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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42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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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마정록 142화

 

142화

 

 

 

 

 

 

 

북궁천은 삼룡과 이객을 대동하고 관운묘를 나섰다.

 

유원당은 시간을 오래 끌지 않을 것이다. 싸움을 오래 끌어서 좋을 게 없다는 걸 모를 그가 아니다.

 

적의 주력이 합류하기 전에 상남을 차지해야 천사지존을 압박할 수 있을 터. 하루 이틀 안에 공격을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

 

그 전에 아기를 구해 내야 한다.

 

 

 

상남을 오른쪽으로 끼고 서쪽을 빙 돌아가던 북궁천이 발걸음을 멈췄다.

 

석양이 산속으로 숨으면서 어스름이 상남을 뒤덮고 있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서쪽 대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백여 장 정도.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서쪽 대로의 한 건물 앞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보였다.

 

‘소동동.’

 

그랬다. 녹의를 입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은 당화점의 여주인인 소동동이었다.

 

점포 앞을 오가는 모습이 활기찬 걸 보니 구양우경으로 인해 겪었던 아픔을 털어 낸 듯 보였다.

 

건물이 전과 다르게 보였는데, 그녀가 원하던 대로 돈을 들여서 보수한 듯했다.

 

북궁천은 그 모습을 보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가 살아오면서 미안함을 느끼는 극소수 중 하나가 그녀였다.

 

본의 아니게 미끼가 되어서 여인으로서 가장 두려운 상황에 처했으니 자신을 원망한다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 좋은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라.’

 

북궁천은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 주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영문도 모르고 멈춰 섰던 삼룡이객은 의아한 표정으로 북궁천을 따라 이동했다.

 

그런데 이십여 장 걷던 북궁천이 또 걸음을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주군?”

 

장추람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북궁천은 손을 들어서 장추람의 입을 막고 당화점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건물 앞에서 바삐 움직이던 소동동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이 당화점 앞을 오가고 있었다. 그들이 눈에 거슬렸다.

 

두 사람은 평범한 마을 사람이 아니었다. 무기를 들진 않았지만 무공을 익힌 자들이었다. 그것도 상승의 무공을 익힌 자들.

 

그들은 당화점을 교차하며 지나쳐서 십여 장 걸어간 후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서 다시 당화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인근에 오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당화점 안으로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눈살을 찌푸린 북궁천은 몸을 돌려서 당화점으로 향했다.

 

장추람이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주군, 왜 그러십니까?”

 

“잠깐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장추람은 물론 냉호와 철교신, 이객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을 구하러 가는 중이다. 북궁천에게 어떤 일이 그보다 중요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아들을 구하러 가는 일조차 미루고 들러야 할 곳이 있단다.

 

“누굴 만나러 가는 겁니까?”

 

“소동동.”

 

“예? 여잡니까?”

 

“맞아. 아주 착한 애지”

 

북궁천은 당화점까지 가는 동안 소동동에 대해서 간략히 말해 주었다.

 

자신이 구양우경을 잡기 위해서 미끼로 썼다는 것. 하마터면 정말로 당할 뻔했다는 것. 이용했다는 것을 알고도 오히려 자신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것 등.

 

삼룡과 이객은 북궁천이 진아를 구해서 떠나기 전에 그녀를 한번 보기 위해서 가는가 보다 했다.

 

북궁천의 말대로라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북궁천의 이어진 말을 듣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조금 전에 수상한 놈 둘이 당화점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수상해.”

 

 

 

북궁천은 뒷짐을 지고 혼자서 당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동동, 당과 좀 다오.”

 

소동동의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나중에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북궁천은 자연스럽게 안채 쪽으로 들어갔다.

 

“어디 갔나?”

 

마치 잘 아는 사람의 집인 것처럼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긴 그는 방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그 때 방문이 열리고 삼십 대 장한 하나가 얼굴을 내밀었다.

 

“오늘은 장사 끝났네.”

 

“처음 보는 분 같은데, 누구요?”

 

“나는 소동동의 오빠네. 오늘은 일이 있어서 일찍 문을 닫을 것이니 그만 가 보게.”

 

북궁천의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

 

“웃기는 놈이군. 동동은 내 동생인데, 나 말고 무슨 오빠가 또 있다는 거지?”

 

하필 찾아온 놈이 오빠라니.

 

장한은 일이 꼬였다는 걸 알고 방법을 바꾸었다.

 

어깨너머로 손을 올린 그는 등 뒤의 도를 빼며 번개처럼 휘둘렀다.

 

절정 경지의 쾌도!

 

방문이 소리 없이 사선으로 갈라지며 예리한 도광이 번뜩였다.

 

사사령 중 하나인 그는 자신의 무공에 자신이 있었다.

 

천하의 누구도 이 거리에서는 자신의 칼을 피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상대는 북궁천이었다.

 

북천의 주인 북천마제. 천사교의 고수 셋을 혼자서 저승으로 보내 버린 염왕. 소존 호연유를 공포에 질리게 만든 장본인.

 

북궁천의 주먹은 그의 칼보다 빠르고 강했다.

 

쾅!

 

웅혼한 북두패왕권에 방문의 문고리 부분이 통째로 터져 나가며 장한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북궁천은 앞이 뚫리자 방 안 저편을 바라보았다.

 

장한 하나가 소동동의 목에 차가운 빛을 발하는 칼을 대고 있었다.

 

“움직이면 이 계집의 목이 떨어질 것이다.”

 

북궁천은 듣지 못한 사람처럼 무심하게 말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동동의 몸에서 피가 한 방울이라도 나오면, 너는 지옥에 빠진 고통이 어떤 것인지 직접 겪게 될 거다.”

 

그 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장한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려고 했다. 그의 가슴에는 부서진 방문의 파편이 박혀서 움직일 때마다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북궁천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장한을 걷어찼다.

 

퍽!

 

“커억!”

 

일 장을 날아간 장한은 쿵 소리와 함께 벽 중간에 처박혔다가 떨어졌다.

 

북궁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소동동을 향해 다가갔다.

 

소동동을 인질로 잡고 있던 장한이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그였다. 공포와는 거리가 먼 그이거늘,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물러서!”

 

“내가 한 말 명심해.”

 

“다가오지 말라니까!”

 

북궁천의 시선이 소동동을 향했다.

 

“동동, 멈출까?”

 

소동동은 두려웠다. 너무 두려워서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러나 이미 장한들에게서 자신을 잡아가려는 목적을 들은 그녀였다.

 

장한들에게 잡혀가면 죽음보다 더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선 사람이 모습은 조금 달라도 북궁천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떨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뇨, 멈추지 마요.”

 

“들었지? 동동은 너 따위에게 겁먹을 여자가 아니야. 간이 아주 크거든.”

 

“멈추지 않으면 정말 죽인다!”

 

“마기가 느껴지는 걸 보니 천사교 놈이군. 천사교의 잡졸이 감히 동동을 노리다니.”

 

음울한 목소리가 나직이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북궁천의 신형이 흔들렸다.

 

흠칫한 장한은 소동동을 끌고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에게는 소동동을 임의대로 죽일 권한이 없었다. 그의 주인은 반드시 그녀를 살려서 데려오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거짓말처럼 불쑥 허공에서 튀어나온 손이 소동동의 목에 대어진 칼을 덥석 잡았다.

 

대경한 장한은 급히 칼을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칼을 통해서 밀려든 가공할 기운에 온몸이 떨리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크흡!”

 

신음을 집어삼킨 그가 멈칫한 순간, 북궁천의 우권에서 뻗어 나간 막강한 기운이 장한의 머리를 후려쳤다.

 

쾅!

 

장한은 머리가 기괴하게 틀어진 채 침상 건너편 벽에 처박혔다.

 

북궁천은 그를 살려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소동동의 안전을 위해서는 힘을 아낄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한 놈이 아직 살아 있기도 했고.

 

아쉬움을 손에 들린 칼과 함께 바닥에 버린 그는 소동동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소동동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괜찮아요.”

 

“저놈에게 몇 가지 물어볼 동안 마음을 가라앉혀라.”

 

몸을 돌린 북궁천은 처음 칼을 휘둘렀던 장한을 내려다보았다.

 

강력한 충격에 내부가 진탕된 그는 바닥을 손톱으로 긁으며 기고 있었다.

 

그 때 철교신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다른 자들은 없습니다.”

 

뒤이어 장추람이 맞은편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주군, 이 방에 노인 하나가 죽어 있습니다.”

 

그 말에 소동동이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할아버지…….”

 

북궁천은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장추람에게 시신을 치우게 했다.

 

“교신, 저쪽에 있는 쓰레기를 치워라. 추람은 동동을 옆방으로 데려가도록 하고.”

 

 

 

북궁천은 장한을 심문하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뒤늦게 떠올랐지만 그는 두 장한을 본 적이 있었다. 두 놈은 소존과 함께 나타났던 넷 중 둘이었다.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도 입을 열 자들이 아니었다.

 

혈문의 간부인 노굉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자들.

 

그래서 그는 직접적인 질문을 피하는 대신, 때로는 넘겨짚고, 때로는 슬슬 답을 유도해 보았다.

 

“소존이 왜 소동동을 잡아 오라고 했지?”

 

지시를 내린 사람이 소존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리 물은 것은 구양우경 때문이었다. 왠지 모르게 느낌이 비슷했다.

 

장한은 입술을 씹으며 조소를 지었다.

 

“네가 아무리 괴롭혀도 내 입을 열 수는 없을 거다. 알고 싶으면 그분께 직접 물어봐라.”

 

북궁천은 그의 대답에 만족했다. 그의 대답은 소동동의 납치를 지시한 사람이 소존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소존도 구양우경과 같은 놀이를 즐겼나 보군. 소존도 명화회 사람인가?”

 

장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명화회라는 명칭이 나왔을 때 눈빛이 잠깐 흔들렸을 뿐.

 

일개 수하가 명화회를 안다?

 

북궁천의 눈빛이 무저갱처럼 깊어졌다.

 

‘소존, 그놈도 명화회 회원이었군.’

 

순간 ‘호 형’이라는 호칭이 떠올랐다.

 

임강령이 장안에 사는 ‘호 형’을 알아봤지만, 호씨 성을 쓰는 강호 인사는 장안 일대에 없었다.

 

그런데 천사종의 이름이 호연도광이다. 소존이 그의 아들이라면 호연이라는 성을 쓸 터. ‘호 형’이 어쩌면 소존일지 몰랐다.

 

북궁천은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또 한 번 넘겨짚어서 물어보았다.

 

“소존과 구양우경이 만나는 것을 보았을 텐데, 그들은 몇 번이나 만났지?”

 

장한은 입을 꾹 다물고는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궁천은 장한의 행동과 눈빛을 보고 최소한 한 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났다는 걸. 둘이, 아니, 선우중까지 셋이 명화회 회원이라는 걸.

 

그렇다면 소존이 소동동을 택한 것도 구양우경 때문일 것이 분명했다.

 

결국 따져 보면 이번에도 자신 때문에 소동동이 납치당할 뻔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다. 누군가가 아기를 하나 데려왔을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장소만 말하면 고통 없이 죽여 주겠다.”

 

장한이 고개를 쳐들었다. 처음으로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어디서 본 것 같다 했더니…… 너였구나.”

 

“내가 누군지 알았으면 대답해라. 아기는 어디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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