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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풍전설 193화

무료소설 천풍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천풍전설 193화

 

193화

 

 

 

 

 

 

마음이 급해진 그들은 상대가 귀신도 농락할 정도의 신법을 지닌 풍천이란 사실을 잠시 망각했다.

 

풍천은 우수의 검을 회수하며 조양경의 가슴을 향해서 좌수를 내쳤다. 

 

천라신수가 다섯 자의 거리를 격한 채 조양경의 가슴을 두들겼다.

 

쾅!

 

풍천은 그 반탄력을 이용해서 허공으로 솟구치며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조양경이 날아가고, 풍천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상황.

 

천응단원들은 당황하며 풍천을 찾아 허공을 바라보았다.

 

“밑을 조심해!”

 

지켜보던 등가위가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그랬다. 풍천은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쉬쉬쉬쉭!

 

시퍼런 검기가 회오리처럼 휘돌며 바닥에서 솟구쳤다.

 

천응단원들은 대경하며 급급히 물러났다. 그리고 물러나는 그들을 검기의 회오리가 휩쓸고 지나갔다.

 

“크억!”

 

“으악!”

 

신음과 비명. 피가 튀고, 잘린 팔다리가 투두둑 떨어졌다.

 

바로 그때, 훌쩍 날아든 등가위가 풍천의 머리 위에서 도를 내리쳤다.

 

웅혼한 도강이 대기를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피하기에는 늦은 상황.

 

풍천은 남은 공력을 모조리 주입해서 등가위의 도세를 막았다.

 

떠더덩!

 

‘크흡!’

 

풍천은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핏덩이를 억누르고 급히 몸을 굴렸다.

 

하지만 등가위의 도세는 면면부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졌다.

 

‘이크! 헉! 으헛!’

 

도강이 두 자의 거리를 두고 스쳐가는데도 옷자락이 잘리고 살이 갈라졌다. 그나마 풍천의 살이 워낙 질겨서 깊숙이 갈라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죽어라, 이놈!”

 

등가위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쉼 없이 칠 초의 도법을 펼쳐서 풍천을 몰아붙였다.

 

금방 도륙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팔다리를 자르고 머리를 잘라서 천응의 복수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풍천의 끈질긴 생명력은 그의 도로도 꺾을 수가 없었다.

 

풍천은 바닥을 아홉 바퀴나 굴러서 도강의 영향권을 벗어나고는, 좌수로 땅을 쳐서 몸을 바로 세우고 귀환신법을 펼치며 등가위의 공세를 피했다.

 

“참으로 질긴 놈이로구나!”

 

등가위는 분노 반, 경탄 반의 심정으로 소리치며 도를 휘둘렀다.

 

풍천은 말대꾸할 기운도 아끼고 등가위의 공세에 빈틈이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딱 한 번이면 돼!’

 

그때 좌우에서 기회만 노리던 천응단원들이 풍천을 향해 소리 없이 접근했다.

 

풍천은 모른 척하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조금씩, 조금씩 물러났다.

 

등가위는 수하가 움직이는 걸 보고 풍천을 그쪽으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전력을 다해서 도를 휘둘렀다.

 

“죽어라, 대풍!”

 

쉬쉬쉬쉬쉭! 쏴아아아!

 

수십 개의 도영이 풍천을 뒤덮으며 쏟아졌다.

 

쩌저정! 떠덩!

 

풍천은 가까스로 등가위의 공격을 막으며 뒤로 주르륵 물러났다.

 

순간, 기회만 엿보던 천응단원 셋이 풍천을 향해 쇄도했다.

 

두 자루의 검이 풍천의 몸을 꿰뚫듯이 지나갔다. 그리고 도 한 자루가 풍천의 다리를 그대로 갈라버리고 지나갔다.

 

“크억!”

 

풍천의 입에서 비명이 터진 순간, 세 사람의 얼굴에 희열의 빛이 떠올랐다.

 

“죽었…….”

 

“흐흐흐…….”

 

그런데 풍천의 시퍼런 눈빛과 마주친 세 사람의 몸이 찰나지간 얼어붙었다.

 

심장에 꽂혔을 거라 생각한 검은 손에 잡혀 있었고, 배를 꿰뚫은 것 같았던 검은 가죽으로 된 허리띠를 자르며 옷자락만 뚫은 상태였다.

 

그리고 다리를 자른 것처럼 보인 도는 신발의 밑창을 잘라내고 허공을 가른 것이었다.

 

몸을 던져 세 사람의 공격을 비켜낸 풍천은 손으로 쥔 검의 중동을 부러뜨린 후, 부러진 검날을 검 주인의 목에 꽂았다.

 

그와 동시에 검을 올려쳐 상대의 가슴을 사선으로 가르고, 빙글 옆으로 돌며 도를 든 자의 심장에 검을 꽂았다.

 

워낙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시간이 멈춘 듯했다.

 

풍천이라고 해서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검기가 깃든 검을 잡아낸 손은 뼈가 보일 정도로 갈라졌고, 배의 옷자락을 뚫은 검기에 살이 갈라지고 내장이 진탕된 상태였다.

 

“이 지독한 놈!”

 

등가위는 이를 갈며 풍천의 뒤를 덮쳤다.

 

남은 두 명의 천응단원도 풍천의 좌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풍천은 막 쓰러지고 있는 자들의 몸을 발로 차서 좌우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며 등가위의 공세를 향해서 검을 뻗었다.

 

남은 공력이라곤 이제 검초를 한두 번 펼칠 수 있을 정도뿐. 그 안에 모든 걸 끝내지 못하면 끝장이었다.

 

쾅!

 

등가위의 도세와 풍천의 검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훌훌 날아가는 풍천의 입에서 핏물이 튀었다.

 

피로 범벅된 동료의 시신을 옆으로 밀친 천응단원 둘은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날아가는 풍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제 더는 거짓된 행동을 못 하겠지!

 

두 사람은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풍천을 노려보며 최후의 공세를 펼쳤다.

 

그들의 공격이 풍천을 덮친 순간! 훌훌 날아가던 풍천의 몸이 갑자기 좌우로 흔들리며 서너 개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했던가.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그 시간은 그야말로 번개가 땅에 내리꽂힌 것만큼이나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이 두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버렸다.

 

풍천은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어둠을 이용해서 상대의 눈을 속이고 두 사람 사이로 파고들었다.

 

찰나, 시퍼런 검첨이 우측에 있던 자의 목을 옆에서 꿰뚫었다.

 

푹!

 

그리고 거의 동시에 피로 물든 좌수가 좌측에 있던 자의 갈비뼈를 뚫고 심장을 부숴버렸다.

 

콰직!

 

그때였다. 등가위의 분노에 찬 도세가 풍천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후우우웅!

 

풍천은 떨어지는 도를 빤히 바라보며 등가위의 가슴으로 뛰어들었다.

 

우르르릉!

 

들어올린 그의 검에서 뇌음이 일며 한 줄기 광채가 번쩍였다.

 

설마 풍천이 자신의 도세 속으로 뛰어들 줄은 몰랐는지 등가위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조금 전의 일격으로 풍천의 내상이 극한에까지 이르렀다는 걸 알기에 내려치는 도세를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콰아앙!

 

귀청을 찢는 굉음이 협곡을 울리며 메아리쳤다.

 

퍽! 콰직!

 

그리고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메아리가 잦아든 협곡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등가위의 도는 풍천의 왼쪽 어깨를 파고든 상태였다. 하지만 심장까지 가르진 못하고 어깨의 비파골만 부수었을 뿐이었다. 뜻밖에도 풍천이 검으로 등가위를 공격하지 않고 어깨를 보호한 것이다.

 

반면 등가위의 오른팔은 풍천의 좌수에 붙잡혀 있고, 그의 하복부에는 풍천의 오른발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등가위는 분노와 절망의 표정으로 입술을 떨었다.

 

“이, 이, 이…….”

 

“크크크,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되지. 어떻수? 내 비장의 일수가?”

 

일심퇴(一深腿).

 

상대의 낭심을 부수는 퇴법.

 

하류잡배나 쓰는 초식이다. 절정고수라면 절대 쓰지 않는 초식.

 

그 일심퇴에 등가위의 기해혈과 그 아래쪽이 모조리 부서질 줄 누가 알았으랴.

 

천풍무영류라는 희대의 경공신법을 펼치기 위해서 두 다리에 항상 천풍심법의 기운이 맴돌고 있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아니었다면 등가위의 도세를 한 발로 견딜 수도 없었을 것이고, 그만한 위력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풍천은 등가위의 하복부에 깊숙이 박힌 발을 빼내고 등가위를 밀쳤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는 등가위의 하복부에서 핏덩이가 쏟아졌다.

 

풍천의 목구멍에서도 그동안 억눌러두었던 핏덩이가 솟구쳤다.

 

우웩!

 

두어 번 피를 토해낸 그는 소매로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리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죽어가는 등가위를 향해 냉랭히 말했다.

 

“지옥에 가서 조금만 기다리쇼. 곧 공손선우도 보내줄 테니까.”

 

 

 

 

 

제8장. 격발(激發)

 

 

 

 

 

1

 

 

 

풍천은 등가위와 천응단원들의 시신을 뒤로하고 협곡을 빠져나갔다.

 

핏물이 다리를 타고 흘러서 신발 안에 고였다. 왼쪽 팔은 움직이기도 힘들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서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밤하늘을 울린 격전음이 십 리 떨어진 곳까지 들렸을 터. 신마성의 추적자들이 쫓아올지 몰라서 멈출 수가 없었다.

 

절룩거리며 협곡을 빠져나간 그는 커다란 바위에 몸을 기대고 옷을 찢어서 일단 상처 부위를 감쌌다.

 

그때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공자께서 우려할 만하군.”

 

그리고 어둠 속에서 세 사람이 나타나 그를 향해 다가왔다.

 

풍천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뭐야? 또 있었어?’

 

환장할 일이었다.

 

몸이나 좀 나으면 찾아오지. 그럼 반겨주었을 텐데.

 

하지만 공손선우의 수신호위인 유천삼위(幽天三衛)는 풍천의 사정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천응단원을 단신으로 이기다니. 직접 보지 않았으면 믿을 수 없었을 게야. 하지만 너의 발악도 여기가 끝이다.”

 

상대는 등가위를 비롯해서 천응단원을 몰살시킨 자.

 

세 사람은 풍천이 피투성이가 되었다고 해서 얕보지 않았다.

 

그들은 좀 더 일찍 나설 수 있음에도 등가위마저 당하는 걸 보고 공격을 미룬 터였다.

 

상처 입은 미친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 미쳤을 때 잡는 것보다, 긴장을 풀고 안도하고 있을 때 잡는 게 나았다.

 

긴장이 풀어지면 손발이 둔해지니까.

 

스르릉.

 

그들은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검을 등에서 뽑으며 풍천을 에워쌌다.

 

풍천은 바위에서 등을 떼고 몸을 세웠다.

 

등 뒤에는 오 장 높이의 거대한 바위. 전면과 좌우는 유천삼위에 막혀 있는 상황.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도망치는 것도 병법이라잖아?’

 

그는 유천삼위가 나타나고 자신을 포위하는 동안 혼신을 다해서 천풍심법을 운용했다.

 

천풍심법의 기운이 공격용으로 쓰기에 적합지 않다는 사실이 왜 이리 반가운지 몰랐다. 그 덕분에 공력이 고갈된 상황에서도 두 다리에 일부 기운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는 천풍심법을 운용하며 시간을 벌기 위해 말을 걸었다.

 

“대공께서 오늘의 사실을 알면 진노하실 텐데, 정말 이럴 거요?”

 

정면에 있던 자가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마라. 너는 등 단주와 함께 동귀어진한 것으로 처리될 테니까.”

 

“천주님은 대공이 상관 령주를 죽였단 사실을 이미 알고 있죠. 그러니 내가 죽으면 대공이 나를 죽였다고 생각할 거요. 그럼 날개를 펴보기도 전에 꺾어야 할 처지가 된 대공은 그 일을 처리한 대공자와 당신들을 원망할 거요.”

 

“후후후, 뭘 모르는 건 너다. 대공께선 이제 천주님의 벌을 두려워하지 않으시지. 그러니 설령 대공자께서 너를 죽였다는 걸 알게 돼도 약간의 추궁만 하실 거다.”

 

“그만한 힘을 갖추었다는 건가? 호오, 정말 대단한데?”

 

“어리석은 놈. 이제 알았으면 그만 죽어라.”

 

“어허, 잠깐만! 죽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대답해주쇼. 대공께서 저번에…….”

 

풍천을 공격하려던 유천삼위는 대공에 대한 말이 나오자 멈칫하며 풍천의 말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풍천의 신형이 위로 쑥 솟구쳤다.

 

“엇? 저놈이!”

 

유천삼위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풍천은 그 사이 오 장 높이의 바위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설마 절룩거리며 겨우 걷던 놈이 높이가 오 장이나 되는 바위를 넘을 줄이야.

 

미친 듯이 달려드는 것만 생각하고 있던 유천삼위는 즉시 풍천의 뒤를 따라서 몸을 날렸다.

 

“감히 우리를 속이다니!”

 

“곱게 죽이려 했더니 스스로 고통을 자초하는구나!”

 

바위를 넘은 풍천은 유천삼위가 뭐라고 하든 전력을 다해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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