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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203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203화

 

203화

 

 

 

 

 

 

 

콰과광! 쩌저저정!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이 터져 나오고, 장추람과 목부청이 이 장가량 뒤로 물러섰다.

 

목부청을 노려보는 장추람의 눈매가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미미하긴 하지만 자신이 밀리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오군이라는 이름이 거저 생긴 것은 아니군. 하지만 나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정신력으로 메울 수 있을 정도.

 

그 정도 차이는 실전에서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었다.

 

힘껏 검을 움켜쥔 장추람은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렸다.

 

“다시 한번 받아 봐라!”

 

목부청도 앞으로 미끄러져 가며 검을 들었다.

 

“와라!”

 

 

 

한편,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른 철교신도 공려대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당신 곤이 강한지, 내 창이 강한지 볼까?”

 

후우웅!

 

그가 창을 뻗자 어둠이 창끝에서 휘돌았다.

 

공려대사는 밀려드는 압박감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고 침중한 표정으로 여섯 자 크기의 곤을 내밀었다.

 

곧 두 사람 사이에서도 일진 폭풍이 일었다.

 

그야말로 막상막하의 접전!

 

철교신은 공려대사에 비해서 실력도 뒤지지 않고 투지도 뒤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흔들림 없는 심력에서는 소림의 선승에게서 사사한 공려대사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는 모자란 면을 실전 경험으로 메웠다.

 

공려대사는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던 터라 철교신이 변칙적인 공격을 할 때마다 물러서기에 바빴다.

 

 

 

고수들의 격전에 어둠이 터져 나가고 달빛이 부서졌다.

 

십여 초가 지나도록 승부의 추는 기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추람과 교신이 언제 저렇게 늘었지?”

 

심통이 나 있던 냉호가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북궁천의 얼굴에도 만족한 표정이 떠올랐다.

 

상대는 오군과 소림제일승이다. 밀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잘 싸우고 있었다.

 

‘오늘이 지나면 또 다른 발전이 있을 것 간군.’

 

아무래도 중원에 온 후 몇 차례 강적과 격전을 벌인 것이 그들을 한 단계 올라서게 한 듯했다.

 

이십초의 대결이 그렇게 승부를 내지 못한 채 끝나자, 북궁천은 활을 적광에게 넘겨주었다.

 

“갖고 있어.”

 

그러고는 영허진인을 향해 걸음을 떼며 천으로 감싸 놓았던 묵혼을 뽑았다.

 

순간, 머리카락을 휘날리던 바람이 멈췄다.

 

영허진인은 북궁천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숨 막히는 압력이 가중됨을 느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북천마제에 대해서 말로만 들었던 그다.

 

정파연합의 수뇌부들이 북천마제를 논하면서 표정이 어두워지는 걸 보고 의아해했었다.

 

그런데 직접 대하고 보니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영허진인은 망설이지 않고 등 뒤로 손을 뻗어 검을 뽑았다.

 

삼 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 선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했다.

 

두 사람 사이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바람이 멎고 흔들리던 풀잎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북궁천이 사선으로 내리고 있던 검을 들어 올리며 왼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영허진인도 풀잎을 발끝으로 차고 앞으로 미끄러지며 검으로 원을 그렸다.

 

검과 검 사이의 거리는 일 장 반.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순간적으로 이지러지는가 싶더니, 소리 없이 터져 나갔다.

 

쿠구궁!

 

고막을 먹먹케 하는 굉음은 나중에서야 들렸다.

 

찌이이익.

 

우뚝 선 채 뒤로 미끄러진 두 사람의 발밑에 깊은 고랑이 파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북궁천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검을 들어서 일자패천검을 펼쳤다.

 

어둠이 한일자로 갈라지며 어둠보다 더 검은 검강이 영허진인을 향해 밀려갔다.

 

그때부터 두 사람 간에 십여 차례 공방이 오갔다.

 

그다지 큰 소리도 나지 않았고, 광풍이 몰아치듯 기의 폭풍도 불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의아하게 여기지 않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피가 끓었다.

 

두 사람 사이의 대기는 이미 자유를 잃고 두 사람이 휘두르는 검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절대경지의 검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쿠구구궁!

 

둔중한 굉음과 함께 두 사람 사이의 땅이 석 자가량 움푹 들어갔다.

 

동시에 두 사람이 주욱 뒤로 물러나고, 갑작스런 고요가 찾아왔다.

 

손에 땀을 쥐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북궁천이 사선으로 들고 있던 묵혼을 내리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이쯤에서 그만하지요.”

 

“하아…….”

 

영허진인은 탄식하며 고개를 저었다.

 

정확한 승패는 본인들밖에 알지 못했다. 그러나 곁에서 지켜보던 사람 중 승부의 결과를 모르는 자 또한 없었다.

 

“무량수불. 청천의 푸름을 노도가 섣불리 판단했던 것 같구먼.”

 

“혹시라도 제 뜻이 궁금하시면 임 대협을 만나 보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린 북궁천은 적광에게서 활을 다시 돌려받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2장. 담판

 

 

 

 

 

벽성장에 도착한 북궁천은 운공조식으로 피곤을 다스렸다.

 

몸보다는 마음이 더 힘들었다.

 

그는 혼란스런 마음을 정리하며 오직 진아만 생각하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렇게 아침이 되자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그는 벽성장을 나섰다.

 

장추람 등이 함께 가겠다며 나섰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결정적인 패는 호연도광이 쥐고 있었다. 그로선 이용 가치가 많은 자신을 해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호연도광에게 비참한 구걸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공연한 자존심이라 할지 몰라도, 그로선 고개 숙인 마제를 수하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진시 말.

 

햇살이 서서히 달궈지기 시작하는 시간.

 

금천장 정문을 책임진 위사장 조팽은 정문 바로 앞까지 다가온 자의 앞을 턱 가로막고 고개를 쳐들었다.

 

‘그 자식, 겁나게 크군.’

 

자신보다 한 뼘은 더 컸다. 왠지 어둡게 느껴지는 표정. 제법 분위기를 잡을 줄 아는 놈이었다.

 

고개를 삐딱하게 틀며 나름대로 거만한 자세를 취한 그는 목에 힘을 주고 물었다.

 

“무슨 일로 왔소?”

 

제법 그럴듯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자. 북궁천은 간단하게 자신의 목적을 밝혔다.

 

“교주를 만나러.”

 

조팽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북궁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가끔 이런 놈이 오곤 했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깨에 힘을 주는 놈들이.

 

하지만 그런 놈들치고 진짜로 대단한 놈은 거의 없었다.

 

특히 젊은 놈들은.

 

‘덩치 믿고 까불 곳이 따로 있지, 여기가 어디라고? 이 새끼도 조금 있으면 땅바닥을 기겠군.’

 

조팽은 나름대로 예언을 하면서 턱을 쳐들었다. 그래도 분위기 상 한 수 있는 놈 같아서 말은 조심했다.

 

“교주님을 만나려면 절차를 거쳐야 하오. 먼저 저 안쪽 방명록에 이름과 출신 성분을 쓰시오. 그리고 객당에서 기다리다가 허락이 떨어지면 연사당으로 가시오. 그곳에 가면…….”

 

“그냥 가서 내가 찾아왔다고 전하기만 하면 돼.”

 

조팽은 자신의 말을 잘라먹는 북궁천의 태도에 짜증이 났다.

 

“교주님이 당신을 알기라도 한단 말이오?”

 

“알아.”

 

움찔한 조팽이 그제야 이름을 물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그때 북궁천의 뒤쪽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도착했군!”

 

“그런데 마중 나온 놈이 하나도 없군요.”

 

“정파연합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하잖아. 우리가 이해해야지.”

 

조팽의 눈이 그들을 향해 돌아갔다.

 

목소리의 주인은 핏빛 붉은 장포를 걸친 중년인 둘이었다.

 

조팽은 그들의 복장만 보고도 정체를 짐작했다.

 

안색이 대변한 그는 급히 시선을 내리깔고 최대한 공손한 어조로 물었다.

 

“혹시 혈의쌍사(血衣雙邪) 형제분이 아니신지요?”

 

두 중년인 중 매부리코의 중년인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낄낄낄, 맞네. 젊은 친구가 견문이 넓군.”

 

그가 바로 혈의쌍사 중 첫째인 시도형이었다.

 

조팽은 자신의 짐작이 맞자 가슴이 서늘해졌다.

 

혈의쌍사 시씨 형제는 겉보기와 달리 흉맹한 것으로 유명했다.

 

자신들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산 사람의 다리를 찢어 죽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방명록에는 제가 알아서 적어 놓겠습니다.”

 

“방명록을 왜 자네가 적는단 말인가?”

 

입술이 언청이처럼 틀어진 둘째 시서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팽이 급히 말을 바꿨다.

 

“번거로우실까 봐…… 두 분의 서체를 감상할 수 있다면 저야 좋지요.”

 

“서체 감상? 설마 우리가 글자를 못 쓴다는 걸 알고 놀리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시서형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조팽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이곳은 천사교의 총단. 아무리 한중을 피바다로 만든 혈의쌍사라 해도 함부로 굴진 못하겠지만 세상일은 누구도 몰랐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자네가 알아서 적어 놓게.”

 

“알겠습니다, 어르신!”

 

조팽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속으로야 욕을 했지만.

 

‘씨발, 정말 더러워서 이 짓도 못 해 먹겠군.’

 

그때 시서형이 턱을 들어서 북궁천을 가리켰다.

 

“그런데 저놈은 왜 가운데를 턱 막고 서 있는 거냐?”

 

조팽이 고개를 돌려서 북궁천에게 눈짓을 보냈다.

 

 

 

한쪽으로 물러서!

 

 

 

하지만 북궁천은 비켜설 생각이 없었다.

 

“당신은 그 사람들이나 상대해. 교주는 내가 알아서 만나 볼 테니까.”

 

“이, 이봐!”

 

조팽이 당황해서 다급히 소리쳤다.

 

그런데 그보다 시서형이 조금 더 빨랐다.

 

입꼬리를 비틀며 조소를 지은 그는 훌쩍 몸을 날려서 북궁천의 앞을 막아섰다.

 

“네가 좀 전에 우리더러 그 사람이라고 했느냐?”

 

“비켜 주었으면 좋겠군.”

 

“뭐?”

 

“입술만 틀어진 게 아니라 귓구멍까지 막혔나? 비키라는 말이 안 들려?”

 

시서형은 엄청난 충격에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사십오 년을 언청이로 살아온 그에게 그보다 더 심한 욕은 없었다.

 

조금은 하얗게 느껴지던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 이 개자식! 가랑이를 찢어서 죽여 버리겠다!”

 

그때였다.

 

북궁천의 신형이 죽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너 따위가 나를?”

 

일갈을 내지르며 한 걸음 내디딘 그가 주먹을 휘둘렀다.

 

후우웅!

 

시서형은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리고 마주쳐 갔다.

 

“건방진 새끼!”

 

분명히 주먹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워낙 느려서 걱정할 것이 없을 듯했다.

 

그런데 막 움켜쥐려는 순간 주먹이 사라졌다.

 

동시에 숨이 턱 막히는 가공할 압력이 밀려드는가 싶더니, 코앞에 주먹이 나타났다.

 

“헉!”

 

대경한 그는 허리를 뒤로 젖히며 두 손을 엇갈려 쳐 냈다.

 

그의 손에서 뻗어 나간 경력이 그물처럼 펼쳐지며 밀려드는 압력을 완화시켰다.

 

그나마 그의 무공이 절정에 달해 있어서 첫 번째 주먹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았다 싶은 순간, 두 번째 주먹에서 뻗어 나온 거력이 두 자 거리를 두고 오른쪽 옆구리를 강타했다.

 

쾅!

 

“크억!”

 

붕! 날아간 시서형의 몸뚱이가 삼 장 밖에 떨어져서 나뒹굴었다.

 

시도형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눈을 부릅떴다.

 

“이놈!”

 

그는 등 뒤의 도를 뽑으며 북궁천을 공격했다.

 

북궁천은 고개만 돌려서 무심한 눈빛으로 시도형을 응시했다.

 

그도 혈의쌍사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한중 일대에서 손가락에 꼽힌다는 마도고수. 굳이 따진다면 염천마도 구량이나 흑성마수 연학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는 그들을 알고도 고의로 감정을 건드렸다. 그들이 먼저 손을 써야 자신도 할 말이 생길 테니까.

 

북궁천은 시도형이 일 장 거리까지 날아오자 묵혼을 뽑았다.

 

쉬아아아앙!

 

묵혼이 허공을 사선으로 그으며 소름 끼치는 기음을 토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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