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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6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9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61화

그 사실에 놀란 호현은 급히 혜각을 바라보았다.

 

“호북으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합니까?”

 

“그야 남서쪽 아니겠나?”

 

혜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현의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파앗!

 

하늘로 솟구친 호현은 남서쪽을 향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모습을 놀랜 눈으로 혜각과 아이들이 바라보았다.

 

“사람이 새처럼 날아갔다!”

 

“와! 스님, 저 사람 신선인가 봐요!”

 

“신선이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리를 들으며 혜각은 마른침을 삼켰다.

 

‘무당학사가 하늘을 날다니…… 방장 사형께 알려야겠군.’

 

속으로 중얼거린 혜각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아이들을 안전한 곳에 옮기는 것이 우선이겠군.’

 

아이들을 손짓해 불러 모은 혜각은 그들을 데리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화아악! 펄럭! 펄럭!

 

미친 듯이 휘날리는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호현은 빠르게 남서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혜각에게서 방헌학관을 노리는 무인들이 많다는 말을 듣고 호현은 쉬지 않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복면인이 자신에게 협박을 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복면인이 원하는 것은 자신에게 있었지만, 무인들이 노리는 것은 방헌학관에 있는 것이다.

 

‘빨리! 더 빨리!’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호현의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찢어지기 시작했다.

 

찌찌찍!

 

너무 강한 바람에 옷자락이 버티지 못하고 찢기기 시작한 것이다.

 

바람에 버티지 못하는 것은 옷만이 아니었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호현은 숨조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크윽! 이러다가는 벌거숭이가 되거나 숨이 막혀 죽겠구나.’

 

호현은 손을 내밀어 입가를 가렸다. 바람을 막아 숨이라도 제대로 쉬려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호현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바람을 막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 호현은 자연지기를 움직여 자신의 주위에 기의 막을 형성했다.

 

화아악!

 

그러자 호현의 주위로 우윳빛의 기막이 형성 되었다.

 

‘됐다.’

 

기막이 형성되자 심하게 펄럭이던 옷자락들이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바람 때문에 숨을 쉬기 어려워 속도를 더 내지 못했던 호현은 더욱 빠르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스승님, 제가 갑니다!’

 

제7-12장 성녀와 철갑호교단

 

호북 방헌현의 방헌학관의 입구에서 오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는 수백이 넘는 무인들이 있었다.

 

그런 무인들이 보고 있는 방헌학관의 입구에는 도복을 입은 도사들과 백의를 입은 무인들이 서 있었다.

 

방헌학관을 지키고 있는 자들에 비해 무인들이 몇 십 배는 많았지만 감히 그들은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우리는 죽대 선생에게 몇 가지 물을 것이 있소!”

 

“옳소! 우리가 무인도 아닌 사람에게 해를 가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몇 가지 이야기만 나누겠다는데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호북에서 무당과 제갈세가의 위세가 높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하는 것 아니요!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옳소!”

 

“말 한 번 참하게 하시는구려!”

 

사람들의 고함에 방헌학관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중년 도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중년 도사는 바로 호현에게 깨달음을 받아 무아에 이르렀던 명백이었다.

 

방헌학관에서 무림기보가 발견됐다는 이야기에 무당파에서는 죽대 선생을 지킬 사람을 파견했다.

 

그리고 명백이 호현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방헌으로 온 것이었다.

 

‘혼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자들이 사람들 속에 숨어서 날뛰다니…….’

 

주위에 있는 무인들을 명백이 훑어보았다. 그런 명백의 시선에 앞에 나와 있던 무인들이 급히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가렸다.

 

혹시라도 명백이 자신들의 얼굴을 익히게 되면 훗날 그 후환이 두려운 것이다.

 

자신의 시선에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자들을 보며 명백이 한숨을 쉬었다.

 

‘무량수불. 무림기보에 눈이 멀어 자신들의 주제도 알지 못하는 자들이로구나. 보물을 얻는다해도 그것이 자신들의 목숨을 해하는 독이 될 것을 왜 모른다는 말인가.’

 

무림기보는 그것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자가 가져야 그 가치를 다한다. 그렇지 못한 자가 무림기보를 가지게 된다면 그것은 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저 앞에 있는 자들이 아니다.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자들…… 그들이 문제다.’

 

명백은 느낄 수 있었다. 무인들 사이에 자신도 무시하지 못할 고수의 기운들이 숨어 있는 것을 말이다.

 

그것은 깨달음을 얻어 강기성화의 경지에 오른 그 조차도 무시하지 못할 기운이었다. 무인들을 훑어보던 명백이 슬쩍 방헌학관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사형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할지 모르겠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명백은 다시 무인들을 향해 날카로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

 

*

 

*

 

방헌학관의 내실에는 죽대 선생과 제갈현진이 앉아 있었다. 잔뜩 짜증이 난 표정의 죽대 선생이 힐끗 내실 밖을 노려보았다.

 

“대명제국 하늘 아래 어찌 이런 무뢰배들이 있단 말인가!”

 

죽대 선생의 고성에 제갈현진이 슬며시 말했다.

 

“고정하시고 차라도 한 잔 드시지요.”

 

“내가 지금 차나 마시게 생겼나! 잡서라 하나 고서적을 도둑맞은 것도 화가 치미는데! 듣도 보도 못한 무뢰한들이 지금 내 학관을 둘러싸고 시위까지 하고 있지 않는가! 내 이놈들을!”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몸을 일으키는 죽대 선생의 모습에 제갈현진이 급히 그를 제지했다.

 

“참으십시오! 지금은 나가시면 안 됩니다.”

 

“내가 내 집을 나서겠다는데 그 누가 뭐라고 한단 말인가! 내 당장 관병들을 불러 저 무례한 것들을 다 잡아들이게 할 것이네!”

 

죽대 선생의 고성에 제갈현진이 난감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밖에 있는 무인들을 제압하려면 최소한 일만 이상의 군대를 동원해야 할 것인데, 방헌현처럼 작은 곳에 무슨 군대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지금 죽대 선생이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았다.

 

무림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죽대 선생이다. 무당과 제갈세가 사람들 때문에 그나마 방헌학관의 담을 넘지 않는 것인데, 만약 죽대 선생이 그들 앞에 나서게 된다면 순식간에 혼란이 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죽대 선생은 이렇게 화만 내며 나가려고만 하니 제갈현진은 답답한 것이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죽대 선생을 말리던 제갈현진은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급히 말했다.

 

“들어오십시오.”

 

드르륵!

 

제갈현진의 말에 문이 열리며 백의 도복을 입은 도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무당의 차기 장문인 명균이었다.

 

“밖의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제갈현진의 물음에 죽대 선생도 명균을 바라보았다.

 

“그래, 밖의 잡것들은 아직도 그대로인가?”

 

“조금 더 늘었습니다.”

 

명균의 말에 죽대 선생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후려쳤다.

 

탁!

 

“학관은 학사들이 공맹의 도를 수학하는 신성한 곳이거늘! 내 이 놈들을!”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려는 죽대 선생을 보며 제갈현진이 명균을 바라보았다.

 

‘좀 말려 보십시오.’

 

제갈현진의 눈빛에 어린 뜻을 깨달은 명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대 선생께서는 며칠만 더 이곳에 계셔 주십시오.”

 

“며칠? 내가 지금 밖에 나가지 못하고 이곳에 갇혀 지낸지가 보름이 넘어가는데, 언제까지 이곳에 있으라는 것인가!”

 

“지금은 밖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관에 고변을 하러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저런 무례한 것들은 국법의 지엄함을 알아야 할 것이야!”

 

죽대 선생의 고성에 명균은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관과 무림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시는 것인가? 호현 학사 성격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했더니 죽대 선생에게 다 배운 모양이구나.’

 

고개를 저으며 죽대 선생을 보던 명균은 일단 그를 말렸다.

 

“지금은 나가시면 안 됩니다.”

 

“놔! 이거 놓지 못하겠느냐!”

 

화를 내며 막무가내로 나가려는 죽대 선생을 잡으며 명균은 속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지금 죽대 선생이 밖으로 나가게 되면, 아무리 자신들이 호북의 하늘이라 칭해지는 무당파라해도 밖에 있는 수백의 무림인들을 상대로 그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에잉! 이럴 때 화산파 고수들이라도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인데…… 배은망덕한 것들.’

 

명균은 속으로 화산파를 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방헌학관에서 죽대 선생을 지키던 화산파는 무당과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오자마자 그대로 떠나버린 것이었다.

 

말로는 화산에 일이 있다고 하지만 명균은 그들이 떠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바로…… 전진도해 때문이다.

 

전진도해를 떠올리며 명균은 죽대 선생을 바라보았다.

 

‘흐흠…… 그런데 정말 전진도해의 내용을 모르시는 것인가? 호현 학사를 가르친 스승이라면 그 지혜 역시 뛰어날 것이고, 지혜가 뛰어나면 한 번 본 책의 내용은 기억을 하고 있을 듯한데…….’

 

죽대 선생을 보던 명균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죽대 선생께서는 전진도해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사실 무림인들이 방헌학관에 모여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동안 전진도해를 보관하고 있던 죽대 선생이니 그 내용을 외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어디에서 누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전진도해보다는 죽대 선생을 통해 그 내용을 아는 것이 더 쉽고 빠르다는 생각…… 그것이 지금 방헌학관에 모인 무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죽대 선생은 전진도해의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잡학에 속하는, 그것도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가득 찬 전진도해를 죽대 선생이 탐독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전진도해에 대해 묻는 명균을 죽대 선생이 노려보았다.

 

“왜 자꾸 같은 것을 묻는 것인가! 내 기억나는 것은 모두 이야기를 했잖나.”

 

“그게 이름 몇 개와 설명뿐이시니…….”

 

“기억나는 것이 그것뿐인 것을 어쩌라는 것인가?”

 

“보통 학문과 지혜가 뛰어나신 학사님들은 한 번 본 책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지 않습니까? 그래서 학문과 지혜가 뛰어나신 죽대 선생께서도 혹시 그 내용을 기억하고 계신가 싶어 묻는 것입니다.”

 

학관에서 죽대 선생을 보호하는 동안 그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한 명균은 살짝 그를 띄워주었다. 그러자 예상대로 죽대 선생의 얼굴에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흐흠! 하긴 내가 젊었을 때에는 책을 딱 한 번만 보고도 뒤를 돌아서서 읊을 정도기는 했지.”

 

“그럼 혹시 더 기억이 나는 것이…….”

 

“없네.”

 

명균의 말을 단숨에 자른 죽대 선생이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유학도 아닌 그런 잡서를 기억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전진도해라는 희대의 보물을 잡서로 취급하는 죽대 선생의 모습에 명균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무학에 대해 몰라도 어찌 이리 모를 수가 있다는 말인가. 무학에 대해 조금만 알았더라면 전진도해를 잡서로 취급하지는 못할 것인데.’

 

죽대 선생을 보던 명균이 입을 열었다.

 

“밖에 있는 무인들은 죽대 선생께서 전진도해의 내용을 알고 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밖으로 나가신다면 그 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대 선생에게서 그에 대한 내용을 들으려 할 것입니다.”

 

“나는 그 책의 내용을 모른다 하지 않았나.”

 

“그 자들은 죽대 선생의 말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은…… 죽대 선생의 입을 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무슨 짓?”

 

“이를테면 고문과 같은 것 말입니다.”

 

은근히 나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말하는 명균.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한 말이 실수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평생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죽대 선생에게 지금 그가 한 말은 목숨이 아깝다면 이곳에 숨어 있으라고 한 것과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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