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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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32화
제3장 청성파 (2)
“당문에서 온 단목조윤이라고 합니다.”
“청성파에서 수행 중인 현진이라고 합니다.”
서로 인사를 하고 동시에 목검을 들었다. 조윤은 검을 옆으로 세워 언제든지 받아칠 수 있는 자세를 잡았고, 현진은 중단을 겨누는 자세를 취했다.
현진이 나이는 어리지만 청성파에서 촉망받는 아이라 절대로 그 수준이 낮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윤은 현진을 어리게만 보며 혹여 다치면 어쩌나 걱정부터 했다. 정수현으로 이십 년을 넘게 산 기억 때문이었다.
“타핫!”
힘찬 기합과 함께 현진이 먼저 공격했다. 목검으로 어깨를 치고, 이어서 다리를 때렸다. 생각보다 그 기세가 대단하고 속도가 빨랐다.
조윤은 크게 당황했으나 몸에 밴 습관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 얼결에 공격을 다 막아냈다. 그러자 숨 돌릴 여유조차 없이 현진이 목검을 휘둘러 왔다.
따다다다딱!
조윤은 어찌어찌 방어는 하고 있었으나 목검이 한 번씩 부딪칠 때마다 등골이 서늘했다. 방금까지 현진이 다칠 것을 걱정한 것은 오만이고 자만이었다. 비록 목검이라지만 이런 검격이라면 한 대만 맞아도 뼈가 부러진다.
따악!
머리를 노리고 내려쳐 오는 목검을 막아내자 손이 찌르르하니 울려 왔다. 원래 이런 공격은 이렇게 정직하게 막아 내면 안 된다. 그럼 검이 부러지거나 아래로 밀려 다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워낙에 여유가 없어 그런 것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침착하자. 배운 대로만 하면 된다, 배운 대로만.’
조윤은 짧게 호흡을 내뱉으면서 현진의 목검을 밀어냈다. 그 힘 때문에 현진이 뒤로 물러나자 그대로 따라 들어가면서 내려치기를 했다.
훙!
제법 강맹한 공격이었으나 현진은 가볍게 막아내면서 조윤의 목검을 옆으로 미끄러트렸다. 조윤은 그걸 알면서도 그대로 따라 들어가며 자세를 바짝 낮췄다. 그리고 크게 한 걸음을 내디디면서 위로 올려치기를 하자 목검이 마치 제비가 날아오르는 것처럼 원을 그리며 치솟았다.
비연하강에 이은 비연상승이었다. 조윤은 그걸 반년 가까이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지겹게 반복 연습을 했었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동작이라 빠르기도 빨랐지만 힘도 충분히 실려 있었다.
따악!
“큭!”
현진은 팔이 위로 확 젖혀지면서 그대로 목검을 놓쳤다. 이런 검식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세가 낮으면 보통은 다리를 공격하지 이렇게 위로 치고 올라오지는 않는다.
“흠, 방심했구나.”
“죄송합니다. 제자가 실수를 했습니다.”
“실수라고? 정녕 그리 생각하느냐?”
“네.”
영허진인의 질문에 현진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승세를 잡고 있었다. 다만 전혀 생각지 못한 공격이라 미처 반응을 못했을 뿐이었다. 현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면 다시 한 번 해보겠느냐?”
“그래도 됩니까?”
“그 질문은 내가 아니라 저 아이에게 해야 할 것 같구나.”
영허진인의 말에 현진이 조윤을 봤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곧 반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조윤은 솔직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방금은 정말 운이 좋았다. 수없이 연습한 동작이 제때에 맞춰 나왔기에 이긴 거지 다시 하면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 없는 눈으로 당황학을 보자 허락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조윤은 어쩔 수 없이 포권을 하고 다시 목검을 겨눴다. 이번에는 현진이 조심하며 선뜻 들어오지 않았다. 거리를 재며 언제 공격할지를 살폈다.
‘길게 끌면 진다.’
그동안 연습한 초식이라고는 비연하강과 비연상승뿐이었다. 한데 이미 두 개의 초식을 전부 보여줬다. 길게 싸우면 그것 말고는 배운 게 없다는 걸 들킬 수밖에 없었다.
“타핫!”
현진이 기합을 지르며 선공을 했다. 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직선 찌르기였다. 목검이 하나의 점이 되어 어느새 목 앞까지 다가왔다.
조윤은 크게 당황하며 팔로 목검을 쳐냈다. 이어서 목검의 자루 부분으로 현진의 얼굴을 찍고, 다리를 걷어찼다.
“큭!”
얼굴을 공격한 것은 막혔으나 다리를 찬 것은 먹혔다. 현진이 휘청하자 목검으로 어깨와 허리를 연속으로 치고, 앞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다리를 찼다.
이번에도 현진은 목검은 막아냈으나 다리는 막지 못했다. 그 때문에 맞은 다리가 풀썩 꺾이며 아까보다 더 크게 휘청거렸다. 지금이 기회였다.
조윤은 비연하강과 비연상승을 연계해서 현진의 목검을 때렸다. 그러자 먼저 그랬던 것처럼 현진은 목검을 놓치고 말았다.
‘먹힌 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났다. 조윤이 배운 초식은 비연하강과 비연상승, 이렇게 단 두 개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 두 개의 초식을 쓸 수 있게 권장법이나 각법, 금나도 배웠었다. 다만 그게 대련을 통해 습득한 거라 일정한 형태나 격식이 없었다. 다시 말해 당황학은 어떠한 상황에서건 비연하강과 비연상승을 쓸 수 있도록 맨손격투술을 조윤의 몸에 새겨놓은 것이다.
“허, 좋군요. 저 나이에 벌써부터 상황에 따른 움직임이 나오다니, 확실히 실전적입니다.”
영허진인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세가의 무술은 대부분 실전적이다. 그래서 배우면 바로 쓸 수가 있지만 곧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그렇게 수련해서는 깊이를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불가(佛家)나 도가(道家)의 무공은 수행을 위한 목적이 다분해서 처음에는 비록 더딜지라도 나중에는 세가의 무공보다 더 높은 수준에 이르게 된다.
“하하. 과찬이오. 아직 내공도 쓸 줄 모르는 아이요.”
당황학의 말을 듣고 영허진인이 조윤을 유심히 봤다. 그같이 강하고 빠른 검격을 오로지 육체적인 힘만으로 해냈단 말인가?
“이거 오늘은 제가 여러 번 놀라게 되는군요. 도대체 얼마나 수련을 시킨 겁니까?”
“일 년이 조금 넘었소.”
완패였다. 현진은 다섯 살 때부터 무공을 수련했다. 지금의 나이 열둘이니 무려 칠 년간 한 것이다. 한데 조윤은 겨우 이 년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뭣 하느냐? 어서 인사하지 않고.”
그때까지 멍하니 서 있던 현진이 화들짝 놀라며 영허진인을 봤다. 그러다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조윤에게 반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잘 배웠습니다.”
“아, 아니야.”
조윤이 재빨리 포권을 하며 예를 받았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던 영허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 대협, 오랜만에 오셨으니 누추해도 며칠 묵고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당황학은 영허진인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조윤과 현진을 다시 겨루게 하려는 것이다.
“그럼 염치 불고하고 그렇게 하겠소.”
“별말씀을.”
영허진인은 겉으로는 웃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 * *
조윤은 삼 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현진과 계속 비무를 했다. 자신도 없었고 원해서 한 것도 아니었으나 막상 붙으면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단 두 개의 초식을 쓰는데도 권장법과 각법, 금나가 때에 따라 어우러지니 뜻하지 않게 계속 이겼다. 그것도 항상 현진의 목검을 날리면서 말이다.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이건만 당황학의 얼굴은 비무를 하는 내내 굳어 있었다.
“어째서 그 아이의 몸을 치지 않는 것이냐?”
저녁 식사가 끝나자 당황학이 물었다. 왜 그런지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직접 대답을 듣고 싶었다.
“다칠까 봐 때리지 못하겠습니다.”
“어리석구나. 그 아이가 네 사정을 봐주더냐?”
“아니요.”
조윤이 작게 대답했다. 현진은 조윤에게 한 번씩 질 때마다 이를 갈며 다시 덤벼들었다. 그래서 비무를 하면 꼭 두세 번씩 다시 해야 했고, 그렇게 이겨야만 승복을 했다.
“내일도 그 아이의 목검만 노리고 공격을 한다면 네가 질 것이다. 너처럼 사정을 봐주지도 않을 테니 뼈가 부러지거나 심할 경우 죽을 수도 있다. 그 아이의 검격을 겪어 봤으니 잘 알 것 아니냐?”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몸을 때려라.”
“하지만…….”
“정 크게 다칠 것이 염려된다면 급소를 피해서 때려라.”
“힘 조절을 할 자신이 없습니다.”
“하면 목검으로 치지 말고 권장법을 써라. 내일 비연상승을 쓰면 그 아이가 반드시 이렇게 겨드랑이를 공격해 올 거다. 그때 과감하게 앞으로 뛰어들면서 팔을 잡고 몸을 회전시키는 힘으로 내던져라. 그런 후에 목검을 그 아이의 목에 겨누면 다치게 하지 않고도 이길 수가 있다.”
당황학이 시범을 보이면서 설명을 하자 조윤은 그걸 몇 번이나 반복 연습을 하며 단단히 기억했다.
다음 날이 되자 현진과의 비무가 시작되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서로의 목검이 몇 번이나 부딪쳤다. 그러다 조윤이 비연상승을 쓰자 어제 당황학이 이야기한 대로 현진이 겨드랑이를 노리고 목검을 휘둘러 왔다.
비연상승은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검식이라서 그 이후에 겨드랑이가 비게 된다. 영허진인은 그걸 현진이 직접 알아내서 반격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지금까지 기다렸었다. 그러나 현진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고, 보다 못한 영허진인이 어제 파훼법을 알려준 것이다.
쉭!
조윤은 재빨리 옆으로 돌면서 현진의 목검을 피했다. 동시에 팔을 잡고 몸을 회전시키는 힘으로 현진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어제 연습한 대로라면 여기에서 목검을 목에 겨누면 끝이었다.
그러나 현진은 넘어지는 와중에 몸을 굴려 목검을 휘둘렀다. 이에 조윤은 훌쩍 뛰어올라 내려치기를 했는데,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며 체중까지 전부 실은 공격이라 현진이 제때에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목검이 밀려 어깨를 맞았다.
“악!”
현진이 비명을 지르면서 어깨를 붙잡고 땅을 뒹굴었다. 놀란 조윤이 목검을 던지고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비켜라.”
어느새 다가온 영허진인이 조윤을 밀어냈다. 그리고 현진의 상처를 살피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근육만 약간 상했을 뿐, 뼈는 다치지 않았다. 조윤이 제때 힘을 뺀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군요.”
“그럽시다.”
영허진인이 현진을 안고 초옥으로 들어가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던 조윤이 당황학을 봤다.
“잘했다. 실전에서는 꼭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다. 상황에 맞춰서 그렇게 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뭐를 말이냐?”
조윤은 당황학이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으나 확신할 수가 없었다. 당황학의 말대로 실전에서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