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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31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31화

 

131화

 

 

 

 

 

 

 

비밀 통로를 통해 빠져나갔다는 말이 들리자 곧장 서쪽으로 달려온 것이다.

 

그는 정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좌우를 돌아보며 휘파람을 짧게 두 번 불었다.

 

휘익! 휘이익!

 

질문은 휘파람을 분 뒤에 했다.

 

“그들은 어느 쪽으로 갔느냐?”

 

“저쪽입니다.”

 

“몇 명이나 되지?”

 

“스무 명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

 

“너는 여기에 있다가 사람들이 오거든 방향을 일러 주도록 해라.”

 

“예, 대협.”

 

 

 

임강령과 조무성이 떠나고 스물을 셀 즈음 북궁천 일행이 도착했다.

 

그들은 정칠에게 방향을 전해 듣고 곧장 임강령의 뒤를 쫓아갔다.

 

그들이 모두 사라진 뒤, 정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이상하네. 내가 들었던 것과 뭔가가 다른 것 같은데…….”

 

 

 

 

 

 

 

3장. 추적

 

 

 

 

 

임강령이 천사교 무리의 꼬리를 잡은 것은 추적을 시작한 지 이각가량 지났을 때였다.

 

어둠 저만치, 수풀이 우거진 언덕을 넘어 사라지는 자들이 보였다.

 

그는 비에 젖은 풀잎 위를 미끄러지듯이 날아가며 검을 뽑았다.

 

상대는 다섯. 그중 하나가 등에 보따리를 메고 있었다.

 

거리는 삼십여 장. 언덕만 넘어가면 잡는 것은 어렵지 않을 듯했다.

 

조무성도 검을 뽑아 들고 임강령을 따라 몸을 날렸다.

 

“멈춰라!”

 

자신이 북궁천보다 먼저 납치범을 잡게 되었다는 생각에 고무된 그가 호기롭게 소리쳤다.

 

임강령이 이마를 찌푸리고 그를 슬쩍 흘겨보았다.

 

최대한 가까워질 때까지 조용히 접근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단숨에 잡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조무성 때문에 틀려 버린 것이다.

 

조무성은 임강령이 쳐다보는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언덕을 넘어갔다.

 

‘제길, 기분을 너무 냈군.’

 

언덕을 넘자 달려가는 자들이 보였다.

 

조무성이 외친 소리 때문인지 걸음이 전보다 더 빨라져 있었다.

 

풀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려가던 임강령이 그들을 향해서 신형을 날렸다.

 

거리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추적을 떨칠 수 없다고 느꼈는지 흑의인 둘이 무기를 뽑아 들고 몸을 돌렸다.

 

임강령은 살수를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검에서 뻗어 나간 검기에 부슬비가 하얀 김을 내며 사방으로 튀었다.

 

쩌저정!

 

막강한 공력이 실린 공세가 두 사람을 뒤로 날려 버렸다.

 

단 일격으로 길을 뚫은 임강령은 보따리를 메고 있는 자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그가 일초 격돌로 멈칫한 사이 조무성이 스쳐 가며 검을 뻗었다.

 

흑의인 하나가 돌아서며 조무성과 맞섰다.

 

비가 내리는 어둠 속이다. 한 치만 삐끗해도 상대의 무기에 목숨을 맡겨야 하는 상황.

 

그런데도 조무성은 망설이지 않고 상대의 검과 뒤엉켰다.

 

따다당!

 

검과 검이 부딪치며 번갯불이 튀었다.

 

순식간에 십여 번의 격돌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흑의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조무성은 눈빛을 번뜩이며 전력을 다해서 빈틈을 파고들었다.

 

쉬이익!

 

빈틈 사이로 흐른 일검이 흑의인의 목을 훑고 지나갔다.

 

“커억!”

 

조무성은 비명을 내지르며 무너지는 흑의인을 놔둔 채 땅을 박찼다.

 

어느새 나머지 두 사람과의 거리가 십오륙 장으로 벌어져 있었다. 그중 하나가 보따리를 메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임강령이 먼저 그들을 덮쳤다.

 

백리진이나 등조립만은 못해도 절대 경지에 근접한 그였다.

 

천사교의 일개 사밀영이 대적할 수 없는 고수.

 

그의 검에서 뻗어 나간 기운이 석 자 거리를 두고 상대를 휩쓸었다.

 

“크억!”

 

흑의인 하나가 일초도 받지 못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이제 보따리를 멘 자만 남은 상황.

 

임강령과 조무성이 그자의 퇴로를 막고 섰다.

 

“아기를 내놓아라. 그러면 목숨은 살려 주지.”

 

임강령이 먼저 상대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보따리를 멘 흑의인은 의외로 당황한 표정이 아니었다.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아기를 죽이겠다.”

 

오히려 당당히 소리치며 검을 역수로 잡고 보따리에 검첨을 들이댔다.

 

여차하면 보따리를 찌르겠다는 듯.

 

천하의 임강령도 그때만큼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멈춰라! 아기에게 이상이 생기면 네놈은 참혹하게 죽을 것이다!”

 

“후후후, 죽는 게 뭐가 어때서? 천사의 종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나?”

 

“네놈도 인간이라면 아기를 순순히 내놓아라!”

 

조무성이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흑의인의 조소만 짙어질 뿐이었다.

 

“크크크크, 아기가 내 손에 있는 이상 너희들은 나를 죽일 수 없을걸?”

 

흑의인은 임강령과 조무성을 비아냥거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조무성이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다.

 

“멈춰!”

 

흑의인도 지지 않았다.

 

“계속 막아서면 아기의 다리를 먼저 쑤셔 버리겠다. 비켜라!”

 

조무성은 이를 갈면서도 흑의인이 다가가는 만큼 물러섰다.

 

흑의인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기를 위협하자, 임강령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고 기회만 노렸다.

 

세 사람이 부슬비 내리는 언덕에서 대치하고 있던 그때, 북궁천 일행이 언덕을 넘어서 임강령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그들도 흑의인이 보따리를 검으로 겨누고 있는 걸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특히 북궁천은 가슴이 새카맣게 탔다.

 

“아기에게서 검을 떼라! 아기에게 이상이 생기면 네놈에게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 줄 것이다!”

 

그가 새파란 눈빛을 번뜩이며 다그쳤지만 흑의인은 그다지 겁먹은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이판사판이라는 듯 조무성을 몰아붙였다.

 

“비키지 않으면 찔러 버릴 것이다!”

 

조무성은 별수 없이 뒤로 주르륵 물러섰다.

 

그 순간, 초조한 표정으로 흑의인을 노려보던 북궁천이 눈을 치켜떴다.

 

“이 죽일 놈들이……!”

 

갑자기 그가 땅을 박차고 흑의인을 향해 날아갔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행동!

 

“주군!”

 

장추람이 다급히 소리쳤다. 냉호와 철교신은 눈을 부릅뜨고, 임강령도 놀라서 외쳤다.

 

“아기를 조심하게!”

 

찰나의 순간에 오 장의 거리를 날아간 북궁천은 그들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우수를 들어 흑의인을 향해 뻗었다.

 

부슬비와 어둠이 허공에서 맹렬하게 휘돌며 흑의인을 덮쳤다.

 

그 위세가 어찌나 가공한지 흑의인은 대항할 생각도 못 한 채 눈을 부릅뜨고 몸을 떨었다.

 

콰앙!

 

어둠이 폭발하면서 흑의인의 몸뚱이가 삼 장 밖으로 날아갔다.

 

“헉! 주군!”

 

“아기를 구해!”

 

“맙소사!”

 

사람들은 앞다투어 소리치면서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흑의인에게서 가장 가깝게 있던 조무성이 널브러진 흑의인을 향해 달려갔다.

 

그가 흑의인을 밀치고 보따리를 풀어내려는데, 북궁천이 이를 으드득 갈면서 만년빙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기는 놈에게 없다.”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임강령 등이 조무성을 바라보았다.

 

조무성은 급히 보따리를 풀더니 아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정말 없습니다, 임 대협.”

 

“이, 이런…….”

 

임강령이 당황한 표정으로 북궁천을 바라보았다.

 

북궁천은 서리서리 한기를 뿜어내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통천일검을 펼치면 아기에게 이상 없이 흑의인을 처리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흑의인이 매고 있는 보따리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기가 숨을 쉬는 이상 미세한 기운이라도 흘러야 하거늘.

 

그제야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은 아기가 든 보따리와 똑같은 보따리를 만들어서 추적자를 속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추적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북궁천은 서릿발이 쏟아지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추적을 다시 한다. 이제부터는 보따리를 메고 있는 자가 보여도 공격을 멈추지 마라.”

 

장추람이 흠칫하며 입을 열었다.

 

“하오나 주군…….”

 

모두가 북궁천을 바라보았다.

 

설마 진심은 아니겠지? 하는 눈빛이었다.

 

북궁천이 최대한 냉정해진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놈들은 아기에게 젖을 먹이려고 산부를 구했다. 아기를 위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기에게 이상이 생기면 자신들이 벌을 받기 때문일 거다. 그렇다면 공격해도 아기를 해치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면.”

 

임강령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네. 위험하긴 해도 최소한 보따리에 아기가 들어 있는지 판단할 수는 있겠군.”

 

장추람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한마디 했다.

 

“공격해서 아기가 있다 싶으면 멈추고, 아기가 없으면 죽여도 되겠군요.”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북궁천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아기가 있어도 공격을 멈추지 마라.”

 

“예?”

 

“놈은 우리가 설마 아기가 있는데도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 못 하고 있을 거다. 그럼 갈등하면서 잠깐 멈칫하겠지. 그때 아기에게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놈의 목이나 머리를 잘라 버려.”

 

참으로 냉정한 말이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속이 타들어 가는 사람이 북궁천이었다.

 

약간의 해가 미치더라도 아기를 찾는 게 우선이기에 그런 명령을 내리지만, 속은 이미 하얗게 재가 되어 있었다.

 

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마음을 보이기 싫어서 곧장 몸을 돌렸다.

 

아기만 찾았으면 그냥 돌아갔을 것이거늘…….

 

‘소존, 네놈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곧 알게 될 거다.’

 

 

 

* * *

 

 

 

새벽 어스름이 밀려들 즈음.

 

야산의 소나무 숲을 무사 여섯이 달렸다.

 

염천마도 구량과 지원 나온 무사들로 이루어진 조였다.

 

등주를 나선 네 개 조 중 가장 강한 무력을 지닌 그들 역시 보따리를 멘 사람이 하나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잠도 자지 않고 쫓아오는군. 자기 새끼라도 되나?”

 

구량은 현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호에서 적수를 찾기 힘든 자신이 얼굴도 모르는 놈들을 피해서 도주해야 하다니.

 

거기다 비까지 내려서 더 짜증이 났다.

 

마음 같아서는 놈들을 모조리 도륙 내 버리고 당당히 복귀하고 싶었다.

 

정파 놈들의 근거지와 가까운 곳만 아니어도 그렇게 했을 텐데…….

 

‘어떤 놈들이든 만나기만 해 봐라. 이 구량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하게 보여 주겠어.’

 

그가 살심을 갈무리하며 이를 지그시 악무는데 우측에서 따라오던 자가 물었다.

 

“구 형. 대체 누구의 아기인데 소존이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거요?”

 

일행 중 하나인 전혼검(戰魂劍) 원강이었다.

 

신양 출신인 그는 쾌검으로 유명한 절정고수였다.

 

나이는 마흔다섯. 각진 턱이 강인하게 느껴지는 그는 남궁세가의 장로인 남궁곽을 살해한 후 천사교로 도주하다시피 들어온 터였다.

 

그가 질문을 던지자 나머지 일행들도 모두 구량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구량조차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네. 다만 소존께서 중요한 싸움을 앞두고 우리를 보낸 걸 보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겠나?”

 

“구양환의 숨겨진 아들이 아닐까?”

 

평소 말이 없던 혈수(血手) 양곡진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구량과 비슷한 나이로 강호에서의 명성 역시 구량에게 뒤지지 않았다.

 

구량이 말도 안 된다는 투로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구양환이 왜 아들을 숨겨 둔단 말인가?”

 

“본마누라가 싫어하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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