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정록 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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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정록 93화
93화
“흥, 정말 광오한 놈이로군. 네놈이 강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만, 오늘 이곳을 빠져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 있으면 덤벼 봐라!”
“오냐, 이놈!”
나선 이상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
등조립은 구양신공(九陽神功)을 끌어 올리고 땅을 박찼다.
북궁천을 향해 날아가며 내뻗는 그의 쌍장에서 광폭한 열기가 쏟아졌다.
콰아아아아!
북궁천은 밀려드는 등조립의 장세를 향해 북성팔검 중 세 번째 초식, 단천삼광(斷天三光)을 펼쳤다.
쭉 뻗어 나간 세 줄기 묵빛 검강이 허공을 삼단으로 갈랐다.
쩌저적!
광폭한 기세로 덮쳐들던 열양강기가 종잇장처럼 갈라진 순간, 두 기운이 뒤엉키며 강력한 폭발이 일었다.
콰광!
일성 굉음과 함께 두 사람 주위로 강기의 폭풍이 일었다.
등조립은 충돌의 충격으로 튕겨지고, 북궁천은 우뚝 선 채로 발밑에 골을 파며 두 자가량 밀려났다.
이 장을 날아가 내려선 등조립은 얼굴이 일그러진 채 이를 악물었다.
단 일초의 대결.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비세를 느낀 그는 새삼 백리진과 관호명이 왜 북궁천을 높이 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이게 무슨 창피인가!’
자존심이 상한 그는 공력을 구성까지 끌어 올렸다.
바람도 없는데 그의 옷자락이 펄럭이고 전신에서 강렬한 열기가 솟구쳤다.
북궁천은 오롯이 서서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묵혼의 검첨에서 묵빛 검강이 회오리치며 뻗었다.
찰나, 등조립이 북궁천을 향해 날아갔다.
“이놈! 어디 이것도 받아 봐라!”
“얼마든지!”
북궁천은 북성팔검으로 등조립을 상대했다.
예전의 공력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정체 모를 알 덕분에 전보다 공력이 더 강해진 그였다.
등조립만 이기면 끝나는 일이 아닌 만큼 공력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삼대패천검공은 자제했다.
쩌저저적!
등조립은 묵빛 검강이 뇌전처럼 짓쳐 들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구성의 공력을 끌어 올렸음에도 상대의 검은 거침없이 그의 장세를 파고들었다.
콰광! 떠더덩!
두 사람의 기운이 뒤엉키며 충돌하자, 젖은 땅이 폭죽처럼 터지며 허공으로 튀었다.
단 삼초의 격돌.
안색이 창백해진 등조립은 이를 악물고 전 공력을 끌어 올렸다.
구양환은 등조립의 표정을 보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놈을 죽이지 못하면 본 궁의 체면이 무너진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죽여야 해!’
그 때였다.
콰아앙!
또다시 굉음이 터지는가 싶더니, 등조립이 뒤로 주르륵 십여 걸음이나 물러났다.
가슴의 옷자락이 기의 여파에 휘말려서 너덜너덜해진 상태, 창백해진 얼굴, 입가에는 핏기마저 보였다.
구양환이 더 참지 못하고 몸을 날렸다.
“등 형! 내가 상대해 볼 테니 물러나시오!”
그런데 선우명도 도를 빼 들고 함께 나섰다. 천군호만이 무거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구양환은 선우명의 합공을 묵인했다.
이제는 자존심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상대는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는 걸 등조립을 통해 확인한 터다.
북궁천은 묵혼을 사선으로 든 채 턱을 쳐들고 오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대들은 처음부터 그래야 했다!”
“건방진 놈! 네놈은 절대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일갈을 내지른 구양환이 등천검법을 펼치고, 선우명은 벽력신도를 펼치면서 북궁천을 좌우에서 합공했다.
뇌성벽력이 몰아치며 금방이라도 북궁천을 집어삼킬 것 같았다.
그러나 북궁천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그들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 냈다.
콰광! 떠더덩!
구양환과 선우명은 북궁천과 부딪치고 나서야 등조립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천하를 오시하는 그들이 합공하고도 우세는커녕 격돌의 충격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대체 저놈의 강함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그들이 비세를 보이자 물러서 있던 등조립마저 합공에 가세했다.
세 사람의 합공은 천지를 뒤집어엎을 것처럼 가공스런 위력을 발휘했다.
등조립과 구양환은 적수를 찾기 힘든 절대고수다.
선우명이 조금 떨어지긴 해도 그리 큰 차이는 아니다.
그들 셋과 비등한 싸움을 벌이는 북궁천을 보고 군웅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런데 네 사람의 경천동지할 격전이 십여 초를 넘어갈 즈음, 검신대주 사용화가 명령을 내렸다.
“검신대원들은 서문려려를 잡아라!”
그의 명령에 검신대원 다섯이 마차를 향해 몸을 날렸다.
마차를 지키고 있는 자들이 단화린의 아우들이라 하나 우려할 만한 자들은 아니었다.
북궁천에게 동료 다섯을 잃은 그들은 살기를 일으키며 이정한 등을 공격했다.
공손설이 기겁해서 소리쳤다.
“그만둬요! 숙부, 저들을 막아요!”
그런데 무림맹 고수들 중 몇 사람이 그들과 격전장 사이를 막았다.
“아미타불. 염 시주, 빈승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걸 바라지 않소. 이번 일에 나서지 마시구려.”
소림 장로인 공선 대사의 말에 염구악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서기도 애매했다.
삼성궁과 무림맹에서 나선 일이다. 북궁천과 절친한 사이도 아닌 그로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설아야, 조금 더 두고 보자.”
“숙부!”
“노부에게는 너의 안전이 최우선이니라. 그리고 삼성궁과 무림맹의 행사에 끼어들면 본 성의 위치가 애매해진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공손설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녀가 어찌 염구악의 말뜻을 모를까?
알기에 더 답답하고 조마조마했다.
한편, 이정한은 검신대 무사들이 공격하자 악을 쓰며 검을 들었다.
“놈들을 막아!”
동호량과 초강, 이조량도 이를 악물고 그들을 막았다.
일취월장한 그들의 무위는 예전과 확연히 달랐다.
비록 공력이 부족해서 절정고수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류 수준에는 이른 터였다.
더구나 이조량은 일류 중에서도 중급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삼성궁주의 직속 호법무사대인 검신대였다. 이조량만 약간 우세할 뿐 이정한 등은 방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거기다 하나 많은 상대의 숫자는 이정한 등을 궁지로 몰아넣기에 족했다.
십초식쯤 흐를 때 검신대원의 검이 동호량의 어깨를 깊게 갈랐다.
“크윽!”
눈을 홉뜬 동호량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사제!”
이정한이 악을 쓰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초강도 장과 권을 섞어 펼치며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두 사람 역시 여기저기 입은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며 온몸이 붉게 물들어 갔다.
이정한은 뺨까지 사선으로 갈라져서 얼굴이 온통 피로 물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물러서지 않고 목숨을 내걸고 검신대의 전진을 막았다.
“우리를 죽이기 전에는 어림도 없다!”
“비겁한 놈들! 얼마든지 덤벼라!”
격전이 점점 더 격렬해지자, 헌원려려가 쓰러져 있는 검신대원의 검을 주워들었다.
그녀에게는 삼성궁과 싸워선 안 될 이유가 두 가지나 있었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북궁천의 아우들이 다치는 것 또한 원치 않았다.
당장은 눈앞의 일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
입술을 깨문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격전장으로 뛰어 들었다.
“제가 한 사람을 맡을 테니 자신의 상대에 집중하세요!”
누가 뭐래도 그녀는 검원장의 여주인이다.
지금까지 검을 들지 않았을 뿐, 일류 수준에 턱걸이는 할 수 있는 실력이었다.
그녀가 가세하자 상황이 역전되었다.
검신대원들도 헌원려려에게만큼은 함부로 손을 쓰지 못했다. 그녀는 서문각의 양녀. 서문각과 포원산장을 생각해서라도 상처를 입히면 안 되었다.
그런데 헌원려려가 검신대원 하나를 몰아붙이며 이정한 등과 멀어졌을 때였다.
눈치만 보던 검신가의 장로 나홍문이 슬그머니 헌원려려의 측면으로 돌아갔다.
그는 헌원려려와의 거리가 삼사 장으로 줄어들자 눈빛을 번뜩이며 땅을 박찼다.
당황한 헌원려려는 두어 걸음 물러나며 나홍문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나홍문의 무공은 그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녀가 검원장의 독문검법인 대원검법으로 나홍문의 공격을 막았지만, 격전 경험이 거의 없는 그녀는 나홍문의 변화무쌍한 공격에 금방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홍문의 강력한 검격을 견디지 못한 그녀의 검이 손에서 벗어나 허공으로 날아갔다.
나홍문은 득의의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서문 장주의 얼굴을 봐서 해를 입히지 않을 테니 대항을 포기해라.”
공손설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염구악을 향해 소리쳤다.
“숙부!”
꾹 참고 있던 염구악은 장로라는 작자가 기습 공격을 해서 헌원려려를 몰아붙이자 노성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나홍문! 강호의 고수라는 작자가 힘없는 여인을 핍박하다니! 창피하지도 않느냐?”
앞을 막고 있던 무림맹 사람들을 훌쩍 뛰어넘은 그는 나홍문을 향해 쌍장을 휘둘렀다.
헌원려려를 잡는다 해도 자신 역시 염구악의 장력을 피할 수 없을 터. 나홍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빌어먹을 늙은이가!’
속으로 이를 간 그는 급히 몸을 틀어서 염구악의 공세를 벗어났다.
그 순간, 눈치만 보던 자들 중 또 한 사람이 헌원려려의 좌측으로 슬그머니 움직였다.
용운신장(龍雲神掌) 공우손. 그는 삼성궁에 빈객으로 있는 자였다.
헌원려려가 그의 접근을 눈치채고 급히 고개를 돌린 순간, 이 장 거리까지 접근한 공우손이 몸을 날리며 쌍장을 휘둘렀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
헌원려려는 이를 악물고 상대의 장력을 맞받아쳤다.
그러나 나홍문의 공격을 받아, 내기가 진탕된 그녀의 능력으로는 공우손의 용운장법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장기인 검도 아닌 장법으로는 더욱더 무리였다.
쾅, 쾅!
헌원려려의 몸이 마차와 거세게 부딪치고는 한쪽으로 나뒹굴었다.
공손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언니! 두 분이 도와줘요!”
엽청문과 능소소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공우손은 득의의 웃음을 지으며 재빨리 물러났다.
‘후후후, 사람은 기회를 잘 노려야 하지.’
그 때였다.
경천동지의 격전을 벌이고 있던 북궁천이 그 모습을 보고는 하늘로 솟구쳤다.
허공으로 오 장가량 솟구친 그는 승천무풍행을 펼쳐서 헌원려려를 향해 날아갔다.
셋이 합공하고도 막상막하였던 터. 북궁천의 가공할 무위에 질려 있던 세 사람은 그가 몸을 빼는 것을 보고도 바로 쫓지 못했다.
“네가 감히 누구를 해한단 말이냐!”
화산처럼 분노를 토한 북궁천은 마차 쪽으로 날아가며 검을 뻗었다.
검강지기가 회오리처럼 휘돌며 공우손을 향해 뻗어 갔다.
“헉!”
숨이 턱 막힌 공우손은 황급히 땅을 박차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분노한 북궁천은 그가 도망가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가 검첨을 틀자, 가공할 검강의 회오리가 방향을 틀더니 공우손의 가슴을 꿰뚫어 버렸다.
“크억!”
비명을 내지른 공우손은 피분수를 뿌리며 이 장을 날아가더니 땅에 머리부터 처박혔다.
용운신장 공우손이 도주하다가 가슴이 뚫려 죽다니!
그 광경에 이조량 등을 공격하던 자들도 지레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마차 옆에 내려선 북궁천은 움직임이 없는 헌원려려를 급히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