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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35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9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35화

제4장 아미파 (2)

 

 

아침이 되자 조윤은 낯선 환경에 어리둥절해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여기가 아미파라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늘 하던 대로 침상에 앉아 운기조식을 하자 몸이 가볍고 기분이 상쾌했다.

 

“좋았어.”

 

검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주위에 사람이 없는지 살핀 후에 수련을 시작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 언제 나왔는지 당황학이 틀린 점을 지적하며 바로잡아 줬다.

 

“비연섬도 이제는 제법 몸에 익었구나. 내일부터는 비연팔식의 세 번째 비기인 비연폭을 수련하자꾸나.”

 

“네.”

 

“비무는 내일부터 하기로 했으니 오늘은 푹 쉬어라. 하지만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네, 그럴게요.”

 

아침 식사를 하면서 당황학은 조심할 점을 몇 가지 더 알려줬다. 아미파는 여승들이 수행을 하는 곳이니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당황학이 정절사태를 만나러 간 사이, 조윤은 홀로 경내를 돌아다녔다. 정수현이었을 때의 기억이 있어 특별히 볼 것은 없었으나 지루하게 방에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한참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정오가 되었다. 이에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데 어디에선가 아이들의 외침이 들려 왔다. 웬만하면 모른 척하고 그냥 가겠는데 목소리에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호기심에 그리로 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여자아이가 나무 위에서 덜덜 떨고 있고, 나무 밑에는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이 빨리 내려오라고 아우성이었다.

 

“사매! 위험해!”

 

“어서 내려와!”

 

“무섭단 말이야!”

 

나무 위에서 소리치던 아이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휘청하더니 밑으로 떨어졌다.

 

“아악!”

 

“사매!”

 

밑에 있던 아이들이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며 모여들었다. 조윤도 얼결에 그리로 달려가 떨어진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부러진 건가?’

 

아무래도 오른쪽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았으나 다행히 뼈에 금이 간 정도였다. 조윤은 우선 할 수 있는 응급처치를 했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이 계속 울고불고 난리를 치자 그 소리를 듣고 젊은 비구니 한 명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사숙, 사매가 다쳤어요. 엉엉.”

 

“흐아아앙!”

 

“자, 두 사람 다 뚝 하고. 너는 누구니? 네가 이런 거니?”

 

젊은 비구니가 조윤을 향해 물었다. 그러나 조윤은 다친 아이에게 응급처치를 하느라 그걸 듣지 못했다.

 

“얘.”

 

“네? 아, 뼈에 금이 가서 부목을 대야 해요. 요만한 나무를 두 개만 가져다주세요. 다리를 묶을 천도요.”

 

“뭐?”

 

“빨리요. 침으로 잠시 통증을 눌렀지만 조금 있으면 풀릴 거예요.”

 

“아, 알았다.”

 

조윤이 재촉하자 젊은 비구니는 시키는 대로 부목으로 쓸 나무와 천을 가지고 왔다. 조윤은 그걸 받아 들고 젊은 비구니에게 말했다.

 

“여기 좀 잡아주세요.”

 

“그래.”

 

조윤이 능숙하게 부목을 대고 천을 감자 젊은 비구니가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이제 겨우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거침이 없었다. 순식간에 침을 뽑고 혈을 짚는 것을 보니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일단 수혈을 짚었지만 금방 깰 거예요. 함부로 움직이면 커서 다리를 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요.”

 

“의술을 아는구나.”

 

“네, 조금 배웠어요.”

 

그녀가 보기에는 조금이 아니었다. 의술이 뛰어난 아전사자도 이리 침착하고 빠르게 하지는 못한다.

 

“어쨌든 고맙다. 너희 둘은 나를 따라오너라.”

 

“네.”

 

“힝.”

 

젊은 비구니가 다친 아이를 안고 가자 아직까지 울고 있던 아이들이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조윤은 그때까지 가만히 서 있다가 자신의 손을 봤다. 누군가를 치료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마치 비무를 할 때처럼 상황이 닥치니 생각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단목세가가 그렇게 된 이후로 매일 검을 잡았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기 위한 공부를 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 이제는 의술을 전부 잊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아…….”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 조윤은 고개를 마구 흔들고 손으로 뺨을 몇 차례 때렸다. 이런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강해져야 했다. 그것만 신경 써야 했다.

 

그날 저녁 생각지도 않게 아명이 낮에 봤던 젊은 비구니와 함께 찾아왔다. 나무에서 떨어졌던 아이가 아명의 제자였던 것이다.

 

“고맙다. 아전 사매가 말하기를 네가 제때에 손을 쓰지 않았다면 다리를 계속 절었을 거라고 하더구나.”

 

“아니에요. 제가 운 좋게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에요.”

 

“이건 별거 아니지만 출출할 때 먹도록 해라.”

 

그렇게 말하면서 아명은 먹을 걸 한 바구니 건네주고 갔다. 조윤은 그걸 계속 거절할 수가 없어 결국 받아서 챙겼다.

 

* * *

 

다음 날 아명이 찾아오자 조윤은 당황학과 함께 그녀를 따라갔다. 커다란 건물을 몇 개나 지나치자 곧 작은 정원이 나왔고, 거기에는 정절사태와 몇 명의 젊은 비구니들이 십여 명의 여자아이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이들이 많구려.”

 

“당 대협의 제자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너도나도 제자들을 보내려고 하기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흔치는 않지요.”

 

당황학은 영허진인이 현진만 불러왔던 것처럼 정절사태도 재능이 뛰어난 아이를 한 명만 불러올 거라 생각했었다. 이렇게 아이들을 다 모아 오는 것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더구나 젊은 제자들까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도 조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여겨졌다.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비무를 하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하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누가 비무할 거요?”

 

“다섯 명만 시킬 생각입니다.”

 

“알았소. 그럼 그렇게 합시다.”

 

내키지는 않았으나 흔쾌히 대답한 당황학은 조윤을 불러서 나지막이 일렀다.

 

“여자라고 절대로 봐줘서는 안 된다. 때론 여자가 남자보다 몇 배나 독하다. 현진과 비무를 할 때처럼 하면 너는 무조건 질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독해져라. 손을 씀에 망설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니면 네가 당할 거다.”

 

“네.”

 

대답은 그렇게 했으나 막상 여자아이와 목검을 마주하고 서자 마음이 약해졌다. 상대도 그걸 아는지 잠깐 사이에 치고 들어오며 목검을 휘둘렀다.

 

따악!

 

조윤이 얼결에 막아내자 공격이 이어졌다. 빠르게 어깨와 허리, 머리를 노리고 목검이 파고들었다.

 

아미파의 검법은 여자들이 쓰는 거라 그런지 확실히 청성파의 검법과는 달랐다. 청성파의 검법은 강맹하고 자유로웠으나 아미파의 검법은 빠르고 복잡하면서도 틀에 딱 맞춰져 있었다.

 

조윤은 두 번의 공격은 제대로 흘렸다. 그러나 머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건 흘려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한순간 몸이 굳자 배를 차였다.

 

다행히 뒤로 물러나는 와중이라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아예 안 아픈 것은 아니었다. 이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다가 장법에 가슴을 맞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맞은 거라 제법 아팠다.

 

“타핫!”

 

조윤이 비틀거리자 여자아이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기합을 지르면서 강하게 공격해 왔다. 그 때문에 자세가 커졌고, 조윤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몸을 회전시켜 여자아이의 목검을 피함과 동시에 종아리를 때렸다.

 

“악!”

 

여자아이가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넘어졌다. 조윤은 재빨리 따라가 목검을 목에 댔다.

 

“거기까지!”

 

아명이 소리치자 조윤은 여자아이를 일으켜 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여자아이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 버렸다. 조윤은 내민 손이 무안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비무가 계속 이어졌다. 조윤은 세 번을 더 싸웠고, 그때마다 이겼다. 그러나 손쉽게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팔과 다리를 몇 번이나 채이고 가슴과 얼굴을 얻어맞았다. 다행히 제때에 몸을 틀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만약 조윤이 독한 마음을 먹고 처음부터 몰아붙였더라면 오히려 여자아이들이 다쳤을 것이다. 아직 실력도 되지 않는데 상대가 다칠까 염려되어 배려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구나. 계속 그렇게 할 테냐?”

 

“네?”

 

“저 아이는 먼저 나온 아이들과는 다르다. 만약 이번에도 그렇게 자만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필시 크게 다칠 것이다.”

 

“저는 자만하지 않았어요.”

 

“네 실력으로 저들을 배려하는 것이 자만이 아니고 뭐란 말이냐?”

 

조윤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당황학의 말이 옳았다. 자신은 저 아이들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배려를 하고 있었다. 저 아이들이 어리다고 얕보고 있었던 것이다.

 

“무인에게 있어서 자만은 치명적인 독과 같다. 저 아이들 중에 너보다 늦게 무공을 배운 아이가 있을 것 같으냐?”

 

“아니요.”

 

“아미파는 수행을 하는 사찰이나 무림문파로서 명성이 높다. 저 아이들의 자존심 또한 그만큼 높고.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조윤이 힘없이 대답했다. 나이가 얼마나 차이가 나든 비무를 하게 되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였다. 현진과 비무를 하면서 그걸 깨달았으면서도 막상 여자아이랑 하게 되자 까맣게 잊어버렸다.

 

“강호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상대가 어리다고, 여자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돈을 받고 너를 죽이려는 살수일 수도 있고, 때론 너와 가까운 지인들을 죽이려고 할 수도 있다. 한데도 베지 않을 테냐?”

 

“무슨 말을 하시려는지 알아요. 누구든 저를 죽이려고 한다면 그때는 망설이지 않고 벨 거예요. 하지만 저 아이는 살수가 아니잖아요.”

 

조윤은 그렇게 말하고 무표정하게 서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생긴 것은 예쁘나 차가움이 뚝뚝 묻어나는 아이였다.

 

“당문에서 온 단목조윤입니다.”

 

“아미파의 낙소문입니다.”

 

조윤은 낙소문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목검을 겨눴다. 확실히 지금까지 겨룬 아이들과는 기도가 달랐다. 훨씬 날카롭고 예리해서 근처만 가도 베일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었다. 여태까지 했던 것처럼 어설프게 상대하다가는 어디 한 군데 부러지지 않을까 싶다.

 

‘먼저 간다.’

 

선공을 할 생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낙소문이 먼저 치고 들어왔다. 빠른 내려치기였다. 그걸 막기 위해 목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목검의 궤도가 옆구리로 바뀌었다. 재빨리 목검을 당겨 방어하자 거기에서 한 번 더 방향을 틀어 다리를 때렸다.

 

중간에 두 번이나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위력은 적었으나 제법 아팠다. 이에 몸이 약간 휘청했고, 그 틈에 바짝 접근한 낙소문이 장법으로 목과 어깨, 가슴을 연속으로 때렸다.

 

조윤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방어했으나 가슴을 때리는 건 막아내지 못했다.

 

팡!

 

“큭!”

 

숨이 턱하니 막혀 오는 느낌에 짧은 신음 소리가 입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찰나에 낙소문이 짧게 여러 곳을 쳐 오자 세 번 중 한 번은 계속 맞으면서 비틀거렸다. 그걸 보고 아명이 승패가 났다고 여겨 비무를 중지시키려고 했다. 그러자 정절사태가 그녀를 말리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조윤의 눈을 보아라. 저건 포기한 아이의 눈이 아니다. 뭔가를 노리고 있음이야.”

 

그제야 아명이 조윤을 유심히 보니 정말 그랬다. 계속 얻어맞는 와중에도 뭔가를 하려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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