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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학사 183화

무료소설 무당학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당학사 183화

“이곳 제갈세가에서 저 아이를 가르치라는 말씀입니까?”

 

“제갈세가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융중 일대에서 수학을 시켰으면 하네. 자네도 알다시피 아직 현진의 상을 치르려면 시간이 필요하네.”

 

‘그렇구나. 제갈 노사의 상을 치르려면 상주인 제갈균이 있어야 하니…… 제갈균은 이곳을 떠날 수가 없겠구나.’

 

게다가 제갈세가는 제갈현진의 장례를 그를 죽인 자를 잡기 전에는 치르지 않는다 하였다.

 

생각에 빠진 호현을 보며 제갈혼이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호현 학사가 원한다면 이곳 융중에 학관을 지어 줄 수 있네.”

 

제갈혼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께서는 북경으로 돌아가실 생각이십니다.”

 

“북경? 죽대 선생께서 다시 입관을 하시는 것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도 입관을 해야 할 것이니 그 준비를 북경에서 하려는 듯합니다.”

 

“아! 자네 입관을 하려는 것인가?”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호현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제갈혼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곳에서 머무는 것은 어떤가? 당장 입관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수학을 해도 좋을 듯한데…… 자네가 알지 모르지만 본가에는 천하 그 어디보다도 많은 서적들이 있다네.”

 

“그것은 스승님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죽대 선생의 거취 문제인데 자네 혼자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

 

제갈혼의 말에 호현이 제갈균을 바라보았다. 제갈균은 호현을 여전히 적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저은 호현이 팽방을 바라보았다.

 

“약은 복용하셨습니까?”

 

약이라는 말에 제갈혼이 의아한 듯 팽방을 바라보았다.

 

“약?”

 

“죽대 선생께서 무당의 태청신단을 주셨습니다.”

 

태청신단이라는 말에 제갈혼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태…… 태청신단을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 그래, 복용하였는가?”

 

“제가 아닌 균에게 복용시키려 합니다.”

 

“균에게?”

 

제갈균을 보던 제갈혼이 입을 열었다.

 

“복용하기 전에 나에게 이야기를 하게. 균의 나이가 어리니 태청신단을 먹고 추궁과혈을 한다면 능히 이십 년 내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네.”

 

“감사드립니다.”

 

“태청신단을 준 죽대 선생께 감사를 해야지 내가 뭘 한 것이 있겠나.”

 

제갈혼과 팽방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호현이 제갈현에게 말을 걸었다.

 

“제갈인 소협에게서 연락은 왔습니까?”

 

제갈인이라는 말에 제갈현의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어렸다.

 

“후후후! 연락이 왔지요. 오고말고요. 마교의 지부를 호북에서 격파한 무림 영웅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림 영웅이요?”

 

“쥐새끼처럼 호북에 숨어 있던 마교 지부를 격파한 무림의 신성이 바로 제 동생 인이가 아니겠습니까.”

 

기분 좋게 웃으며 말을 하는 제갈현의 모습에 제갈혼이 주의를 주었다.

 

“조용히 하거라. 이곳이 어디인지 잊은 것이냐.”

 

제갈혼의 말에 제갈현이 팽방의 눈치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숙모님께 제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아니 괜찮다. 오히려 상황이 이래서 가문에 생긴 좋은 일을 즐길 수가 없으니 내가 더 미안하구나. 균아, 우리는 이만 올라가서 쉬자구나.”

 

팽방의 말에 제갈균이 그녀를 부축해서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런 둘이 가자 제갈현이 호현에게 말했다.

 

“지금 인이는 호북을 넘어 섬서로 갔습니다.”

 

“섬서성을 말입니까?”

 

“마교도들을 쫓아 섬서성으로 넘어갔습니다.”

 

“헉! 무정현에서 잡은 그 마교도들이 도망을 친 것입니까?”

 

“그것은 아닙니다. 인이가 잡은 마교도들 중 한 명의 입에서 새로운 자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자를 쫓아 섬서성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제갈 소협께서 악인들을 잡는 데 그리 힘을 쏟고 계시니 존경스럽습니다.”

 

“후후후! 제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인이가 의협심이 대단한 아이지요. 팽가의 일만 아니라면 저도 한몫을 했을 것인데.”

 

제갈현의 말에 제갈혼이 눈을 찡그렸다.

 

“한몫이라니 인이가 일을 하기 전에 현진이 희생을 당한 것을 잊은 것이냐?”

 

“제가 잠시 허언을 하였습니다. 송구합니다.”

 

그런 제갈현을 한심하다는 듯 보던 제갈혼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호현 학사, 내가 한 말 죽대 선생과 이야기해 보고 말을 해 주게나.”

 

“알겠습니다.”

 

“그럼 쉬시게나.”

 

제갈혼이 몸을 돌리자 제갈현이 급히 말했다.

 

“저는 호현 학사와 이야기를 좀 더 하고 가겠습니다.”

 

“젊은 사람들끼리 해야 할 이야기가 있겠지. 그렇게 하거라.”

 

제갈혼이 밖으로 나가자 호현이 문득 제갈현을 바라보았다.

 

‘방금 팽가라고 하신 것 같은데?’

 

“그런데 방금 팽가라고 하신 듯한데?”

 

“아! 그게 저희와 같은 오대세가 중 하나인 하북팽가에서 소가주 취임식을 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시일이 너무 촉박하게 연락이 와 날짜에 맞출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안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늦게나마 하북으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가는 중에 그 일이 틀어졌다고 해서 본가로 돌아와 있던 중입니다.”

 

“그렇군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이층 난간 한쪽에서 제갈균이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호현을 말이다.

 

‘저놈…… 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죽었어.’

 

호현을 바라보는 제갈균의 눈가에 은은하게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아침 호현과 죽대 선생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제 제갈혼이 한 이야기를 상의하고 있는 것이다.

 

호현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죽대 선생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죽대 선생이 입을 열었다.

 

“제갈 가주의 말이 옳구나.”

 

“네?”

 

“상주를 북경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

 

“그럼 이곳 융중에 남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어찌하겠느냐, 상주를 데리고 북경으로 갈 수는 없는 것 아니.”

 

“그럼 북경으로 이사 가는 것은 어찌 합니까?”

 

“그것은 당분간 지켜보기로 하자꾸나. 나중에 제갈현진의 장례가 끝나고 균의 마음이 정리되면 북경으로 가면 되겠지.”

 

자신의 생각이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던 죽대 선생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곳에 남겠지만 너까지 이곳에 남을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죽대 선생의 말에 호현이 슬며시 말했다.

 

“이곳 제갈세가에 방대한 서적들이 있다고 합니다.”

 

“서적?”

 

서적이라는 말에 호기심을 보이는 죽대 선생에게 호현이 어제 제갈혼이 한 말을 해 주었다.

 

그 말에 죽대 선생의 얼굴에 화색이 올랐다. 그리 서적들이 많다면 자신이 보지 못한 책들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죽대 선생을 보며 호현이 말했다.

 

“그래서 저도 이곳에 남아서 서적들을 보려고 합…….”

 

“아니다.”

 

자신의 말을 끊는 죽대 선생을 호현이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고인이 된 제갈현진이 말을 했듯 너는 눈과 귀로 세상을 보고 통해야 할 때이다.”

 

“그럼?”

 

“가을이 되기 전까지 네 가고 싶은 대로 여행을 한 번 다녀오거라.”

 

여행을 가라는 말에 호현이 망설였다. 이번처럼 자신이 없는 사이 스승님의 일신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 호현의 마음을 읽었는지 죽대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내 호 국주에게 물으니 제갈세가의 성세가 큰 것 같더구나. 내 이곳에서 머물고 있는 동안은 별일 없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하지만…… 걱정이 되옵니다.”

 

“내가 아이도 아니고 무슨 걱정이 그리 많다는 말이냐.”

 

웃으며 호현을 보던 죽대 선생이 말을 이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민초들의 삶을 잘 살피고 오거라.”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호현이 수긍을 하자 죽대 선생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제갈 가주에게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꾸나.”

 

말과 함께 죽대 선생이 밖으로 걸음을 옮기자 호현도 그 뒤를 따라 몸을 움직였다.

 

*

 

*

 

*

 

죽대 선생과 호현 등은 제갈혼을 비롯한 제갈세가의 중요 인사들과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갈혼의 말에 죽대 선생이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음식들이 무척 맛이 좋군.”

 

“모두 제 집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제갈혼의 말에 죽대 선생의 얼굴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지금 식탁에 쌓여 있는 음식들의 수만 해도 십여 가지가 넘었는데 그 양도 십여 명이 먹고도 남을 정도로 풍족했다.

 

그런 음식들을 이런 거대 가문의 안주인이 모두 했다니 놀란 것이다.

 

“제갈연의 음식 솜씨가 무척 좋아 놀랐는데 아마도 안주인의 솜씨를 닮은 듯하군.”

 

제갈연의 음식 솜씨를 칭찬한 죽대 선생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니 왜 더 드시지 않고?”

 

제갈혼의 말에 죽대 선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많이 먹었네.”

 

“차를 내오거라.”

 

제갈혼이 시비에게 말하자 그녀들이 곧 식탁을 치우고는 그 위에 차를 올렸다.

 

찻잔을 들어 찻물을 한 모금 삼킨 죽대 선생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렸다.

 

음식도 훌륭했는데 차 역시 그에 못지않게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좋군.’

 

속으로 중얼거린 죽대 선생이 제갈혼을 바라보았다.

 

“현이에게 자네가 한 말을 들었네.”

 

죽대 선생의 말에 제갈혼이 찻잔을 내려놓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시기로 하셨습니까?”

 

“제갈현진의 상이 끝나고 균의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이곳에 남기로 하였네.”

 

남겠다는 말에 제갈혼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좋구나.’

 

무당학사 호현에 대해 제갈현진이 보낸 글의 반만 맞아도 제갈세가로서는 득 중의 득이었다.

 

“내가 민폐나 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군.”

 

죽대 선생의 말에 제갈혼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당대의 대석학을 모실 수 있으니 본가의 영광 중의 영광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웃으며 제갈혼을 보던 죽대 선생이 제갈혼에게 말했다.

 

“그리고 오늘 현아는 이곳을 떠날 것이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갈혼의 물음에 죽대 선생이 오늘 아침 호현과 나눈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 말에 제갈혼의 얼굴에 작은 실망이 어렸다. 사실 죽대 선생이 남기를 원한 것은 그와 호현이 같이 남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강제로 호현 학사를 가문에 남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게다가 호현을 강제로 남길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제갈인이 보낸 서신에 의하면 호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고수라고 했으니 말이다.

 

‘인이 보낸 내용대로라면 경천 할아버님이라 해도 호현 학사를 강제로 어찌 할 수 없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제갈혼이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래, 어디로 가실 생각인가?”

 

제갈혼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호현이 입을 열었다.

 

“중원 일대를 한 번 둘러볼 생각입니다.”

 

“중원 일대를?”

 

의아한 듯 호현을 보던 제갈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을 날아 수백 리를 단숨에 이동한다 하였지.’

 

호현이라면 중원 일주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제갈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야 할 만남과 이별이라면 빠를수록 좋겠지. 현아 네가 호현 학사를 가문 밖으로 안내해 주거라.”

 

제갈혼의 말에 제갈현이 호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제갈혼이 죽대 선생을 향해 말했다.

 

“죽대 선생께서 지내실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호! 내가 지낼 곳을 벌써 마련해 두었는가?”

 

“혹시 몰라서 미리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제갈혼의 말에 자신이 대접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은 죽대 선생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가보세나.”

 

제갈세가 대문 앞에서 눈에 두른 안대를 풀어 낸 호현을 보며 제갈현이 미안한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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