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학사 1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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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당학사 179화
“전진도해?”
“그래. 무인들은 자신들을 제압한 자네의 무공을 전진도해 상의 무공이라고 생각하네.”
“그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전진도해의 무공을 익히고 있지 않습니다.”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관아에서 무인들의 말을 들은 호불위도 내심 호현이 전진도해의 무공을 익히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황급히 이렇게 방헌학관으로 온 것이고 말이다.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듯한 호불위의 모습에 호현이 말했다.
“제가 익힌 무공은 무당에서 얻은 것입니다.”
“무당파?”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진도해를 익히고 있었다면 무당에 가기 전 제 몸에 무공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무당파 서고 일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호불위의 얼굴에 아차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전진도해의 무공을 호현이 익히고 있다는 말에만 정신이 팔려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구나. 호현 학사가 방헌학관에서 전진도해를 익혔다면 무당파에서 한 무공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을…….’
속으로 중얼거리던 호불위의 얼굴에 순간 경악이 어렸다.
‘무당에 가기 전에는 무공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반년도 되지 않아 오절마왕의 단전을 폐할 정의 무공을 가지고 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자신이 한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호불위가 멍하니 호현을 바라보았다.
제8-9장 제갈세가에 가다
죽대 선생과 호현이 방헌학관으로 돌아오고 며칠이 지났다. 그사이 학관에 있던 무인들의 시신도 모두 치워져 이제 학관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호불위가 수시로 들락거리며 호현에게 친하게 군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방헌학관으로 온 호불위는 호현이 있는 서재로 들어왔다.
“호현 학사.”
웃으며 다가오는 호불위의 모습에 호현이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십니까?”
“후! 내가 못 올 곳을 온 것도 아닌데 너무하는군. 뭘 하는 건가?”
“학관 운영 자금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보던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책은 그가 없는 동안 학관 운영과 기타 잡비로 지출이 된 금액들이 적혀 있는 장부였다.
무인들의 장례와 기타 일들이 끝나자 호현은 자신의 본래 일인 학관 총관 역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장부를 정리하고 있는 호현을 보며 호불위가 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갈 생각을 하지 않는 호불위의 모습에 호현이 장부를 정리하며 물었다.
“요즘 표국 운영이 잘 안 되십니까?”
“그건 왜 묻나?”
“표국이 아닌 이곳으로 출근을 하시니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고개를 저었다.
“표행을 나갈 표두와 표사들이 모두 관아에서 관병 일을 하고 있으니……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군.”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재판이 언제 이루어진다고 합니까?”
“지현 대인의 말에 의하면 방헌현 일대 현에 관병 지원 요청을 했다고 하네. 그들이 도착하면 죄인들을 무한으로 압송할 것이라고 하더군.”
“무한? 이곳이 아닌 성도에서 죄인들을 치죄한다는 말입니까?”
“일이 꽤 덩어리가 크잖나. 게다가 이런 작은 현에서 저리 많은 무인들을 모두 데리고 있기 어렵고 말이네.”
“어렵다? 그것은 왜입니까?”
“관청에 있는 무인들에게도 친구들이 있을 텐데 그들이 관아를 공격하기라도 하면 어쩌겠나? 이류 고수 열 명만 있어도 관병 서른은 상대할 테고 일류 고수 열 명이면 방헌현 감옥 정도는 그냥 부서지고 말 것이야. 그리고…….”
호불위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며 호현을 바라보았다.
“자네 같은 고수라면 혼자서도 가능하겠지.”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눈을 찡그렸다.
“저는 고수가 아닙니다.”
“누가 뭐라고 했나?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
웃으며 호현을 보던 호불위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자네 무공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 주게.”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 때문에 며칠 동안 학관에 계속 오신 것입니까?”
“그렇다네. 무당에 갈 때까지만 해도 무공을 모르던 자네가 오절마왕까지 제압할 정도의 무공을 쌓았으니 내가 얼마나 궁금하겠나? 그러니 말 좀 해 주게.”
“휴!”
호불위의 집요한 말에 호현이 장부를 덮었다.
“무당에 갈 때 무공을 모르던 제가 무당에 갔다 온 후 무공을 알게 되었다면…… 그 무공은 어디에서 왔겠습니까?”
“그야…… 헉! 호현 학사 자네 무당의 제자가 된 것인가? 스승은 누구인가?”
깜짝 놀라 묻는 호불위를 보며 호현이 말했다.
“무당쌍선께 무공 몇 가지를 배웠습니다.”
무당쌍선이라는 말에 호불위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헉! 무…… 무당쌍선! 지금 자…….”
자네라고 호현을 칭하려던 호불위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무당쌍선께 무공을 배웠다면 호현 학사 배분이 어떻게 되는 거지? 헉! 장문인과 동 배분이 아닌가!’
장문인과 같은 배분이라면 호불위에게 사숙이 되는 것이다. 그 사실에 침을 삼킨 호불위가 빠르게 머리를 돌렸다.
‘도사로 출가를 한 것은 아니니 본산 제자로 들어간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말은 나와 같은 속가 제자가 되었다는 것인데…… 꿀꺽!’
호현이 무당 본산 제자가 아니라고 해도 무당은 속가의 배분도 인정을 하는 곳이니, 결국은 호현이 호불위에게 사숙이 되는 것이다.
머리를 돌려서 얻은 결론에 호불위가 슬며시 일어나더니 호현에게 포권을 했다.
“호불위가 호현 사숙을 뵙습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저는 호 국주의 사숙이 아닙니다.”
“무당쌍선 사조들에게 무공을 사사받으셨다면 저에게 사숙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호불위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저었다.
“무공을 사사받기는 했지만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무당파에 속가 제자로 입문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사숙이라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이런 모습을 스승님께서 보신다면 제가 도사가 된 줄 알고 대노하실 것입니다.”
속가 제자로 입문을 하지 않았다는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속가로 입문하지 않았다면 정식으로 자신과 호현 간의 배분 문제는 생기지 않는 것이다.
‘아니지! 차라리 호현 학사가 본문에 높은 배분을 차지하게 된다면 나에게 이득이 아닌가.’
호현이 잘되면 그동안 방헌학관을 도와준 자신에게 무언가 이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 호불위가 아쉽다는 듯 호현을 바라보았다.
“그럼 무당쌍선께서 본산 제자도 아니고 속가 제자도 아닌 자네에게 무공을 전수했다는 말인가?”
“말하자면 길지만 쌍선께서 저를 속가 제자로 받으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반대를 하셔서 안 된 것입니다.”
“그렇군. 그럼 쌍선께서 무엇을 전수해 주셨나?”
‘무공을 전수하지는 말라고 하셨지만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는 안 하셨으니 말해도 상관없겠지.’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그에게 자신이 배운 무공 이름을 말했다.
그 말에 호불위가 입을 쩍 벌렸다.
“태…… 태극권을 배웠다고?”
“그렇습니다.”
“세…… 세상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호불위를 보며 호현이 말했다.
“더 물으실 것이 없으시면 제가 일 좀 하게 해 주시겠습니까?”
호현의 말에 호불위가 멍하니 그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런 호불위를 보며 고개를 저은 호현이 장부를 다시 펼치고는 셈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반년이 넘는 동안 정리가 되지 않았던 장부를 정리하고 나니 이미 점심때가 훌쩍 지난 시간이었다.
그에 배고픔을 느낀 호현이 밖으로 나왔다.
‘밥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구나.’
배를 쓰다듬으며 부엌으로 가던 호현의 매실에서 정좌를 하고 있는 현오가 보였다.
호현을 따라 방헌학관에 온 현오는 그동안 자신의 상세를 치료하는 데 전념을 하고 있었다.
호현의 인기척을 느낀 현오가 눈을 떴다. 그런 현오의 모습에 호현이 웃으며 다가갔다.
“지내시는 데 불편함은 없으십니까?”
“객식구가 그런 것을 따지겠습니까.”
현오의 말에 호현이 고개를 숙이고는 부엌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은공.”
걸음을 옮기던 호현은 자신을 부르는 현오에게 고개를 돌렸다.
“필요한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저는 이만 화산으로 돌아가 봐야 할 듯합니다.”
가겠다는 현오의 말에 호현이 그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스승님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현의 말에 현오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후! 은공께서 이렇게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 줄 알았다면 그냥 화산에 있었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그때 현오 도사께서 나서시지 않았다면 저는 스승님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진실하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호현을 보며 현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량수불.”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현오에게 호현도 마주 합장을 해 보였다.
“무량수불.”
“언제 본산에 한 번 찾아오십시오. 무당과 다른 멋을 가진 곳이라 은공께서 보시면 좋으실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스승님께 인사라도 하고 가시는 것이.”
“죽대 선생께는 점심을 먹을 때 이미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럼 화산까지 조심히 가십시오.”
호현의 말에 다시 한 번 합장을 해 보인 현오가 학관을 벗어났다.
‘나중에 화산으로 가 정식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겠구나.’
현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린 호현이 밥을 먹기 위해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현오가 떠나고 그날 밤 호현은 죽대 선생의 부름을 받았다.
드르륵!
죽대 선생의 서재 문을 열고 들어선 호현은 죽대 선생이 멍하니 서가를 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서가들을 보고 있는 죽대 선생의 모습에 호현이 그를 불렀다.
“스승님.”
호현의 부름에 그제야 그를 바라본 죽대 선생이 자신의 앞자리를 가리켰다.
“앉거라.”
죽대 선생의 말에 호현이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셨습니까?”
호현의 말에 죽대 선생이 서재를 훑어보았다.
“얼마 전에는 이곳에서 제갈 학사와 학문을 논하고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나 혼자 있구나.”
“제갈 노사 생각을 하신 것입니까?”
죽대 선생이 붓 한 자루를 들더니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제갈 학사가 나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무척 좋은 물건인 듯합니다.”
“한림원 대학사까지 지낸 나도 이렇게 좋은 붓은 사용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무척 좋은 것이지. 휴우! 사람은 떠나고 없는데 그 물건은 남아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구나.”
씁쓸하게 붓을 바라보던 죽대 선생이 호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일 융중으로 갈 것이다.”
“융중이라면…… 제갈세가를 가려는 것입니까?”
호현의 말에 죽대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융중에서 제갈 학사의 장례가 치러졌을 것이다.”
“아!”
호현은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에게 제갈현진은 큰 가르침을 준 스승과 같은 것이다.
그런 제갈현진이 죽었는데 그런 사실을 까맣게 잊고 지낸 것이다.
‘이런 한심한 사람을 보았나. 어찌 제갈 노사의 죽음을 잊고 있을 수가 있다는 말이냐.’
물론 그동안 죽대 선생을 찾는 것과 무인들의 공격, 거기에 학관 정상화를 위한 일까지 많은 일이 있기는 했지만 제갈현진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은 호현의 실수였다.
속으로 자신을 탓하는 호현을 보며 죽대 선생이 말을 이었다.
“늦기는 했지만 제갈 학사의 무덤에 술이라도 한 잔 뿌려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