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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94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94화

 

94화

 

 

 

 

 

 

 

“괜찮으냐? 정신 차려라, 려려!”

 

그의 품에 안긴 헌원려려의 눈꺼풀이 잘게 떨렸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정신을 차리려 했다.

 

정신을 잃기 전에 반드시 말해 줘야 할 것이 있었다.

 

‘아, 아이를 찾아야…….’

 

그런데 입을 막 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진아를…….”

 

입을 달싹거리던 그녀는 겨우 한마디 내뱉고 정신을 잃었다.

 

“뭐? 뭐라고? 누구? 려려, 정신 차려 봐!”

 

북궁천이 다급하게 되묻는 사이, 삼성궁과 무림맹, 강호의 명숙들이 십 장의 거리를 두고 마차를 에워쌌다.

 

믿기 힘든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중원에서 적수를 찾기 힘든 세 고수가 합공하고도 이기지 못하다니!

 

그토록 가공할 실력을 지닌 마도의 절대고수를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북궁천은 헌원려려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마차 안에 내려놓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그의 두 눈에서 분노가 이글거렸다.

 

“그대들은 북천궁을 마궁이라 부를 자격이 없다!”

 

냉랭히 일갈한 북궁천은 이정한 등을 둘러보았다.

 

“아우들, 아무래도 아우들까지 모두 보살필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우들에게 죄가 있다면 나를 따라온 죄뿐! 저들에게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다면 아우들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니 검을 놓고 뒤로 물러서라!”

 

피로 범벅된 이정한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대형, 저희 걱정은 마십시오! 대형과 함께라면 지옥인들 못 가겠습니까? 저희들은 저 위선에 찬 자들과 싸우다 죽겠습니다! 능 소저! 아무래도 제 마음은 다음 생에서나 보여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정한의 마지막 말에 능소소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처음부터 나서서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철군성의 사람. 처음에는 철군성이 휘말려들까 봐, 염구악이 나선 후로는 공손설이 다칠까 봐 나서지 못했다.

 

그런데 이정한의 피로 물든 얼굴을 보니 제때 나서지 못한 게 미안하기만 했다.

 

‘살아, 불구가 되어도 반드시 살아 있기만 해. 그러면 당신 마음 받아줄 테니까.’

 

숨 막히는 긴장감이 군웅들의 가슴을 짓누를 즈음, 북궁천이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덤벼라! 하늘에 맹세하노니, 내 아우의 목숨 하나에 천 명의 피가 중원에 뿌려질 것이다!”

 

군웅들의 표정이 바위처럼 굳어졌다.

 

한마디 한마디가 천공을 울릴 때마다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가슴이 조여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조금씩, 조금씩 포위망을 좁혔다.

 

바로 그 때!

 

“그만해요!”

 

공손설이 악을 쓰듯이 외쳤다.

 

북궁천을 향한 포위망을 좁히던 자들이 움찔하며 멈춰 섰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이 어린 공손설이란 걸 알고 다시 포위망을 좁혔다.

 

그녀의 외침을 단순히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섬섬옥수를 움켜쥔 공손설이 커다란 눈을 치켜뜨고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해볼 테면 해보세요! 지금부터 오빠를 공격하는 문파는 철군성을 적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알겠어요! 두고 보세요, 제 말이 거짓인지! 철군성 이천 무사가 황하를 건너와서 그 문파만큼은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철저히 파괴하고 말 거예요!”

 

군웅들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철군성의 공녀인 공손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어린 소녀의 허세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소름 끼치는 독설.

 

구양환이 이를 지그시 악물고 그녀에게 말했다.

 

“저자는 북천마궁의 마인이다. 저자를 위해서 철군성이 우리와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공손설이 한기가 풀풀 날리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미 저는 제 결심을 말했어요! 삼성궁이라 해도 두렵지 않아요! 아마 공격을 계속하려면 저까지 죽여야 할 거예요!”

 

예상치 못한 그녀의 강력한 반발에 구양환의 눈빛이 흔들렸다.

 

천사교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철군성을 적으로 돌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었다.

 

더구나 공손설의 말에 무림맹의 장로와 강호명숙들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물러서고 있지 않은가.

 

‘빌어먹을!’

 

그 때였다.

 

“멈추시오!”

 

겨울 하늘을 뒤흔드는 고함과 함께 이십여 명이 서남쪽의 언덕을 넘어왔다.

 

그들을 본 구양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선두에서 달려오는 자는 사공강후였다. 단화린과 가까운 사이여서 배제했는데, 자신들의 목적을 눈치채고 쫓아온 듯했다.

 

그리고 영진으로 갔던 임강령이 유원당과 함께 달려오고 있었다.

 

바라보고 있는 동안 그들이 포위망 바깥에 도착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궁주?”

 

사공강후가 먼저 구양환을 직시한 채 물었다.

 

구양환이 목소리에 힘을 주고 대답했다.

 

“단화린은 북천마궁 사람인 장추람이네. 알고 보니 북천마제의 명령을 받고 서문려려를 빼내가기 위해서 본 궁에 들어온 것이지 뭔가. 단화린이 직접 시인했으니 그에 대해선 더 물을 것도 없네.”

 

사공강후의 표정이 굳어졌다. 단화린이 직접 말했다면 의심할 것도 없었다.

 

“좋습니다. 단 형이 북천궁의 사람이라 칩시다. 그리고 서문 소저를 빼내기 위해 삼성궁에 들어갔다고 합시다. 그게 목숨을 걸고 싸울 이유가 된다고 보십니까?”

 

“흥! 자네가 왜 북천마궁의 마인을 감싸는 건가? 그동안 가깝게 지낸 걸 알지만 지나친 것 아닌가? 사공 회주가 알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군.”

 

구양환은 천무회주 사공력까지 들먹이며 사공강후를 압박했다.

 

그러나 사공강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단형이 북천궁 사람이면 어떻습니까? 단 형이 저희에게 피해를 줬습니까? 오히려 단 형은 천사교와의 싸움에서 막대한 도움을 줬습니다. 덕분에 수백 명이 살았지요. 궁주님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은혜를 칼로 갚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구양환은 사공강후를 노려보며 움켜쥔 주먹을 잘게 떨었다.

 

‘건방진 놈이 감히!’

 

그런데 이번에는 임강령마저 나섰다.

 

“제가 봐도 단 공자에겐 죄가 없습니다. 이번 일은 궁주께서 성급하게 처리하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창백한 얼굴의 선우명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봉공! 봉공은 대체 어느 곳에 속한 분이오? 저자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못마땅한데, 이제는 대놓고 궁주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거요?”

 

임강령이 그를 바라보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제 말이 듣기 싫다면 할 수 없지요. 천사교와의 싸움에는 계속 참가하겠지만, 오늘 이 시간부터는 삼성궁을 떠나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겠습니다.”

 

그가 강하게 나가자 구양환이 화들짝 놀라서 상황을 수습했다.

 

“어허, 봉공. 봉공이야말로 너무 감정적이네. 선우 가주가 아들을 잃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것 아닌가? 더구나 중아의 죽음이 단화린의 짓일 가능성이 많다 보니…….”

 

“선우중이 단 공자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아직 확실치는 않네만 심증은 확실하네. 그래서 철은보로 데려가 조사를 하려고 했는데 반발하는 바람에 싸움이 난 거네.”

 

구양환은 교묘하게 말을 돌려서 북궁천을 범인처럼 몰아갔다.

 

그 때 유원당이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궁주께서는 범인이 선우중을 어떻게 살해했는지 아십니까?”

 

“검으로 등을 찔렀더군. 밖에서 벽을 뚫고 찌른 것 같네.”

 

“맞습니다. 범인은 검으로 한 자 두께의 벽을 뚫고, 움직이지 못하는 선우중의 등을 찔렀더군요. 그런데 흔적을 자세히 살펴보니 폭이 한 치 다섯 푼이었습니다. 반면 단 공자의 검은 두 치가 넘습니다. 제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범인의 무기와 단 공자의 검은 분명 다릅니다. 물론 폭이 좁은 검을 구해서 범행에 사용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럼 그 협봉검은 찾아보셨습니까?”

 

“그건 아직…….”

 

“그런 증거도 없이 대체 무엇을 근거로 단 공자가 선우중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선우중을 살해하는 것이 서문 소저를 빼내는데 도움이 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익 될 게 조금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반박하기가 어려워진 구양환은 이지러진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으음, 마음이 급하다 보니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유원당은 그쯤에서 구양환을 얼렀다.

 

“궁주, 이번 일은 이쯤에서 끝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끝내자고? 본 궁의 무사들이 죽은 게 보이지 않는가?”

 

“그들의 죽음이 안타깝긴 하지만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일로 인해서 벌이진 일입니다. 그 정도는 궁주께서도 양보하시지요.”

 

구양환의 눈썹이 씰룩였다.

 

“그만한 대가를 치른다면 생각해 보지.”

 

유원당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선우중은 죽고, 범인이 단 공자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소궁주는 무공을 잃고 정신마저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끼리 싸워 봐야 천사교만 좋아질 일. 제 생각으로는, 음마 문제를 이쯤에서 매듭지으면 어떨까 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마 문제를 매듭짓는다?

 

그렇다면 구양환도 큰 불만은 없었다.

 

최소한 구양우경의 목숨은 구할 수 있으니까. 삼성궁의 체면도 더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고.

 

철군성과 천무회를 적으로 삼는 것보다는 백배 나은 결과다.

 

또한 저 두려울 만큼 강한 놈과 더 싸워 봐야 피해만 커질 터. 적당한 선에서 물러나는 게 나을 듯했다.

 

만에 하나 북천마제가 분노한다 해도 그 일은 두렵지 않았다. 그에게는 최후의 패가 있지 않은가?

 

“으음, 하긴 천사교와의 싸움을 앞두고 더 이상 피를 흘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 좋네, 자네의 의견대로 하세.”

 

유원당은 그를 향해 포권을 취하고 북궁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단 공자의 마음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헌원 소저를 위해서라도 오늘은 이만하는 게 어떻겠는가?”

 

임강령도 초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단 공자, 어서 헌원 소저와 아우들을 데려가서 치료부터 하게. 오늘 일에 대해선 나중에 이야기해도 되지 않겠나?”

 

북궁천은 삼성궁이고 뭐고 모조리 쓸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헌원려려와 아우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 더 급했다.

 

오늘 일은 나중에 따져도 될 터.

 

그는 만장 해저처럼 깊은 눈으로 유원당과 임강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려려 때문에 그냥 갑니다만, 잊지 마십시오, 만약 려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중원은 만인의 목숨으로 빚을 갚아야 할 것입니다.”

 

오만함을 넘어서 광오함마저 느껴지는 말투.

 

그의 말에 군웅 몇 명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임강령과 유원당은 그의 말이 사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가슴이 무겁기만 했다.

 

“서문 소저는 괜찮을 거네. 너무 걱정 말게.”

 

“우리는 갈 테니 빨리 소저를 치료하시게.”

 

유원당은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았다.

 

단화린이 북천마제 본인이라는 게 밝혀지기라도 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게 분명했다.

 

그 전에 마무리 지어야 했다.

 

―내 뜻을 받아줘서 고맙네.

 

착잡한 표정으로 전음을 보낸 그는 몸을 돌려서 군웅들을 재촉했다.

 

“천사교가 언제 공격할지 모릅니다. 그만 가시지요. 무사들은 어서 시신을 챙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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