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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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64화
제6장 막강 (1)
“장씨 아저씨.”
“오, 어서 오너라.”
조윤이 대장간 안으로 들어서자 수염이 부리부리하게 나 있는 체구가 좋은 중년인이 웃으면서 반겼다.
장보는 서역도호부 내에 있는 하나뿐인 대장장이였다.
“부탁한 거 다 됐나요?”
“물론이지. 한 번 봐라.”
장보가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에 놓아둔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탁자에 펼쳤다. 거기에는 겸자, 가위, 포셉, 망치, 끌 등 수술을 할 때 쓰이는 의료도구들이 가득 있었다. 조윤이 그걸 하나하나씩 살피면서 물었다.
“전에 말한 거는 어떻게 됐어요?”
“그, 렌즈인가 뭔가 하는 거 말이냐?”
“네.”
“운이 좋았다.”
“구했군요!”
장보는 대답 대신 씨익 웃었다. 그리고 보자기에 싸놓은 렌즈를 꺼냈다. 조윤은 그걸로 확대경을 만들 생각이었다.
현대의 수술이 한층 진보를 이룬 것은 확대경 덕분이었다.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세세하게 볼 수가 있으니 자연히 수술이 더 세밀하고 정교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조윤은 확대경을 만들려고 했으나 가장 중요한 렌즈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유리조차도 흔하게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걸 가공한 렌즈를 구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히 이곳은 서역도호부였다. 서역도호부는 실크로드를 지키는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서양과 교류가 많았고 망원경이나 렌즈도 구할 수가 있었다.
탁자에 위에 있는 수술도구도 반 이상이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었고, 나머지는 장보가 만든 것들이었다.
조윤은 렌즈 두 개를 겹쳐서 주위의 사물을 비춰봤다.
한 세 배 정도만 확대해서 볼 수 있어도 지금보다 더 정교한 수술이 가능했다.
“이거하고 이게 좋네요. 이런 거 몇 개를 더 구할 수 있을까요?”
“구하는 거야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돈이 많이 든다.”
“돈은 원하는 만큼 드릴게요.”
사실 조윤은 돈이 없었다. 병사로 지내면서 받는 돈은 몇 푼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사는 물건 값은 전부 이자림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현미경은 어떻게 됐어요?”
“아직 그런 물건을 가진 사람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상인들에게 계속 알아보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매번 고마워요. 여기 돈이요.”
조윤이 금자가 든 돈주머니를 건네자 장보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식이 네 명이나 있었다. 서역도호부의 대장장이로 일을 하고는 있었으나 생활이 빠듯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윤 덕분에 생활이 넉넉해졌다.
그게 고마워서 그는 뭐든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아봐줬다.
“갈게요.”
물건을 챙겨서 방으로 돌아오자 뭔가를 한창 적고 있던 이자림이 반겼다.
그는 기라독해를 보고 동기부여를 받았는지 그간 마구 적어오던 것을 새롭게 정리하고 있었다.
“오셨군요. 물건은 구하셨습니까?”
“네. 한번 보세요.”
조윤은 장보에게 구한 물건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걸 살펴보던 이자림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수술도구라면 그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더구나 몇 개는 도저히 용도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조윤의 의료지식이 방대하고 그 깊이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한 번씩 실감을 할 때마다 자존심이 상하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허, 아직도 조윤을 스승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그걸 깨달은 이자림은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살펴보던 도구를 내려놓고 용도를 물었다.
“이건 어떻게 쓰는 겁니까?”
“아, 그거요.”
조윤은 수술도구를 어떻게 쓰는지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세세하게 설명해줬다. 그러자 이자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손으로 해도 되는 것을 그렇게 도구를 쓰니 효율이 좋군요.”
“맞아요. 수술을 하다 보면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때가 많죠. 이렇게 도구를 쓰면 훨씬 편하게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세균감염에 대한 위험도 줄고요.”
“세균감염이요?”
“네. 외상을 수술할 때 가장 염려되는 것이 세균감염이죠. 패혈증 같은 거요.”
패혈증이란 세균이나 미생물 등에 감염되어 전신에 심각한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이자림은 최근 세균에 대한 이해가 더욱이 깊어져서 조윤이 말한 것을 단번에 알아들었다.
“그도 그렇군요. 한데 이건 뭡니까?”
“확대경이에요. 사물을 몇 배나 크게 볼 수가 있어요.”
“흠…….”
렌즈를 이리저리 대보던 이자림은 이걸 왜 가지고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시 필요해서 가지고 왔을 텐데 그 쓰임을 알 수가 없었다.
“뭐에 쓰시려는 겁니까?”
“이걸 이렇게 겹치면 사물이 몇 배나 크게 보여요. 그럼 수술을 할 때 상처 부위를 더 세세하게 볼 수가 있잖아요. 당연히 그만큼 세밀하고 정교한 수술도 가능해지고요. 어쩌면 혈관을 봉합하는 것도 가능할지 몰라요.”
“혈관을 말입니까?”
“네. 아직 해보지 않아서 어느 정도까지 보일지는 모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허…….”
이자림은 뭐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혈관을 봉합한다는 건 지금까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혈관은 굉장히 얇다. 그런데 그걸 서로 꿰매서 잇다니,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 스승님에게는 매번 감탄을 하게 되는군요.”
“네? 아니에요. 별것도 아닌 걸요.”
칭찬을 듣자 조윤이 쑥스러움에 머리를 긁적였다.
저런 때 보면 영락없이 그 나이 또래로 보였다.
그런데 의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거나 수술을 할 때면 마치 거대한 벽을 대하는 느낌이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그런 벽 말이다.
이자림은 그런 느낌을 예전에 받은 적이 있었다. 의선 태삼목이 그랬었다.
그와 만난 것은 몇 번 되지 않았으나 자신이 아직 한참이나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충분했었다.
“그러고 보니 신의문에서도 이런 도구를 썼던 것 같습니다.”
“그래요?”
의외의 말이었다. 여기에 있는 수술도구는 전부 현대의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고, 또한 서양의학에서 쓰는 것들이었다.
한데 신의문에서 이런 것을 쓰고 있다니 뜻밖이었다.
* * *
삐익! 삑!
사람들을 치료하다가 밤늦게 잠이 든 조윤은 어지럽게 울리는 호각소리에 눈을 떴다.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정신을 차리고 창문으로 밖을 살폈다.
사람들의 외침과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횃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봐서 꽤 많은 인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조윤은 무슨 일인지 의문이 들었으나 여기에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이에 직도를 챙겨서 방을 나가려는데 때마침 방소교가 문을 박차며 들어왔다.
“있었구나!”
“무슨 일이야?”
“인근 부족들이 연합을 해서 쳐들어왔어.”
“뭐? 안으로 들어왔단 말이야?”
“어. 정문이 열렸어.”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했다. 정문이 열렸다면 이곳이 점령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사형은?”
“나보고 너랑 함께 여기를 빠져나가라고 했어. 나중에 연락하겠대.”
“이 의원님은?”
“몰라. 보이지 않아.”
“찾아봐야겠어.”
조윤이 백아와 빙백신검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방소교가 붙잡았다.
“기다려.”
“왜?”
“이미 빠져나가셨을 거야. 우리도 나가야 해.”
“잠깐만, 찾아보고.”
그렇게 말한 조윤은 이자림의 방으로 향했다.
그걸 보고 방소교는 한숨을 내쉬면서 조윤을 따라갔다. 혼자서는 이곳을 나갈 수가 없었다. 조윤의 도움이 필요했다.