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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221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221화

 

221화

 

 

 

 

 

 

 

* * *

 

 

 

콰광!

 

영허진인과 척발산은 일 장 거리를 두고 부딪친 뒤 튕기듯 물러나서 삼 장의 거리를 둔 채 마주 섰다.

 

이미 십여 초. 정과 마의 대표 고수는 막상막하의 접전을 펼치며 서로의 무공에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구나, 늙은 말코!”

 

“시주 역시 소문대로군.”

 

“다시 한번 받아 봐라!”

 

척발산이 먼저 도발하듯 말하고는 앞으로 주욱 나아가며 도를 횡으로 그었다.

 

묵빛 도강이 영허진인을 양단할 듯 앞으로 밀려갔다.

 

영허진은은 그 자리에 선 채 검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나 말이 가볍다는 것이지 그의 구성 공력이 실린 태극혜검이었다.

 

세상 무엇이든 양단할 것 같던 도강이 영허진인의 일 장 앞에서 태극혜검의 도결을 따라 휘어졌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강기의 뒤엉킴!

 

근처에 있던 무사들은 소름 끼치는 위기감을 느끼고 상대를 놔둔 채 정신없이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고막을 먹먹케 하는 굉음과 함께 두 거인의 기운이 폭발했다.

 

콰아앙!

 

영허진인과 척발산은 단단한 땅을 고랑처럼 파며 주르륵 밀려났다.

 

거의 같은 깊이. 그러나 거리는 영허진인이 일곱 자, 척발산이 일곱 자 반이었다.

 

미세하나마 영허진인이 우세를 보인 듯했다.

 

그러나 고수들의 격전은 그러한 것만으로 평가할 수 없었다.

 

물러섬을 멈춘 척발산은 도를 불끈 쥐고 재차 공격에 나섰다.

 

그의 현현팔도(玄玄八刀)는 무겁고도 살기가 넘쳤다.

 

영허진인은 칠성에 구궁이 융화된 청무십삼검으로 현현팔도를 막았다.

 

그의 검은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빈틈이 없었고, 빠르면서도 변화가 무궁무진했다.

 

한편, 두 거인이 접전을 벌이는 동안 목부청과 백리진, 관호명은 기련검마와 혈왕, 방철산을 상대했다.

 

그들 역시 누가 우세하다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만큼 비등한 접전을 삼십 초째 이어 가고 있었다.

 

공손후와 진왕리, 사공강후, 남궁원, 공원대사, 공려대사, 천군호, 선우명, 여무경 등 정파연합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도 천사교의 장로와 호법, 역천군주 만우궁을 비롯해서 혈문과 마종보의 최고 고수들을 상대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파연합은 오늘이 아니면 천사교를 무너뜨릴 기회가 없기라도 한 것처럼 전력을 다했다.

 

천사교 무리도 밀리면 마도가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정파연합을 막았다.

 

일대 사방 오 리 이내가 온통 시뻘겋게 변한 상태.

 

피범벅이 되어서 죽어 간 자가 근 일천이고, 부상당한 몸으로 마지막 발악을 하듯이 싸우는 자가 반을 넘었다.

 

이대로 싸움을 계속하면 양쪽이 양패구상을 당하고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것처럼 보이는 상황.

 

그럼에도 정파연합과 천사교 무리는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마치 이곳에서 끝장을 보지 못하면 천추의 한이 남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 보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천사교 무리가 조금씩 밀려났다.

 

정파연합은 전과 달리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기는커녕 더욱 거세게 적을 몰아붙였다.

 

“힘을 내라! 적이 물러서고 있다!”

 

“쉬지 말고 몰아붙여!”

 

고함 소리와 비명이 뒤섞여서 평원을 울렸다.

 

바로 그때, 금천장 쪽에서 북소리가 들렸다.

 

둥둥둥둥둥!

 

그리고 곧 조유의 낭랑한 목소리가 혈전장에 울려 퍼졌다.

 

“천사의 제자들은 금천장으로 후퇴해라!”

 

 

 

 

 

 

 

9장. 제대로 미친놈

 

 

 

 

 

북궁천은 장추람과 적광, 임표, 담운만 대동하고서 금천장으로 향했다.

 

상주 삼대세력의 고수들과 호양곽, 노중문, 곽태문은 상주로 돌려보냈다.

 

그들 대부분은 강호에서 알려진 마도인이다.

 

섬서연합과의 일에서도 드러났다시피 정파연합과 손발을 맞춘다는 것도 어색하고, 자칫해서 마찰이라도 생기면 아니 가느니만 못했다.

 

북궁천 일행이 금천장 뒤쪽 천금산의 허리를 돌아 갈 무렵, 숙야돈이 보낸 무리가 상주로 스며들었다.

 

고구선이 이끄는 일조를 제외한 귀밀영 사 개 조 마흔 명. 

 

사야승이 죽으며 숙야돈 밑으로 들어온 초마를 비롯한 사밀영 열여섯 명.

 

새로 들어온 자들 중 숙야돈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특별히 고르고 고른 고수 스무 명.

 

숙야돈에게 딸려 있는 법당주와 일흔한 명.

 

모두 백사십팔 명의 천사교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남문과 동문, 서문을 통해서 상주로 들어간 그들은 벽성장을 향해 움직였다.

 

개중에는 무사의 복장을 한 자도 있었고, 각양각색의 신분으로 위장하고 무기를 든 봇짐을 멘 자도 있었다.

 

사방에서 조이듯이 벽성장으로 접근하던 그들은 왠지 모를 압박감에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졌다.

 

초마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근처의 수하 넷에게 전음을 보냈다.

 

―감시받고 있다, 모두 조심하도록.

 

거의 같은 시각, 삼귀마수(三鬼魔手) 홍중량도 눈을 가늘게 뜨고 함께 움직이는 동료들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천수(天水) 일대에서 마명을 떨치던 그는 천사교의 초청을 받고 온 마도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로, 이번 일에서 아홉 명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는 다른 자들에게 마제의 아기를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마제의 아기를 놓고 경쟁이 벌어진 상황. 마제의 아기를 차지하면 그만큼 위상이 높아질 테니까.

 

그와 그의 일행은 혹시 모를 적의 공격에 대비해서 거리를 조금 더 벌렸다.

 

그런데 벽성장이 저만치 보일 동안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공연한 기우였나?’

 

내심 안도한 홍중량은 좌우를 자연스럽게 바라보며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벽성장에 대한 정보가 미흡한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사람을 보내서 정보를 취득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

 

마제가 돌아오기 전에 아기를 납치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았다.

 

서서히 공력을 끌어 올린 그는 성큼성큼 벽성장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대로를 따라 삼십여 장만 더 가면 벽성장의 담이었다.

 

그때였다.

 

벽성장 저 건너편 쪽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적이다!”

 

“놈들을 막아라!”

 

귀밀영이 먼저 공격을 시작한 듯했다.

 

뒤이어 다른 쪽에서도 고함 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잘못하면 뺏기겠군. 우리도 가자!”

 

마음이 급해진 홍중량이 주위를 향해 소리치고 땅을 박찼다.

 

그 직후 좌우와 후면에서 함께 걷던 아홉 명이 몸을 날렸다.

 

그런데 벽성장의 담이 십오 장쯤 남았을 때, 좌우의 건물에서 수십 명이 뛰어내리며 홍중량 일행을 공격했다.

 

“빌어먹을! 역시 우리가 오는 걸 알고 있었군!”

 

한 소리 내지른 홍중량은 멈추지 않고 달려가며 쌍수를 휘둘렀다.

 

이곳에서 멈추면 죽도 밥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서 마제의 아기를 탈취해야 했다.

 

“뚫고 안으로 진입하자!”

 

 

 

다른 곳의 상황도 비슷했다.

 

천사교 무리는 성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삼대세력에서 내보낸 정보원에게 감지되었다.

 

그들이 아무리 변복을 했다 해도,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던 삼대세력 무사들의 눈을 완전히 속일 수는 없었다.

 

벽성장을 사방에서 호위하던 삼대세력 무사들은 그들이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일제히 공격했다.

 

하지만 천사교 무리는 삼대세력 무사들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강했다.

 

몇 번의 공격으로 포위망을 벗어난 그들은 몸을 날려서 벽성장 안으로 진입했다.

 

“흥!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냉호가 코웃음 치며 그들을 반겼다.

 

“죽일 놈들! 그러잖아도 기분이 꿀꿀했는데 잘됐군!”

 

철교신이 이단창을 연결한 장창으로 바닥을 쿵 치며 가늘게 웃었다.

 

북궁천이 그들을 남겨 놓은 이유가 부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굳이 그들이 나서지 않아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부상당한 몸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진아를 지키는 게 나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한 놈에 은자 열 냥이다!”

 

냉호가 뜬금없이 소리쳤다.

 

벽성장 안에는 모두 삼백여 명의 무사들이 있었다. 밖을 지키던 자들 삼백여 명도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와! 하는 함성을 내지르며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적의 목 하나에 은자 열 냥.

 

명령 때문에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더 힘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앞뒤로 막힌 천사교 무리는 이를 악물고 대항했다.

 

법당주 기요산이 이끄는 천사교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고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귀밀영과 사밀영의 일반 대원들도 삼대세력의 일반 무사에 비하면 훨씬 강했다.

 

홍중량과 또 다른 조장, 사두마겸(蛇頭魔鎌) 무대강이 이끄는 자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기세를 올린 삼대세력 무사들을 막아 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놈을 내가 맡는다! 비켜라!”

 

도를 빼 든 냉호가 홍중량을 향해 훌쩍 몸을 날렸다.

 

뒤질세라 철교신이 쓰윽 훑어보고는 무대강을 향해 튀어나갔다.

 

“너는 내 거다!”

 

 

 

천사교 무리의 숫자가 반쯤 줄어들었을 때 북궁천을 따라갔던 삼대세력 고수들이 벽성장에 도착했다.

 

죽거나 부상이 심한 자를 제외하고 열아홉 명.

 

그들은 끈질기게 버티는 천사교도를 향해 파도처럼 밀려갔다.

 

북궁천과 함께 천사교도를 상대로 싸운 터였다.

 

천사교는 이제 그들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후환을 없애는 길은 천사교의 몰락뿐. 그걸 알기에 그들의 공격은 유난히 살기가 넘쳤다.

 

그들이 합류하면서 천사교 무리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놈 목은 내가 잘랐다!”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심장을 쑤셨어!”

 

기괴한 말싸움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은자 열 냥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었다.

 

그 즈음.

 

“크억!”

 

홍중량이 냉호의 칼에 한 팔을 잃고서 정신없이 물러섰다.

 

냉호는 팔을 자르고도 멈추지 않았다. 끝낼 때는 확실히 끝내야 했다.

 

차가운 눈빛을 겨울하늘의 별빛처럼 번뜩인 그는 홍중량을 그림자처럼 따라가며 도를 휘둘렀다.

 

천수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삼귀마수의 목이 반쯤 잘렸다.

 

“너도 죽어라!”

 

철교신이 노성을 내지르며 폭풍처럼 창을 휘둘렀다.

 

냉호보다 늦었다는 것에 기분이 상했다.

 

덕분에 무대강은 겸을 놓치고 앞가슴이 걸레처럼 갈가리 찢어졌다.

 

“크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피를 뿜어낸 그는 뒤로 일 장이나 튕겨 나간 뒤 널브러졌다.

 

그때 짧은 비명이 들렸다.

 

홱 고개를 돌린 철교신의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연소랑이 독사눈을 한 놈과 싸우다가 어깨에 칼을 맞아서 위급한 상태였다.

 

“이 개자식이 감히 누굴!”

 

몸을 날린 철교신이 창을 섬전처럼 내질러서 독사눈을 꿰어 버렸다.

 

하지만 연소랑을 노리는 것은 독사눈뿐만이 아니었다.

 

얼굴이 말대가리처럼 기다란 놈이 튀어나가며 연소랑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쐐액!

 

쾌도를 익혔는지 칼날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젠장!’

 

눈에 박힌 창을 빼고 돌아서서 상대할 시간이 없다.

 

튕기듯이 뒤로 물러나며 연소랑과 날아드는 도 사이로 뛰어든 철교신은 팔뚝으로 상대의 칼을 막았다.

 

퍽!

 

팔뚝에 끼고 있던 보호대가 갈라지며 칼날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런데도 철교신의 눈은 바로 앞의 연소랑만 쳐다보고 있었다.

 

“걱정 마, 소랑.”

 

씨익! 연소랑을 향해 웃어 준 그는 빙글 몸을 돌리며 바위 같은 주먹을 휘둘렀다.

 

쾅!

 

말대가리는 길쭉한 머리가 반쯤 부서진 채 한쪽으로 날아갔다.

 

“이 멍청아! 그러다 팔 잘리면 어쩌려고 그래?”

 

연소랑이 떨리는 눈으로 철교신을 보며 소리쳤다.

 

철교신이 독사눈에 박힌 창을 그제야 잡아 빼며 다시 씩 웃었다.

 

“너만 다치지 않으면 돼.”

 

“저 멍청이가…….”

 

“내 뒤에 꼭 붙어 있어. 어떤 놈도 너를 못 건들게 할 테니까.”

 

연소랑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철교신의 등을 바라보았다.

 

다른 때보다도 훨씬 넓게 보였다. 피곤한 몸을 기대고 싶을 정도로.

 

쓴웃음을 지은 그녀는 철교신의 등에 대고 투덜거리듯 말했다.

 

“더 다치지 마, 멍청아. 나는 팔병신하고 사귀고 싶지 않으니까.”

 

적과 마주하고 있던 철교신의 입이 쭉 찢어져 귀에 걸렸다.

 

“흐흐흐흐. 알았어, 소랑! 이놈들아! 너희들은 오늘 죽었다! 내 기분이 겁나게 좋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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