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91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91화
그렇게 두 사람이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던 진파파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어린 학사가 또 고생을 하겠구나.”
진파파의 중얼거림에 옆에서 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학사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어느새 나타난 꼽추 노인을 향해 고개를 돌린 진파파가 미소를 지었다.
“당신, 질투하는 건가요?”
진파파의 말에 꼽추 노인이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그 모습을 귀엽다는 듯 보던 진파파가 그의 손을 잡았다.
“천하의 단심마왕(丹心魔王)께서 어찌 저런 어린애를 두고 질투를 해요. 게다가 나는 이미 이렇게 늙은 노파에 불과한데.”
단심마왕…… 만약 이 자리에 무림사에 밝은 무인이 있었다면 그 이름에 질겁했을 것이다.
단심마왕. 십대마공 중 수위에 꼽히는 단심마공을 익힌 절세고수로서, 그가 활동할 당시엔 사파 십대 고수에 속했던 절대 마두가 바로 그였다.
진파파의 말에 단심마왕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리 곱디고운데 무슨 노파라는 말이오?”
“곱기는요. 다 늙은 저 같은 노파에게 그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웃어요.”
“흥! 어떤 놈들이 감히 나 단심마왕의 말에 웃는다는 말이오. 은거한 지 이십 년이 넘었지만 천하 어디에도 내 말에 웃을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소.”
호기롭게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켜 보이던 단심마왕이 문득 절벽 밑을 바라보았다.
꽝! 꽝!
절벽 밑에서 은은하게 폭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호현과 대별대두가 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가만히 절벽 밑을 보던 단심마왕이 진파파를 바라보았다.
“명아를 떠올린 것이오?”
단심마왕의 말에 진파파의 눈에 진한 슬픔과 그리움…… 그리고 고통이 떠올랐다.
명아는 이들 부부의 아들이었다.
두 사람이 아이를 가졌을 때 단심마왕과 진파파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
혹여 단심마왕의 꼽추라는 천형(天刑)이 아들에게도 전해질까 걱정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 부부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멀쩡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것도 총명하기가 이를 데 없는 아이로 말이다.
다만 그 몸이 허약해 무공을 익히기 어려운 몸이었다.
무림인 부부에게 있어서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아이는 큰 실망이었지만, 그 둘은 아이가 멀쩡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행복했다.
게다가 몸은 약하지만 머리가 총명해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치니, 무(武)가 아니더라도 문(文)으로 그들을 기쁘게 해 주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그 둘은 명아를 위해서 무림을 떠나 은거를 하려 했다. 하지만 무림의 은원은 끝이 없었으니…… 결국 명아는 원수에 의해 살해를 당했다.
눈물이 고이는 진파파를 보며 단심마왕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만 놓지 그러시오.”
“가슴에 묻어 둔 아이를 어찌 놓겠어요.”
말과 함께 진파파가 절벽 밑을 바라보았다. 호현을 처음 봤을 때 진파파는 명아를 떠올렸다.
“어머니! 오늘 스승님이 학사복을 주셨어요. 이게 학사복이래요.”
수학하던 학관에서 그 배움을 인정받아, 학사복 입는 것을 허락받고 좋아하던 명아가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인지 진파파의 기억에 남아 있는 명아의 얼굴은 흐릿하기만 했다.
그저 흐릿한 얼굴을 가진 한 소년이 학사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모습만 있을 뿐이었다.
‘어미가…… 이 몹쓸 어미가 내 자식 새끼 얼굴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구나.’
명아를 떠올리자 가슴이 아파온 진파파는 단심마왕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
*
*
대별대두와 호현은 나무들이 우거진 숲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아니…… 이건 싸움이 아니었다. 대별대두의 일방적인 폭행이고 구타였다.
퍼퍼퍼퍽!
“끄아악!”
온몸을 구타하는 대별대두의 주먹에 호현은 급히 양수로 원을 그렸다.
우르릉!
그러자 호현의 양수에서 우레 소리와 함께 강력한 장력이 뿜어져 나왔다.
꽝!
장력이 땅에 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지만, 이미 그 앞에 있던 대별대두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어느새 호현의 뒤에서 대별대두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주먹이 그대로 호현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펑!
“끄아악!”
그 충격에 호현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우당탕탕!
바닥을 뒹굴며 쓰러진 호현은 잠시 꿈틀거리다 그대로 늘어졌다. 그런 호현을 보며 대별대두가 손을 털었다.
탁탁탁!
“개운하다.”
길을 뚫으면서 생긴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낀 대별대두는 호현을 한 손으로 틀어쥐고는 몸을 날렸다.
털썩!
대별대두가 던지는 호현을 받아 든 단심마왕은 미소를 지었다.
“장주께서 이렇게 개운해하시는 모습은 오랜만입니다.”
그의 말대로 대별대두의 얼굴은 개운하고 즐겁기 이를 데가 없다는 듯 밝은 모습이었다.
단심마왕의 말에 대별대두가 웃으며 장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린놈이 몸이 참 찰져.”
찰지다는 말에 단심마왕의 얼굴에 웃음이 어렸다.
‘찰지다라…… 후후!’
속으로 웃은 단심마왕이 품에 안겨 있는 호현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흐르는 피와 흐트러진 옷을 보니 거하게 두들겨 맞은 모양이었다.
‘마누라가 이 모습을 보면 속이 아프겠군.’
호현에게서 명아의 흔적을 보는 진파파를 떠올리던 단심마왕이 대별대두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녀석의 무공, 어찌 된 것입니까? 제가 느끼기로는 결코 제 밑이 아닌 듯하던데…….”
호현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대별대두와 싸우던 기운을 읽은 단심마왕은 내심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호현처럼 어린 녀석이 자신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기운을 뿜어내니 말이다.
“상당하기는 하더군. 이 녀석 나이에 이 정도 무공을 익힌 사람은 본 적이 없어.”
말과 함께 호현을 바라본 대별대두가 말을 이었다.
“다만 그 무공에 비해 비무 경험이 일천하기 짝이 없더군. 세 살배기 어린애가 도끼를 들고 휘두르는 격이야.”
“그 정도였습니까?”
“기운을 방출만 할 줄 알지, 싸울 줄은 전혀 몰라. 후후, 그래서 그런지 때리는 재미가 쏠쏠해.”
“사문이 어디인지는 확인하셨습니까?”
단심마왕의 말에 대별대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좀 두들겨 팬 일로 이 녀석 사문이 쫓아올까 봐 겁이라도 나는 거요?”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다만…….”
단심마왕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우우웅!
순간, 단심마왕의 손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피처럼 붉디붉은 반지 같은 모양을 띠기 시작했다.
“핍박을 받는다면…… 그동안 잠재운 살심이 솟구칠까 걱정이 됩니다.”
단심마왕의 말에 대별대두가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고노(高老)까지 손을 쓸 필요가 있겠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고…… 이 녀석이나 어디 두시오.”
대별대두가 장원 안으로 들어가자 단심마왕, 고노가 호현을 바라보았다.
의식을 잃고 있는 호현을 보던 고노가 힐끗 장원을 바라보았다.
장원 쪽에서 밥 짓는 고소한 냄새와 음식을 만드는 향이 솔솔 풍겨오고 있었다.
안에서 진파파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마누라가 보기 전에 이 녀석을 좀 씻겨야겠군.’
입가에 피를 묻히고 있는 호현을 보고 진파파가 기분 상할 것을 염려한 고노가 슬며시 어딘가로 몸을 날렸다.
장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장원이 있고 넓은 평지가 있기는 하지만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어떻게 연못이 있을 수 있는지…….
연못에 다가간 고노는 호현을 그곳에 집어던졌다.
풍덩!
연못에 빠진 호현이 순간 정신을 차리고는 소리쳤다.
“우워!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물에 익숙하지 않은 호현으로서는 놀라고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풍덩! 풍덩!
정신없이 첨벙거리며 소리를 지르는 호현의 모습에 고노가 눈가를 찡그렸다.
“물은 깊지 않다.”
고노의 말을 들었는지 첨벙거림이 잦아들더니 이내 어색한 표정으로 호현이 몸을 세웠다. 가슴밖에 닿지 않는 깊이에 안심을 한 호현이 연못 밖으로 걸어 나왔다.
연못 밖으로 나온 호현은 처음 보는 꼽추 노인이 있는 것을 보았다.
‘깨어날 때마다 사람이 바뀌는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는 호현에게 고노가 말했다.
“씻거라.”
고노의 말에 호현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대별대두에게 이리저리 두들겨 맞고 바닥을 구르는 통에 몸에는 온통 흙먼지들이 묻어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물에 빠졌으니 호현의 모습은 무척 더러워보였다.
‘씻기는 해야겠구나.’
호현이 연못에 다가가 몸을 씻기 시작했다. 얼굴과 손을 씻은 호현이 힐끗 고노를 바라보았다.
“저기…… 송구하지만 자리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왜?”
“옷을 빨려고 합니다.”
“빨아.”
무뚝뚝한 고노의 말에 호현이 미간을 찡그렸다.
“옷을 빨려면 옷을 벗어야 하는데…….”
호현의 말에 아무 말 없이 다가온 고노가 그를 잡고는 연못 속에 집어넣었다.
첨벙!
다시 물에 빠진 호현이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이러십니까!”
호현의 말에 고노가 말없이 물속에 들어가서는 손을 넣고 휘저었다. 그러자 호현 주위에 있던 물이 빠르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회전과 함께 생성된 물방울들이 호현의 옷을 파고들었다. 그에 신기한 생각이 든 호현은 물방울들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그리고 잠시 후, 고노가 물 밖으로 나가자 호현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물방울들이 사라졌다.
“나오너라.”
고노의 말에 호현은 연못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호현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흙탕물로 더럽혀져 있던 자신의 옷이 어느새 깨끗하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물방울들로 옷을 세탁한 것이구나.’
고노의 행동이 자신의 옷을 세탁해 준 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호현은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포권을 해 보였다.
“됐다. 옷이나 말리거라.”
고노의 말에 호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다 떨어져 옷을 말리려면 한참 걸리겠구나.’
호현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에 고노가 눈을 찡그렸다.
“설마하니 햇빛에 옷을 말리려는 것이냐?”
“그래야 옷이 마르지 않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고노가 한숨을 내쉬었다.
‘비무경험뿐만 아니라 무공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멍청이로군.’
속으로 중얼거린 고노가 입을 열었다.
“따라 하거라.”
말과 함께 고노가 가볍게 기운을 끌어올리자,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더니 옷이 빠르게 말라가기 시작했다.
화아악!
그 모습을 보며 호현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그렇구나. 물기가 마르기 위해서는 열과 바람이 필요한데, 그 중 열은 무공으로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도 기를 끌어올렸다.
우우웅!
기를 끌어올리며 뜨거움을 떠올리자 호현의 몸에서 열양지기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호현의 몸에 묻어 있던 물기들이 빠르게 말라가며 몸에서 수증기가 물씬 뿜어져 나왔다.
화아악!
순식간에 옷이 뽀송뽀송하게 말라버리자 호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무공이란 게 정말 편하기는 하구나. 겨울에 스승님 빨래 말릴 때마다 숯불을 이용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겠구나.’
추운 겨울에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호현은 숯불을 가지고 죽대선생의 옷을 말려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무공을 지니고 있으니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던 호현이 눈가를 찡그렸다. 무공을 생각하다 보니 대별대두에게 두들겨 맞은 것이 떠오른 것이다.
“따라오너라.”
얼굴이 굳어져 있던 호현은 장원으로 걸음을 옮기는 고노의 뒤를 따랐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호현이 따라오기를 기다린 고노가 입을 열었다.
“어느 곳의 문하더냐?”
“호북 방헌학관 죽대선생 밑에서 수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