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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56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56화

“알겠습니다.”

 

동관이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갔다. 동관이 밖으로 나가자 풍소경이 그가 놓고 간 종이를 집어 들었다.

 

스륵! 스륵!

 

종이를 넘겨가던 풍소경의 얼굴에 문득 웃음이 어렸다.

 

“이 친구는 또 왔군.”

 

〈섬서 청운학관

 

이름 - 구양

 

나이 - 예순셋〉

 

매년 회시를 치르는 시기가 되면 찾아오는 노학사를 떠올리며 풍소경이 고개를 저었다.

 

“올해도 온 것을 보면 저번 회시에도 떨어진 모양인데…… 이러다 객사나 하지 않을지 모르겠군.”

 

풍소경은 몰랐지만 이 구양은 호현과 다툰 그 노학사였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따로 불러 차나 한 잔 해야겠군.”

 

매년 찾아오는 정성이 갸륵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풍소경은 구양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종이들을 하나둘씩 넘기며 그 이름들을 읽어가던 풍소경의 얼굴에 순간 뜻밖이라는 표정이 어렸다.

 

“어?”

 

〈호북 방헌학관

 

이름 - 호현

 

나이 - 열아홉〉

 

“방헌학관이라면…… 죽대 그 친구가 만든 학관인데?”

 

북경에 있기는 하지만 죽대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제자인 동진을 통해 가끔씩 전해들은 풍소경은 그가 차린 방헌학관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죽대 선생에 대해 떠올리자 호현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생각나기 시작했다.

 

늘 죽대 선생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작은 체구의 학동, 호현이 말이다.

 

“그 아이가 왔었다는 말인가?”

 

호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던 풍소경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옛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지 모르겠군.”

 

작게 중얼거린 풍소경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

 

*

 

*

 

〈천문학관〉

 

호현은 방윤이 추천을 한 천문학관에서 입관절차를 밟고 있었다.

 

스스슥!

 

호현은 자신이 불러주는 신상에 대한 내용을 적고 있는 학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이곳도 입관 시험이 있습니까?”

 

호현에 대해 적고 있던 학사가 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혹 천유학관에 갔다 오셨습니까?”

 

“그것을 어떻게…….”

 

“북경에 있는 학관 중 입관 시험을 치르는 곳은 그곳뿐이니까요.”

 

웃으며 말을 하던 학사가 물었다.

 

“추천장이 있으십니까?”

 

“추천장?”

 

“명망 있는 대학사께서 호현 학사를 추천하면 입관비를 줄여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호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학사가 자신이 적은 종이를 바라보았다.

 

‘열일곱 살에 향시 합격이라, 천재라는 건가?’

 

속으로 중얼거린 학사가 호현을 힐끗 보았다.

 

‘그런데 방헌학관이라……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인데.’

 

호현 같은 인재를 키울 만한 학관이라면 무척 유명한 곳일 것이다. 그런데 방헌학관이라는 곳에 대해서는 들어본 기억이 없는 학사가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내 일만 하면 되지.’

 

“알겠습니다. 천문학관의 회시 대비 입관 비용은 금자 석 냥입니다.”

 

쿵!

 

금자 석 냥이라는 말에 호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금자 석 냥?’

 

금자 석 냥이면 방헌학관 일 년 운영비보다 더한 금액인 것이다.

 

‘아니, 무슨 학관의 입관비가 금자 석 냥이나 한다는 말인가?’

 

금자 석 냥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 수백 가지를 떠올리던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금자 석 냥이나 내고 입관을 할 수는 없다.’

 

“입관을 포기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호현처럼 입관비를 듣고 포기한 사람들이 꽤 있는지 학사는 별다른 질문 없이 적던 종이에 크게 ‘부(不)’ 자를 적었다.

 

그런 학사의 행동에 씁쓸함을 느낀 호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다 그에게 물었다.

 

“다른 학관들도 이 정도 입관비를 받습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금자 한 냥 이상은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학사가 몸을 돌려 사라지는 것을 보며 호현은 고개를 저었다.

 

‘회시를 준비하러 온 학사들이 이들에게는 금자로 보이는 모양이구나.’

 

나라의 인재를 키워야 할 학관들이 학사들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듯해 호현은 속이 쓰렸다.

 

천문학관을 나온 호현은 힐끗 대문에 걸려 있는 현판을 바라보았다.

 

〈천문학관〉

 

“인재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천년대계이거늘…… 하아! 천문이라는 이름이 아깝구나.”

 

한숨을 쉰 호현이 슬쩍 손을 들어 보였다.

 

빠직!

 

호현이 손을 드는 것과 동시에 현판에 적힌 ‘천문’이라는 글자가 대패로 밀어 버린 것처럼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그것을 보던 호현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제7-9장 오가장의 혈투

 

오가장의 대청에서 호현과 방윤은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천유학관과 천문학관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해 달이 높이 뜬 지금에서야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침울해진 호현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방윤은 북경에서 있었던 재밌는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호현은 방윤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았다. 오늘 그는 너무 많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음식들을 먹던 호현이 방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천문학관에서 입관비로 금자 석 냥을 요구하더군요.”

 

금자 석 냥이라는 말에 눈살을 찡그렸던 방윤이 입을 열었다.

 

“큰돈이기는 하지만 공자께서 입관하고 싶으시면 제가 마련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탁!

 

먹던 밥그릇을 내려놓은 호현이 말을 이었다.

 

“천문학관뿐만 아니라 다른 학관들도 거인들에게 그 정도의 돈을 요구하고 입관을 시킨다고 들었습니다. 학관들이 회시를 치러 오는 거인들을 돈을 버는 도구로 사용하는 듯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호현의 말에 잠시 그를 보던 방윤이 입을 열었다.

 

“그럼 학관에는 가지 않으실 겁니까?”

 

“그런 학관들에 줄 돈이 있다면 불쌍한 백성들에게 쌀을 사 주겠습니다.”

 

“회시 준비는 어찌 하시렵니까? 지금이라도 조빙 학사께 연락을 할까요?”

 

“관에 계신 분을 제 개인 선생으로 모실 수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 하십니까? 이런 말씀 드리기 그렇지만 회시는 무척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을 걱정스럽게 보는 방윤을 보며 호현이 웃었다.

 

“저는 회시 합격에 큰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제가 학관에 입관을 하려고 한 이유는 아시다시피 회시 합격이 아닌 전국에서 모인 거인들을 통해 백성들의 삶에 대해 듣고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왕 보시는 회시라면 합격하시는 것이……. 장주들께서도 기뻐하지 않겠습니까?”

 

“사형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회시를 치르는 것은 아닙니다.”

 

고개를 젓던 호현이 방윤을 향해 말했다.

 

“혹시 학관에 입관하지 않고 따로 모여서 공부를 하는 거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모르십니까?”

 

“알아보겠습니다.”

 

방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호현은 식사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

 

*

 

*

 

그날 밤 잠을 자고 있던 호현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스윽!

 

이불을 걷고 일어난 호현이 슬쩍 고개를 쳐들어 지붕을 보다가 학사복을 차려입고는 창문을 열었다.

 

덜컥!

 

문이 열리자 작은 정원과 네모난 지붕이 있는 정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정자에는 복면을 쓴 한 흑의인이 간단한 다과를 차려놓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에 눈을 찡그린 호현이 자연지기를 끌어올렸다.

 

우우웅!

 

작은 진동음과 함께 호현의 몸이 창문을 넘어 정자로 날아갔다.

 

탁!

 

가벼운 소리를 내며 정자 안에 내려서는 호현을 보며 복면인이 가볍게 웃었다.

 

“멋진 육지비행술이군.”

 

‘육지비행술?’

 

육지비행술이 무언가 하는 생각에 잠시 의아해하던 호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원의 곳곳에서 낯선 기운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장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처소마다 있군.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협박인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복면인을 바라보았다. 복면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자신을 공격했던 그자의 기운이었다.

 

“얼마 전에 저를 공격하신 분이군요.”

 

호현의 말에 복면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기운을 누르고 있는데 내 기운을 알아보는군.”

 

“살아 있는 생명에게는 그 특유의 기운이 있으니까요.”

 

“그런 기운들을 모두 알아보는 것인가?”

 

복면인의 물음에 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호현을 보던 복면인, 유표의 눈빛에 살기가 어렸다.

 

혹 복면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호현을 만나게 된다면 그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유표의 정체는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표의 눈에서 살기가 빠르게 사라졌다.

 

지금 여기서 호현을 죽이기에는 그에게서 알아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긴 북두신공의 전수자라면 그 정도 수준은 돼야겠지.”

 

북두신공이라는 말에 호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이때까지 자신이 북두신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몰랐던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우리 종파의 호교 무공을 못 알아볼 정도로 눈이 나쁜 편은 아니지.”

 

말과 함께 유표가 찻잔에 차를 따랐다.

 

쪼르륵!

 

맑은 소리와 함께 그윽한 향이 주위에 감돌기 시작했다.

 

“용정이네. 차를 좋아한다고 해서 준비를 했지.”

 

유표가 따라 주는 찻잔을 바라보던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스승님께서 모르는 사람이 주는 것은 함부로 받지도 먹지도 말라 하셨습니다.”

 

“후후! 박현 그 친구가 조금 깐깐한 구석이 있지.”

 

“제 스승님을 아십니까?”

 

호현의 말에 유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좀 알고 지냈지. 그리고…… 자네가 나를 어떻게 돕느냐에 따라 그 친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겠지.”

 

잠시 말을 멈춘 유표가 호현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를테면 뼈가 얼마나 단단한지, 피부는 얼마나 매끈거리는지…… 심하게는 심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주 자세히 말이야.”

 

유표의 말에 호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협박이라고 생각하나?”

 

음산하게 들리는 유표의 말에 호현이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당신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니까.”

 

어느새 말투가 반말로 바뀌어 있는 호현을 보며 유표가 웃었다.

 

“후후후! 자신하는군.”

 

“물론.”

 

잠시 호현을 보던 유표가 입을 열었다.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은 모든 것에 대해서 자신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아직 박 노사가 그런 것은 가르쳐주지 않은 것인가?”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더 강해질 수 있다.”

 

“네 몸이 열 개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당장 지금 상황을 보더라도 너는 이 장원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지킬 수 있나? 내가 손가락 하나만 까닥여도 장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목은…….”

 

유표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에 호현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으득!”

 

그리고 호현의 기분과 동조하듯 그 주위의 기운들이 사납게 요동을 쳤다.

 

화아악!

 

호현의 기운이 무섭게 압박해 오는 것을 막으며 유표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대단한 기운이구나.’

 

점점 더 압박해 오는 기운들이 강해지자 유표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이야기만 하러 온 것이니 그만 기운을 거두게.”

 

“사람들을 해하려 한다면…… 나는 참지 않을 것이오.”

 

“이야기만 하러 온 것이네. 기운을 거두지 않는다면 이야기만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야.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시험을 해보아도 좋네.”

 

유표의 말에 그를 노려보던 호현이 천천히 기운들을 진정시켰다.

 

“그래, 그렇게 해야 대화를 제대로 나눌 수 있지 않겠나.”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유표를 보며 호현이 입을 열었다.

 

“저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복면을 벗으시오.”

 

“나도 복면을 쓰고 싶지는 않네. 하지만 자네와 나 사이에는 적당한 비밀이 있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 불편해도 쓰고 있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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