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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55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4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55화

“아닙니다. 그럼 이 시험을 통과해서 입관을 하는 분들은 몇이나 계십니까?”

 

호현의 말에 동관이 미소를 지었다.

 

*

 

*

 

*

 

천유학관의 근처에 있는 한 찻집에서 방윤이 차를 마시며 학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현이 돌아가라고 했지만 그를 혼자 두고 집에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찻집에서 입관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입관 시험이 오래 걸리는구나.’

 

천유학관을 바라보던 방윤이 차를 한 잔 더 시키기 위해 점원을 불렀다.

 

“차를 더 가져오너라.”

 

“알겠습니다!”

 

잠시 후 점원이 찻주전자를 가져왔다.

 

쪼르륵!

 

방윤의 찻잔에 차를 따르던 점원이 천유학관을 보며 말했다.

 

“계속 천유학관을 보시고 계시던데…….”

 

“내가 모시는 공자님께서 입관 시험을 치르고 계시네.”

 

“……그렇군요.”

 

점원이 피식 웃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 방윤이 그를 바라보았다.

 

“왜 웃는 것인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황급히 몸을 돌리는 점원을 방윤이 불러 세웠다.

 

“잠깐!”

 

점원이 멈추자 방윤이 그를 바라보다 품에서 작은 은자를 꺼내 내밀었다.

 

“자네가 웃은 이유에 대해 말을 해주면 이것을 주겠네.”

 

방윤의 손에 들린 작은 은자를 본 점원은 그것을 받아 품에 집어넣었다.

 

“제가 웃은 이유는, 이때까지 천유학관에 입관을 하러 온 학사들 중 단 한 명도 합격을 하지 못해서입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합격을 하지 못하다니?”

 

“천유학관은 두 가지 입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학문을 수학하기 위해 온 학사들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둘째는 회시와 전시를 보기 위해 온 학사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전자 같은 경우는 까다롭지 않게 학사들을 받아들이지만 둘째 같은 경우로 입관을 하려고 온 학사들은…… 단 한 명도 합격을 하지 못했습니다.”

 

점원의 말에 방윤이 놀란 눈으로 천유학관을 바라보았다.

 

“그 말이…… 사실인가?”

 

“물론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점원 생활을 한 기간과 천유학관이 생긴 시기가 비슷한데, 그동안 회시를 보러 온 학사들이 입관을 한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단 한 명도 입관을 못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천유학관의 명성을 쫓아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면…… 전직 대학사라는 명성이 대단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점원이 웃으며 일을 하러 가자 방윤이 굳은 얼굴로 천유학관을 바라보았다.

 

‘합격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공자님께서 괜찮으실지 모르겠구나.’

 

*

 

*

 

*

 

잠시 호현을 보던 동관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도 없네.”

 

“어떻게 그런……!”

 

“시험이 어려웠는지 아무도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하더군.”

 

동관의 말에 호현의 눈살이 찡그려졌다.

 

“시험을 보러 온 사람들은 모두 향시에 합격을 한 학사들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합격을 하지 못했다는 말입니까?”

 

“그렇네. 자! 그런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고…… 하던 시험이나 마저 하도록 하세. 백성들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이상론이 아닌 지금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시게.”

 

시험을 재개하자는 동관의 말을 들으며 호현은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저은 호현이 몸을 일으켰다.

 

“입관하지 않겠습니다.”

 

“왜 그러나?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네.”

 

동관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제 스승께서 전에 제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그렇습니다. 제가 무엇이라 답했는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군.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아마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 존재하지 않겠나? 사람마다 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 다르니 말이네. 그런데 지금 자네는 입관 시험에 더 치중해야 하지 않겠나?”

 

동관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호현이 말했다.

 

“저는 가족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가족이라…… 착한 답이군.”

 

“그런데 스승님께서는 그것은 답이기는 하나 답이 아니라 하셨습니다.”

 

“답이나 답은 아니다?”

 

“저에게는 두 가지 이름이 있다 하셨습니다. 하나는 호현이라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주신 이름이고, 하나는 호현 학사라는 제가 얻은 이름입니다.”

 

호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안 동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자네 스승께서는 자연인으로서의 자네와 사회적인 자네, 그 둘을 따로 말을 한 것이군. 일반적인 자네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가족이나, 학사인 자네에게는 가족보다 더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었어. 그러니 답이기는 하지만 답이 아닌 것이군. 그래, 스승께서는 무엇이라 말을 하였나?”

 

“제 스승께서는 백성이라 하셨습니다.”

 

“백성?”

 

“제가 지키고 다스려야 할 백성…… 학사라는 이름을 얻은 제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바로 백성이라 하셨습니다. 백성을 지키는 일은 제 가족을 지키는 것과 같다 하셨습니다.”

 

호현의 말에 동관이 감탄을 한 얼굴로 탁자를 손바닥으로 쳤다.

 

탁!

 

“훌륭한 답이군! 훌륭해!”

 

감탄을 한 동관을 보며 호현이 말했다.

 

“저는 그 문제를 열 살 때 받았습니다.”

 

“열 살?”

 

“네. 그리고 믿으실지 모르지만 저는 그 이후 늘 백성들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가 고민을 하였습니다. 백성들을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몇 가지 답을 얻었습니다.”

 

“그 답이 아까 자네가 말을 한 것인가?”

 

동관의 물음에 호현이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관 학사께서 학문에 정진을 한 시간은 제가 세상의 빛을 본 이후의 시간보다 더 길 것입니다. 하지만!”

 

순간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진 호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으득! 남이 애써 얻은 깨달음을 부정한 결과를 얻기 위해 평가절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평가절하? 지금 내가 일부러 자네의 답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호현의 말에 동관이 재밌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한 것이지?”

 

“저는 향시에 합격을 한 거인입니다.”

 

“지금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인가?”

 

“물론 자랑입니다.”

 

자랑이라고 할 줄은 몰랐던 듯 동관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인가?’

 

“향시에 합격한 학사들이 단 한 명도 입관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향시가 아닌 회시에 합격한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전시에도 합격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적이 많네.”

 

“황제 폐하 앞에서 치러지는 전시가 천유학관의 입관 시험과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네.”

 

“제가 보기에는 다릅니다.”

 

“무엇이 다르다는 건가?”

 

“전시는 인재를 뽑기 위해서 치러지는 것이고…… 지금 제가 치르는 천유학관 입관 시험은…… 사람을 뽑지 않기 위해 치러지는 것입니다.”

 

호현의 말에 동관의 얼굴이 굳어졌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관 시험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뽑지 않기 위해 치러지는 시험에서 제가 생각한 백성을 위한 정책들과 생각들이 무시당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네가 말한 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 아닌가?”

 

“물론…… 그 말은 맞습니다. 허나, 저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트집을 잡기 위한 문제 제기라면 사양하겠습니다.”

 

“흠…… 그런데 왜 우리가 사람을 뽑지 않기 위해 시험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나?”

 

“천유학관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회시를 치르기 위해 많은 거인들이 이곳에 왔을 것입니다.”

 

“맞네.”

 

“그런데 그 중 단 한 명도 입관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합격시킬 생각이 없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능력이 없었다고는 생각지 않나?”

 

“능력이 없다면 향시를 통과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고개를 숙여 보인 호현이 밖으로 나가 버리자 혼자 남은 동관은 턱을 쓰다듬었다.

 

‘재밌는 아이로군.’

 

속으로 중얼거린 동관이 호현에 대해 적힌 종이를 보다가 그것을 한쪽에 있는 종이 뭉치 위에 올려놓았다.

 

천유학관을 나선 호현의 얼굴은 화로 인해 잔뜩 붉어져 있었다.

 

‘학사를 받지 않으려면 무엇을 하러 입관 시험 따위를 치른다는 말인가.’

 

학사들을 입관시키지 않을 것이라면 시험 따위를 치르지 말고 그냥 거절을 하면 된다. 굳이 번거롭게 입관 시험을 치를 필요 없이 말이다.

 

‘풍소경 노사께서 대체 왜 이런 짓을 하시는지 모르겠구나.’

 

죽대 선생이 풍소경을 싫어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잡학이라고 여기는 도교와 불교에 풍소경이 심취해 있기 때문이었다.

 

호현이 기억하는 풍소경은 사리가 분명한 사람이었다.

 

그런 풍소경이 왜 학사들을 입관 시험이라는 것으로 우롱하는지 호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공자님!”

 

풍소경에 대해 생각을 하던 호현은 자신에게 뛰어오는 방윤을 볼 수 있었다.

 

“집에 안 가셨습니까?”

 

“공자님이 걱정이 돼서 찻집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천유학관에서는 회시를 치르기 위해 온 학사들을 입관시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방윤의 말에 호현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공자님도…….”

 

“다른 사람들도 떨어뜨리는데 저라고 어쩔 수 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눈살을 찡그린 방윤이 말했다.

 

“제가 들어가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천유학관 사람들은 공자님에 대해서 잘 몰라 그런 것입니다. 오평서 대인의 사제라는 것을 알면…….”

 

“사형들의 힘을 빌려 천유학관에 입관을 해야 할 정도로 방헌학관의 배움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잠시 말을 멈췄던 호현이 천유학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게다가 제가 천유학관에 입관을 하려는 이유는 각지에서 모인 거인들과 백성들의 삶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천유학관에 거인들이 없다면 제가 굳이 저곳에 들어갈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호현이 걸음을 옮기자 방윤이 힐끗 천유학관을 보고는 그 뒤를 따라붙었다.

 

*

 

*

 

*

 

동관은 천유학관에 있는 수학실(修學室) 중 하나인 충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백발의 노학사가 차를 마시며 바둑을 두고 있었다.

 

탁! 탁!

 

그는 혼자서 흑돌과 백돌을 번갈아 두고 있었다. 그런 노학사에게 다가간 동관이 바둑판 맞은편에 앉았다.

 

탁! 탁!

 

말없이 바둑만을 두는 노학사 풍소경을 보던 동관이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바둑판 옆에 내려놓았다.

 

힐끗!

 

그 뭉치를 본 풍소경이 동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들 돌아갔느냐?”

 

“그렇습니다.”

 

“지금쯤이면 우리 학관이 뜨내기 학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질 만도 하건만…….”

 

“그런데 스승님, 입관 시험을 거친 거인들 중 괜찮은 자들도 있습니다.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안 되겠지만 그런 인재들은 받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동관의 말에 풍소경이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왜 입관하려는 거인들을 입관 시험으로 떨어뜨리는지 아느냐?”

 

“알고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본 학관에 수학(修學)하고 있는 제자들의 마음을 심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풍소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유학관에는 많은 학사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아직 어린 제자들도 있었다. 그런 제자들은 회시를 치르려는 거인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가질 것이다.

 

그 말은 천유학관의 분위기가 흐려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맞다. 또한…… 거인들은 이미 완성된 그릇이라 할 수 있지만 본 학관에서 수학하고 있는 아이들은 그릇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거인들은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잘못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나는 내 제자들을 그런 위험에 빠지게 하고 싶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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