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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216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216화

 

216화

 

 

 

 

 

 

 

* * *

 

 

 

북궁천은 금천장에서 멀어지자, 진아를 안고 도주한 단무영을 찾았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단무영이 분명했다.

 

그가 어떻게 알아서 그 자리에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알았든 기쁨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아와 단무영을 동시에 얻었다.

 

그 기쁨을 무슨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약간 높은 지대에 올라간 북궁천은 사방을 향해 공력이 실린 음성으로 단무영을 불렀다.

 

“단수우우욱!”

 

목소리가 물결처럼 멀리 퍼졌다.

 

그가 네 번에 걸쳐서 사방에 소리치고 마지막 메아리가 스러질 즈음, 남쪽 저 멀리에서 두 사람이 빠르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중 한 사람이 아기를 안고 있었다. 단무영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그도 아는 사람이 동행하고 있었다. 

 

산서에서 만났던 사람, 양무겸이.

 

 

 

단무영은 흑의로 인해 표가 거의 안 났지만 몇 곳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닌지 북궁천 앞에 서서 미소를 지었다.

 

북궁천은 그런 단무영을 보고 짐짓 인상을 썼다.

 

“단숙, 정말 나쁘군. 나를 그렇게 놀라게 하다니.”

 

단무영은 미소를 지으며 진아를 내밀었다.

 

“소군을 구했으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주군.”

 

“이번 한 번뿐이야. 한 번만 더 허락 없이 떠나면 정말 용서하지 않겠어.”

 

“감사합니다, 주군.”

 

“감사고 뭐고, 몸부터 돌봐.”

 

“예, 주군.”

 

북궁천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진아를 넘겨받았다.

 

진아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파리했다.

 

고수들의 싸움 중간에 있었으니 소이정과 단무영이 아무리 자신의 진기로 보호했다 해도 어찌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더구나 몸도 좋지 않은 아이가 아닌가 말이다.

 

진아를 안는 그의 손이 잘게 떨렸다. 행여나 깨질세라 살얼음 잡듯이 조심스럽게 진아를 안은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마침내 진아가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려려와 자신의 아들이.

 

“진아야…….”

 

진아가 눈을 깜박이며 북궁천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아브으으 북구처어어? 어마아아 허원여여어어?”

 

북궁천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단 한 번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을 잊지 않았다니.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 그래. 이 아빠가 북궁천! 엄마가 헌원려려다! 푸하하하하하! 그리고 너는 북궁진이다!”

 

“너어어 북구지이인”

 

진아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와하하하하하!”

 

북궁천은 하늘이 울리도록 대소를 터트렸다.

 

천하를 얻는다 한들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겠는가!

 

뒤에 서 있던 장추람 등은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활짝 웃었다.

 

목석같던 적광조차도 가슴이 찡하게 울렸다.

 

“아, 제길. 눈에 뭐가 들어간 거지?”

 

 

 

 

 

 

 

7장. 상주의 세력은 하나가 되고

 

 

 

 

 

정파연합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총군사 유원당과 임강령이 지세를 살피러 갔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동행했던 공손후와 제갈상이 돌아와서 한 말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총군사와 임 대협께서 우리보다 앞장서 올라가셨는데 거리가 이십 장 정도 차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굽이를 돌아간 후 임 대협께서 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급히 뒤쫓아 갔습니다만 두 분 다 보이지 않았습니다.”

 

“총군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임 대협은 그 후에 쫓아가셨고요. 저희가 호위무사들과 함께 일대를 한참 찾아보았습니다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일단 돌아왔습니다.”

 

공손후는 철군성의 소성주이면서 곧 성주가 될 사람이다. 제갈상은 제갈세가의 희망이라 할 수 있는 기재고.

 

사람들은 두 사람의 말에 의문을 갖기보다 걱정되어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럼 납치라도 당했단 말인가?”

 

백검맹 부맹주인 백화청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공손후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확실치는 않습니다. 그분들이 누군가를 쫓아간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자네들에게 무슨 말인가는 남겨 놓았을 것이 아닌가?”

 

“그만큼 급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공원대사가 탄식하듯이 말했다.

 

“허어,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러자 제갈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총군사께선 함부로 행동하실 분이 아닙니다. 비록 부상 중이시긴 하나 임 대협께서도 남에게 쉽사리 당할 분은 아니고요. 조금 기다려 보시지요.”

 

“지금이라도 찾아 나서야 하는 것 아니오?”

 

관호명이 이마를 찌푸린 채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천군호가 착잡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우린들 어찌 찾아 나서고 싶지 않겠소? 하지만 적을 코앞에 두고 많은 사람이 총군사를 찾겠다고 흩어질 수도 없는 일 아니오? 제갈 군사 말대로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임 아우가 따라갔는데 설마 별일이야 있겠소?”

 

무림맹 사람들은 입을 닫고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그들 중 몇은 아쉬울 것 없다는 눈치였다.

 

공손후야 어차피 전쟁이 끝나면 떠날 사람. 제갈상은 무림맹의 차후 군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제갈상이 전체를 지휘하게 된다면 그만큼 무림맹의 위상이 올라갈 수밖에 없을 터.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황보청과 종리기진은 무작정 기다릴 수 없었다. 자신들을 떼어 놓고 가더니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내야 했다.

 

그들은 공손후에게 장소를 물은 후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공손후가 알려 준 장소로 달려갔다.

 

 

 

* * *

 

 

 

북궁천은 상주로 들어갔다.

 

염려되는 바가 없진 않았다.

 

하지만 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 숙야돈은 자신이 설마 상주로 다시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 못 할 가능성이 컸다.

 

설령 안다 해도 큰 상관은 없었다. 정파연합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 당장 대규모 고수를 파견할 수는 없을 테니까. 

 

게다가 상주는 이제 천사교가 아니라 자신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벽성장에 도착한 북궁천은 진아의 상태부터 살펴보았다.

 

경지에 오른 천조혈심기가 진아의 몸을 조심스럽게 누볐다.

 

이각 후, 뽀얀 살에서 손을 뗀 북궁천은 침중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구양우경의 말대로 진아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맥이 너무 약해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지경. 그나마 삼성궁에서 치료를 하고 천사교에서 절명마의가 보살핀 덕에 위급지경을 넘겼을 뿐이었다.

 

‘방 의원이라면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했다. 그래야 려려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를 테니까.

 

북궁천은 잠들어 있는 진아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진아야, 아무 걱정 마라. 이 아빠가 어떻게 해서든 너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그는 속으로 다짐하며 진아의 뺨을 쓰다듬었다.

 

“정말 잘생기셨습니다. 주군보다 배는 더 잘생긴 것 같은데요?”

 

옆에서 단무영이 창백한 얼굴로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북궁천이 그를 째려보았다.

 

“몸은 괜찮아?”

 

“혈왕의 장력이 제법 매섭더군요. 하마터면 창피한 모습을 보일 뻔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말입니다…….”

 

 

 

무작정 남쪽으로 내려가던 그가 양무겸을 만난 것은 북궁천과 헤어진 지 한 달이 지날 무렵이었다.

 

이야기를 하던 중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함께 면산으로 향했다.

 

양무겸은 면산에 사는 괴상한 괴인에 대한 소문을 어느 사냥꾼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호랑이에게 당해서 다 죽어 가던 그 사냥꾼을 괴인이 살려 주었다고 했다.

 

그는 그 괴인이 단무영의 내상을 고칠 수 있을까 싶어서 손해 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괴인에게 단무영을 부탁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면산을 헤매던 중에 육대기를 만났다.

 

육대기는 단무영을 알아보지 못했다. 단무영도 굳이 말하지 않았고.

 

어쨌든 단무영의 이야기를 들은 육대기는 그를 방곡추에게 데려갔다.

 

단무영은 그때부터 방곡추의 실험 대상이 되었다.

 

그 후 침매곡에서 석 달.

 

단무영은 온몸이 찢겨 나가는 처절한 고통의 대가로 마침내 내공을 되찾았고, 방곡추의 심부름을 하며 지냈다.

 

 

 

“그런데 육대기가 주군에 대해서 말하지 뭡니까. 주군께 아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어찌나 놀랐는지…….”

 

북궁천과 헌원려려 사이에 아들이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예전에 자신이 일을 하나 저지른 게 있었다.

 

그 일 때문에 한동안 죄책감으로 무척 괴로웠었다.

 

그런데 그 일로 인해서 아들이 생겼다면 죄책감을 털어 버려도 될 터. 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북궁천을 쫓아왔다.

 

하지만 세상은 정말 넓었다. 북궁천을 찾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게다가 겨우 찾았다 싶으면 다른 곳으로 가 버려서 추적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북궁천을 찾아서 상주까지 왔는데, 마제가 아기 때문에 천사종과 손을 잡았다는 말이 들렸다.

 

정파연합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

 

싸움이 시작되면 기회가 생기겠지!

 

나름대로 계획을 세운 그는 아기를 빼돌릴 방법을 찾기 위해서 천사교에 들어갔다.

 

천사교는 사술처럼 보이는 무공을 지닌 그를 마도의 인물이라 단정하고 순순히 받아 주었다.

 

그게 어제였다.

 

그리고 오늘, 생각지 않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기를 빼돌릴 수 있었다.

 

“아기를 노리는 자가 또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하마터면 제가 먼저 뛰어내릴 뻔했지요.”

 

소이정의 전격적인 행동은 단무영뿐만 아니라 북궁천까지 놀라게 했다.

 

소이정은 천사교도다. 그런데 호연도광이 있는 자리에서 아기를 노릴 줄이야!

 

북궁천은 벽성장에 와서야 소이정이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외조부인 주서광이 숙야돈과 방철산의 간계에 휘말려서 죽었다고 했다.

 

주서광은 그 전에 자신을 내보냈는데, 아무래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자신을 빼돌리려 한 것 같다고 했다.

 

소이정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 꺼이꺼이 울었다.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북궁천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슬며시 돌렸다. 주서광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도 없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북궁천은 유원당의 암살미수사건에 대해서 따지지 않기로 했다. 자신을 건들지만 않는다면.

 

“이제부터 단숙은 모든 일을 제쳐 두고 진아만 지켜.”

 

“알겠습니다, 주군. 소군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주군을 처음 봤을 때도 요만 했었는데…… 어이구, 소군 고추 좀 보십시오.”

 

“만지지 마. 잠 깰라.”

 

그때 방 밖에서 호양곽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군, 삼대세력의 주인들이 왔습니다.”

 

북궁천은 잠든 진아가 깨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방을 나왔다.

 

세상의 무엇보다 급한 것은 진아를 데리고 돌아가는 것이다. 약속만 아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유원당과의 약속을 어길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던지겠다고 나선 사람들도 있거늘, 자신의 욕심만 챙기고 떠난다면 평생 짐이 될 것이었다.

 

‘사흘만 더 기다려다오, 려려.’

 

그가 유원당과 약속한 기간은 사흘이었다.

 

 

 

* * *

 

 

 

삼대세력의 주인들은 북궁천이 아들을 구해 낸 것을 앞다투어 축하했다.

 

“축하합니다, 궁주!”

 

“궁주, 진심으로 축하하외다!”

 

“아기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정말 잘된 일이오, 하하하하!”

 

일행으로 유일하게 참석한 연소랑도 씩 웃으며 축하해 주었다.

 

“축하해.”

 

평소와 다름없는 연소랑의 말투에 연풍척은 가슴이 뜨끔했다.

 

‘후우, 저 애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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