가 소녀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중년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학사 복장을 하고 있다 하였습니까?”
“뭐 들은 이야기가 있나?”
“요즘 호북에 퍼진 학사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죽대 선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죽대 선생처럼 늙은 학사는 아니라고 하던데?”
“그래도 대비는 해야 합니다.”
중년인의 말에 교사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마 교도에게 이야기를 전하게.”
“알겠습니다.”
깨끗한 옷으로 모두 갈아입은 교사…… 아니 이제는 천월객잔의 주인으로 변한 오형수가 술 저장고를 나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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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현은 하늘 높이 떠 있었다. 소녀와 헤어지고 난 후 하늘로 솟구친 후 집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소녀가 집에 들어가고 잠시 후 땅속에 있던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본 호현은 눈을 찡그렸다.
‘역시 내 거짓말이 통하지 않았구나.’
그들이 자신 때문에 흩어진다는 생각을 한 호현은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