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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21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21화

 

121화

 

 

 

 

 

 

 

‘독안마종 곡대양.’

 

나머지 두 사람은 처음 보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도 곡대양에 비해 아래가 아닌 듯했다.

 

적의 핵심 중 핵심 고수들이라는 말.

 

‘아직 독기가 퍼지지 않는 걸로 봐서 심하게 중독되진 않은 것 같군.’

 

염려했던 독기는 아직 그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공력 운용도 지장이 없었다.

 

그는 모르고 있었다.

 

화혈조의 기운을 모두 얻음으로써 어지간한 독기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는 걸.

 

만독불침(萬毒不侵)이라는 걸 말이다.

 

어쨌든 다행으로 생각한 그는 묵혼을 움켜쥐고 그들을 맞이했다.

 

“나올 사람들은 다 나왔나? 하긴 눈깔 하나밖에 없는 노인네까지 나온 걸 보니 대충 다 나온 것 같군.”

 

독안마종의 외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네놈의 간을 빼서 생으로 씹어 먹겠다, 이놈!”

 

그 때 지붕 위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단화린! 오늘 이곳이 네놈 무덤이 될 것이다!”

 

북궁천은 앞에서 독안마종이 외눈을 번뜩이고 있는데도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은빛 장삼을 걸치고 은빛 도관을 쓴 청년이 지붕 위에 서 있고, 그의 뒤에는 얼굴까지 검은 면사로 가린 흑의인 넷이 늘어서 있었다.

 

천사교의 소존. 마침내 그가 나온 것이다.

 

‘드디어 여우새끼가 나왔군.’

 

북궁천의 눈빛이 무저의 심해처럼 가라앉았다.

 

그런데 그보다 장추람이 먼저 버럭 소리치며 지붕 위로 날아갔다.

 

“새파란 새끼가 감히 주군께 욕을 하다니! 그 건방진 모가지를 잘라 주마!”

 

호연유의 뒤에 늘어서 있던 흑의인들이 유령처럼 이동하며 호연유의 앞을 막아섰다. 호연유의 그림자인 사사령(四邪靈)이었다.

 

하지만 호연유가 그들을 제지했다.

 

“물러서라.”

 

단화린의 일행들이 강하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단화린 본인만 아니라면 누구든 자신 있었다.

 

흑의인들은 일절 반문하지 않고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다시 뒤로 물러났다.

 

장추람이 이채 띤 눈으로 그들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지옥으로 함께 보내 줄 테니 아쉬워하지 말고 기다려라.”

 

“흥! 지옥은 네놈이나 가라!”

 

호연유가 앞으로 쓱 한 발을 내디디며 두 손을 흔들었다.

 

그 때 아래쪽에서는 곡대양과 사혼마(死魂魔) 은사종, 마종보의 고수인 염사검객(炎絲劍客) 나등위가 북궁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사혼마는 사십 년 동안 강호를 횡행하며 고수 수십을 죽인 사천제일살수였다.

 

또한 기련검마의 사제인 나등위는 감숙을 종횡하던 초절정고수였다.

 

세 사람의 합공은 빠르고 은밀하면서도 강력했다.

 

그들이 북궁천을 공격하자, 사야승의 명령을 받고 몰려든 고수 이십여 명이 냉호와 철교신, 북풍사객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원보에 있던 천사교와 마종보, 혈문의 고수들이 북궁천 일행을 죽이기 위해서 총출동한 것이다.

 

 

 

콰과광!

 

호연유와 장추람의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지붕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기와는 산산이 부서져서 사방으로 튀고, 용마루가 꺾어져 가운데가 주저앉았다.

 

호연유는 음혼혈마공을 펼쳐서 오초를 공격하고도 장추람을 압도하지 못하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단화린에 대해 패배 의식을 품고 있는 것만 해도 자존심이 상하는 터에, 그놈의 수하처럼 보이는 자조차 이기지 못하다니!

 

“네놈은 누구냐!”

 

장추람 역시 낯짝이 번지르르한 놈을 단숨에 꺾지 못하자 기분이 상했다.

 

“잘 기억해 두었다가 지옥에 가서 염왕에게 말해라, 애송이. 이 어르신은 장추람이라는 분이시다!”

 

호연유의 진기가 찰나간 흔들렸다.

 

“장추람? 네놈이? 저 단화린이란 놈이 장추람 아니고?”

 

“우하하하하!”

 

장추람은 강적을 눈앞에 둔 것도 잊고 미친 듯이 웃어댔다.

 

“미친놈! 눈이 삐었군! 어디를 봐서 주군이 나처럼 잘생겼단 말이냐?”

 

호연유의 눈빛이 거세게 흔들렸다.

 

단화린이 장추람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장추람이 주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가 천하에 몇이나 있겠는가?

 

‘맙소사! 그럼 저놈이…… 북천마제?’

 

바로 그 순간!

 

북궁천의 시커먼 검강이 곡대양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서너 번 정면으로 부딪치며 안색이 해쓱하게 질려 있던 곡대양은 전력을 다해서 쌍수를 휘둘렀다.

 

콰광!

 

“크윽!”

 

억눌린 신음을 토해 낸 그는 정신없이 물러섰다.

 

북궁천은 그를 놔둔 채 나등위를 향해 검을 틀며 일자(一字)로 허공을 그었다.

 

북천명왕공이 실린 일자패천검!

 

고오오오!

 

허공이 시커먼 검강에 의해 둘로 갈라졌다.

 

이미 진기가 진탕된 나등위였다. 자신감은 심연의 나락으로 빠져 버린 상태.

 

아연한 표정으로 허공이 갈라지는 것을 바라보던 그는 이를 악물고 검을 들었다.

 

숨이 턱 막힌 그는 검을 들어 막으면서도 암담함을 떨치지 못했다.

 

쩡!

 

백련정강을 열 번이나 담금질해서 만든 검이 중동에서 부러져 허공으로 날아가고, 섬뜩한 느낌과 함께 가슴이 쩍 갈라졌다.

 

“끄으으으으.”

 

주춤주춤 뒤로 세 걸음 물러선 그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졌다.

 

그 때였다.

 

북궁천의 등 뒤로 은사종이 떨어져 내렸다.

 

기척도, 진기의 유동도 느껴지지 않는 은밀한 움직임.

 

그의 뾰족한 협봉검에서 뻗은 검강이 북궁천의 등 뒤로 떨어진 순간!

 

홱 몸을 돌린 북궁천이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묵혼을 뻗었다.

 

“가라!”

 

시커먼 벼락이 묵혼의 검첨에서 뻗어 나가며 은사종을 덮쳤다.

 

삼대패천검 중 제이초, 뇌정무적세가 펼쳐진 것이다.

 

일순간, 은사종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불거졌다.

 

시커먼 벼락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

 

“아, 안……!”

 

쾅!

 

“크억!”

 

은사종의 몸뚱이가 벼락에 맞은 것처럼 훌훌 날아갔다.

 

장추람과 막상막하의 결전을 벌이던 호연유의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단화린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부터 부동심이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터였다.

 

그러던 차에 곡대양과 나등위, 은사종이 차례차례 당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저놈은 사람이 아니야!’

 

그는 전력을 다해서 음혼혈마공을 펼쳤다.

 

그러고는 장추람이 장력을 해소시키는 사이 뒤로 몸을 날렸다. 북궁천이 자신에게 검을 겨누기 전에 빠져나가야 했다.

 

“저놈을 막아라!”

 

그가 뒤로 죽 빠지며 소리치자, 묵묵히 서 있던 흑의인들이 앞으로 나서며 장추람을 막아섰다.

 

“어딜 도망가는 거냐!”

 

대갈일성을 내지른 장추람은 도를 폭풍처럼 휘두르며 네 사람 사이를 누볐다.

 

그러나 흑의인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기이한 신법과 철저히 살초로 이루어진 그들의 공격은 장추람조차 섬뜩함을 느낄 정도였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신이 당할지도 모르는 일.

 

장추람은 호연유를 놔둔 채 흑의인들과의 대결에 정신을 집중했다.

 

한편,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야승은 호연유가 몸을 빼자 악을 쓰듯 외쳤다.

 

“모두 놈들을 공격해!”

 

아직 남은 무사가 백여 명은 되었다.

 

‘놈들을 죽이지 못한다 해도 붙잡아 놓을 수는 있겠지!’

 

그런 마음이었다.

 

그에게는 백여 명의 목숨보다 소존의 목숨이 더 중요했다. 소존이 당하면 자신도 죽으니까.

 

천사교도들은 북궁천 일행을 향해서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다.

 

북궁천은 망설이지 않고 손을 썼다.

 

죽어도 마땅한 자들!

 

이미 전부터 천사교도에 대해서 그렇게 결론을 내린 터였다.

 

하지만 수하들은 그만큼 강하지 않았다.

 

일대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해도 여럿이 달려들면 그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북풍사객 중 셋째인 구자강이 서너 군데 상처를 입고 비틀거렸다.

 

둘째인 담운과 넷째인 지송문이 그를 도우려 했지만 별다른 도움은 주지 못하고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임표가 겨우 버티고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기다 냉호와 철교신마저 적의 거센 공격을 상대하느라 그들을 도와줄 수가 없었다.

 

북궁천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잠깐 사이 십여 명을 쓰러뜨린 그는 좌수를 휘둘러서 건곤패력장을 펼쳤다.

 

콰아아아아!

 

폭풍 같은 장력이 전방 십여 장을 휩쓸며 길을 뚫었다.

 

“임표! 나가라!”

 

그가 소리치자, 임표를 비롯한 북풍사객이 먼저 신형을 날렸다.

 

냉호와 철교신, 장추람은 그들이 무사히 벗어날 때까지 적을 상대했다.

 

“죽고 싶으면 얼마든지 막아 봐라!”

 

그러고는 북풍사객이 모두 담장을 넘어간 직후 그들도 몸을 날렸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북궁천은 장추람 등마저 모두 장원을 벗어나자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땅이 진동하며 가공할 경력이 회오리쳤다.

 

마제일존보에서 발전한 패왕일보!

 

천사교와 마종보, 혈문의 고수들은 감히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얼굴이 해쓱하게 질려서 뒤로 물러서느라 정신없었다.

 

저자도 인간인 이상, 모두가 달려들면 죽일 수 있을지 모른다.

 

천하의 누가 자신들 모두를 죽일 수 있으랴!

 

간부 몇 사람이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공포에 짓눌린 그들은 어느 누구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9장. 진아를 찾아서

 

 

 

 

 

정파 연합 세력과 천사교 무리는 언덕 아래 골짜기에서 정면으로 격돌했다.

 

“공격하라!”

 

“천사의 영광을 위하여!”

 

와아아아아!

 

“놈들을 막아라!”

 

“사악한 자들을 죽여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자!”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 모두 힘을 내서 놈들을 척살하라!”

 

비명과 악다구니가 뒤섞인 광란의 혈전!

 

사지가 잘리고, 피가 튀고, 주검이 주단처럼 깔렸다.

 

푸르던 풀밭이 시뻘건 혈화로 뒤덮인 것은 잠깐 사이였다.

 

상큼한 풀냄새 대신 역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아비규환의 지옥!

 

상대의 목을 치고 가슴에 검을 꽂으면서도 그때만큼은 누구 하나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상대는 죽여야 할 적.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상황.

 

그 외에는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혈전이 절정으로 치달을 즈음, 천사교 쪽에서 지원무사가 도착했다.

 

와아아아아!

 

“정파의 위선자들을 죽여라!”

 

“놈들의 피로 세상을 정화하자!”

 

그들은 골짜기의 양쪽에서 쏟아져 내려가며 정파 연합 세력을 공격했다.

 

암기가 허공을 시커멓게 메우며 날아가고, 각종 무기로 무장한 무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뒤따라갔다.

 

처음에는 지원무사가 왔다는 생각에 천사교 무리의 사기가 하늘까지 솟구쳤다.

 

하지만 그도 잠시, 기대에 못 미친 지원무사의 숫자를 보고 간부급 고수들이 욕설을 퍼부었다.

 

“왜 저것밖에 안 온 거지?”

 

“혈뇌 이 자식은 뭐 하는 거야!”

 

“빌어먹을 모사꾼 놈! 우리보고 함께 죽으란 건가?”

 

“멈추지 말고 공격부터 해!”

 

불만이 있을 만도 했다.

 

지원무사의 숫자가 계획했던 인원의 반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한편, 유원당은 적의 지원무사가 생각보다 적자 회심의 냉소를 지었다.

 

천사교는 연합 세력을 유리한 지형으로 끌어들인 다음 양면 공격을 할 계획이었을 것이다.

 

독과 화살, 암기를 양쪽에서 퍼부으며 엄청난 효과가 있을 테니까.

 

그런데 지원무사가 예상보다 훨씬 적자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제대로 일을 처리했나 보군!’

 

유원당은 적의 지원무사가 더 이상 없다는 확신이 들자 두 번째 계획을 망설이지 않았다.

 

“신호를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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