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67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67화
제7장 명성 (1)
막강이 내려친 주먹이 방금까지 조윤이 있던 의자를 박살 냈다.
주먹이 닿지도 않았는데 그랬다.
권기(拳氣)였다. 생각하지 않고 한 행동이었을 텐데도 기운이 저렇게 몸 밖으로 표출된다는 건 상당히 높은 경지였다.
그러나 그는 방심했다. 조윤을 그저 의원이라고만 생각했다.
아까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자들에게 비굴하게 구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한데 조윤은 그의 공격을 피했다. 더군다나 그가 안고 있던 막요요의 목을 움켜잡았다.
막강이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고 패도적이라지만 딸아이의 목숨을 놓고 도박을 하지는 못했다.
그는 죽일 듯이 조윤을 노려보기만 할 뿐,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제 아시겠어요? 그렇게 굴다가는 요요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요요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어차피 죽이려고 했던 것 아닌가요?”
조윤이 다시 도발을 하자 막강의 몸이 꿈틀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 조윤을 박살 내고 싶었다.
하지만 막요요 때문에 그걸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그때였다.
“아빠.”
막요요가 부르는 소리에 막강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살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사라졌다.
“왜 그러느냐?”
“저 때문에 싸우지 마세요.”
“알았다.”
막강이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하고 다시 조윤을 봤다. 그리고 아까와는 달리 차분하게 이야기를 했다.
“너를 죽이지 않겠다. 그러니 요요를 진맥해라.”
“그러죠.”
조윤은 훌쩍 뒤로 물러나서 옆에 있던 탁자를 끌고 왔다. 그리고 막강을 향해 말했다.
“여기에 눕히세요.”
막강이 막요요를 눕히자 조윤은 그녀를 향해 생긋 미소를 지었다.
“아까는 무서웠지? 미안. 네 아빠가 하도 고집불통이라서 혼 좀 내주려고 그런 거야. 네가 안 말렸으면 정신이 번쩍 들게 해줬을 텐데 말이야.”
“풋! 거짓말. 아빠가 얼마나 강한데요.”
“아, 들켰구나. 하하.”
조윤은 농담을 하면서 막요요의 긴장을 풀어줬다. 그리고 어디가 아픈지를 물었다.
“아픈 데가 어디야?”
“몰라요. 그냥 힘이 없어요. 조금만 뛰면 가슴이 아파요. 걸어 다니는 것도 힘들고요.”
“그래? 잠깐 손 좀 볼까?”
“네.”
조윤은 막요요의 손을 잡고 진맥을 했다.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맥이 굉장히 약했지만 크게 이상은 없었다. 그래서 단전의 기운을 끌어올려 아주 미세하게 흘려 넣었다. 기진을 하려는 것이다.
한데 그렇게 흘려보낸 기운이 순식간에 훅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빨려 들어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조금 더 강하게 기운을 밀어 넣자 그것도 훅 빨려가서 사라졌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조윤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밀어 넣은 기운이 흩어지거나 반탄력에 의해 튕겨진 적은 있어도 이렇게 쪽쪽 빨린 적은 없었다.
어쨌든 이래서는 기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환자를 볼 때는 사진이 기본이었다. 망진(望診)은 병세가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살피는 것이고, 문진(聞診)은 환자 몸 상태를 보는 것, 문진(問診)은 환자에게 증세를 묻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진(切診)은 맥을 짚거나 의심되는 부위를 두드림으로써 병세를 살피는 것이었다.
“잠깐만.”
조윤은 막요요의 배와 가슴 부위를 누르면서 아픈지를 물었다. 그러고 나서 엎드리게 한 후에 등에 있는 몇 군데 혈을 누르면서 역시나 아픈지를 물었다. 그렇게 진찰을 하는 내내 조윤의 얼굴은 어두웠다. 하연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다 됐다.”
조윤이 진찰을 끝내고 자리에 앉자 막강이 초조한 눈으로 쳐다봤다.
죽이니 어쩌니 했지만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무릎을 꿇고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심정이었다.
“심장병이에요.”
“심장병?”
“네. 심장이 약해서 제 기능을 못하는 거예요. 그동안 호흡곤란은 자주 있었죠?”
“맞다.”
“혹시 피를 토한 적이 있었나요?”
“한 번 있었다.”
“언제부터 그랬죠?”
“요요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다.”
“그럼 선천적일 가능성이 크군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심장병 환자들은 맥이 일정하지 않아요. 그런데 요요는 맥은 약하지만 큰 이상은 없어요. 그리고 기를 넣으니까 전부 흡수가 되던데, 혹시 무공을 익혔나요?”
막강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조윤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사실을 말해주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워요. 아까도 말했듯이 치료는 의원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환자에게 병을 고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가족들이 도와줘야 해요.”
“요요는 월녀신공(月女神功)을 익혔다.”
“그게 무슨 무공이죠?”
“상대의 기를 빨아들이는 무공이다.”
막강의 아내, 그러니까 막요요의 엄마는 신녀궁(神女宮)의 궁녀였다. 신녀궁은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신비문파로 원래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한데 그녀들이 익히는 무공이 문제였다. 월녀신공은 극한의 음기(陰氣)를 연공하는 무공이었다. 그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무공은 연공하기가 쉽지 않고 위험이 컸다.
그걸 보충하기 위한 방편이 바로 흡기(吸氣)였다.
음기를 연성해가는 한편, 다른 사람들의 기운을 흡수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물론 그때는 양기(陽氣)를 흡수하게 되어 있었다.
그때까지 알려진 그런 무공은 중원에 딱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마교(魔敎)의 흡성대약결(吸星大藥結)이다.
마교는 무림의 모든 정파가 적대시하는 곳이었다. 교도들이 익히는 무공이 전부 마공이었고, 오랜 세월 정파와 마찰을 빗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골이 깊어 만나기만 하면 이유 불문하고 서로 칼부림을 했다.
그러니 그런 곳에서 익히는 마공과 비슷한 월녀신공을 좋게 볼 리가 없었다. 게다가 월녀신공을 욕심내다가 들킨 자들이 안 좋게 신녀궁을 몰아가는 바람에 더욱이 그랬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는 남자의 양기를 빨아먹는 악녀들로 낙인찍혀 있었고, 월녀신공은 절대로 익혀서는 안 되는 무공이 되었다.
하지만 조윤은 그러한 사정을 전혀 몰랐다. 마교나 신녀궁에 대한 이야기도 방금 처음 들었다.
“그랬군요.”
“만약 요요가 월녀신공을 익혔다는 사실이 흘러나가면 더러운 놈들이 꼬일 거다. 그들이 두렵지는 않으나 요요가 욕을 먹는 것은 싫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비밀은 지킬게요.”
“치료는 가능한 거냐?”
“아직은 몰라요. 심장병은 원인이 여러 가지에요. 그걸 알아야 치료가 가능해요. 안다고 해도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요.”
“그럼 하지 못한다는 거냐?”
막강이 사납게 인상을 쓰면서 묻자 조윤은 머리를 긁적였다.
심장병은 현대에서도 고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무공이 있었다. 몸 안의 기운을 이용해서 많은 것을 할 수가 있었다. 어쩌면 치료가 가능할지도 몰랐다.
“장담은 못하겠어요.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아요.”
치료가 가능하다는 희망 때문에 방금까지 인상을 쓰던 막강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생각하는 것이 바로바로 얼굴이 다 나타났다.
“방법이 있다는 뜻이구나.”
“아니요. 아직은 없어요. 이런 경우가 흔하지 않아서 방법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삼 일만 시간을 주세요. 그럼 확답을 드릴 게요.”
“알았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조윤처럼 말한 의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부 막요요를 치료하지 못했다. 그래서 죽였다. 만약 조윤도 치료를 하지 못한다고 하면 죽이면 그만이었다.
삼 일은 긴 시간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기다려왔는데 그 정도를 못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 * *
심장병은 예전에 하연이가 앓았던 병이었다. 그래서 그쪽으로는 지식이 풍부했다.
하지만 그건 현대의학의 지식이었다. 이곳에서 적용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조윤은 우선 기라독해를 다시 한 번 쭉 훑어봤다.
당황학 때문에 하도 봐서 이제는 손때가 꼬질꼬질했고 내용은 달달 외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혹시나 해서 살펴봤지만 크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방소교가 가지고 간 이자림의 책에는 심장병에 대한 내용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게 아쉬웠으나 없는 걸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조윤은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현대에서 배웠던 의학지식을 하나하나 떠올리기 시작했다.
서역도호부에 있을 때에 하도 많은 환자들을 만나다 보니 이런 식으로 기억을 떠올려 치료방법을 찾는 일이 잦았다.
다행인 건 현대에 있었을 때는 물론이고 이곳에서 의술을 배울 때도 항상 심상훈련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세세한 것들을 잘 생각이 나지 않아도 중요한 것들은 선명하게 떠올릴 수가 있었다.
다음 날 조윤은 막강 부녀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막요요를 진맥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생활해왔는지를 물었다.
막요요는 지금까지 이렇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래서 묻지 않은 것까지 재잘재잘 떠들었다. 그 때문에 식사가 끝난 후에도 대화가 계속 되었다.
막강은 혼자 소외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그때 어제 죽인 자들의 동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간이 크구나. 내 부하들을 죽이고 아직까지 여기에 있다니. 나는 흑문방의 이괴걸이다.”
이괴걸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그와 함께 온 부하들은 이십 명이 넘었다. 하지만 막강이 자리에서 슥 일어나자 그 커다란 덩치와 생김새에 약간 겁을 먹었다.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키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곧 그걸 의식하고는 눈을 부릅뜨며 큰소리를 쳤다.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헉!”
막강이 양손에 하나씩 탁자를 들어 올리자 이괴걸의 눈이 화등잔 만해졌다. 저 탁자는 꽤 무겁다. 장정 두 명이 들 수 있는 무게였다. 그걸 한 손으로 든다. 그것도 양쪽으로.
괴력이었다.
“그만두세요.”
조윤이 말렸으나 막강은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이런 놈들은 쓸어버리는 것이 좋았다. 안 그럼 언제 또 덤벼들지 몰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조윤의 말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요요가 놀라잖아요.”
“음.”
막강은 인상을 팍 쓰면서 이괴걸을 노려보다가 탁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휘휘 손을 내저었다. 어서 꺼지라는 뜻이었다.
이괴걸은 이때다 싶어서 도망을 치고 싶었다. 하지만 부하들이 함께 있었다. 그것도 이십 명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