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73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73화
제9장 결심 (1)
조윤은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갔다. 보름이 지나자 이제는 숟가락 하나 들 힘조차도 없었다.
산공독으로 인해 내공이 전부 흩어진 후유증이었다. 그 때문에 식사조차도 당예상이 떠먹여줘야 했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굵직한 목소리에 눈을 뜨니 당수백이 와 있었다.
조윤은 그가 이때쯤 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당예상을 완전히 믿지 않을 테니 직접 확인을 하려고 할 테고, 그럼 싫든 좋든 찾아와야 했다.
“누워서 인사하는 것을 용서하세요.”
“괜찮다. 이야기는 들었다. 칠사연화독에 중독이 되었다지?”
“아닌 것을 알지 않습니까?”
조윤의 말에 당수백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러나 곧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부드럽게 물었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냐?”
“객잔에서 제가 칠사연화독을 해독했다는 사실을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제게 산공독을 먹인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떤지, 가주님이 뭐를 하려는지 예상 누이에게 전부 들었습니다.”
“음…….”
당수백의 얼굴에 불쾌한 표정이 떠올랐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고 했던 것을 당사자가 알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그것 또한 조윤이 예상했던 바였다.
조윤이 선택한 것은 정면승부였다. 당장에 당수백을 속여서 이곳을 벗어난다고 해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당문의 힘은 사천 곳곳까지 미친다. 그러니 차라리 흥정을 하는 것이 나았다.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챙길 것은 챙기면 된다. 조윤에게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가주님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방심을 한 제 탓이지요. 하지만 방법이 좋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저한테 솔직히 이야기를 했다면 조용히 사라졌을 겁니다. 물론 그래도 가주님은 제가 껄끄러웠겠지요.”
“맞다. 내가 약속한 시간은 이 년 전까지였다. 그때 네가 왔다면 나는 효령을 너와 혼인시키고 지금 하려는 일을 추진했을 것이다. 하나 너는 너무 늦게 왔다. 지금에 와서는 방해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한 건 객잔에서 보인 제 능력 때문이겠죠?”
“부정하지 않겠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딱 그 짝이었다. 조윤은 당예상은 물론이고 당자휘조차 어떻게 하지 못하는 일을 해결했다.
덕분에 아미파와 청성파 사람들은 벌써부터 조윤은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우와 당자휘를 중심으로 뭉쳐야 하거늘 조윤이 먼저 크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걸 위협적으로 생각한 당수백은 조윤을 죽이려고 했다.
마침 낙소문을 해독하다가 칠사연화독에 중독이 된 상태여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에도 좋았다.
한데 당예상이 그걸 알고 살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고민하던 당수백은 산공독을 써서 조윤을 폐인으로 만들기로 하고, 그 일을 당예상에게 맡겼다.
“보다시피 저는 산공독에 당해서 내공을 전부 잃어버렸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되었으니 이제 저를 살려주실 건가요?”
“이곳에 올 때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럼 제가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목숨을 구걸하겠다는 거냐?”
“아니요. 구걸이 아니라 흥정입니다.”
“흥미롭구나. 말해봐라. 네 목숨을 두고 나와 흥정을 할 만한 것이 있는지 들어보자.”
“세 가지가 있습니다.”
“호오. 그리 많단 말이냐?”
솔직히 예상 외였다. 조윤이 이렇게 흥정을 하자는 것도 그랬고, 그게 세 가지나 있다는 것도 그랬다.
“첫째는 제가 가주님과 맞서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내공을 잃었으나 그 또한 저는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단목세가가 그리되었으나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지인들의 죽음이 너무나 충격적이라서 뭔가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사부님을 따라 여행을 하면서 느낀 바가 적지 않습니다. 약속한 성년이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은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돌아오면 복수를 해야 하고 그럼 싫든 좋든 사람들을 죽여야 하겠지요. 그게 부담이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내공을 잃었으니 그럴 일은 없어졌죠.”
“네가 내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네. 저는 그저 의원으로서 만족합니다.”
“그건 흥정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칠사연화독을 바로 해독을 했던 저입니다. 제가 산공독에 당하고 있는 것을 몰랐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음, 알고도 당했다는 뜻이냐?”
“네.”
“좋다. 두 번째는 뭐냐?”
“사부님의 심득입니다.”
순간 당수백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걸 놓치지 않고 보고 있던 조윤이 말을 이었다.
“사부님이 검강을 터득한 걸 알고 계십니까?”
“그게 정말이냐?”
“네. 백 명이 넘는 북해신궁의 정예무사들이 사부님의 검강을 보고 전부 겁을 먹었었습니다.”
“네가 그걸 얻었다는 거냐?”
“아닙니다. 저는 이제 겨우 검기를 쓰는 수준입니다.”
조윤의 말을 듣고 당수백은 적지 않게 놀랐다.
조윤의 나이 이제 열일곱이었다. 그 나이에 검기를 쓰는 사람이 천하에 몇 명이나 있을까?
당황학의 심득을 얻었으니 차후 검강을 쓰게 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새로운 절대고수의 탄생이었다. 그것도 최연소였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당문의 명성은 크게 올라갈 테고, 많은 이들이 우러러 볼 터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신이 너무 섣불렀다는 후회가 들었다.
* * *
방 안에 어색한 침묵이 돌았다. 당수백은 약간의 후회가 들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조윤이 그런 당수백을 보며 말을 이었다.
“사부님의 심득을 모두 전해드리겠습니다. 내공을 잃은 저에게는 쓸모가 없으니까요. 사부님도 그걸 원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당문으로 돌아오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꼭 심득을 전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어서 그걸 조건으로 걸게 되었군요. 아, 맞다. 제 짐 속에 사부님의 유골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그걸 조사당에 모셔주셨으면 합니다.”
“알겠다. 그렇게 하겠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을 말하겠습니다.”
“말해봐라.”
당수백은 처음과 달리 긍정적인 태도로 조윤을 대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에 조윤은 잠룡이었다. 언제든 세상으로 뛰쳐나가 크게 위용을 떨칠 능력과 재능이 있었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품에 안았어야 했건만 용의 여의주를 빼앗아 버렸다.
“제가 의술이 뛰어난 건 알고 있으시죠?”
“그래. 칠사연화독의 독성분을 일각도 되지 않아 알아냈다고 들었다. 아직 당문에도 그런 실력을 지닌 사람은 없다. 어느 의원이라도 마찬가지다. 신의라면 또 모를까? 그렇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여행 도중에 사부님에게 들은 것이 있습니다. 가주님의 따님이 구음절맥이라고요.”
“설마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하려는 거냐?”
당수백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구음절맥에 걸리면 대부분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한다.
당효주의 나이가 올해 열여덟이었다. 그동안 온갖 방법을 써서 연명을 해오고 있었으나 이제는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그래서 반은 이미 포기를 하고 있었다.
“사부님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계속 방법을 찾았었습니다. 가문의 복수를 하는 데에 가주님이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준다고 하셔서 그때는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의원으로서 난치병을 치료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혹시 천하오대신의를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다.”
당수백은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흥분을 하고 있었으나 정작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저는 천하오대신의 중 남독신의 기라와 신수신의 이자림을 만났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의술을 연구하면서 구음절맥의 치료법을 찾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찾았느냐?”
조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한숨을 푹 내쉬면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당수백은 더욱이 애가 탔다.
“묻고 있지 않느냐?”
“피곤하군요. 제가 할 말은 다 했습니다. 이제 가주님의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드릴 테니…….”
“생각이고 자시고 할 것 없다. 효주를 살릴 수 있느냐고 묻지 않느냐?”
당수백이 조윤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밖에 있던 당예상이 안으로 들어왔다.
“가주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
“어서 말해라!”
“가주님! 조윤은 환자예요. 어서 손을 놓아주세요.”
“조윤!”
조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당수백은 더욱이 다그쳤으나 끝내 조윤의 입을 열지 못했다.
“네놈…….”
“하루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저를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다만 제가 말한 세 가지 조건을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당수백이 죽일 듯이 조윤을 노려보다가 휙 몸을 돌려서 사라졌다.
“괜찮아?”
“응. 괜찮아. 예상은 했는데, 저렇게까지 흥분할 줄은 몰랐어.”
조윤이 웃으면서 말했다.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았다.
다음 날 당수백은 초췌한 얼굴로 찾아왔다. 보아하니 밤새 고민을 한 모습이었다.
“음…….”
당수백은 선뜻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조윤은 침착하니 기다렸다.
“네 조건을 받아들이겠다. 다만 나 역시 조건이 있다.”
“말해보십시오.”
“첫째, 백부님의 심득을 자휘에게 가르쳐줘라.”
장남인 당신우를 놔두고 왜 둘째인 당자휘에게 전하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당자휘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알겠습니다.”
“둘째, 효주를 치료해라. 그리고 효주가 치료되고 나면 혼인을 해라. 그럼 네가 내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
조윤은 입을 비집고 나오려는 신음을 안으로 삼켰다.
당수백은 모든 것을 혈족중심으로 생각했다. 남은 철저하게 배척을 하지만 혈족이거나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으면 무조건 믿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이는 당문이 혈족중심의 문파이기 때문에 생긴 성향이었다.
“어째서 저를 잡아두려는 겁니까?”
“네가 비록 내공을 잃었다고는 하나 백부님의 심득을 알고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지금부터라도 다시 연공을 할 수도 있지. 실제로 너는 겨우 오 년 만에 검기를 쓰는 경지까지 올라가지 않았더냐? 나는 그 재능이 탐이 난다. 네가 남이라면 죽여야 하는 것이 맞지만 가족이 된다면 다르다. 그러나 만약 네가 효주를 치료하지 못한다면 너를 죽일 것이다.”
조윤은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당수백이 이렇게 잡아두려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따르고 추후에 방법을 찾아도 될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우선은 푹 쉬면서 건강부터 회복해라.”
당수백이 그렇게 말하면서 조윤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앞으로 잘하라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