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정록 1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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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정록 143화
143화
“지옥에 있다. 흐흐흐흐.”
우두둑!
북궁천은 장한의 발목을 밟아서 부쉈다. 뼈가 살을 찢으며 튀어나고 핏물이 솟구쳤다.
“끄으으으으으.”
장한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부들부들 떨었다.
“아기는 아무 이상이 없느냐?”
“끄어어어, 네놈도 곧…… 끄아아악!”
북궁천의 발이 장한의 무릎을 으깼다.
그는 서리서리 한기를 뿜어내는 눈빛으로 장한을 바라보며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직한 목소리가 마치 유부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아기와 관련된 놈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죽고 싶어서 안달하게 만들어 줄 거다.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모두 죽여서 지옥으로 보내 줄 것이다.”
어차피 입을 열지도 않을 터. 시간만 아까울 뿐.
퍽!
북궁천은 기절한 장한의 턱을 차서 뇌를 터트려 버렸다.
“기다려라. 곧 소존이라는 놈도 따라갈 테니까.”
소동동은 양 노인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북궁천은 그녀 뒤에 서서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놈들이 또 너를 노릴지 모른다. 잠시 이곳을 비우고 다른 곳에 가 있어라.”
“예, 아저씨.”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 했잖아. 얼마나 됐다고 벌써 잊었어?”
눈물을 뚝뚝 흘리던 소동동이 풀썩 웃었다.
작년 겨울 헤어질 때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아직 장가도 가지 않았으니 오빠라고.
그리고 조금 전에도 동동의 오빠라고 했었다.
그녀는 정말 북궁천 같은 오빠가 하나쯤 있었으면 싶었다.
“알았어요. 그런데 어디로 가죠? 저는 친척도 없어서 마땅히 갈 곳이 없어요.”
북궁천은 문득 한 곳이 떠올랐다.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 했다. 마음에 걸릴지 몰라도 지금으로선 그곳이 제일 나을 것 같다.”
“어딘데요?”
“관운묘.”
소동동의 눈빛이 흔들렸다.
관운묘는 그녀에게 있어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장소였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손발이 떨렸다.
북궁천은 그래서 더 소동동이 관운묘에 가기를 바랐다.
“어차피 모든 걸 이겨 내려면 그곳에 대한 두려움마저 떨쳐야 한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소동동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북궁천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그곳에 가면 안전할까요?”
“최소한 다른 곳보다는 나을 거다.”
숨을 깊게 들이쉰 소동동은 안간힘을 다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가라면 갈게요.”
한쪽에 서 있던 장추람은 입술을 질끈 깨문 소동동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이야기를 들은 터라 관운묘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그러한 일을 겪고도 그곳에 갈 수 있는 여인이 얼마나 될까?
그걸 생각하면 소동동이라는 여인의 용기는 정말 대단했다.
얼굴도 귀엽고, 눈빛도 맑고…….
“추람,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
“응? 아, 아니. 그냥…… 나이도 어린 여자가 대단하잖아?”
장추람은 냉호의 갑작스런 질문에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북궁천과 철교신도 그를 쳐다보았다.
장추람이 여자를 대하며 당황한 표정을 지은 것은 처음이었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보시는 겁니까, 주군?”
“나도 그냥. 추람이 당황하니까 신기해서.”
머쓱해진 장추람이 툭 쏘듯이 말했다.
“당황하긴 누가 당황했다고 그러십니까? 소군 구하러 안 가실 겁니까?”
“가야지. 그런데 왜 얼굴이 붉어져? 진짜 이상하네.”
* * *
“으으으으, 왜 나를……?”
혈도가 풀린 강두하는 고개를 쳐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일 장 앞에 여인이 앉아 있었다.
싸늘한 표정,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작은 눈, 얇은 입술. 한눈에 독랄한 심성을 짐작할 수 있는 인상이었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데, 갈라진 녹색 치마 사이로 하얀 허벅지가 훤히 보였다.
“너만 잡아 온 것이 아니다. 저기에 네 친구들도 있지.”
사미산은 강두하가 자신의 허벅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그냥 놔두었다.
보라고 그런 옷을 입고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이니까.
흠칫한 강두하는 사미산이 턱짓으로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다.
벽에 시뻘건 고깃덩이가 두 덩이 걸려 있었다. 머리만 달려 있지 않았다면 영락없이 푸줏간의 고깃덩이였다.
그 고깃덩이의 주인은 둘 다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 형, 조 형!’
이를 으스러져라 악문 강두하는 고개를 늘어뜨리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제법 질기더군. 잠은각의 요원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 내가 아는 스물일곱 가지 고문술 중 아홉 가지나 사용해야 했지.”
사미산의 말에 강두하의 몸이 잘게 떨렸다.
잠은각 요원은 죽음이 닥쳐도 입을 열지 않는다. 그 입을 열었다는 것은 그만큼 눈앞의 여인이 악독한 고문술을 썼다는 뜻이었다.
겁이 났다.
잠은각 요원 중에서도 특별 교육까지 받은 조장인 그가.
“사실 알아낼 것은 거의 다 알아냈어. 네가 저들을 지휘한다는 것까지 말했으니까.”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혀를 깨물 힘도 없었다. 기껏해야 나직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힘만이 남아 있을 뿐.
‘일단은 견디는 데까지 견뎌 보는 수밖에.’
강두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는 것은 저들도 안다. 나는 더 할 말이 없다.”
“호호호호, 정말 귀여운 놈이군. 나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버텨 보겠다니.”
웃음소리, 목소리에서 정말 즐거워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눈앞에 있는 계집은 미친년이 분명했다.
강두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제부터는 죽을 때까지 함구하는 게 그의 마지막 임무였다.
그 때 사미산이 의자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강두하의 코앞까지 다가간 사미산이 쪼그려 앉았다.
하얀 허벅지가 더욱 자세히 보였다.
강두하는 눈마저 질끈 감았다.
“보기 싫어? 더 깊은 곳을 보여 줄까? 눈 떠 봐. 어서…….”
끈적끈적한 사미산의 목소리가 강두하의 귓속으로 스며들었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는 묘한 요기가 녹아 있었다.
강두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반쯤 떴다.
사미산이 쪼그려 앉은 채 하얀 허벅지를 천천히 벌리고 있었다.
“보여? 어때?”
강두하의 숨이 거칠어졌다. 눈도 붉게 달아오르고, 아랫도리가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반응.
뒤늦게 입안에서 단맛이 느껴진 그는 몸을 잘게 떨며 입을 열었다.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 아, 내가 가진 약을 조금 먹였지.”
“이 사악한 계집!”
“호호호호, 맞아, 나는 내가 생각해도 사악해. 그래도 남자에게 천상에서 노니는 황홀함을 선사할 줄은 알지.”
“나를 모욕하지 말고 죽여라!”
“조장이면 조금이라도 더 아는 게 있을 거야. 어서 말해 봐. 노굉화를 알아, 몰라? 순순히 말하면 너는 죽을 때까지 나를 가질 수 있어. 어때? 저 사람들처럼 고통을 겪으며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
“나는 절대…….”
사미산이 거부하려는 강두하의 머리채를 잡아서 한쪽으로 던졌다.
혈도를 제압당한 강두하는 떼굴떼굴 굴러서 고깃덩이가 매달려 있는 앞에서 멈췄다.
피가 흥건한 바닥에서 천장을 보고 누운 상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고깃덩이로 변한 동료가 위에 매달려 있었다.
강두하는 눈을 질끈 감고 숨을 쉬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숨은 더욱 거칠게 흘러나오고, 눈을 감았는데도 미친 계집의 허벅지 사이가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그 때 부드러운 손이 그의 아래를 쓰다듬었다. 터질 듯이 부푼 아랫도리가 꿈틀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그거 알아? 네가 버틸수록 나는 즐겁다는 거. 버틸수록 그게 오래가거든. 깔깔깔깔!”
사미산이 깔깔거리며 강두하의 바지를 확 끌어내리고는 철주 위에 걸터앉았다.
8장. 잠입
“배 속이 왜 이리 이상하지?”
지송문은 저녁 먹은 게 잘못된 것 같다며 배를 움켜쥐고 뒷간에 갔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은화원을 살펴보았다.
마침 그의 숙소와 뒷간 사이에서 은화원이 보였다. 거리가 제법 멀긴 했지만 대략적인 상황을 살필 정도는 되었다.
‘저기군.’
화톳불이 타오르기 시작한 은화원의 경비 상황은 겉보기에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안쪽은 바깥쪽과 달랐다.
멀리서 보는데도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로 예리한 기운이 흘렀다. 보이지 않는 감시자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뜻.
절정고수라 해도 멋모르고 들어갔다가는 목숨을 건사하기 어려울 듯했다.
“거기서 뭐 하는 거요?”
경비무사 하나가 인상을 쓰며 지송문을 향해 다가왔다.
“저녁 먹은 게 이상이 있었나 봅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뒷간에 다녀오는 길이오.”
“밤에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시오. 혼난 다음에 후회하지 말고.”
“알겠소이다.”
지송문은 머리를 긁적이며 숙소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경비무사에게 물었다.
“해지기 전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던데, 어디서 난 소리요?”
“아기는 무슨? 고양이 우는 소리겠지.”
“아닌데? 분명히 저쪽에서 들렸는데. 이상하네, 내가 잘못 들었나?”
지송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은화원 쪽을 가리켰다.
“아아, 그 소리?”
경비무사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무의식적으로 은화원을 돌아다본 후 짜증을 내듯이 지송문을 다그쳤다.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시오. 이제 안 들릴 테니까.”
지송문은 그쯤에서 물러섰다.
아기가 은화원에 있는 것은 분명한 듯했다.
소존이 곁에 둘 정도라면 마제의 아기가 확실했다.
‘그런데 이제 안 들릴 거라는 말은 뭐지?’
왠지 말뜻이 이상했지만 더 물으면 의심할 것 같았다.
‘대주를 구워삶아서 한번 알아봐야겠군.’
숙소로 돌아간 지송문은 동철귀에게 최대한 가까이 접근했다.
인원수에 비해서 숙소가 좁다 보니 대주인 동철귀도 자신의 방을 따로 갖지 못한 상태였다.
적당한 거리의 빈자리에 벌러덩 누운 지송문은 혼잣말처럼 투덜거렸다.
“지미, 나도 이제 천사교 사람인데 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거야? 뒷간도 마음대로 못 가고, 그냥 나가 버릴까?”
동철귀가 낚시에 걸려들었다.
“들어올 때는 네 맘대로 들어왔을지 몰라도 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제길, 그럼 어디는 어째서 갈 수 없는지 이유라도 알려 줘야 할 거 아뇨? 그래야 위험한 곳은 안 가지 않겠수?”
담운이 슬쩍 말을 보탰다.
“나도 아까 뒷간에 다녀오는데 경비들이 어찌나 눈을 부라리는지 짜증이 나지 뭐요.”
곽태문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친구 말이 맞소. 금지가 있으면 미리 알려 주시오, 대주.”
동철귀가 생각해도 맞는 말이었다.
시간이 늦어서 아침이 되면 교육을 시키려고 했는데, 지금 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잠결에 뒷간 간다고 나갔다가 엉뚱한 일이라도 벌어지면 자신만 곤란해지니까.
“좋아, 그럼 알려 주지. 전부 귀를 후비고 잘 들어라. 먼저 함부로 접근하면 안 될 곳부터 알려 주겠다. 첫째, 소존과 장로들이 계시는 은화원 근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